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8)
의선명가 천재막내 9화(9/138)
제9화
어떻게 해야 가문을 지킬 수 있을까?
돌아온 이후 위지천은 많은 고민을 했다.
답은 강해져야 한다, 였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얼마나?’였다.
일반적인 의가라면 사실 크게 걱정할 필요 없는 문제였다.
평범한 의가라 치면 절정 고수 하나만 식객으로 있어도 어지간한 날파리들은 얼씬도 하지 못할 테니까.
의선의가는 아니었다.
‘의선의가를 노리는 ‘진짜 배후’를 생각하면, 내가 다시 화경의 경지에 오른다고 해도 의선의가를 지키는 건 역부족이야.’
십객(十客).
십악(十惡).
십마(十魔).
각각 정파, 사파, 마도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고수들을 이른다.
그야말로 강호 무림 최정상에서 군림하는 기라성 같은 절대고수들.
단, 세인들은 이 삼십인을 넘어서는 별격의 존재들을 따로 뽑아 분류했다.
‘신주칠강(神州七强)’이었다.
이성(二聖) 무황, 검선.
이패(二覇) 창왕, 패왕.
삼재(三災) 천마, 혈마, 흉마.
위지천은 신주칠강 중 삼재(三災)의 하나로 꼽혔다.
그야말로 하늘 위의 하늘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으나.
‘솔직히 난 신주칠강 중에서는 약세인 편이었지.’
정사마의 십대고수들 안에서도 강약이 나뉘듯이 신주칠강도 마찬가지였다.
정사마 십대고수들의 우열이 화경의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느냐로 갈린다면, 신주칠강의 우열은 이렇게 나뉘었다.
현경에 완벽히 도달했냐, 아니면 걸치기만 했나.
‘무황, 천마는 확실히 도달한 이들이야. 패왕, 혈마도 가능성이 높고.’
신주칠강 중 누가 의선의가를 노리는 진정한 배후인지 모른다.
심지어 백선의가의 가주 조백일이 ‘그들’이라고 칭한 것을 따르면, 장막 뒤의 배후는 하나가 아니다.
즉, 위지천이 이전 삶 전성기 시절의 무위를 완벽히 찾는다고 해도, 아니, 심지어 현경에 완벽히 오른다고 해도 역부족이었다.
배후로 의심되는 신주칠강들은 단순히 본인의 무력만이 강한 게 아니라, 하나같이 거대 단체의 수장들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의선의가는 의가야. 개인의 무력만으로는 지키는 데 한계가 있어.’
이전 삶, 의선의가가 멸문하게 된 건, 외적의 침입 때문이 아니었다.
흉계에 빠진 탓이다.
권력으로 짓밟혔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의선의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지천 혼자 강해지는 것만으로는 무리였다.
의선의가가 강해져야 했다.
누구도 감히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그러니까.
‘천하제일의가가 되어야 해.’
일전 천하제일의가가 되겠다고 다짐한 건, 단순히 아버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서였다.
문제는 방법이다.
천하제일의가가 되고 싶다고 덜컥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뛰어난 의술 실력?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될 것이었으면, 지금 의선의가가 향(鄕)급 의가로 빌빌거리고 있지는 않았으리라.
도리어.
‘의가의 발전에는 경영이 중요해. 그러니까, 상단처럼.’
위지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유수의 거대 의가들은 단순히 환자만 열심히 진료해서 그런 성공을 거둔 게 아니다.
당장 이번에 의선의가에 수작을 부린 남중의가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쟁 상대가 자신을 위협할 싹수를 보이려 하자 수작을 부려 짓밟으려 했다.
이러한 수작이 부도덕하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가문의 생존전략이란 측면에서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다.
결국,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본질은 경쟁이고,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의업도 그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니까.
‘그런 면에서 의선의가는 가림막이 필요해. 성장하기 전까지 비바람을 막는 우산 역할이 되어줄.’
뒷배라고도 할 수 있었다.
