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89)
의선명가 천재막내 90화(90/138)
제90화
“유평 전 가주가 배운 주술, 진주언가에서 배운 것 아닌가요?”
언월운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 유평은 진주언가의 제자. 떠나기 전 주술 몇 개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가르쳐서 보냈다. 유평이 그간 진주언가를 위해 봉사한 노고를 생각하면, 주술 몇 개야 가르쳐줄 수 있는 일이었으니. 대단한 주술도 아니었다.”
“거짓말.”
“뭐?”
“유평 전 가주의 손을 빌려 주술을 실험해 보려고 했던 것 아닌가요?”
진주언가는 지금도 주술을 왕성히 연구하고 있다.
진주언가의 주술은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발전한 상태다.
천(天)급 의가가 되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수많은 주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문제는 새로운 주술을 실험해 보기가 곤란하다는 거다.
검술과 다르게 주술은 직접 사람에게 펼쳐야만 그 효과를 알 수 있으니까.
대관절 누구에게 실험해 본다는 말인가?
저기 혈교 놈들이야 양민을 납치해 실험 대상으로 삼고는 했지만, 아무리 진주언가가 사파여도 그럴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죽을죄를 저지른 죄인에게 깔짝깔짝 실험해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다른 이에게 실험을 ‘위탁’하기도 했다.
유평은 진주언가에 젊은 시절을 바친 믿을 만한 인물. 마침 주술을 익히길 바랐으니, 실험을 위탁하기 딱 알맞은 상대였다.
“공자께서 직접 오신 것도 주술을 확인하러 온 것 아닌가요?”
“그래서? 우린 유평에게 사마외도의 잘못을 저지르라고 종용한 적은 없다. 유평 스스로 저지른 잘못일 뿐이다.”
언월운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진주언가는 절대 책이 잡힐 짓을 하지 않는다.
실험 위탁을 할 때도 대놓고 부탁하지 않는다.
뭐 하러 그런단 말인가?
혼자 머릿속에서 알고만 있으려고 주술을 배우는 이는 없다.
다 어딘가에 쓰려고 배우는 거다.
그러니, 따로 부탁할 필요도 없이, 주술을 알려주기만 하면 알아서 열심히 실험해주기 마련이다.
주술을 배운 이가 그 과정에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그건 진주언가의 잘못이 아니었다.
“확실히 유평 전 가주의 잘못은 진주언가가 시킨 게 아니긴 하죠. 그런데, 그게 중요할까요?”
“뭐?”
“아시잖아요. 때로는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란 것을.”
처음으로 언월운의 표정이 굳었다.
방금 위지천이 한 이야기.
익숙한 내용이었다.
-위가야. 잊지 마라. 때로는 범인을 잡는 데 진실보다 중요한 게 있다.
-…누명을 씌운다는 이야기를 당당히 하지 말아라.
위지천은 이전 삶, 언월운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조금 그립네.’
언월운은 위지천을 이용하기 위해 친구가 되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친구였다.
텅 빈 위지천과 비틀린 언월운은 제법 마음이 맞았다.
“공자께서 수사할 때 많이 쓰던 방식 아닌가요? 목표를 처벌하려고 할 때, 마땅한 증거가 없으면 누명도 서슴없이 덮어씌웠잖아요.”
위지천은 해맑게 웃었다.
“사망공자를 모셔가면, 무림맹에서도 환영할 것 같은데. 기꺼이 뇌옥을 열어 한 십 년 정도는 융숭하게 모시지 않을까요?”
“…네놈. 후환이 두렵지 않으냐?”
“누구의 후환요?”
언월운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가 누명을 덮어써 무림맹 뇌옥에 갇히면?
통쾌하게 여길 놈이 대다수다.
수사관으로 활약하며 사도맹 내에서 적지 않은 원한을 쌓은 탓이다.
‘물론, 진짜 무림맹이 내게 중형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무림맹 뇌옥에 갇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크게 체면을 상하게 된다. 가문 내에서 입지를 잃게 될 거야.’
사련의가는 현재 형제들끼리 치열하게 가주 경쟁 중이었다.
언월운이 남들의 원한 사는 것을 감수하며 수사관으로 손에 피를 묻힌 이유도 가주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였다.
‘외통수이군.’
위지천은 이미 언월운의 모든 걸 파악 후 수작을 걸어왔다.
벗어날 구멍이 없었다.
“너 이름이 뭐지?”
“위지천이에요.”
“아, 기억나는군. 신룡(新龍)은 무슨. 간교하기 짝이 없는 게 백 년은 묵은 교룡(蛟龍)이구나.”
뜻밖에 별다른 분노는 느껴지지 않은 음성이었다.
도리어 언뜻 위지천을 향한 호감까지 엿보였다.
‘원래 이런 놈이지.’
언월운은 상대를 철저히 자신에게 이득이 될지 아닌지로 판단하는 계산적인 놈.
비록 지금 상황이 이래도 위지천을 자신에게 이득이 될 인물로 여긴 거다.
“좋다. 거래하자.”
“거래요?”
“너도 내게 바라는 게 있으니, 이런 협박을 하는 것 아니냐? 네 요구를 들어줄 테니, 대신, 너도 나중에 내 요구를 하나 들어주어라.”
“좋아요. 대신, 무리한 요구면 들어줄 수 없어요.”
언월운과 연을 잇는 건 위지천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사도맹과는 되도록 친하게 지내는 게 좋으니. 언월운을 다리로 삼으면 좋을 거야.’
진짜 원수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다.
염려하는 대로 무황, 검선, 창왕 중 하나가 배후라면, 사도맹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 네가 바라는 게 뭐냐?”
