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8)
의선명가 천재막내 79화(79/138)
제79화
‘본좌를 비웃는다고?’
착각인가?
에이, 착각이겠지?
검군악은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씰룩.
‘착각은 무슨! 감히 본좌를 비웃다니!’
검군악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너, 이놈….”
“아이고! 남양 사람들, 모두 나와 보십시오! 사파 놈이 착한 의원 잡네!!”
“흥, 사검회 흑도 놈들이 불쌍하군. 우리 의선의가의 천의무봉(天衣無縫)한 의술을 경험하지 못할 테니. 이는 어쩌구저쩌구….”
“천아, 지지. 이리 와.”
‘이 빌어먹을 것들이!’
누이의 품에 더욱 꼬옥 안기는 놈의 모습까지.
검군악은 뒤통수가 띵해졌다.
심지어 기웃기웃 사람들까지 몰려들고 있었다.
단순히 소란을 듣고 몰려온 게 아니다.
위지선은 흑귀문에 달려오면서 미리 아는 이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사람들이 몰려들면 사검회 놈들도 경거망동 못 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저 노인은?”
“검군악이야!”
“검군악이면? 십악이 흑귀문을 핍박하는 거야?!”
“우우우!! 우리 남양의 자랑 남양흑패(南陽黑覇) 장삼 대협을 핍박하지 말아라!!”
“우리 남양의 귀염 재간둥이 위지천 소선(小仙)도 겁에 질려 있어!!”
“우우!!”
엎드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장삼과 누이의 품에 안겨 겁에 질린 (척하는) 위지천의 모습이 남양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장삼과 위지천이 누구인가?
둘이 해낸 일이 조금 많나?
애틋하기 그지없는 둘의 망년지우, 백흑침선 관계도 남양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였다.
어느덧 둘은 남양 사람들 모두가 사랑하는 남양의 자랑이자,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우우우우!!”
“물러나라!!”
사람들은 군중이 되면, 때로는 놀랄 만큼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괜히 군중들이 창칼을 겨누는 군사들에게 돌을 던지는 게 아니다.
“흑악아. 나 당황스럽구나.”
“…저도 그렇습니다, 형님.”
검군악, 양백흑악.
강호 어딜 가도 공포로 군림할 사파의 두 초고수는 당황했다.
단, 검군악은 거대 문파를 일군 위인답게 이런 상황에서도 한 가지 중요한 점을 포착했다.
‘한수 이놈. 이런 저력의 의가를 함부로 건드려? 하아.’
한수는 현 문주인 악사검(惡蛇劍)을 말한다.
저 군중들의 지지를 봐라.
검군악이 봤을 때 의선의가는 평범한 의가가 아니었다.
“…어르신, 이곳 남양에는 무슨 일이신지요?”
“개방인가. 예전에 본 기억이 있군. 걸왕(乞王) 놈의 제자였던가?”
“네, 홍개라고 합니다. 위지천 소협이 무슨 실례라도 저질렀는지요? 혹시 오해가 있었다면 푸셨으면 합니다.”
개방 방주의 제자라고 해봤자, 검군악과 비교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처럼 하잘것없는 존재다.
그런데, 저 꼬마 놈을 위해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봐라.
저런 이가 홍개 하나일까?
소문을 들으니, 화산, 종남, 무당의 말코들도 은혜를 입었는데, 그들이라고 의선의가가 진짜 위기에 처하면 가만히 있을까?
‘한수 이놈. 이런 벌집을 건드리다니.’
한숨이 팍 나왔다.
“오해하지 마라. 노부는 누구도 핍박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장삼 대협께서 저러고 계신?”
“…저놈이 엎드려 있는 건 노부 탓이 아니다! 네놈! 도대체 왜 엎드려 있는 거냐?! 노부가 네놈에게 뭐라고 했다고?!”
“헙,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안 죽인다!! 노부가 언제 죽인다고 했느냐?! 애초에 노부는 네놈이 누군지도 모른다!”
검군악은 자신이 아무런 짓도 안 했는데, 여전히 벌벌 떠는 장삼의 모습에 이마에 힘줄이 빠직 돋았다.
“하아. 그래, 노부는 그저 저 소형제와 검을 겨루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흑도삼고검(黑道三高劍) 중 한 분이신 어르신께서 고작 지학(열다섯)에 불과한 어린 소협과 말입니까?”
“아니, 그게….”
‘이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거지 놈이! 저놈이 어떤 검술을 지녔는지도 모르고!’
검군악은 열불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저 꼬마 놈이 나이에 맞지 않은 무시무시한 마공을 숨기고 있는 것?
그딴 건 둘째 문제다.
검군악은 검에 미친 검귀.
아까 놈이 펼치던 검술이 지금도 머릿속에 훤했다.
‘어찌 검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검술 수준은, 글쎄.
‘상대적’으로 따지면, 훌륭하긴 하다.
어린 나이를 고려하면 경악스러울 정도.
아니, 비단 나이가 아니라, 사검회 내에서도 저만한 검술을 지닌 이는 거의 없으리라.
단,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먼 검.’
여기서 갈 길은 바로 검군악이 걷고 있는 검의 길(劍道)을 뜻한다.
초절정을 지나, 화경에 도달 후, 그 너머로 향하는 여정.
너무나 아득해 끝이 감히 짐작도 되지 않는.
