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9)
의선명가 천재막내 10화(10/138)
제10화
아까 각본은 누가 봐도 이상하긴 했다.
흑도의 무뢰배가 어린 소년의 말 몇 마디에 감화해 변하다니?
하지만, 모두 얼떨떨하게 받아들인 건,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소년 위지천이 흑도의 고수인 장삼을 두드려 패 협박했다는 것보다는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위지천은 솔직히 고백했다.
“제가 무공으로 장삼 대협을 굴복시켜 저희 의선의가에 협조하게 했습니다.”
“!!”
‘가족들에게는 어느 정도 솔직히 이야기하자.’
그가 기밀을 유지하려는 건 아직 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괜한 주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쓸데없는 주목을 받으면 분명히 승냥이들이 꼬이게 될 테니까.
아니면, 이전 삶의 원수들을 자극해 더 빠르게 움직이게 할 수도 있었고.
그런 면에서 가족들은 알아도 상관없었다.
가족들이 소문을 낼 리는 없으니까.
‘내가 갑자기 변한 모습을 보여도 다 이해해 주기도 할 거고.’
다만, 회귀 사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어서, 적당히 꾸며서 이야기했다.
“네가? 무공을? 언제 무공을 익혔다고?”
“어린 시절 다 같이 의선검공(醫仙劍功)을 배우지 않았습니까? 금방 손을 놓으신 형님과 다르게 몰래 뒤에서 익혀 왔습니다. 제가 은근히 무공에 재능이 있어서 제법 깊은 성취를 얻었습니다.”
“하?”
위지강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그러더니.
빠악!
“악!”
“이놈이 어디서 거짓말이냐?! 네놈이 무공은 무슨! 네놈이 무공 수련은커녕 뜀박질이라도 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그게… 몰래 뒤에서… 제가 무공의 천재….”
“쓰읍! 이놈이 그래도 계속 헛소리를. 네 말이 사실이면, 한번 그 잘난 무공 좀 보여줘 봐라! 장삼 대협에게 이길 정도면 최소 체기(體氣)의 단계는 될 터이니.”
위지천은 입술을 삐죽한 후 손을 내밀었다.
‘일류의 경지인 체기(體氣)는 무슨. 제가 이래 뵈어도 화경의 극에 달한 절대 고수였습니다.’
가볍게 손날에 검기를 씌우는 모습을 보여 주려는데.
‘어? 그런데 나 지금 혈선마공밖에 익힌 것 없잖아?’
이번 삶에서는 천선신공을 통해 제대로 된 정도(正道)의 무공도 익힐 생각이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들에게 핏빛 마공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나?
“…형님은 모르겠지만, 무공은 체기나 검기 같은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고수에게 중요한 건 무릇 깨달음으로….”
따악!
다시 꿀밤 작렬.
“깨달음은 무슨 얼어 죽을.”
“…….”
“됐다. 난 또 너를 도와준 조력자라도 있나 의심했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하는 것 보니 다 헛짐작이었구나.”
위지천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 이렇게 넘어가는 게 좋은 거긴 한데.’
뭐랄까.
‘이 억울한 느낌은 뭐지….’
“장삼 대협은 진짜 제가… 제가 사실 무공의 천재….”
“쯧!”
“…….”
‘더럽고 치사해서 얼른 정도(正道) 무공 익혀서 가족들한테 자랑한다!’
그때, 위지강이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당분간 조심해라. 안 그래도 가문이 시끄러울 것 같으니.”
“무슨 일 있습니까?”
“숙부께서 곧 도착하실 거다.”
“!!”
위지천의 얼굴도 굳었다.
숙부.
의선의가에 또 다른 폭풍이 몰아닥치고 있음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 * *
무림 문파는 보통 이러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내당(內黨)과 외당(外黨).
내당은 문파 내부의 일을 처리하는 조직이고, 외당은 외부의 일을 담당한다.
의가도 비슷한 구조였는데, 살짝 역할이 달랐다.
