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80)
의선명가 천재막내 81화(81/138)
제81화
생각해봐라.
지금 저 나이에 저런 수준이다.
아무리 마공을 익히고, 폭렬단을 사용했다지만, 초절정 고수인 혈련귀를 패퇴시켰다. 그것도 농락하듯이.
비상식적인 무공의 경지보다 두려운 건, 검에 대한 조예였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저 소년은 반드시 화경의 경지에 오른다. 그것도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야.’
육체, 기운, 깨달음.
정기신(精氣神).
경지를 올리는 데 이 중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특히 초절정에 도달하려면, 정기신 각각 모두 자신만의 완성을 이룩해야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를 따지면, 단연코 신(神)인 깨달음이다.
정기(精氣), 육체와 기운은 누구나 노력하면 경지를 이룩할 수 있다.
재능과 방법, 수단에 따라 빠르고, 느림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神), 깨달음은 다르다.
어릴 적 천재 소리를 듣다가 절정 문턱도 못 넘는 자칭 기재가 한둘인가?
빠르게 초절정에 오른 후 이후 남은 평생 동안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괜히 깨달음을 얻으려면 하늘이 허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다.
검군악이 보기에 저 소년은 이미 깊은 깨달음을 품고 있었다.
‘오히려 정기의 발달에 비해 너무 깨달음이 지나쳐, 불균형이 생긴 상태야. 저 불균형이 독이 되어 언젠가 사달을 일으킬 터.’
하지만, 그 불균형마저 해소한다면?
그때 강호에 또 다른 절대 고수가 출현하게 되리라.
‘차라리 지금 죽일까?’
검군악의 눈빛이 스산해졌다.
별호에 군(君) 자가 들어가면 검만 아는 검치(劍痴)이지만, 사파는 사파.
위협이 될 싹을 미리 제거하는 건, 사파의 흔한 사고방식이다.
과연 악사검 한수가 장래에 저 소년을 당해낼 수 있을까?
본인의 핏줄이지만, 검군악은 아들의 그릇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저 사파의 악적이 우리 남양소선을 해치려는 건가?”
“안 돼! 우리가 남양소선을 지키자!!”
“꺼져라, 사파의 노괴야!”
검군악이 불온한 기색으로 꾹 입을 다물고 있자, 새끼를 지키려는 것처럼 이빨을 드러내는 군중들.
‘몰래 마공이나 익힌 놈 주제에 무슨 인망을 이렇게나 쌓은 거야?’
그때, 위지천이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다시 한번 오늘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서로 오해를 풀고 앞으로 사검회와 우리 의선의가가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 싸우는 건 슬프니까요.”
“!!”
검군악은 흠칫했다.
위지천이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던 거다.
-지금 내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으면, 사검회는 의선의가의 적이 될 것이다.
정확하다.
해맑은 음성과 다르게 검군악을 보는 위지천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감히 내게 협박질이라니.’
검군악은 웃음이 나왔다.
이상하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아마 마음속으로 저 소년을 인정했기 때문이리라.
“만약, 친구가 되면? 의선의가는 우리 사검회와 영원한 친구가 될 수 있는가?”
“그건 모르죠.”
“뭐?”
“아무리 친했어도 절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허울뿐인 약속보다는 서로를 조심히 공경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우정도 영원하겠죠.”
“하하! 네 말이 맞는구나. 우문현답이다.”
검군악은 번지르르한 확언보다 소년의 말이 더 신뢰가 갔다.
“좋다. 네 말대로 사검회와 의선의가가 친구가 되자꾸나.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이요?”
“내 아들놈이 의선의가에 선물을 주려고 했다고 들었다. 그 선물을 받아주어라.”
“그건….”
“걱정하지 말아라. 이 검군악이 이딴 선물을 빌미로 삿된 요구를 할 것 같으냐? 그저 아들놈이 너희에게 범한 무례를 사과하는 의미다. 너희 의선의가와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라고 봐도 좋다.”
위지천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의 검군악이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어려웠다.
“대신, 나도 네게 바라는 게 있다.”
“무엇입니까?”
“우리 사검회의 검우(劍友)가 되어주도록.”
“!!”
위지천은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앞서 언급했듯, 사검회는 사파의 검귀들이 모여 탄생한 집단이다.
단, 강호에 검에 미친 검귀들이 사검회에만 있을까?
기존에 다른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든지, 일신의 사정상 사검회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사검회와 검에 대해 교류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을 사검회의 검우(劍友)라고 불렀다.
‘사검회가 순수하던 초창기에는 검우들의 교류도 활발했다고 하지. 그때는 정파인 중 검에 미친 검치들도 종종 사검회의 검귀들과 교류를 나누고는 했다고.’
그러니까, 검군악이 젊었을 시절 이야기다.
당대 천하제일검인 검선(劍仙)이 젊은 시절 사검회와 교류하던 검우였다는 사실은 강호에 유명한 이야기였다.
사검회가 일반 사파 문파처럼 변질한 지금은 과거의 추억이 된 이야기.
‘저 아이의 검은 분명 사검회에 큰 충격을 줄 거다.’
처음의 기치를 잃은 사검회는 이대로라면 천천히 몰락하게 될 거다.
검군악은 위지천의 존재가 사검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했다.
“허락한 것으로 알겠다. 다음 교류회 때 검우로서 만나길 기대하겠다.”
파앗!
그 말을 끝으로 검군악과 양백흑악은 사라졌고, 드디어 사검회가 일으킨 파란이 막을 내렸다.
