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86)
의선명가 천재막내 87화(87/138)
제87화
이후 사마수련과는 헤어졌다.
사마수련은 아직 늦지 않았다면서, 혹시나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라고 비상 연락책을 알려주고 갔다.
동선의가의 가주 취임식도 마무리되었고, 의선의가 일행들은 다시 가문으로 돌아왔다.
곧바로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주최한 건, 뜻밖에 위지강이었다.
“동선의가에 큰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유평 전 가주가 사실….”
위지강의 잔소리 화탄 공격을 버티지 못한 유화는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유평 전 가주가 사마외도의 사술에 빠졌다고? 도대체 언제부터?”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이미 일 년도 전에 주술의 부작용으로 광증에 빠진 상태였다고. 다만, 유화도 유평 전 가주가 사마외도(邪魔外道)에 손을 대었다는 건 최근에나 알았다고 합니다.”
전말을 종합하면 이러하다.
유평 전 가주는 자신이 주술에 빠진 걸 동선의가의 일원들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광증에 빠지게 되어 발각되었다고.
다만, 유화를 비롯해 동선의가 측에서는 설마 가주가 인륜을 저버리는 끔찍한 짓까지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동선의가는 유평 전 가주의 광증을 치료하기 위해 강제로 요양시키고 있었는데, 이번에 탈출했다고 합니다. 흔적을 쫓다가 유평 전 가주가 저지른 죄악을 알게 되었다고.”
“사련의가를 초청한 건, 유평 전 가주가 정확히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겠군요.”
“그렇다. 확실한 전말이 밝혀지면, 유화는 자신이 직접 모든 걸 고백하고 대신 죗값을 치르고 싶다고 하더구나.”
위지강은 시뻘게진 눈으로 말했다.
…뒷마당에 가서 눈물이라도 흘리고 온 모양이지만, 지금 중요한 건 월하미남 위지강의 눈물이 아니었으니, 모른 척하였다.
“좋지 않군.”
“네, 좋지 않습니다, 형님.”
“유화 가주도 우리에게 폐가 안 가게, 의선의가가 무고함을 알리긴 하겠지만….”
“주변의 썩을 놈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겠죠.”
위지선과 위지무가 무거운 안색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의업계에 잔뼈가 굵은 두 명답게 이번 일이 의선의가에 어떤 풍랑이 될지 정확히 짐작하고 있었다.
“유평, 망할 놈. 남양제일명의랍시고 잘난 척할 때부터 내가 알아봤지. 이런 똥을 뿌려?”
“형님, 유평 가주야말로 참된 의인(義人)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제 와서 다른 의가들한테 지금껏 잘난 척해서 미안하다고 싹싹 빌면, 넘어가 주지 않을까?”
“넘어가 주겠습니까? 그러니까 자랑질 좀 적당히 하지 그랬습니까?”
“에휴. 망할 놈의 세상. 이제야 조금 먹고살 만해지나 했더니, 옆에서 똥을 뿌리다니.”
위지선과 위지무는 다시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유평 전 가주는 도대체 무슨 사술에 빠진 거라고 하던가요?”
“환혼술(還魂術)이라더구나.”
“…환혼술이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위지천은 황당한 얼굴을 했다.
‘환혼술이면 제대로 된 주술이 아니라, 허접한 사이비 사교(邪敎)에서나 취급할 잡술이잖아.’
상식적으로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게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의외로 많은 이가 빠져드는 게 환혼술이었다. 신분의 고하, 지능의 유무, 재산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만큼 간절한 사정을 품은 이가 많기 때문이다.
‘괜히 매번 강호에 죽은 이의 부활을 미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이비 사교가 출현하는 게 아니니까.’
다만, 한 가지 의아한 건,
“…유평 전 가주가 잃은 가족이 있던가요?”
“아니, 없는 것으로 안다. 부인과 헤어지긴 했지만, 금슬이 악화해 갈라진 거지, 딱히 사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웬 환혼술?”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환혼술에 빠지는 건 보통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이들을 잃은 이들이다.
‘유평 전 가주가 떠나면서 남겼다는, ‘악신(惡神)이 되어 돌아오겠다.’라고 한 이야기는 뭐야?’
위지천이 고민에 빠진 사이, 위지선과 위지무도 대책을 논의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입니다. 소문이 퍼지기 전에 어떻게든 유평 전 가주를 잡아서 입을 막고 이번 일을 덮어야 합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희생된 이가 많은데….”
“아니, 형님! 이런 상황에서 꼭 그렇게 착한 척을 해야겠습니까?! 실제로 별로 착하지도 않은 분이! 지금 억울한 건 괜히 휩쓸려 죄를 덮어쓸 우리이지요!”
“착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했다.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가 나중에 밝혀지면, 더 큰 화를 입을 것 아니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죠!!”
“전 아버지의 말에 동의해요.”
“…천아?”
모두 동그란 눈으로 위지천을 보았다.
“이번 일에 우리 의선의가가 뭐 잘못한 것 있나요?”
“…없지. 억울하게 얽혔을 뿐.”
“네, 맞아요. 하지만, 만약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면, 그때는 진짜 공범이 되는 거예요.”
완벽히 은폐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미 무림맹에서 알고 있다.
어딘가에서 소문이 새어 나갔다는 뜻이다. 결국 퍼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희생자가 적지 않은데 그냥 덮기도 찝찝하기도 하고요.”
“알겠다. 그러면, 네 시커먼 진짜 속마음을 말해봐라.”