“간단해요. 우리 의선의가가 혐의를 벗을 수 있도록 협조해 주세요.”
“흠. 그건 어렵지 않다. 애초에 유평은 생환자를 잡지는 않았으니까. 치료 중 불가항력으로 죽은 환자를 대상으로 주술을 실험했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이야기였다.
사자(死者)를 대상으로 주술 실험을 한 것도 커다란 잘못이긴 했지만, 멀쩡한 환자를 주술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그러면, 그 부분을 증명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유평 전 가주가 멀쩡한 환자를 희생시킨 게 아니라고. 죽은 환자를 대상으로 의술 연구를 했을 뿐이라고.”
일반적인 죽음도 시간이 지나면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데, 주술이 얽히면 말할 것도 없다.
특히 환혼술은 허무맹랑한 술법답게 주술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지 않는다.
따라서, 언월운의 증언은 커다란 효력을 발휘할 거다.
“멀쩡한 환자를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증명은 어렵지 않다. 실제 거짓도 아니니까. 단, 뒤의 부탁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어려울 것 같구나.”
“어째서죠?”
“사체의 흔적을 보면, 누가 봐도 유평 전 가주의 실험 목적을 알 수 있을 테니까.”
“…유평 전 가주는 평범한 환혼술을 연구한 게 아니었군요.”
언월운은 웃음을 터트렸다.
“환혼술? 맞다. 맞긴 하지. 다만, 환혼술만 연구한 게 아니었을 뿐이다. 애초에 유평이 우리 진주언가에서 배워간 주술이 무엇인지 아느냐?”
“무엇이죠?”
“강시술(殭屍術)이다.”
“!!”
위지천은 흠칫하였다.
시체를 부리는 술법이다.
“뭘 놀라느냐? 강호에서 강시가 드문 것도 아니고. 저 잘난 정파 놈들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강시를 쓰고 있거늘.”
언월운은 냉소를 지었다.
진주언가가 정파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강시였다.
진주언가는 주술, 그중에서도 강시술에 특화한 가문이었고, 정파인들은 그런 진주언가를 비난했다.
웃긴 내용은 정작 정파들도 강시를 쓴다는 것이었다.
-악인들에게 죽어서라도 참회할 기회를 주겠다.
이런 핑계로 마인이나 사파의 악인이 죽으면, 그 시체로 강시를 만들어 썼다.
세간의 인식 때문에 대놓고 강시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음지에서는 정사마 모두가 강시를 알음알음 쓰고 있었다.
“유평은 의술에 뛰어나서인지, 강시술에도 탁월한 재능을 보이더구나. 단, 어느 순간부터 유평은 우리 진주언가와 소통을 끊고, 혼자 강시를 연구했다.”
“이유가 있나요?”
“점점 선을 넘으려는 것 같아서 우리가 잔소리를 좀 했다.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진주언가가 사악한 의가이긴 해도, 최악의 선은 넘지 않으려고 자중하니까.”
흑도와 마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지 마공을 익힌 것만 다른 걸까?
둘 모두 나쁜 놈인 건 같지만 흑도는 그래도 최악의 선을 넘는 건 자중한다.
그러니까, 양민을 괴롭혀도, 이유 없이 죽이는 건 꺼린다거나.
배신을 밥 먹듯이 해도, 수하는 나름대로 챙긴다든가.
그런 묘한 적당함이 있었다.
“유평 놈, 우리와 연락을 끊고 혈교와 손을 잡았어.”
“설마?”
“그래, 유평 놈은 우리 진주언가의 강시술과 혈교의 비술을 합쳐 더욱 개량한 강시를 만들려고 했다.”
“!!”
놀라운 이야기.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것 같긴 하더구나. 우리와 연을 끊은 이후부터는 혈교가 마련한 비밀 안가에서 연구해서 정확한 진척 사정은 모르지만.”
“…그러면 유평 가주가 익힌 환혼술은 뭐죠?”
“모른다. 어쩌면 전설의 생강시라도 만들려고 한 것인지도 모르지.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였다.
“혹시 진주언가는 유평 전 가주가 왜 강시술을 배웠는지 아나요?”
유평이 왜 사마외도에 빠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유일한 핏줄인 유화조차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마외도에 빠진 이들의 이유야 뻔하지. 복수 아니겠냐?”
“!!”
“유평이 애초에 진주언가의 제자가 된 것도, 강시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처음부터 복수만 바랐던 거지.”
뜻밖의 이야기.
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위지천 또한 복수를 위해 흉악한 마인이 되었으니까.
‘무재가 없으면 무공을 익히는 건 무리이니까. 그런데, 왜 하필 강시술을?’
“단평.”
“네?”
“유평의 원래 이름이다. 서협단가(西峽端家) 출신이라고 했던가?”
“!!”
서협.
이곳 남양 인근이다.
서협단가면, 멸문한 지 무려 삼십 년이 넘은 곳이다.
위지천이 태어나기도 전에 멸문한 곳이지만, 위지천이 그 이름을 아는 이유는 서협단가가 그만큼 대단한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위지천은 그제야 모든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서협단가를 멸문시킨 건, 인근 무가들이야. 서협단가를 질시해 억울한 누명을 덮어씌워 멸문시켰어.’
그 무가들은 현재 단강무림회라고 불렸다.
또한, 서협단가에 누명을 덮어씌우는 데 협조한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인근의 의가들이었다.
그들은 현재 스스로를 단강의가회라고 칭했다.
“마침 삼일 뒤였나? 서협단가를 멸문시킨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회합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군.”
언월운이 비릿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