위지천이 가문의 가림막이 되는 건 무리였다.
무공이 부족한 건 아니다.
아직 절정이지만, 향급 의가를 지킬 수준으로는 차고 넘쳤으니까.
문제는 위지천이 너무 어리다는 거다.
고작 열다섯 살.
명문 대파의 수재들도 열다섯 살에 절정에 오르는 건 불가능했다. 신주칠강으로 꼽히는 이들도 어린 시절 열다섯 살에 절정이 되지는 못했을 거다.
‘천재 등장으로 괜히 강호의 주목만 끌게 될 거야.’
이런 주목은 의선의가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다들 위지천이 강해진 배경을 조사할 것이고, 천선신공의 비밀을 알게 되는 이들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의선의가가 충분히 강해지고 난 다음이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이런 식의 주목은 피해야 했다.
따라서 다른 가림막을 찾아야 했는데, 그때 걸려든 게 하필 흑귀문의 장삼이었다.
별 볼 일 없는 흑도 문파였지만, 별 볼 일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지금 의선의가의 수준에 딱 알맞았다.
“아, 아니, 대협?”
“대협이라니요, 대인!! 이제 저는 의선의가의 개이니, 편하게 장가야, 라고 불러 주십시오!”
다들 뜨악한 시선으로 장삼을 바라보았고, 위지천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똑바로 못 해? 다들 의심하잖아. 분골착근(分骨錯筋) 시원하게 한 번 더 갈까?
“!!”
장삼의 눈동자가 아무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저놈은 진짜 악마다! 내가 왜 저런 악마를 건드려서!’
장삼은 아까 위지천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피를 지릴 것만 같았다.
그만큼 끔찍했다.
위지천이 어린 소년이란 게 더 무서웠다.
천연덕스럽게 해맑은 얼굴이 악마가 쓴 가면처럼 보였다.
-모두가 납득하게 잘 연기해봐. 아까 내가 각본 귀띔해 주었잖아. 못하면, 또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될 테니.
‘안 돼!’
장삼이 사색이 된 채 혼신의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크, 크흠.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제가 이러는 건 다 여기 악ㅁ… 아, 아니, 위지천 공자님 덕분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위지천 공자님께서 이 짐승 같은 장 모에게 인간의 도리에 대해 가르침을 내려 주셨습니다.”
“??”
옆에서 위지천이 나섰다.
머리를 긁적이며.
손사래를 치며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장 대협께서 과찬이 심하십니다. 전 그저 아버지께서 지금껏 얼마나 백성들을 위해 노력해 왔는지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내 이야기를?”
위지천이 존경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버지께서 환자들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옆에서 지켜봤으니까요. 장삼 대협께서 아버지의 선행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주제넘게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천아.”
모두가, 특히, 위지선의 마음이 울컥하였다.
저 순수한 소년이 아비를 위하는 마음으로 흑도의 무뢰배에 따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요동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장삼은 위지천이 가증스러울 뿐이었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렇게 가증스러울 수가! 저놈은 분명 악마다! 악마!!’
움찔.
그 순간, 위지천과 눈이 마주쳤고, 장삼은 허겁지겁 연기를 이어갔다.
“위지천 공자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장 모는 지난 삶을 크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대인, 존경합니다. 제 사죄를 받아 주십시오!!”
“허허. 허?”
위지선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놀라운 일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 장삼 대협께서 준비한 게 있다고 해요.”
“!!”
장삼이 퍼뜩 정신 차렸다.
저 악마가 그를 살려주는 대신 요구한 조건이 몇 개 있었다.
“여봐라! 내 방에서 금고를 가져와라!”
“!!”
흑귀문의 문도들이 당황해 명령을 따랐다.
“여기 제 성의를 받아 주십시오!”
원보가 잔뜩 들어 있었다.
대충 보니 열 개가 훌쩍 넘어 스무 개에 가까워 보였다.
은자로 치면 거의 천 냥에 가까운 거금.
