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85)
의선명가 천재막내 86화(86/138)
제86화
위지천은 과거를 더듬어 보았다.
‘유평 가주에게 보낸 환자들의 생존율이 어떻게 되었지?’
정확히는 모른다.
의선의가가 동선의가에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이송한 건, 굉장히 오랜 기간 해왔던 일이다.
도리어 최근에는 환자를 보내지 않았다. 의선의가의 사정도 나아지면서 비싼 약재를 상비할 수 있게 되었고, 더는 동선의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따져보면.
‘동선의가에 보낸 환자 중 사망한 이가 적지 않아.’
-인명은 재천이니. 천하의 유평 가주도 하늘의 뜻은 거스를 수가 없구나.
언젠가 위지선이 씁쓸히 이렇게 말했던 일이 기억이 났다.
동선의가에 보낸 환자 중 적지 않은 이가 사망했기에 한탄한 거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위지선도 절대 실력이 절대 모자라는 의원이 아니다.
오히려 순수한 의술 실력을 따지면, 유평 가주 이상이리라.
위지선의 실력은 궁핍한 의선의가의 사정 때문에 실제보다 평가절하 된 면이 있었다.
위지천이 보기에 위지선의 실력은 천하에 이름 높은 명의들보다 절대 못하지 않았다.
그런 위지선이 살리지 못했던 환자들이다.
아무리 동선의가에서 귀한 약재를 쓴다고 해도 그런 환자들이 살아날 가능성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만약, 그 환자들이 병이 악화하여 죽은 게 아니었다면?’
위지천은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그 환자들의 죽음이 병으로 인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치료를 담당한 유평 가주 외에는.
“유평 전 가주는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을 상대로 사마외도의 수작을 부렸단다. 주로 문제가 생겨도 탈이 나지 않을 가난한 이들을 노렸지. 너희 의선의가에서 보냈던 환자들처럼.”
“…유평 전 가주가 사마외도에 빠졌다는 건 확실한 건가요?”
“그럼. 이미 확인까지 끝난 일이란다. 유평 가주는 구민각(救民閣)이라고 너희 의선의가에서 보낸 가난한 환자들을 진료하는 처소를 따로 마련했는데, 그곳에서 일을 저질렀더구나.”
곤란한 일이었다.
의선의가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는 해도, 죄에 연루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무슨 이런 똥이.’
그때, 위지천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이전 삶 때는 별문제 없이 넘어갔을까? 분명 의선의가도 연루되었을 텐데.
‘아. 아버지가 뒤에서 조용히 처리한 거구나. 남몰래 상현의가에 가서 고개를 숙이고 온 거야.’
당시 이 근방 의업계를 장악한 곳은 상현의가였다.
상현의가에 무릎 꿇는 대가로 불문에 부치게 해준 듯했다.
실제로 이후 의선의가는 겉으로는 지(地)급 의가가 되었지만, 완전히 상현의가에 복속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상현의가는 멸문하여 사라졌고.
‘…의선의가의 위상도 과거와 달라졌지.’
마냥 좋은 일이 아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의선의가는 친구가 많지. 화산, 종남, 개방, 제갈, 심지어 사검회까지. 인근의 어지간한 대문파는 모두 호의를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적도 많죠.”
위지천은 사마수련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신 이야기했다.
그래, 의선의가는 적이 많다.
의선의가가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다.
그저 의선의가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 잘 아는구나. 단강의계의 의가들은 모두 의선의가의 적이라고 보아도 옳을 거다. 지금껏 의선의가가 맞선 적들과는 다른 부류이지. 그들은 너희 의선의가에 개인적 악의는 없지만, 그래서 더욱 상대하기 어려울 거란다.”
위지천은 동의했다.
단강의계의 의가들은 딱히 어떤 욕심이나, 나쁜 마음으로 의선의가를 적대하는 게 아니다.
그저 생존 때문에 의선의가를 적대하는 거다.
의선의가가 이대로 성장하면, 자신들이 무너질 테니까.
생존이 걸렸기에 더 독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의선의가를 무너뜨리려고 할 거다.
이 비정한 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비록 일반 지(地)급 의가들이긴 하고, 최근에는 의선의가에 밀리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들을 절대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단다. 그들이 수십 년 이상 지역의 유지로 닦아온 인적 기반은 의선의가가 쉽게 따라갈 수 없으니까.”
사마수련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만약 일이 터지면, 단강의계의 의가들이 혼자 움직이지는 않을 거란다.”
“외부의 조력을 받을 거라는 건가요?”
“그래, 내가 보기엔 섬서의가(陝西醫家)나 하남의가(河南醫家)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단다. 두 성(星)급 의가가 최근 너희 의선의가를 거슬리게 여기는 건 알고 있니?”
서로 죽고 죽여야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의업계.
거친 기세로 성장하는 의선의가를 위의 성(星)급 의가들이 고운 눈으로 보고 있을 리는 만무했다.
특히 주변 거대 문파들이 모두 의선의가에 호의적인 것도 그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으리라.
물론, 손을 쓰기에는 원체 체급이 안 맞으니, 지금껏 지켜만 보고 있던 거겠지만, 기회가 생긴다면 잠자코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위협이 될 싹을 미리 짓밟는 건, 의업계의 유구한 전통이니까.
“거기에 혈교도 너희와 원한이 있지. 중앙 정계에 혈교의 끄나풀이 은근히 많은 건 알고 있니? 아, 생각해보니 백선의가도 너희의 성장을 언짢아하는구나.”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고.
하지만, 위지천은 싱긋 웃어 보였다.
