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81)
의선명가 천재막내 82화(82/138)
제82화
광증(狂症).
유평 가주가 미쳤다는 거다.
믿기지 않은 일.
유평은 보통의 명의가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남양에 정착 후 남양제일의가를 일구었다.
놀라운 건, 유평이 딱히 대단한 수완을 가진 인물이 아니란 거다.
의선의가가 겪는 일들을 보면 알겠지만, 의가가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사업적인 수완이 필수였다.
유평은 그런 수완 따위 없이 묵묵히 진료만 보았는데, 이토록 커다란 성공을 거둔 거다.
유평의 뛰어난 의술 덕분이었다.
남양 사람들이 공공연히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유평 가주가 명예욕이 있었다면, 천하 십봉(十峰)의 한 명으로 꼽혔을지도 모른다.
그런 유평 가주가 미치다니?
하지만, 진실이었다.
‘차라리 단순한 광증이 온 거면, 다행일 텐데.’
유화가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였다.
“소가주.”
“아, 종리 숙부.”
종리혁.
동선의가의 총관이자 의가의 호위인 의검대의 대주를 맡고 있는 이다.
“의검대의 인원을 확충해야 할 것 같다. 입이 무거운 이로.”
“…지금 숫자로는 부족한가요?”
“그래. 점점 힘에 버겁다.”
동선의가는 명성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가주 유평이 가세 확장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원의 숫자도 적었고, 필요한 의검대, 즉, 호위 무사의 숫자도 적었다.
“…제가 직접 가서 볼게요.”
유화가 향한 곳은 가주의 집무실이었다.
집무실은 오랜 기간 비어 있었던 듯 휑했는데, 유화가 서재 안쪽의 무언가를 조작하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쿠르릉.
바닥이 열리며 지하 계단이 나타난 거다!
“…처음 아버지가 이런 비밀 공간을 만든 걸 알았을 때 경악했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이라도 없었으면 우리 힘으로는 가주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
유화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꽤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말라비틀어진 약초와 엉망으로 널브러진 문서들이 이곳이 원래는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던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과거의 일이다.
-크르릉.
마치 짐승의 것처럼 거친 괴성.
유화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니 믿기지 않은 광경이 보였다.
유평.
남양제일의 명의가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거다!
“크아아아아악!!! 크르르르르!!!!”
광기에 싸인 눈동자, 울부짖음.
인간으로서의 이성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더 안 좋아지셨군요.”
“그래, 갈수록 공격성이 늘어서 큰일이다.”
“…아버지의 병세상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솔직히 우리 동선의가의 사정상 유평 가주를 더 감당하는 건 어렵다. 그러니….”
“그건 안 돼요.”
종리혁은 유평 가주를 포기하자는 거였다.
하지만, 유화는 딱 잘라 거절했다.
“그래도 제 아버지예요. 물론… 아버지가 저렇게 되신 건 본인 스스로 때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요. 어떻게든 치료해볼 거예요.”
사실 유평 가주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마냥 선인은 아니었다.
은밀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그저 아무도 모르고 있을 뿐.
유화는 아버지 유평의 실체를 엿보게 된 후 절망하였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포기하지는 못했다.
그녀와 유평은 가족이라는 사슬로 묶여 있으니까.
“가요. 사련의가(邪聯醫家)에 새로운 치료법을 문의해볼 테니, 이번엔 차도가 있을 거예요.”
종리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광증도 종류가 다양하다.
원래 광증 치료의 최고 종문은 마교의 마종의가였지만, 유평 가주의 광증은 사련의가 쪽이 전문이었다.
‘사련의가의 치료법을 쓰면, 아버지의 광증도 조금은 나아질지도 몰라.’
물론, 유화도 사실 안다.
유평의 광증은 어떤 치료로도 효과 없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이런 희망이라도 없다면 버티기 어려웠다.
* * *
이후 일 년의 세월이 지났다.
의선의가에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 년이었다.
“크흠, 무야. 내가 누구라고?”
“쯧쯧, 인제 지겹지도 않수?”
“안 지겹다! 내가 바로 남양제일의가 의선의가의 가주 위지선이다!”
그렇다.
의선의가는 일 년의 세월 동안 완전히 자리를 잡아 이제 어엿한 남양제일의 의가가 되었다.
“에잉. 형님은 도대체 언제 철이 들 거요?”
“뭐, 뭐. 내가 어때서? 내가 이래 뵈어도 남양제일의 명의이거늘!”
“…그것도 동선의가의 유평 가주가 은퇴해 오른 자리 아닙니까?”
“내 의술도 유평, 그놈에 결코 못하지 않는다!”
“…나도 형님의 의술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 민망하지 않소? 형님 스스로 말했듯 남양제일명의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체면 좀 챙기시오.”
“무야, 너 왜 이리 삐딱하냐? 용이 놈이랑 또 싸웠느냐?”
“싸우긴 무슨! 애초에 화해한 적도 없수다!”
둘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런저런 일이 많이 있었다.
오랜 기간 병으로 두문불출하던 동선의가의 가주 유평이 은퇴했다.