“희생자의 억울한 넋을 풀어주어야….”
“그러니까, 이번 일을 핑계로 또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 거냐니까?”
위지무는 물론, 위지선도 위지천이 무슨 말을 꺼낼지 기다렸다.
다들 지난 일 년간의 경험으로 자신들의 막내가 단순히 착하고 귀엽기만 게 아니라, 영악(?)한 면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번 일이 소문으로 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들 우리 의선의가를 물어뜯으려 달려들겠지.”
위지천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숙부는 신성(新星)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아세요?”
“갑자기? 새롭게 성(星)급으로 성장한 의가에 주변 의가들이 굴복하게 되며 일어나는 일 아니냐?”
“비슷한데, 조금은 달라요. 과거 사례들을 보면, 새로운 신성(新星) 의가가 먼저 주변 의가를 핍박한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러면?”
“지레 겁에 질린 주변 의가들이 먼저 새로운 신성 의가에 덤벼들다가 도리어 역으로 불에 타 자멸하게 되는 거죠.”
“!!”
위지천은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신성(新星) 현상을 의도하는 건 아니지만. 만약, 이번 일로 주변 의가들이 우리를 핍박하려다가 역으로 큰 횡액을 입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우리는 정당방위니까요.”
* * *
위지천은 추가로 구체적인 계획을 이야기해 주었다.
단, 모든 계획을 이야기해 주지는 않았다.
가족들에게 여과 없이 밝히기에는 조금 거시기한 계획들도 있었으니까.
이후.
“다들 와주어서 감사하오. 이렇게 남양의 의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참으로 뜻깊은 자리이오.”
남운루(南雲樓).
남양에서 비싸기로 손꼽히는 주루다.
과거의 위지선이라면 꿈에도 꾸지 못하던 곳.
‘천이 덕분에 내가 이런 곳도 와보는구나. 역시 우리 막내가 최고다!’
기분에 도취한 위지선이 호방하게 외쳤다.
“오늘 이 위지선이 크게 한턱내겠소이다! 마음껏 시키시오! 난 야채 소면 특짜 한 그릇!”
“시끄럽소. 지금 음식이 입에 넘어갈 상황이오? 분위기 좀 살피시오, 위지선 가주!”
“…아니, 주루에 왔으니, 음식은 시켜야지. 여기 소면이 유명….”
“아, 좀!!”
화중의가의 가주 단소천이 싸늘하게 외쳤다.
다른 이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철마의가의 가주 탁목운도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단, 이들이 이러는 건, 의선의가 때문이 아니었다.
“뭐라고 말 좀 해보시오, 유화 가주. 이를 어쩔 거요!!”
단소천의 서슬 퍼런 외침이 방 한구석에서 시커멓게 죽은 안색으로 앉아 있는 유화에게 향했다.
그렇다.
지금 분위기가 이런 이유.
유평 전 가주가 저지른 일을 남양의 다른 의가들도 알게 된 거다.
그런데, 왜 이런 반응이냐고?
동선의가에 중한 환자를 보낸 건 의선의가만 그랬던 게 아니다.
화중의가와 철마의가 역시 지금껏 유평 전 가주에게 많은 환자를 보냈다.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할 거요?! 동선의가 때문에 남양의 의가들이 모조리 몰살당할 판 아니오?!”
“…면목이 없습니다!”
“면목이 없다고 하면 다요?! 모두 다 죽게 생겼다니까?!”
“…우리 동선의가의 잘못이니, 다른 의가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할 테니….”
“동선의가에서 무슨 수로?!”
위지선은 가만히 눈을 데구루루 굴리며, 단소천이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
‘천이가 이야기한 대로구나. 모아놓으면 알아서 싸울 거라더니. 특히 저 소인배 단가 놈이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그렇다.
위지선이 이런 자리를 주선한 건, 위지천이 낸 꾀 때문이었다.
-이번 위기는 우리 의선의가의 세력을 크게 확장할 기회예요.
‘녀석.’
위지선은 막내의 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귀엽고, 착하고, 잘생기고, 능력도, 머리도 좋은 위지선의 자랑.
…가끔 영악함이 지나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모두 가문과 가족들을 위해서임을 안다.
‘그러니, 나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막내가 저렇게 애쓰는데, 아비로서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마침, 그때였다.
단소천이 화살을 위지선에게 돌렸다.
“뭘 그렇게 실실 웃고 있으시오?! 지금 가장 큰 일이 난 게 의선의가임을 모르시오?!”
“알고 있소. 이대로라면, 우리 의선의가는 큰 재앙을 면치 못하겠지. 그래서 내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오?”
“그게 무슨 의미이오?”
“먼저 하나 묻겠소. 이 자리에 있는 이 중 이번 일과 관련해 잘못한 이 있소?”
“…없소. 우리 화중의가는 억울하오.”
“우리 철마의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화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사실 그녀도 죄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아비인 유평 전 가주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남양 의업계를 노리는 적들은 우리의 억울함을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요.”
“…말해보시오.”
“우리가 하나로 뭉쳐야 하오. 하나는 약해도 모이면 강해지는 법이니.”
“!!”
모두 흠칫 놀라 위지선을 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모임을 발족하겠소. 이름은 의선회(醫仙會). 의선회에 가입하면, 우리 의선의가가 여러분을 지켜주겠소.”
이번 일을 기회로 남양 의업계 전체를 꿀꺽하려는 위지천의 계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