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84)
의선명가 천재막내 85화(85/138)
제85화
천하의 위지천이 누군가가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 여인이 살수였다면, 위지천은 크게 곤란한 처지에 빠졌을 수도 있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단다. 기척 없이 나타난 건, 내가 익힌 무공 때문이란다.”
“…살수이신가요?”
“살수?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예전에 비슷한 일을 하긴 했으니까.”
위지천의 의심이 짙어졌다.
그는 본격적으로 여인을 살폈다.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해맑게 밝았다.
외모도 아름다웠다.
위지상아에 못하지 않은 외모.
그 말은 눈앞의 여인이 강호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는 수준의 미인이라는 뜻이다.
맑은 인상 때문에 정확한 나이는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대략 위지강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무공 수준이 높아 보이진 않았다. 여인이 말한 대로 무언가 신비한 수법으로 위지천의 기감을 피했다는 뜻.
“흐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 귀엽구나. 남양소선의 외모가 사슴처럼 귀엽다는 보고는 많이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미공자였을 줄이야.”
위지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예술품을 감평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해맑은 인상도 그렇고, 멀쩡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
‘마교의 마두 중에 이런 식으로 미친 애들이 많던데.’
위지천은 싱긋 표정 관리를 하였다.
“제가 어려 견식이 짧아 여협을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성함을 알려 주시겠어요?”
뜻밖에 여인은 순순히 답해주었다.
“사마수련.”
“…네?”
“아, 이름만 덜컥 말하면, 네가 모를 수도 있겠구나. 음,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이냐면… 맡은 직위가 많아서 뭘 말해줘야 할지 고민되는구나.”
사마수련은 천진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미 위지천은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 그녀의 모든 정체를 깨달은 뒤였다.
‘이 마녀가 갑자기 왜 여기에?’
지화(智花) 사마수련.
무림맹 총군사의 이름이었다!
“무림맹의 사마수련 군사님을 뵈어요.”
위지천이 예를 표하자, 사마수련은 고개를 저었다.
“하하,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총군사이니 뭐니 해도, 그저 착취당하는 신세에 불과하니까. 이곳에 온 이유도 무림맹의 총군사로 방문한 게 아닌, 의원으로 온 거란다.”
“의원으로요?”
“그래, 나도 나름대로 의원이거든. 물론, 지금은 일선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되었지만.”
무림맹 총군사가 의원이라니?
고개가 갸웃할 이야기지만, 사마수련의 이름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사마수련.
사마세가의 핏줄이다.
제갈세가와 쌍벽을 이루는 지자(知者)들의 가문.
정파가 무림맹과 세가맹으로 나누어진 후, 제갈세가는 세가맹의 지낭이 되었다.
자연스레 사마세가는 무림맹의 머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
대의가의 시대를 맞아 재능 있는 무림 세가가 의업을 겸하는 건 흔한 일.
사마세가도 뛰어난 머리를 바탕으로 의업에 뛰어들었고,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도 보통의 성공이 아니었다.
일성의가가 된 제갈세가조차 까마득하게 내려다볼 정도로.
천봉의가(天峯醫家).
사마세가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무림맹에는 원체 환자가 많으니까. 어마어마한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천(天)급 의가가 되었지.’
참고로, 제갈세가가 유명세와 다르게 고작(?) 일성의가에 머무른 건, 세가맹의 환자가 무림맹보다 적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세가맹의 구성원들은 다 부자라 각자 자신들만의 전담 의가가 있었다.
어쨌든, 사마세가의 인물들은 의원이나, 무림맹의 군사나 사무직을 맡는 게 보통이었다. 둘 모두를 겸직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사마수련은 양쪽을 다 겸하는 경우였다. 단, 총군사가 된 이후에는 군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 기감을 피한 건, 사마세가의 비전인 비류신보(飛流神步) 덕이겠군. 무림 세가치고 무공이 약한 대신, 다양한 재주에 능한 가문이니까.’
참고로, 위지천이 사마수련의 얼굴을 보고 바로 알아보지 못한 건, 이전 삶 사마수련의 얼굴을 직접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난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마수련은 그때 가면을 쓰고 있었다.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말끔하군. 하긴, 무림맹에 일어났던 혈사(血史)도 아직이니까.’
어쨌든 위지천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무림맹의 총군사가 왜 여기에?
“의원으로 오셨다는 건?”
“말 그대로란다. 무림맹 소속으로 온 게 아니라, 개인적인 변덕으로 참석한 거라서. 흥미 가는 사안이 하나 있어서.”
“동선의가에요?”
“아니, 너희 의선의가에.”
“…무슨 말이죠?”
“후후, 그런 얼굴 하면 더 귀엽잖니. 천봉의가에 올 생각은 없니? 아니면, 무림맹 군사 보조가 될 생각은? 이런 귀여움이라니. 옆에 두고 계속 감상하고 싶구나.”
“…사양할게요. 의선의가에 흥미가 있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세요.”