유평의 은퇴는 의선의가가 남양제일의가가 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동선의가는 가주 유평의 이름값에 기대던 몫이 컸으니까.
단, 유평의 은퇴에 대해 이런저런 설왕설래가 많았다.
-유평 가주는 병이 아닌, 딸인 유화 소가주에 의해 유폐된 것이다!
-유평 가주는 사실 미쳤다!
-유평 가주가 사마외도의 사술에 빠져 가문을 등지고 떠났다!
-유평 가주가 가문을 떠나기 전, ‘위선적인 이들아. 각오해라. 악신(惡神)이 되어 돌아오리라!’라고 저주를 남겼다고 한다!
도대체 왜 저런 소문이 퍼진 건지, 하나같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라 다들 웃어넘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유평 가주가 사마외도의 사술에 빠졌다니. 거기에 악신? 누가 저런 웃기는 소문을 퍼트린 건지.”
“단강의가회(丹江醫家會) 놈들의 수작 아니겠습니까? 우리 의선의가까지 엮어서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벌인 수작이겠지요.”
“흠.”
“얼마 전 천이가 당부한 이야기나 명심하십시오. 이번 단강의가 회합 때 반드시 우리 의선의가가 단강의가회의 회주(會主)가 되어야 합니다.”
원래 남양, 서협, 등주, 양양 등 인근의 의가들을 통틀어 단강의계(丹江醫界)라고 부르며 서로 교류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식으로 회(會)를 발족한 거다.
이유는 하나였다.
의선의가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크흠.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 의선의가 말고 누가 회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이냐? 이제 우리 의선의가는 평범한 일개 지(地)급 의가가 아니거늘!”
지난 일 년은 위지천이 뿌려놓은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열매를 맺는 시기였다.
의선의가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게 내실이 튼튼해졌으며, 위지천이 해낸 일들이 널리 퍼지며 수많은 환자가 몰리게 되었다.
비단 남양의 환자들뿐이 아니다.
인근 단강의 환자들은 물론, 하남성 먼 곳이나 심지어 호북, 섬서 쪽에서도 환자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얼마 전 태화자(太話者)가 ‘의선의가 특별편’이란 주제의 의협신보를 발간해 이렇게 이야기했을 정도.
-의선의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地)급 의가에 선정된 지 이제 일 년여밖에 되지 않았건만, 누가 의선의가를 신생 지(地)급 의가로 여기겠는가?
-의선의가의 기세는 땅에 뜬 별(地星)과 같으니.
-과연 땅에 뜬 별이 하늘로 승천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해 볼 일이다.
인근 의업계가 발칵 뒤집히는 내용이었다.
태화자는 의선의가를 지성의가(地星醫家)로 평가한 거다.
-말도 안 되는?!
-의선의가가 무슨 지성의가란 말입니까?
-최근 유명세를 떨치긴 하지만, 그래 봤자이거늘!
주변에서 반발하는 이유가 있었다.
의선의가가 지성의가란 말은, 인근 의가 중 의선의가가 가장 으뜸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환자들이 의선의가로 몰리고 있었는데, 더욱더 심화하리라.
하지만, 인근 의가들은 뭐라고 반박하지 못했다.
십악(十惡) 태화자가 직접 내린 평가이니까.
같은 십악인 검군악도 툭 지나가며 이런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의선의가? 이 검군악이 인정하는 의가지.
참고로, 일 년 전, 의선의가와 사검회의 갈등은 화기애애하게 봉합되었다.
위지강이 소회주 혈검귀의 절단된 손가락을 봉합해 주었고, 양측은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맺기로 했다.
이후 사검회는 큰 환자가 생길 때마다 낙양에서 남양까지 환자를 보내 의선의가의 치료를 받았고, 이런 일들이 쌓이며 의선의가는 더욱더 커다란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니, 인근 의가들이 어찌 의선의가를 깎아내리겠는가?
대신, 주변 의가들은 다른 묘책을 내었다.
단강의가회의 발족이었다.
“썩을 놈들. 우리 의선의가를 쏙 빼놓고 단강의가회를 발족하다니.”
“천이가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단강의가회에 뒤늦게라도 가입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단강의가회는 의선의가에 대적하기 위한 의가들의 연합.
따라서, 의선의가만 쏙 빼놓고 발족했는데, 위지천이 기지를 발휘했다.
-단강의가회의 으뜸이 되면, 우리 의선의가는 성(星)급 의가가 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거예요.
의선의가가 성(星)급 의가!
일 년 전만 해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물론, 아직 의선의가가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더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는 들리지 않았다.
가능할 거다.
언젠가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 들어가도 될까요?”
익숙한 음성.
여전히 맑고, 순수한 느낌이지만, 일 년 전과 비교해 조금은 성숙해진 목소리.
“들어와라.”
의선당의 문이 열리며, 한 소년이 들어왔다.
위지천이었다.
위지선은 일 년간 부쩍 성장한 막내 위지천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 막내, 내 자랑. 내 보물.’
의선의가의 모두는 알고 있었다.
의선의가가 이렇게 된 게 누구의 덕분인지.
모두 위지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