환자를 치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내당.
의선의가의 내당에는 진료를 담당하는 활의각(活醫閣), 약을 제조하는 단약각(丹藥閣)이 있었다.
그리고 외당은 외부에서 여러 업무를 처리하며 의원들이 환자를 진료하는 걸 보조하는 곳이다.
숙부 위지무는 이러한 외당의 당주였다.
‘오장이 튼튼하고, 혈맥과 조화, 근육이 이완되고, 피부가 조밀하며, 위엄을 잃지 않고, 호흡이 미서하니, 기가 도행하며, 육부화곡, 진액이 각각 평상시와 같으니.’
위지천은 의서를 넘기며 쑥쑥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전이랑 다르게 의서(醫書)의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 예전에도 이랬으면, 천재 소리를 들었을 텐데.’
현경의 경지를 바라보며 천지만물의 이치를 깨달았으니, 의서의 내용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내용이 쏙쏙 이해되니, 심지어 재미까지 있었다!
‘나 이러다가 남양 의견례에서 장원이라도 차지하는 것 아니야?’
작금에 대의가 전성시대를 맞아 수많은 의가가 세워졌다.
이러한 현상은 하나의 문제를 낳았는데, 바로 돌팔이들의 난립이었다.
실력 없는 돌팔이들이 환자들에게 온갖 해악을 끼치자, 성(星)급 이상의 의가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의가 연합, ‘의련(醫聯)’에서는 해결책을 마련했다.
자격시험인 의견례였다.
의견례를 합격해야 비로소 환자를 볼 수 있는 ‘견습 의생’이 될 수 있었다.
의련에 모여 시험을 치르는 건 아니었다.
과거 시험도 아닌데, 드넓은 대륙에서 의생들을 모을 수도 없으니까.
인근 지역의 의가들끼리 모여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했다.
즉, 위지천은 남양 지역 다른 의가의 의생들과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
‘내가 장원 합격하면 다들 놀라겠지? 이전 삶에서는 다섯 번이나 낙방 끝에 결국 포기했었는데.’
거기까지 생각한 위지천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의견례 공부 진행은 문제가 없는데, 다른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 우리 가문이 안 되는 겁니다!!!
-너, 이놈!!
-정신 좀 차리십시오, 형님! 가문이 망해가고 있는 것 안 보입니까?!
와장창!!
밖에서 요란한 소란이 들렸다.
위지선과 숙부 위지무의 싸움이었다.
“아이고, 오늘따라 두 분 싸움이 심하시네요.”
“숙부께서 왜 저러시는지 아느냐?”
“저야 모르죠. 매번 그러듯 또 돈 문제 아닐까요?”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지무 숙부는 어떤 면에서 가문에서 가장 고생하는 역할이니까.’
숙부, 위지무는 외당의 당주이자, 총관이었다.
가문의 재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돈이 나갈 일이 있으면, 신경증적인 발작을 보였다.
-젠장, 맨날 내가 나쁜 놈이지! 형님 혼자 착한 척은 다 하십시오! 이놈의 답답한 가문, 내가 떠날 테니!
-이놈, 무야!!
위지천은 가만히 책을 덮었다.
“공부는 잠깐 멈춰야겠군.”
“…공부 시작한 지 몇 시진이나 되었다고 책을 덮는 것입니까?”
“조용히 해라. 원래 엽표(猎豹, 치타)는 서두르지 않는 법이니라. 나 같은 생태 교란종이 전력을 다하면, 의견례의 다른 경쟁자들이 불쌍해지니 조금 천천히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
문을 열고 나가니, 그리운 얼굴이 보였다.
홍안의 얼굴.
원형 탈모로 벗겨진 머리.
위지천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숙부.”
“…천이냐?”
위지무가 씩씩거리다가 위지천을 보고 흠칫 멈추었다.
“아까 경황이 없으셔서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해 다시 인사드립니다. 약재를 구하러 먼 길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무탈하게 다녀오셔서 기쁩니다.”
