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90)
의선명가 천재막내 91화(91/138)
제91화
단강은 호북의 한강을 거쳐 장강으로 흘러가는 지류로, 근방으로 여러 도시가 놓여 있었다.
주변을 단강 일대라고 칭했다.
단강의 상류, 서협 인근.
풍광이 좋은 협곡이 있었다.
좁은 호리병 같은 입구 안쪽에 단강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협곡.
인근 단강 사람들이 즐겨 방문하는 풍취 좋은 명당이었다.
오늘 유별나게 많은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하하, 이게 누구입니까? 오랜만에 상리의가(上利醫家)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껄껄, 저도 반갑습니다. 유가장(劉家莊)의 경사는 잘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니, 이게 누구요? 지난번, 백한의가(白鷴醫家)에서 본문에 보내준 양생약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우리 사이에 감사는요. 그저 보천문(寶泉門)에 도움이 되었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오늘은 단강무림회와 단강의가회가 합동 회합을 개최한 날이었다.
“어서 오시오, 호 가주. 아니, 이제 호 회주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하하,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도 아닌걸요.”
“호 가주 말고 누가 단강의가회의 회주 자리로 적합하겠소? 이 맹각이 밀어줄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맹 회주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가슴이 든든합니다.”
두 중년의 남자가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었다.
한 명은 맹각.
등주에 자리한 태화문의 문주로 십 년이 넘게 단강무림회의 회주 역을 맡은 이다.
다른 이는 호섭으로 등주 장홍의가(場紅醫家)의 가주였다.
태화문은 등주 제일의 무문.
장홍의가 역시 등주 제일의 의가로 둘은 아버지 대부터 대를 이어 깊은 친분을 나누는 사이였다.
“그나저나 놈들은 아직 안 온 거요?”
맹각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놈들.
의선의가를 칭하는 거다.
“의선의가는 조금 늦는 것 같습니다.”
“벼락 성공해서 그런지 건방지군.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하하.”
“이게 다 호 가주 그대가 기강을 잡지 않아서 그렇소. 선배 지(地)급 의가로서 기강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니오? 놈들이 무가였다면, 내가 따끔히 혼쭐을 내주었을 텐데.”
“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오래 볼 사이도 아닌데.”
호 가주가 서늘하게 웃었고, 맹각도 피식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오늘 이후로 다시 의선의가를 볼 일은 없겠군. 어찌 의가가 사마외도에 빠진 건지.”
“성공에 눈이 먼 것이겠지요.”
사실 그들도 안다.
이번 일에 의선의가가 실제 잘못한 건 없다는 것을. 억울하게 연루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하지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의선의가가 탐욕에 눈이 멀어 사마외도에 죄악을 저질렀다고, 의선의가가 최근 성공한 건 모두 사마외도의 수작 때문이라고 소문을 퍼트린 상태였다.
이들이 누명으로 경쟁 상대를 몰락시키는 건 처음 하는 짓이 아니다.
“버젓이 서협단가의 전례가 있지 않소. 의선의가도 서협단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오.”
서협단가.
원래 별 볼 일 없는 무가였는데, 가주가 무명을 얻으며 갑자기 급성장한 가문이었다.
서협단가의 확장에 위협을 느낀 인근 무가들은 서협단가에 추악한 누명을 덮어씌운 후 멸문시켰다.
당시 서협단가를 멸문시킨 무가들이 지금 단강무림회였고, 누명을 조작하는 데 도움을 준 이들이 단강의가회였다.
서협단가를 멸문시킬 때도 태화문과 장홍의가가 주축이었다.
“이 맹각. 서협단가를 단죄할 때 장홍의가의 도움을 잊지 않고 있소. 이번엔 우리가 그때의 은혜를 갚을 차례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하하, 맹 회주님만 믿겠습니다.”
한편 그때.
행사장이 내려다보이는 협곡 위였다.
일단의 무리가 혀를 차고 있었다.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구나. 저런 이들을 지켜야 한다니.”
“이것도 다 부처의 뜻 아니겠습니까?”
“이럴 때는 정말 어쩔타불 하고 싶어지는구나.”
“사숙, 또 그런 불경한 불호를….”
“어쩔타불, 저쩔타불.”
마치 개방 거지처럼 산발한 머리.
껄렁한 언행.
이 기이한 인물이 소림의 이름 높은 항적대사였다!
마(魔)를 대적하다가 같이 미쳐 버렸다는 괴승(怪僧).
“저런 놈들도 중생이랍시고 지켜줘야 한다니. 회의가 드는구나. 악은 정화해야 하나니. 저런 놈들은 차라리 쓸어버리는 게 불문의 가르침에 맞는 것 아니겠냐?”
“사숙!! 남들이 들으면 큰일 납니다! 안 그래도 사숙을 파문해야 한다는 소리도 있는 판국에?!”
“어쩔타불, 저쩔타불.”
항적대사는 귀를 후비적 파며 사질들의 질책을 무시했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이번 일이 서협단가의 핏줄이 복수하는 거면, 그것 또한 정당한 협(俠) 아닌가?’
강호에는 수많은 부류의 인물이 있고, 저마다 각자의 신념을 품고 산다.
협(俠), 도(道), 마(魔), 정(正), 사(邪), 불(佛) 등등이다.
그중 어느 것에 비추어봐도 유평 전 가주가 복수하는 걸 그릇되다고 할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무림맹이 단강무림회를 지키려고 하는 건, 저들이 무림맹 소속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들 가문이 서협단가에 무도한 짓을 저질렀을 때 단죄해야 했거늘.’
당시 무림맹이 단강무림회의 추악함을 몰랐을까?
알았다.
하지만, 쉬쉬 덮고 넘어갔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엮인 문파가 너무 많아서 저들을 일일이 단죄했다가는 여파가 지나치게 커졌으니까.