해맑게.
장삼이 치를 떠는 그 미소였다.
“그래서요?”
“흐음?”
“우리 의선의가에 큰일이 일어난 건 충분히 알겠으니, 군사님이 진짜 하시고자 하는 이야기를 말씀해 주세요.”
“하하? 너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생긴 건 인형처럼 귀여운데, 머리는 똑똑하고. 정말 내 밑으로 오지 않을래? 누이처럼 잘해줄게.”
“미안한데, 이미 제게는 누이들이 많아서요.”
위지천만 보면 부둥부둥 귀여워하려는 건 사마수련뿐만이 아니다.
위지상아는 갈수록 더 위지천을 끼고 살려고 하고 있고, 단여도 말만 높이는 척하지, 위지천을 동생 취급하고 있었다.
“내가 제일 예쁘고, 능력 좋을 텐데? 하하, 사실이니, 그렇게 흘겨보지 말렴. 너처럼 귀여운 애가 그런 식으로 보면 이 누이 상처 입는단다.”
“본론을 말씀해 주세요.”
“내가 너희 의선의가를 비호해 주려고.”
“!!”
사마수련이 부드럽게 웃었다.
“너는 모르고 있겠지만, 난 꽤 오래전부터 의선의가를 지켜봐 왔단다. 특히, 널 주목해서 지켜봤지. 의선의가는 협의를 외치는 정파에서도 보기 드문 의로운 곳이니까.”
“…….”
“그러던 중 이번 일을 보고받고는 생각했단다. 이대로라면, 의선의가는 큰 곤욕을 피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직접 오게 되었단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우리 의선의가를 염려해 주셔서 감사해요. 자리를 오래 비워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
“…응?”
“군사님도 무림맹까지 먼 길 조심히 돌아가세요. 따로 배웅은 하지 않을게요.”
“…얘야? 내 말을 잘 못 들었니? 내 도움을 받으면, 너희 의선의가는 아무 곤란도 겪지 않을 수 있단다.”
“대신, 우리 의선의가는 무림맹에 묶이는 처지가 되겠지요.”
“!!”
사마수련의 미소가 사라졌다.
위지천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군사님의 제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어느 한 곳에 전속하는 건, 우리 의선의가의 이념에 맞지 않아서요.”
넓게 보면, 사마수련의 제안은 과거 사검회가 의선의가의 목에 올무를 걸려 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다.
뜻밖의 일은 아니다.
원래 인간 세상사가 다 이런 법이니까.
늘 상대에게 자신의 아군인지, 적인지 선택을 강요한다.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회색분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아예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한미한 존재이거나.
아니면,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만한 거대한 존재가 되거나.
‘이미 의선의가는 바짝 엎드려 눈치를 보기에는 존재감이 너무 커졌지.’
비슷한 일을 숱하게 마주할 거다.
앞으로 의선의가가 만날 이들은 둘 중 하나일 테니까.
의선의가를 무너뜨리려는 흉심을 품고 있거나.
아니면, 의선의가를 욕심내는 탐욕을 품고 있거나.
그게 바로 의선의가가 살아가는 의협강호(醫俠江湖)의 비정함이니까.
“으음. 이 누이의 제안을 너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단다. 진짜 의선의가에 호의가 있어서 도움을 주려는 것이니까. 내가 과로에 조금 미치긴 했어도, 착하게 미쳤단다.”
“마음 감사해요.”
거절이었다.
‘사실, 뭐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하지. 훨씬 쉬운 길이기도 하고.’
무림맹을 뒷배로 얻으면 의선의가의 미래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일 거다.
사마수련도 방금 말한 것처럼, 의선의가에 호감이 있어서 한 제안일 것이고.
하지만, 안 된다.
무림맹에는 무황(武皇)과 검선(劍仙)이 있다. 백선의가 뒤 진짜 ‘배후’일 수도 있는.
어쩌면, 호랑이 아가리에 스스로 들어가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딱히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요.”
“흐음? 의선의가에 친구가 많은 건 알지만, 이번 일은 쉽지 않을 거란다.”
안다.
앞서 사마수련이 경고한 것처럼 의선의가를 거슬리게 여기던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수완을 총동원해 의선의가를 묻으려고 달려들 테니.
영친왕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 나서면 모를까, 쉽게 수습이 안 될 가능성이 높았다.
‘가까스로 멸문은 피해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거야. 한동안 재기는 꿈도 꾸기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아니, 다른 이들의 도움은 받지 않을 거예요.”
“흐음?”
“군사님,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세요?”
위지천은 씨익 웃었다.
“위기는 기회란 말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냐?”
“전 이번 사태가 다르게 보이거든요.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의선의가의 가세를 확 확장할 기회로 보여요.”
사마수련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위지천은 쿡쿡 웃음을 삼켰다.
현성(賢星), 사갈(蛇蝎), 마뇌(魔腦)와 더불어 강호 최고의 두뇌라 꼽는 그녀가 그의 말을 이해 못 하는 게 재밌었던 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사마수련이라도 지금 위치천이 속에 품은 마음을 짐작할 수 없을 테니까.
‘우리라고 흉계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지. 이건 정당방위라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사치인 비정한 의협강호.
위지천은 가문을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기로 다짐한 지 오래다.
‘내가 생각하는 흉계가 성공하면, 우리 의선의가는 성(星)급 의가가 되는 데 필요한 기반을 단번에 마련할 수 있어. 성(星)급 의가가 되는 데 필요한 시간도 훌쩍 앞당길 수 있을 거야.’
위지천은 군침이 돌아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