“아, 아니, 받을 수 없습니다.”
“안 받아주시면 제가 죽습니다!”
“…네?”
“그, 그게… 그렇지 않아도 어제 꿈을 꾸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지은 죄를 참회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아 죽을 것이라고. 무뢰배인 제가 이렇게 돈이라도 안 쓰면 어디서 어떻게 참회를 하겠습니까? 대인께서 뜻깊게 써주십시오!!”
“허, 허, 허.”
옆에서 위지천이 또 추임새를 넣었다.
“아버지께서 환자를 위해 그 돈을 쓰면, 장삼 대협께서도 기뻐하실 거예요. 그렇죠, 대협?”
“그렇습니다!!”
장삼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내게 이런 수모를 겪게 하다니. 남중의가 놈들 가만히 두지 않겠다.’
장삼은 이를 바득 갈았다.
그가 의선의가에게 시비를 건 건, 전적으로 남중의가의 사주 때문이었다.
남중의가만 아니었다면, 그가 이런 수모를 겪는 일도 없었을 텐데!
감히 저 악마에게 대적할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저 악마는 장삼에게 독약까지 먹였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끔찍한 독약을!
-한 달에 한 번씩 의선의가로 찾아와. 네가 하는 걸 봐서 해독제를 줄 테니.
앞으로 잘 기란 뜻이었다.
“대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놈들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 장 모가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습니다!!”
“허, 허, 허? 고, 고맙습니다?”
소동이 마무리되었고, 남양 전역에 소문이 퍼졌다.
흑귀문주 장삼이 의선의가의 선행에 감동하여 의선의가의 지킴이를 자처하였다고.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목격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흑도 문파마저 감화시킨 의선의가의 선행!
의선의가의 명성이 한차례 올라갔다.
또 주목받는 이가 있었다.
장삼의 마음을 움직인 위지천이었다.
-효심으로 흑도 문파를 꾸짖은 소년!
공자(孔子) 이래로 무릇 효는 중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
남양 사람들은 하나같이 위지천이 보인 효심을 칭찬하였다.
남양효협(南陽孝俠)이란 별호 아닌 별호까지 얻게 되었다.
‘소문이 가라앉으면 금방 잊힐 별호이지만, 마음에 드네.’
위지천은 흡족한 얼굴을 했다.
효협(孝俠).
지난 삶 별호인 흉마 따위보다 훨씬 좋지 않은가?
‘지난 삶에는 효도라고는 먼지만큼도 하지 못했으니까. 못난이로 속만 썩였지.’
심지어 백선의가의 꾐에 넘어가 가문이 멸문하게 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기까지 했다.
그때의 잘못이 가슴에 낙인처럼 남아 있었는데, 효협이란 별호를 얻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번 삶은 지난 삶과 다를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뭘 좋다고 히죽거리고 있냐, 이 불효자 놈아.”
형, 위지강이었다.
“불효자라니요. 남양 사람들이 절 보고 뭐라고 부르는지 알지 않습니까?”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그것보다 불효막심한 게 없는 법인데. 목숨 아까운지 모르고 그런 무모한 짓을 하다니. 네놈은 장삼 대협이 손바닥만 휘둘러도 머리가 터져서 죽었을 거다.”
음.
효자라고 칭찬하는 건 밖의 사람들 이야기이고, 가족들은 위지천을 크게 나무랐다.
특히 형, 위지강은 만날 때마다 폭풍 잔소리를 퍼부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의견례를 대비해 공부 중인데.”
위지강은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더니, 얼굴을 굳혔다.
“네게 하나 물을 게 있어서 왔다.”
“무엇입니까?”
위지강은 입을 우뚝 다물었다.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기색.
그러더니.
“너 장삼 놈을 설득할 때, 무슨 수를 쓴 거냐?”
“!!”
위지천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형, 위지강의 눈빛에 가득한 건 의구심이었다.
‘원래도 형님은 예리한 면이 있었지.’
위지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