당시 무림맹의 적잖은 간부들이 저들 문파들에게 사례를 받은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이러니 무림맹의 위상이 이전 같지 않지.’
진정한 협의(俠義)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뭉친 집단.
이게 작금의 무림맹이다.
더욱 환멸 나는 건, 저들이 전혀 반성 따위 하지 않고, 또 같은 짓을 벌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저들이 또 추악한 짓을 벌이려는 게 의선의가라고 했던가? 하아. 내가 이러니 속 편하게 나무아미타불이나 외우고 있을 수가 있나.’
그는 마에 대적하기 위해 일평생을 바쳤고, 항마(降魔)에 있어서는 소림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면 뭐 하는가?
세상 삼라만상에 악이 가득하거늘.
항적은 수양이 깊어질수록 진정한 마가 무엇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또 심마가 드는구나. 나무관세음보살, 어쩔타불, 저쩔타불.’
그때였다.
돌연 항적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조심!!”
“습격이다!!”
휘익! 퍼엉!!
주머니가 날아들더니 허공에서 터졌다.
“독이다!”
“모두 숨을 참고 자리에서 벗어나도록!”
“사숙을 지키도록!”
항적은 항마 전문이라 무공의 조예가 깊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다섯은 소림의 정예인 백팔나한(百八羅漢)이었다.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까앙!
“흡?!”
“시주들은 누구요?”
“혈교? 아니, 흑도의 시주들이 왜?”
복면을 쓴 두 명이 나한들을 가로막았다.
뜻밖에 흑도의 무공을 쓰는 이들이었는데, 두 명 모두 상당한 경지의 고수였다.
한 명은 절정 상, 다른 한 명은 초절정에 가까운 절정 극이었다.
“수, 수, 순순히 포, 포기해라. 나, 난 평소 소림을 존경했던바, 주, 주, 죽이지는 않겠다!”
절정 상의 흑도 고수가 벌벌 떠는 음성으로 외쳤다.
절정 극의 흑도 고수는 묵묵부답 그저 사납게 도(刀)를 휘둘렀다.
원래라면 나한들이 밀리지 않았을 거다.
지금 모인 나한들 다섯이면 초절정 고수도 상대할 전력이었으니까.
문제는 허공에 독이 퍼진 상태란 거다.
숨을 참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적과 합을 나누다 보니 금방 호흡의 한계가 찾아왔다.
휘익!
다시 주머니가 날아들었고, 또 독이 퍼졌다.
결국, 항적대사를 비롯한 나한들은 하나둘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쓰러졌다.
쿠르릉.
수면 독이었는지, 나한들은 깊은 잠에 빠졌고, 둘은 복면을 벗었다.
놀랍게도 장삼, 용호였다!!
귀공자 같은 소년이 둘에게 다가왔다.
“수고했어.”
“…이 미친놈아.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용호가 위지천에게 으르렁거렸다.
장삼은 감히 위지천에게 뭐라고 하지 못하고, ‘내가 감히 소림 무승을?!’이라고 절규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위지천이 해맑게 웃어 보였다.
“이쪽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뭐?”
“소림 무승들이 나서면 사태가 너무 쉽게 마무리될 테니까. 그건 싱겁잖아.”
유평은 아마 강시 군단을 준비했을 거다.
전설의 생강시는 만들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무시무시한 강시들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 모인 소림 무승들이 나서면 강시 군단 따위, 허수아비처럼 무너질 것이다.
‘사마수련이 나선 건가? 정확히 딱 맞는 지원을 보냈어.’
다섯 명의 백팔나한도 강력한 전력이지만, 진짜 무서운 이는 나한들이 아니었다.
‘파마승(破魔僧) 항적대사.’
이전 삶, 무려 십마(十魔)의 위에 오르는 이다.
소림의 대사가 왜 십마가 되냐면, 심마에 빠진 탓에 파계당해 마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강시여도 항적대사가 나서면 무용지물이 될 테니.’
강시를 움직이는 건 주술이다.
주술을 무력화하면, 강시도 무력화된다.
강시를 제작하는 이는 부적 등으로 주술이 무력화되는 걸 막는 장치를 하지만, 항적대사는 그런 걸 모두 무위로 돌릴 수 있는 능력자다.
‘아직 소림에서 파계당한 게 아니었군. 조만간이었지?’
항적의 파계는 강호에서 꽤 떠들썩했던 사건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 착한 것 알지?”
“…네가?”
“네! 공자님의 마음이 선하고 넓으신 건 이 장삼이 잘 압니다!”
용호가 잠시 장삼에게 경멸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가 착하긴 하지만, 저놈들을 보고 있으니 조금 화가 나더라고.”
“…뭐가 말이냐?”
“그냥. 저런 놈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게.”
뭐, 안다.
추악한 놈들이 잘 사는 게, 새삼스러운 것도 없는 일이란 것을.
원래 세상은 정의롭지 못하다.
그래도.
‘비슷한 일을 겪은 입장으로 화가 나서 말이야.’
유평 전 가주의 복수가 옳다는 건 아니다.
복수를 위해서 죄 없는 이를 휘말리게 하는 건 옳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위지천이 한 복수 또한 옳지 못했던 건 마찬가지이다.
이전 삶, 위지천이 복수를 한답시고 흘린 무고한 피는 유평 전 가주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많다.
그렇다고 유평 전 가주의 복수를 가만히 좌시하겠다는 건 아니다.
유평 전 가주가 혈겁을 일으키면 의선의가의 입장도 곤란해지니까.
다만.
‘내 방식대로 손을 쓰는 건 상관없겠지.’
위지천은 협곡 밑에서 희희낙락 떠들고 있는 이들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단강 일대의 지(地)급 의가들은 모조리 몰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