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91)
의선명가 천재막내 92화(92/138)
제92화
원래 위지천은 유평이 일으키려는 혈사를 막고, 의선의가의 무고함을 밝힐 계획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풍이 불게 할 수 있었고, 다른 의가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되었으리라.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고작 역풍 정도로는 안 되지.’
“장가야. 넌 여기서 이 중들을 감시해라. 깰 것 같으면 추가로 수면 독 좀 뿌려주고.”
“제, 제, 제가 말입니까?”
“뭘 이런 걸 가지고 떠냐? 소림 무승들을 농락한 흑도라니. 나중에 커다란 자랑거리가 되지 않겠냐?”
장삼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강약약강의 장삼에게 소림은 지옥의 마귀들보다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이후 위지천은 ‘작전’의 다음 단계를 위해 움직였다.
촤아아악!
단강을 호화로운 유람선 한 척이 가르고 있었다.
“이야, 풍광이 좋구나. 내가 이런 유람선을 탈 일이 오다니.”
“다 천이 덕분 아닙니까?”
“크흠, 조금 비싸긴 했지만… 돈이….”
“하여튼 저 좀생이 기질은. 이럴 때는 좀 즐기시오. 천이 아니면 평생 이런 유람선은 타지도 못했을 테니.”
의선의가 일행이 탄 유람선이었다.
갑자기 웬 유람선이냐고?
“안 그래도 우리를 무시하는 놈들인데, 추레하게 갔다가 무슨 소리를 듣겠소? 천이 말대로 돈지랄이라도 해야 안 무시하지.”
“끄응, 알겠다. 그래도 돈이… 돈이….”
“쓰읍!”
위지선이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유람선 비용이 굉장히 비쌌던 탓이다.
-무림회가 개최되는 양곡협(涼谷峽) 말이오? 거긴 나루가 아니지 않습니까? 유람선을 이용하려면 근처 나루에서 배를 정박 후 이동하셔야 합니다.
-양곡협에 바로 가야 해요.
-아니, 거긴 수심도 그렇고 바위도 그렇고 배를 대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오백 냥.
-아니, 배가 상하면 오백 냥이 무슨 소용….
-천 냥.
-강 위에서 조각배를 띄워서라도 양곡협으로 바로 모시겠습니다.
위지천은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운임료를 제시했다.
‘천이 이놈. 또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건지.’
위지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얕보이지 않기 위해 호화 유람선으로 기선 제압하자는 핑계를 대었지만, 위지무는 속지 않았다.
또 악랄한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싫냐고?
전혀.
위지무는 조카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특했다.
‘하여튼 신통방통한 녀석. 의선의가는 천이 같은 독심(毒心)의 인물이 필요해. 물론, 종종 정도를 지나쳐 가끔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긴 하지만.’
위지무도 어지간히 간담이 세지만, 위지천이 사련의가의 소가주를 납치한 걸 알았을 때는 혼비백산했다.
하지만, 위지천은 사련의가의 소가주조차 구워삶았다.
이번도 기대되었다.
과연 자신의 조카가 어떤 대단한 사고를 칠지.
…물론, 위지천이 꾸미는 흉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면, 가슴이 서늘해져 지금처럼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웬 유람선이?”
“의선의가다!”
선장과 이야기한 대로 접안은 못 하고 유람선에서 내린 조각배에 타고 뭍에 내렸다.
왕복 여정으로 배를 빌린 거라 유람선은 강 위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하. 유람선이라니. 의선의가는 회합이 우스운 거요?”
장홍의가의 가주이자, 단강의가회 신임 회주로 강력히 꼽히는 호섭이 인상을 찌푸리며 시비를 걸었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시오, 호 가주.”
“…뭐라고?”
“장홍의가는 저런 유람선 빌리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빌리지 않소? 요즘 사정이 궁하다고 하던데.”
“하? 그게 무슨…!”
“뭐, 정 부러우면 태워줄 수도 있소이다. 호 가주는 저런 비싼 유람선에 타본 경험이 없어서 모르시겠지만, 호화 유람선에서 보는 단강의 경치가 제법 운치가 있다오. 크으.”
뭐 이딴 놈이?
호섭이 입을 벙긋거리는데, 위지강이 나섰다.
참고로, 약골 위지강은 배 위에서 내내 멀미에 시달리느라 안색이 시체 같았다.
평소보다 더 싸늘, 도도, 재수 없는 얼굴로 힐끗 호섭 가주를 일견하더니 말했다.
“아버지, 말이 너무 심하십니다.”
“흠, 그러냐?”
“네, 망해가는 의가의 처지를 조롱하다니요. 선현께서도 상대의 아픈 상처는 건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긴, 네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좀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네, 호섭 가주께 사과하십시오.”
“미안하외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소이다! 상처가 크겠지만, 마음 푸시오!”
‘이 미친놈들이.’
호섭 가주의 이마에 힘줄이 빠직 돋았다.
‘각오해라. 웃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일 테니.’
이를 가는 건 호섭 가주만이 아니었다.
단강의가회는 사실상 의선의가를 견제하려는 목적의 단체.
거기에 함께 회합을 가진 단강무림회는 단강의가회를 도와주려고 모인 거다.
즉, 이 자리의 모두가 의선의가의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 매서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물론, 의선의가 일행은 굴하지 않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당당하게 굴었다.
의선의가의 인물들이 대가 세서는 아니다.
오기 전 미리 약속했다.
