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79)
의선명가 천재막내 80화(80/138)
제80화
‘검군악 저놈, 왜 이렇게 검이 시원찮아졌지?’
놀라운 생각.
천하의 검군악의 검을 보고 ‘시원찮다.’니?
하지만, 위지천은 진심이었다.
‘내가 예전에 본 검군악 놈의 검은 훨씬 대단했는데?’
지금도 검군악의 검이 형편없다는 건 아니다.
단순한 직선의 찌르기임에도 안에 깃든 묘리를 보라.
마치 거대한 뱀이 잡힌 먹이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듯했다. 압도적인 공포에 옴짝달싹 못 함은 물론, 어디로 몸을 틀어 피해도 바로 물어뜯길 것 같은 날카로움.
거기에 정중(正中)의 직선 속에서 마주한 이를 현혹하는 기이한 사이함까지.
검군악이 왜 검군악인지 알려주는 신묘한 한 수였으나.
‘왜 이렇게 잡다해?’
위지천은 검군악의 찌르기에 깃든 묘리들을 단번에 폄훼했다.
‘무거우면 무거울 것이지, 쾌(快)는 웬 쾌? 심지어 환(幻)까지?’
지금 검군악의 검에는 무려 세 가지의 묘리가 실려 있다.
중(重), 쾌(快), 환(幻)이다.
완전히 다른 성질의 묘리를 한 수에 섞다니.
경악스러운 일이지만, 위지천의 평가는 냉랭했다.
잡스럽다.
‘아. 생각해보니 저놈은 내가 만났던 검군악이 아니구나.’
위지천은 간과하던 사실을 떠올렸다.
위지천이 검군악과 검을 나누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십오 년 이상이 지난 다음이다.
당시 검군악은 화경 상(上)에서 극(極)을 바라보던 경지였다. 십악(十惡) 중에서도 손에 꼽는 절대 고수였다.
반면, 지금 검군악은 화경 중(中) 정도로만 보였다. 검의 깨달음도 그때보다 처지는 게 당연하리라.
‘뭐, 나쁠 것 없지. 상대하기 훨씬 편하겠어.’
위지천의 눈빛이 반짝였다.
물론, 위지천이 지금 검군악의 검을 압도할 수 있다는 건 절대 아니다.
잡스럽다는 평도 현경을 바라보던 입장에서나 해당하는 이야기이니까.
다른 일반 고수들, 심지어 같은 화경의 고수들도 검군악의 검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지금’의 위지천에게는 거대한 재앙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래도 한판 해볼 만한 재앙이야.’
항거 불능의 재앙.
어떻게든 발버둥 쳐볼 만한 재앙.
같은 재앙이어도 둘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후자의 경우,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지천이 검을 들었다.
파아앗!
검을 내찔렀다.
사선으로 휘어지는 찌르기였다.
내공은 사용했다.
대략 이류 수준의 정도(正道)의 내공을 담았다.
‘이걸 이렇게 반응한다고?’
검군악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아까 놈이 혈련귀를 상대로 보였던 ‘아름다운’ 검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건만.
‘대충 넘어가려는 건가? 감히.’
검군악이 검을 비틀었고, 위지천의 검은 간단히 튕겨 나갔다.
이어 검군악은 검을 베어 올렸다.
두 번째 수, 세로 베기.
이번엔 빨랐다.
물론, 빛이 번뜩하는 듯한 쾌검은 아니다. 위지천의 기준에 맞추기로 했으니까.
적당히 빠른 수준.
그럼에도 위협은 상상을 초월했다.
중(重), 환(幻)의 묘리가 그대로인 채 속도까지 빨라진 것이니까.
하지만, 위지천은 몸을 틀어 피하지 않았다.
가로 베기.
또 정면으로 검군악의 검에 맞섰다.
‘이놈?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검군악은 위지천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어린놈은 절대 검에 무지한 놈이 아니다. 검군악이 애가 타 검을 겨루자고 구애한 상대가 어찌 검을 모르겠는가?
이런 식의 대응이 옳지 않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봐라. 놈의 검은 힘없이 뒤로 튕겨날 뿐이었다.
‘불쾌하군.’
진짜 대충 넘기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감히 만용을 부리려는 건지.
어느 쪽이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검군악의 검이 변하였다.
앞선 두 수에서 검군악은 자신의 검의 깊이를 보여주었을 뿐, 진짜 위지천을 위협하지는 않았는데, 이빨을 드러냈다.
세 번째 수, 가로 베기.
‘어디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보자.’
이번에도 대충 넘기려고 한다면, 검군악의 검은 놈의 몸을 가를 것이다.
그때였다.
놈이 비웃음을 지었다.
“…….”
검군악은 잠시 눈을 의심했다.
‘내가 지금 잘못 본 건가? 착각?’
착각이 아니었다.
위지천의 눈빛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고작 이 정도?
그와 동시에.
놈이 다시 검을 움직였다.
마치 검군악의 가로 베기와 합을 맞추듯, 세로 베기였다.
지금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
결과도 똑같았다.
놈의 검은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그때, 놈이 다시 검을 움직였다.
똑같이 세로 베기였다.
재차 같은 수로 응수한 거다.
‘도대체? 차라리 피하기라도 하지?’
지금이라도 몸을 튼다면, 큰 상처는 피할 수 있었다. 검군악도 살초(殺招)를 쓴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놈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눈빛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이젠 진짜로 비웃음을 지은 거다!
하지만, 검군악은 분노하지 못했다.
도리어 눈을 크게 떴다.
