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6)
의선명가 천재막내 77화(77/138)
제77화
검군악(劍君惡).
강호인이면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검군악은 십악(十惡) 중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당대의 구주일패 중 일문인 사검회를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
흑도 제일의 검수를 꼽을 때 반드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인물 중 하나.
지금은 일선에서 은퇴 후 문파의 모든 걸 자식인 악사검(惡蛇劍)에게 맡겼지만, 검군악의 그림자는 여전히 강하게 사검회에 드리우고 있었다.
구파일방이 함부로 사검회와 적대하지 않는 건, 오 할 이상이 뒤에 자리한 검군악의 무위 때문이었다.
그 대단한 검군악이 왜 나타났냐면.
“무료하군. 무료해.”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은거 수련 중 벽에 부닥쳐 바람이나 쐴 겸 나온 거다.
“클클, 그러니까 다른 풍광 좋은 곳으로 외유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형님. 뭔 놈의 남양입니까?”
“손주 놈의 검이 얼마나 매서워졌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야. 영 글러먹었군. 기대 이하야.”
“상대가 안 좋았던 것 아니겠습니까? 흑랑은 원체 낭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놈이니. 소회주의 검술 실력 자체는 훌륭합니다.”
“이봐, 흑악(黑惡).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게. 무인 간의 싸움이 소꿉놀이도 아니고, 검술 실력만 높아서 뭐 한다는 말인가? 하수만 골라서 패악을 부릴 때부터 저놈의 싹수는 알아보았지. 검지까지 잘렸으니, 저놈은 이제 끝이군.”
검군악은 혀를 찼다.
검지의 절단.
사실 치명적인 부상은 아니었다.
아니, 검을 파지하는 데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하긴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극복 못 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저 못난 손주 놈이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 놈이었다면, 방금처럼 맥없이 패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형님? 혈련귀 놈을 저대로 놔두겠습니까?”
검군악을 형님이라 부르는 노인.
양백흑악(陽白黑惡)이 물었다.
사검회를 대표하는 또 다른 초절정 고수가 검군악과 함께 있는 것이다.
“적당히 멈추게 해야겠지. 애들끼리 한 결투에 저렇게 보복하려 하다니. 언제부터 우리 사검회가 이런 못난이 집단이 된 것인지.”
검군악은 한탄했다.
사검회.
사파의 어느 문파나 그렇듯이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곳은 아니다. 검군악의 대에 갑자기 세력이 모인 것이다.
사검회가 이토록 커질 수 있었던 건 검군악이 내세운 이념 덕분이었다.
-흑도의 검귀(劍鬼)들아. 모여라.
검귀들이 모여 검을 교류하는 회(會).
그게 사검회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사검회는 변질하였다.
힘을 지니게 되며 여타 사파와 다를 바 없이 변하게 된 거다.
이런 경향은 검군악이 뒤로 물러나고, 아들 악사검이 회주 위에 오르며 더욱 심해졌다.
‘차라리 흑랑 놈이 마음에 드는군. 도가 아니라, 검을 쓰는 놈이었다면, 낭야회에서 빼와 사검회에 데리고 왔을 텐데.’
검군악은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지 않게 개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검군악은 우뚝 멈추어 섰다.
“저건… 뭐냐?”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니지?”
“…저도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눈이 잘못된 건 아니지요?”
검군악, 양백흑악.
두 노괴가 눈을 부릅떴다.
믿기지 않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웬 복면을 쓴 마인이 혈련귀를 몰아치고 있었다.
그럴 수 있다.
세상은 넓고, 어디서 괴물 같은 기인이사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문제는 저 마인 놈이 펼치는 검이었다.
검군악을 능가하던 검술의 일대 종사, 흉마 위지천의 검로(劍路)가 검군악의 뇌리에 박혀들었다.
눈부시게.
* * *
저벅.
위지천이 나타나자 장내가 고요해졌다.
위지천의 정체를 아는 장삼은 얼굴을 밝게 했고, 흑랑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위지무는 고개를 갸웃했다. 위지천은 마공을 익힌 걸 위지무에게 밝히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것을 털어놓은 상대인 위지무이지만 차마 마공까지는 공개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검회의 초절정 고수 혈련귀는.
꿀꺽.
침을 삼켰다.
긴장한 거다.
‘뭐지, 저놈은?’
마인이다.
딱 봐도 패도적인 마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문제는 경지가 짐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절정으로만 보이는데, 이 느낌은 뭐란 말인가?’
오싹오싹 솜털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상대에게 경계심을 느끼고 있는 거다.
초절정의 경지인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일.
“…어디서 온 마도의 고인이신가? 천산(天山)인가, 마전(魔殿)인가?”
혈련귀는 일단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저만한 수준이면 마교나 혈교의 마인일 터. 섣불리 충돌하면 안 되었다.
특히 마기의 느낌상, 마교일 가능성이 높았다.
혈교야 워낙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라 강호 온갖 곳에서 유혈 충돌을 일으켜 싸워도 비교적 부담이 덜하지만, 마교는 이야기가 다르다.
“난 도마다.”
‘…도마?’
혈련귀는 마교에 이런 별호의 마인이 있나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다.
단, 마교는 폐쇄적이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마존이 많아 함부로 단언할 수 없었다.
“도마(道魔). 도를 좇는 마인이란 뜻이다.”
“…처음 듣는군. 마교에 그런 미친 별호의 마인이 있다면, 강호에 알려지지 않을 리가 없었을 텐데. 산마(山魔)인 건가?”