-우리가 잘못한 것 없잖아요? 그러니, 기죽을 필요 없어요. 당당하게!
-당당하게!
-외쳐! 당당!
-…강아, 방금 건 너답지 않았다.
-…넘어가 주십시오.
누가 뭐라고 하든, 강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로.
의선의가를 주시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의 모두가 진짜 적인 건 아니야.’
뜻밖의 이야기.
앞서 말했듯 오늘 단강의가회, 단강무림회가 모인 건, 의선의가를 해코지하기 위해서지만, 안의 구성원들을 따져보면 모두가 의선의가에 적대적인 건 아니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동조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단강무림회 쪽이 그랬다.
‘의가들과 다르게 무림 문파들은 우리와 딱히 악감정이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특히 각각 문파의 일반 무인들이 그랬다.
문파의 수뇌부들이야 의가들과 이전부터 친분이 깊었으니 한 몸처럼 움직인다고는 하지만, 밑의 일반 무인들은 입장이 달랐다.
“자네, 의선의가 소문 들었나?”
“의선의가가 사마외도에 연루되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얼마 전 의선의가에 치료받으러 간 적 있는데, 참의원들이었어. 저쪽의 돈만 밝히는 썩은 놈들이랑 다르게 말이야.”
“지금도 의연한 모습 보게. 왜 그런 소문이 난 것인지. 다 모함 아니야?”
“쉿. 말조심하게. 그런 이야기, 문주님이 들으면 크게 혼이 날 수도 있어.”
무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작금 벌어지는 사태의 뒷사정을 짐작하고 있었고, 내심 의선의가를 편들었다.
“그러면, 단강의가회를 시작하겠소이다! 첫 안건은 회주 선출이오.”
사전에 이야기된 대로 장홍의가의 호섭이 회주로 선출되었다.
위지선을 비롯해, 의선의가 측은 아무런 반발도, 의견 제시도 없이 묵묵히 회주 선출을 바라보았다.
“크음, 이 호섭 초대 회주, 바로 하나의 안건을 내겠소. 사마외도의 죄악을 저지른 의선의가의 징계에 대해서요.”
모두가 의선의가를 바라보았다.
의선의가 인물들은 이번에도 묵묵부답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지? 위지선, 저놈이 가만히 있을 성질머리가 아닌데?’
호섭은 인상을 찌푸렸다.
위지선의 성질머리는 은근히 유명했다.
당연히 길길이 날뛸 거로 예상했는데?
뭐, 아무렴 좋을 일이다.
오늘 이후로 의선의가는 쫄딱 망하게 될 테니.
“단강의가회는 의련의 정식 공인을 받은 지역 의가회. 소속 지역의 의가가 의원의 도리를 저버린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을 시, 회의 내부 결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처벌할 징계권이 있소이다. 나 호섭은 회주의 권한으로 의선의가의 임시 진료 정지를 건의하겠소.”
호섭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강의가회의 위원으로 추대된 이들이다.
다른 의가의 가주들.
회주와 위원들의 만장일치가 있을 시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참고로, 의선의가는 위원으로 꼽히지 못했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우리 의선의가는 말씀하신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위지천이 나섰다.
호섭은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
성질 더러운 위지선, 재수 없는 위지강, 광기의 위지상아가 나섰다면 모를까, 마냥 착한 인상의 위지천이 뭐라고 반박해봤자 병아리가 삐악거리는 것 같았다.
“의선의가야 당연히 결백하다고 하겠지. 죄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가 없을 테니까.”
“관에서 아직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임시’ 징계라고 하지 않았나? 관의 조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우리 의가회에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의선의가의 임시 진료 정지에 동의하는 위원은 거수하시오.”
진료 정지!
의련에서 내리는 최고 처벌이었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의련에서 퇴출된다.
사실상 의업계에서의 매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위원들 모두 손을 들었다.
만장일치로 처벌을 통과시킨 거다.
“임시 진료 정지 기간은 관에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로 하겠다. 수사 결과에 따른 최종 징계는 의련에서 결정할 것이다. 뭐, 그쯤 되면 징계가 문제가 아닐 것 같지만 말이다.”
호섭과 다른 가주들은 웃음을 흘렸다.
“그 결정, 책임질 수 있나요?”
“뭐?”
“의련 규칙상, 의련 내의 직위나 권한을 이용해 사적인 이득을 취하거나, 남을 사사로이 모함한 자는 의련에서 퇴출함은 물론, 의원 자격을 영구 박탈한다고 되어 있어요. 후회하지 않으시겠어요?”
호섭은 움찔했다.
확실히 그런 철칙이 있긴 했다.
하지만, 곧 피식했다.
‘그딴 철칙, 신경 쓸 필요 없다.’
사문화된 철칙인 건 아니다.
의련 내 꽤 많은 거물이 저 철칙을 위반한 죄로 처벌받았다.
괜찮았다.
‘만약, 일이 꼬여도 섬서의가가 날 비호해줄 거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의원들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힘없는 이에게는 누구보다 매서운 처벌이 내려지지만, 힘 있는 이에게는 저런 철칙도 무의미했다.
애초에 저 철칙으로 처벌받은 이들 대다수가 의련 내 권력 싸움에서 밀린 이들이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죄를 지어 처벌받은 게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처벌받은 거다.
‘만약, 섬서의가가 수습하지 못할 정도의 사태가 벌어지면 모르겠지만.’
그런데, 그때였다.
콰앙!!
“끄아아악!!!”
갑자기 비명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