아무리 악을 써도 한 걸음 나아가기도 어려운.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물론, 저런 소년에게 강호 최정상 절대 고수의 기준을 들이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검군악의 머릿속에 소년의 나이가 얼마인지는 이미 사라졌다.
하나의 대등한 검수로 소년을 바라보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검에 어떻게 그런 아름다움을 품을 수 있단 말인가?’
오로지 검군악이기에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
검군악은 여인보다 검을 더욱 갈망하는 이.
다시 위지천이 펼친 검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몸이 달았다.
그 아름다운 검을 직접 부닥쳐 느껴볼 상상을 하니, 여인과 정사를 앞둔 것처럼 흥분되기 그지없었다.
‘…다 늙어서 그런 변태 같은 눈빛으로 보지 말아줄래? 불쾌하거든?’
위지천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이거 이번에 어떻게 넘어가도 기어코 귀찮게 할 눈치인데. 이왕 이렇게 된 것, 한판 할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검군악을 이용해 이득을 볼 묘수가 있었다.
“혹시나 어르신께서 제게 가르침을 내려 주신다는 건가요?”
“가르침? 그건….”
‘아니, 가르침이 아니라. 검을 제대로 겨루고 싶은….’ 어쩌고저쩌고 떠들 것 같아서 재빠르게 말을 가로챘다.
“이 말학 위지천, 검군악 어르신께서 가르침을 내려 주시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끄응, 그래, 좋다. 노부가 직접 가르침을 내려줄 테니, 검을 들어라.”
가르침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검만 겨룰 수 있으면 되지.
그런데.
“아, 그런데 규칙은 어떻게 알고 있으면 될까요?”
“음?”
“아… 제가 진짜 어르신과 검을 겨룰 수는 없으니….”
검군악은 그딴 것 없이 한판 신명 나게 놀아 보자꾸나,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저 맹랑한 꼬마는 또 제 누이의 품으로 도망칠 게 분명했다.
“난 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
“네, 그리고요?”
“…검의 움직임도 어린 너의 기준에 맞추겠다.”
“네, 그리고요?”
검군악은 다시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다섯 합. 더도 덜도 말고 딱 다섯 합만 버텨라.”
“제가 어찌 감히 어르신의 다섯 수를. 어르신께서 고절한 초식을 쓰면 한 합도 버티지 못할 텐데요.”
“갈! 초식 따위 쓰지 않겠다!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로만 상대해주마!”
가로 베기.
세로 베기.
찌르기.
검술의 가장 기초 동작으로, 소위 말하는 시정잡배들이 익히는 삼재검법으로만 위지천을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지.’
글쎄.
이런 제약을 줄줄이 건다고 검군악과의 결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솔직히 힘들 것이다.
검군악이니까.
흑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며, 정사마를 다 합쳐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검술의 일대 종사가 검군악이다.
흉마 시절에도 간신히 승리했다.
검군악이 팔다리를 다 묶은 채 펼치는 삼재검법은 어지간한 초절정 고수가 펼치는 신공절학보다 날카로울 게 분명했다.
하지만.
‘뭐, 꼭 이길 필요는 없으니까.’
오히려 이기면 더 곤란하다.
적당히 분투하는 정도가 그림상 가장 좋았다.
과하지 않을 정도의 명성만 떨칠 수 있게.
“단, 나도 조건을 걸겠다. 만약, 네 검이 내 성에 차지 않을 경우, 사검회에 가입해라.”
‘승부에 패하면’이라는 조건을 걸지는 않았다.
검군악도 자신이 승부에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다.
“네. 대신 어르신께서도 제 검술이 만족스러우면, 지금까지의 은원을 잊고 의선의가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그래. 네가 자격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기대해 보겠다.”
이윽고, 승부가 펼쳐졌다.
검군악은 목검을 들었다.
파앗!
찌르기였다.
어떤 기교도 섞이지 않은.
미리 약조한 대로 내공도 쓰지 않았고, 검의 속도도 전혀 빠르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일격.
하지만.
‘미친. 장삼아, 바짝 엎드려 있길 잘했다. 저 검이 날 향했으면?’
이제 어엿한 절정 고수인 남양의 영웅 장삼.
어렴풋이 검군악의 찌르기의 진가를 알아보고는 덜덜 떨었다.
더욱 두려운 건, 장삼은 저 찌르기의 진정한 의미의 빙산의 일각조차 알아보지 못했다는 거다.
그럼에도 두렵고, 경이로웠다.
‘저게 십악. 내가 닿아야 할 목표.’
어느새 정신을 차린 흑랑 용호도 마찬가지로 경악했다.
현재 낭야회에는 검군악 같은 절대적인 검공의 고수가 없었다.
단순 세력으로 따지면, 낭야회는 사검회 이상이다.
하지만, 검군악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낭야회는 사검회에 대적할 수 없음을 절감했다.
지금 검군악이 펼친 찌르기는 그만한 경지의 검격이었다.
‘위지천, 저 망할 놈은 어떻게 저 검에 대응하려고?’
용호도 위지천이 어떤 수준의 괴물인지 안다.
칠조라 불리는 자신이지만, 격이 다른 존재.
하지만, 검군악이 선보인 검격은 그런 괴물조차 초라하게 만들 정도였다.
‘과연,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검군악도 기대에 차서 위지천을 바라보았는데.
‘뭐지? 저놈의 반응은?’
위지천은 애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려움도, 긴장도, 그렇다고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반응도 아닌.
지금 위지천의 속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면,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