“음, 이대로라면, 너희 의선의가가 멸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
위지천의 얼굴이 굳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멍멍이 소리?’
라기에는 말을 꺼낸 이가 보통 상대가 아니었다.
무려 무림맹 총군사.
강호에서 가장 뛰어난 지혜를 가졌다는 이 중 한 명.
너무 어린 나이부터 과로에 시달려 살짝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허튼소리를 할 이는 아니다.
무엇보다 무림맹의 정보력은 강호 제일이지 않나?
무림맹은 사방이 적이라 강호의 온갖 정보를 수집하기로 유명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강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니?”
갑자기?
사마수련은 똑똑하게 미쳤다는 소문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생뚱맞은 설명을 이어갔다.
“황조가 바뀌는 전란의 시대를 거치며 무림의 힘도 커졌단다. 황실은 민초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무림이 그 역할을 대신했으니까. 무림이 중흥하면서 함께 덕을 본 게 어디인지 아니?”
“의업계 아닌가요?”
“그래, 보고받은 대로 똑똑하구나.”
삼척동자도 아는 내용이었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상계의 격언처럼, 무림인들의 요구 때문에 의술은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하였다.
“의술의 발전은 무림 문파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단다. 무림인들은 부상을 입어도 이전처럼 쉽게 죽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러면, 여기서 심화 문제! 의술의 발전으로 무림 문파는 어떤 추가 혜택을 보았을까?”
위지천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번뜩 하나의 답이 떠올랐다.
‘저 마녀가 이유 없이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았을 테니.’
“혹시 주술의 발전을 말하는 건가요?”
“!!”
사마수련은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설마 위지천이 맞힐지 몰랐다는 눈치.
“그래, 네 말이 맞았단다. 왜 강호에 주술사가 흔하게 보이지 않는 건지 아니?”
“그거야 주술은 약하니까요.”
의외로 주술은 무림에서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오히려 역사와 전통만 따지면, 주술이 무공보다 더 뿌리가 깊을 거다.
하지만, 실제 강호에서 주술사는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약하니까.
온갖 거창한 의식 끝에 길고 긴 주문과 진언을 외우고, 하늘의 이치를 살피며 주술을 펼쳐봤자, 무림인이 휘두르는 검기 한 번보다 못한 게 주술의 현실이었다.
각 문파에 아직 주술사가 남아 있는 건, 그저 명맥이 끊기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일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술사의 위상이 변했다.
의술의 발전 때문이다.
“의술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그릇됨을 올바르게 바로잡는 것. 인간의 모든 병은 결국 사기(邪氣)로 인해 음양오행에 문제가 생기면서 비롯되는 법이니까.”
주술과 이게 무슨 상관이냐면,
“주술은 반대로 세상의 이치에 반해 인위적으로 음양오행을 비트는 행위. 의술의 발전 덕분에 주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단다.”
의술이 발전했다는 건, 인간이 음양오행의 이치를 더욱 깊게 헤아리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게 뜻밖에 주술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
‘물론, 그래 봤자이지만.’
주술이 무공에 비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도 이전의 주술이 코웃음이 나오는 광대놀음 같았다면, 지금은 제법 날카로운 비수가 되었다.
무림인도 제법 신경 써야 하는.
“단, 고약한 건, 의술의 발전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다른 이들의 생명을 희생시켜 이용하는 사마외도의 수법을 쓰는 주술사가 많아졌다는 거란다. 실제로 그런 주술사의 주술이 훨씬 강하고.”
위지천은 주술사 한 명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술사이면서 훗날 무려 십마의 위에 오른 놈인데, 그놈이 얼마나 많은 양민을 자신의 주술을 위한 제물로 바쳤는지 모른다.
“이곳 남양에서 흉악한 주술의 흔적이라도 발견된 것인가요?”
“그래, 역시 똑똑이. 네 말이 맞았단다.”
“…그게 우리 의선의가와 무슨 상관이죠?”
“상관이 있지. 이대로라면 너희 의선의가가 공범으로 몰릴 테니까.”
“!!”
위지천의 얼굴이 굳었다.
“…당황스러운 이야기네요. 우리 의선의가가 사마외도의 술법에 공범이라니.”
“꼭 알고 해야만 공범인 게 아니지 않니. 세상을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공범이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란다. 딱히 나쁜 의도가 없어도.”
거기까지 들은 위지천은 슬슬 사태의 윤곽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왜 계속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너희 의선의가는 동선의가와 친하지?”
“…친한 건 아니에요. 다만, 환자 처치 때 동선의가의 도움을 받고는 했어요.”
의선의가의 실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다만, 의선의가는 과거 원체 가난했기에 귀한 약재를 상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면 아무래도 귀한 약초를 써야 한다. 필요한 약재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환자가 악화하는 걸 바라만 봐야 할 때가 많았다.
그때, 곤란해하던 의선의가를 도와준 게 동선의가의 유평 전 가주였다.
-만약, 의선의가의 사정상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가 생기면, 동선의가로 보내십시오. 이 유평이 힘을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