“아니, 너 정말 천이 맞느냐? 갑자기 왜 이렇게 의젓해졌어? 바지에 똥을 실수한 충격에 철이 들었다더니, 진짜였구나.”
“…….”
갑자기 변한 위지천의 모습에 이런저런 소문이 떠돌았고, 그중 하나가 저 ‘충격설’이었다.
‘어느 놈이 퍼트린 소문인지 찾으면 가만히 안 둔다.’
위지천은 속으로 이를 바득 갈고는 싱긋 웃었다.
“아버지와 언쟁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언쟁은 무슨! 맨날 나만 나쁜 놈이고, 형님만 착하지. 됐다! 이놈의 가문 내가 떠나고 말 테니! 너도 잘 먹고 잘 살아라!”
위지무는 다시 씩씩거리며 휙 등을 돌렸다.
위지천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이럴 때 숙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숙부, 어디 가십니까? 우리 의선의가는 숙부 없으면 안 되는 것 아시지 않습니까?”
“안 되긴! 흥! 내가 없어져봐야지 내 중요함을 알지!”
“다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숙부께 고맙다고, 숙부가 아니었다면 진즉 의선의가는 쫄딱 망했을 거라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형님께서 그러셨다고?”
위지무의 귀가 쫑긋하였다.
먹혔다.
‘다루기 쉬운 숙부라니까.’
다혈질이지만, 단순하고 착한 숙부였다.
누구보다도 가문을 위하던.
원형으로 벗겨진 머리만 봐도 위지무가 지금껏 가문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 수 있었다.
“혹시 따로 다투시게 된 원인이 있습니까?”
“황련(黃連)을 구할 수가 없다.”
“네?”
“…너 설마 황련이 무엇인지 모르는 거냐? 의견례가 코앞인데 본초(本草)의 기본 중의 기본도 모른다고?”
“…공부 중입니다.”
엽표는 원래 느긋한 법입니다.
위지천은 속으로만 구시렁거렸다.
“조만간 여름이 되어 대규모로 곽란(霍亂, 설사병)이 돌 텐데, 곽란 치료에 필요한 약재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는데, 구할 수가 없어.”
“이상하군요.”
일반 백성들을 주로 치료하는 의선의가는 최대한 저렴한 약재를 쓴다.
싸단 말은 그만큼 구하기도 쉽다는 뜻이다.
“곽란이 돌 걸 예상하고 누군가 사재기했다.”
“!!”
위지천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남중약방이다.”
‘또.’
남중의가에서 운영하는 산하 약방이었다.
추악한 짓거리였지만, 사재기는 분야를 막론하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곳 남양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구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미 인근은 다 돌아보고 왔다. 남중의가와 주변 약재상들이 다 결탁해서 이 근방에는 황련의 씨가 말랐어.”
“그러면 근처의 대도시인 서안이나 개봉에서는?”
“거길 어느 세월에 다녀오냐?”
아.
경신술을 펼치는 무인들의 기준으로 서안과 개봉은 먼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같은 하남성에 있는 개봉만 해도 천 리가 넘는다.
걸어서 편도로 열흘이 넘게 걸리는 거리다.
“약재를 수소문하는 시간은? 개봉도 곽란 때문에 황련이 귀해진 건 마찬가지일 터. 외지인인 우리와 쉽게 거래를 하려고 하겠느냐? 설사 운 좋게 황련을 구했다고 해도 다시 남양까지 운송하는 건? 비바람을 막을 짐마차도 구해야 하고, 산적을 막을 표사도 구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곽란은 이미 남양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일 거다.”
결국, 남중의가에서 약을 구해야 했다.
‘자꾸 안 좋게 얽히는군.’
“남중의가와 ‘거래’를 해야겠군요.”
“엄청나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들 거다.”
“글쎄요? 누가 바가지를 쓸지는 지켜봐야겠지요.”
“응?”
위지천은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생각했다.
‘지난번 일까지 합쳐서 계산해 줘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