위지천의 검에 담긴 묘리 때문이다.
‘패(覇)?’
같은 찌르기, 베기여도 안에 담긴 묘리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놈의 검에 담긴 묘리는 시종일관 패(覇)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식견 없는 이는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검군악의 눈에는 놈의 검에 담긴 패도(覇道)가 훤히 보였다.
단, 어리석은 일이다.
놈의 패도는 검군악의 검을 넘지 못한다.
검술적인 측면에서도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
지금 놈은 두 번째 세로 베기를 펼쳤다. 올바른 자세도 취하지 못하고 급하게 펼친 거니, 제대로 힘이 실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패(覇)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수였지만, 왜일까?
검군악은 돌연 등줄기에 전율이 돋는 것을 느꼈다.
화경에 이르러 발달한 상단전의 감이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강하지도, 무겁지도 않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짓밟고 파괴하려는 의지.
그 패도가 기적을 일으켰다.
까아앙!!
“!!”
검군악의 검이 옆으로 밀렸다.
볼품없이 튕겨 나간 건 아니다.
그저 검로가 살짝 비틀린 정도.
그래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내 검이 밀렸다고?’
밀린 정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밀렸다는 사실 그 자체다.
저 소년의 검이 한순간이나마 검군악의 검에 우세를 점했다는 것이니까.
경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군악의 검이 허공을 가르는 사이, 위지천이 검을 움직였다.
이번엔 공세를 펼친 거다.
사선 베기.
삼재검법의 천지인만큼이나 기초적인 수법.
내공이 실리긴 했지만, 기껏 해봐야 일류도 되지 않는 수준.
하지만, 검군악은 더는 소년의 검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선명한 패도(覇道).
‘아름답군.’
아까 혈련귀와의 싸움에서 보였던 경이로운 아름다움은 아니다.
하지만, 소년이 지금 펼치는 검은 이것 나름대로 아름다움이 있었다.
‘기대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그런데, 그때였다.
검군악의 검이 위지천의 검을 막는 순간.
위지천의 검이 변화를 일으켰다.
그저 흉포하기만 한 패도에 다른 성질이 깃들었다.
‘유(流)?’
부드러움.
패도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성질이다.
물론, 상반된 성질의 묘리를 한 검에 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당장 검군악만 해도 중쾌환(重快幻)의 묘리를 하나의 검에 담았으니까.
소년의 검은 단순히 두 상반된 묘리를 하나의 검에 담은 게 아니었다.
패(覇)와 유(流)를 하나로 합일했다.
순간, 검군악은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음양합일(陰陽合一).
두 상반된 성질은 하나가 되면 도리어 서로를 강하게 보완할 수 있다.
저 소년이 펼친 검도 그러했다.
사실 소년의 패(覇)는 검군악의 검에 실린 중쾌환(重快幻)에 미치지 못한다.
각각을 따져봐도 비교조차 불가하다.
검군악의 중(重)은 소년의 패보다 흉포하며, 쾌(快)는 더욱 사나우며, 환(幻)은 나락 같은 절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소년의 패(覇)가 부드러움을 품은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검군악의 중은 소년의 검을 짓밟지 못했다. 쾌는 덧없는 바람이 되었다. 환은 소년의 검을 흔들지 못했다.
소년의 검이 검군악의 검을 능가한 건 아니다.
동수(同數).
그게 한순간일지라도,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무엇보다 소년의 공세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다시 예의 그 검이 검군악을 향해 날아들었고, 검군악은 본능적으로 검을 움직였다.
그 결과.
서걱.
검군악의 검이 소년의 검을 두 동강으로 잘라내었다.
‘아.’
검군악은 실책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과하게 손을 써버린 거다.
어쩔 수 없었다.
무언가 따지고, 감상하고, 그런 여유를 부릴 검이 아니었다. 몸이 자연스레 반응한 탓에 이렇게 된 거다.
“…….”
장내가 정적에 잠겼다.
이 자리의 누구도 방금 둘이 나눈 검투(劍鬪)의 의미를 알아볼 눈이 없었다.
남양 흑도의 거물 장삼도 눈만 데구루루 굴리고 있었고, 흑랑 용호도 인상만 찌푸렸다. ‘고작’ 절정의 고수들이 알아보기에는 너무 고절한 의미를 담은 교환이었다.
초절정 극이자 백절(百絶)에 속하는 초고수인 양백흑악만 경악해 눈을 부릅뜬 채 위지천을 보았다.
이윽고.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부족한 검으로 어르신의 눈을 어지럽혀 죄송합니다.”
“…부족하다고?”
검군악이 눈썹을 꿈틀했다.
물론, 검군악에게는 까마득하게 미치지 못하는 검인 건 맞았다.
검군악은 모든 걸 봉한 채 정말 순수하게 기초적인 묘리만 사용했다.
만약, 검군악이 자신의 진짜 검술의 오 푼만 꺼내도 삼초 안에 저 소년의 목을 벨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만약, 저놈이 만약 나와 같은 화경의 고수였다면? 그래도 내가 저놈을 상대로 우세를 점할 수 있을까?’
검술이란, 단순히 검의 깨달음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그런 것이라면, 서탁 앞의 무학자(武學者)들이 최고의 검도 고수일 거다.
반복 숙달, 신체의 단련, 내공 등등이 모두 합쳐져 검술 경지를 이룬다.
그런 모든 요소에서 저 소년은 검군악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요소가 동일하다면?
그때도 검군악의 검술이 더 위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극단적인 가정일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차대의 천하제일검은 저 소년이구나.’
검군악은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