복면인은 부정하지 않았고, 혈련귀는 다소 마음이 편해졌다.
‘뒷배 없는 산마면, 후환이 없지.’
처음 느껴졌던 경계심은 여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상대는 절정으로 보였다.
초절정에 도달한 혈련귀가 상대의 경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었다.
“산마가 여기에 뭐 하러 온 거냐?”
“도를 좇으러 왔다.”
“뭐?”
“본좌는 과거 의선의가에 커다란 은혜를 입은 몸. 마인으로서 은혜를 갚는 게 내가 추구하는 도이다.”
“하?”
혈련귀는 얼핏 들었던 풍문이 떠올랐다.
검존의 무덤 때였나? 의선의가에 은혜 운운하는 정신 나간 마인이 출현했다고 했는데, 이놈인 것 같다.
“흑랑 용호는 비록 아비도 몰라보는 호로자식이긴 하지만, 의선의가의 피를 이었으니, 해를 끼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
“저놈을 가만히 놔두라고?”
“그래, 꺼져라, 이놈! 저 늙은이는 내 몫이다!”
흑랑까지 발끈해 외쳤고, 위지천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퍼억!
용호의 머리를 후려쳤다.
정통으로 백회혈을 가격해 용호는 꼬르륵 기절해 버렸다.
“이놈은 따로 내가 엄격하게 훈육하겠다. 그게 바로 나 도마(道魔)의 마인으로서의 도(道)이니!”
“미친놈이군.”
혈련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문답무용.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지. 정신을 차리게 해주마.”
혈련귀가 검을 꺼내 들었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이를 베었는지, 섬뜩한 귀기가 서려 있는 요검(妖劍)이었다.
콰아아아!
강렬한 기가 쏟아지더니, 기둥을 이루었다.
검강(劍罡)이었다.
지금껏 봤던 절정 극(極)의 어설픈 흉내 내기가 아닌, 천추(天錘)를 세운 진정한 검강.
“제법 고강한 마공을 익힌 것 같다만, 의미 없다. 갈가리 찢어 죽여주마.”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었다.
검강은 오로지 같은 강기로만 막을 수 있다.
절정이 초절정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 이유.
그나마 절정의 극(極)이 되면, 흉내 내기나마 검강을 쓸 수 있으니, 어느 정도 합을 나눌 수는 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극명하니까.
그런데.
파아앗!
위지천이 마주 검강을 펼치는 순간이었다.
혈련귀는 등골이 서늘했다.
‘뭐야? 저놈이 어떻게 검강을?’
혈련귀가 봤을 때 놈의 경지는 절정 입(入)이나, 높게 쳐주어 봐야 중(中)이었는데?
물론, 잘못 알아봤을 수 있다.
눈대중만으로 입중상극(入中上極)의 세세한 경지까지 정확히 분별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문제는, 놈이 펼친 검강이었다.
‘천추를 세운 건 아니야. 그저 흉내 내기. 심지어 정기신(精氣神)이 조화되지 못한 것처럼 검강의 형상도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왜 이런 두려움이 든다는 말인가?’
천추(天錘).
의지의 기둥.
정기신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스스로의 완성을 이루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
천추가 없는 검강은 속이 빈 강정과 다름없었는데.
콰앙!!
위지천의 검강과 충돌한 혈련귀의 안색이 굳었다.
오히려 밀린 거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혈련귀는 이를 악물고 더욱 검강에 강렬한 기운을 쏟아부었다.
강기의 탁함이 시커멓게 짙어졌다.
하지만.
콰아아앙!!
“크으윽!!”
결과는 똑같았다.
이번엔 아예 천추가 무너질 뻔했다.
‘강기의 기운에 밀린 게 아니야. 이놈. 정확히 천추의 틈을 노리고 있어.’
혈련귀 또한 초절정에 이른 검귀.
늦지 않게 사태의 원인을 파악했다.
혈련귀는 본인의 진단이 믿기지 않았다.
천추는 초절정에서 경지가 올라갈수록 틈이 사라지고 완벽해진다.
단, 초절정 입(入)의 천추라고 틈을 공략하기 쉬운 게 아니다.
아니,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천추는 고정된 물건이 아닌, 의지의 기둥. 실시간으로 맥동한다.
찰나 틈이 수없이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걸 정확히 노리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직접 몸으로 겪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는 안 돼. 다른 식으로 승부를 봐야 해.’
혈련귀는 전략을 바꾸었다.
스르륵.
혈련귀의 기세가 사이하게 변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검술로 승부를 보려는 거다.
‘멍청한 놈은 아니군.’
위지천은 복면 아래로 피식했다.
검강의 위력에 심취하는 건, 갓 초절정에 오른 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였는데, 빠르게 교정한 거다.
파앗!
혈련귀의 검이 위지천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날카로운 검격.
하지만, 허초다.
깜빡하고 속을 수밖에 없는. 아니, 속지 않아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음 실책을 저지르긴 했지만, 혈련귀는 만만한 검수가 아니었다.
검귀들의 집단인 사검회에서도 명성을 떨친 검수의 검이 부족할 리가.
단, 불행히도 상대가 좋지 않았다.
‘귀엽네.’
위지천은 혈련귀의 수작을 보며 스리슬쩍 웃음을 지었다.
마치 선배가 기특한 후배를 보는 듯한 웃음이었다.
‘간만에 몸을 풀어볼 만한 상대를 만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