‘교류회라니. 그 귀찮은 곳에.’
위지천은 지그시 인상을 찌푸렸다.
말 그대로 천하의 검귀들을 초청해 검을 교류하는 행사였다.
‘내 마인으로서의 정체를 알고 있으니, 거절하기도 곤란하군. 검군악 놈이 치졸하게 이런 것으로 겁박할 성격은 아니긴 하지만.’
사실, 검군악이 폭로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소문을 듣고 무림맹의 조사관이 나오면, 직접 체내의 마기를 살펴보라고 하면 된다.
이번에야 폭렬단의 후유증으로 완벽히 마기를 갈무리하지 못해 꼬리를 잡혔지만, 평상시라면 천선신공의 공능으로 마기의 흔적을 완벽히 숨길 수 있었으니, 누가 맥문을 잡고 조사해도 들키지 않을 거다.
단,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마인으로서 나서는 데 제약이 생기긴 할 거다.
‘교류회는 일단 당장의 일은 아니니,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지금은 다른 게 더 중요했다.
“천아! 괜찮으냐?! 얼굴이 창백하지 않으냐?! 이 망할 노망든 늙은이가 남의 귀한 막내를 내상까지 입게 해?!”
위지선이 노심초사 위지천을 걱정했다.
걱정하는 건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위지천의 안색이 정말 내상 때문에 창백했던 탓이다.
검군악 때문이 아닌, 극진폭렬단을 사용한 여파였다.
‘이 정도야 몇 달 정도만 잘 다스리면 별문제 없을 내상이니 걱정할 것 없는데.’
“전 괜찮….”
“이놈! 그게 무슨 불효자 같은 소리냐?!”
“형님?”
“강아?”
방금 불효자 운운한 건 위지강이었다.
위지강이 잔뜩 빨개진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가 물려주신 몸을 상하게 하는 건 커다란 불효이거늘(豈敢毁傷)! 내상까지 입어놓고는 괜찮다고 헛소리를 하려 해?! 얼마나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으려고?!”
“강아…? 아비인 나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아버지께서 그렇게 오냐오냐하시니, 저놈이 천둥벌거숭이처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저러는 것 아닙니까?!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무서운데… 어쩌고저쩌고…!!”
위지선, 위지상아, 위지천은 슬그머니 뒷걸음질 쳤다.
폭주 위지강의 잔소리는 누구도 못 말린다.
도망가는 게 상책이다.
“…그런데, 누님. 이제 좀 품에서 놔주시면?”
“절대 안 돼. 누나 걱정하게 했으니, 당분간 못 벗어나.”
그러면서, 위지상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천이를 아프게 한 늙은이, 내가 죽이겠어. 최대한 고통스럽게.”
“…….”
위지천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늘 그렇듯 시끄럽고 정신없는 가족들이었지만,
‘…이렇게 걱정받는 것도 나쁘지 않네.’
사실 험한 꼴은 흉마로 지낼 때 훨씬 더 자주 겪었다.
지금 정도의 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는 하루가 멀다고 목숨의 고비를 넘기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그때 위지천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슴에 칼이 관통당한 후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난 다음에도 혼자 본인을 추렸을 뿐이다.
그러니, 가족들의 과도한 걱정이 익숙하지 않고 낯 뜨거웠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좋을지도.’
“뭘 배시시 웃는 거냐?! 잘못한 것도 모르고?! 어쩌고저쩌고!”
“아이고, 위지강 공자! 천이 잡겠습니다, 그만 잔소리하십시오!”
“남양의 자랑 위지천 소선 만세!!”
“의선의가 만세!!!”
“장삼 대협도 만세!! 장삼 대협, 이제 그만 바닥에서 일어나셔도 됩니다!”
“백흑침선의 우정 영원하라!!”
그렇게.
남양 사람들이 위지천과 의선의가의 이름을 높게 외쳤고, 하늘도 의선의가를 향해 미소 짓듯이 화창하게 반짝였다.
* * *
남양은 크게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동서남북, 중앙이었다.
각 구역마다 특징이 있었다.
중앙은 중심 도로로 번화했고, 남쪽은 일반 민초들의 지역, 동쪽은 빈민 지역, 서쪽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사는 곳이다.
북쪽은 남양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이 모여 있는 동네다.
고위 관원들, 부호, 지주들 등등, 남양에서 어깨에 힘주고 사는 이들은 모두 북쪽 지역에 터를 두었다.
그런 북쪽 거리에 깊은 곳.
장원이 있었다.
동선의가(銅善醫家)였다.
명실상부 남양제일의가.
의선의가가 최근 무시무시한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지만, 아직 동선의가의 위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유평 가주의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죄송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와병 중이십니다.”
“허어! 도대체 이게 몇 달째인가? 물론, 유화 소가주, 그대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남양천가가 유평 가주에게 진료받은 세월이 얼마인데?”
“거듭 죄송합니다. 아버지께서 병석에서 일어나시면 곧바로 말씀 전하겠습니다.”
뜻밖의 대화.
남양제일의 명의인 동선의가의 가주 유평이 병석에 앓아누웠다니?
아버지의 병세 때문인지 유화의 얼굴도 어두웠다.
실랑이를 벌이던 사람도 유화의 무거운 안색에 더 뭐라 하지 못하고 떠났다.
홀로 남게 된 유화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아픈 거면 다행이지.”
유화가 씁쓸히 말했다.
“남양제일의 명의가 광증(狂症)에 빠지다니. 이걸 누구에게 말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