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92)
의선명가 천재막내 93화(93/138)
제93화
“웨, 웬 소란이냐?!”
“스, 습격이?!”
“습격? 누가?!”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왔군.’
위지천은 언월운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런데, 유평 전 가주가 이번 회합을 노리는 건 추측일 뿐 아닌가?
-확실할 거다. 유평 놈, 남은 수명이 얼마 되지 않거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다.
그러며 언월운은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가급적 회합장에 얼씬거리지 않기를 추천한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유평 놈, 보통의 괴물이 된 게 아닐 테니까.
“크아아아악!!”
“막아!!”
“괴물이…!!”
점점 소란이 커지더니.
“강시입니다! 피해야 합니다!”
“가, 강시?!”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자기 강시라니?
“무, 무슨 강시가?”
“하, 한두 구가 아닙니다! 스무 구가 넘습니다!!”
“!!”
싸움이 벌어지는 광경을 보니 정말 머리에 부적을 붙이고 관절이 뻣뻣한 기이한 괴물들이 무사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세상에 진짜 강시가 있다니?”
“왜, 왜 강시가 우리를?”
강시는 허구의 존재는 아니다.
혈교, 마교, 사도맹은 물론, 무림맹까지 강시를 암암리에 운영하고 있으니까.
다만, 일반 무림인들이 일평생 강시를 만날 확률은 극히 드물다.
“그래봤자 썩지 않은 시체일 뿐이다! 모두 검을 들어라!”
당황을 수습하고 무림인들이 반격에 나섰다.
지금 이곳에는 단강 인근 수십 문파들이 모여 있다.
다들 중소 문파였지만, 각 문파에서 나름대로 한가락 하는 이들이 참여한 거라, 잡배는 아무도 없었다.
최소가 이류 이상.
적지 않은 수가 일류.
절정 고수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강시의 힘은 대략 일류 정도라고 하니, 충분히 우리가 압도할 수 있다!’
그런데.
까앙!!
“거, 검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강시들의 몸이 돌덩이 같습니다!”
“석강지신(石剛地身)!! 사도맹의 강시야!”
어디의 강시냐에 따라 제각각 특성이 다르다.
강시의 신체를 강화하는 건 진주언가의 비전이었다.
해결책은 널리 퍼져 있었다.
“이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관절을 노려라! 검기를 쓸 수 있는 분들은 검기를 최대한 활용해 주십시오!”
검기로 자르거나, 아니면 술법으로 강화하지 못한 신체의 약점 부분을 노리는 것.
강시의 움직임은 직선적이고 단순해 노련한 고수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까앙!!
“과, 관절 부위도 통하지 않습니다!!”
“크윽?! 가, 강시의 움직임이 무슨 이렇게 기묘한?!”
여기저기서 곤혹스러운 비명이 터졌다.
‘진주언가도 바보가 아니니까. 알려진 약점은 진작 다 보완했지.’
애초에 진주언가가 유평을 통해 진행한 연구가 강시를 강화 보완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움직임이 굉장히 자연스러워. 저 정도면 다른 일류 고수와 비슷한 수준이야. 일부는 절정에 맞먹을 정도이고.’
이건 혈교 강시의 특성이었다.
사이한 주술을 통해 강시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하는 거다.
‘칼이 통하지 않는 육신에 고수의 움직임을 보이는 강시라니. 일반 무림인들에게는 재앙급의 괴물이군.’
그뿐이 아니었다.
“비켜라! 내가 처리하겠다!!”
보다 못한 단강무림회의 최고 고수들이 나섰다.
맹각.
단강무림회의 회주이자 단강 일대를 주름잡는 고수 중 하나였다.
경지는 무려 절정 극!
앞서 누누이 설명했듯 절정 극은 다른 절정과는 완전히 다른 경지다.
아무리 강시가 대단해도 절정 극의 고수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인데….
콰앙!
“크윽?!”
맹각이 전력을 다해 펼친 검기가 강시의 반격에 허무하게 무력화되었다.
맹각은 경악해 외쳤다.
“진강시(眞殭屍)?!”
강시도 등급이 있다.
진강시는 검기 등 외기(外氣) 수법을 쓸 줄 아는 강시였다.
어지간한 절정 고수도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강시였다.
“모두 이 맹각을 도와주시오! 진강시의 숫자는 많지 않소! 힘을 합치면,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강천이 나서겠소!”
그런데.
퍼억!
호기롭게 외치며 나선 강천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지며 비산했다.
장내가 싸하게 굳었다.
방금 죽은 강천은 맹각과 더불어 단강무림회에서 손에 꼽히는 절정 극의 고수였다.
그런데, 저렇게 간단히 죽임 당하다니?
“무, 무슨?”
강천의 몸이 기우뚱 쓰러진 후, 한 인영이 나타났다.
산발의 괴인.
누군가 괴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유, 유평 가주?!”
실종되었던 유평이었다!
“왜 유평 가주가 여기에?”
다들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지금 사태와 유평을 연결 짓지 못하는 거다.
“사마외도의 죄악을 저지른 악인이다! 잡아라!”
어쨌든, 일부가 유평을 잡으러 나섰는데.
퍼억!
똑같이 머리가 터져 죽임 당했다.
“…….”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유평이 손을 쓸 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탓이다.
“가, 강기?”
“유평 가주가 초절정 고수였다고?”
시커멓게 번뜩이던 빛.
수강(手罡)이었다.
“크르르르.”
“아니, 무언가 이상해! 설마 유평 가주도 강시가 된?!”
“진천강시(眞天殭屍)라고?!”
강기의 수법을 쓸 줄 아는 최고 등급의 강시다.
마교, 혈교에서도 몇 구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니, 저건 진천강시가 아니야.’
과거 진천강시와도 싸워본 적 있는 위지천은 헛웃음을 흘렸다.
‘왜 환혼술을 익혔나 했더니, 흡혼강신대법(吸魂降神大法)을 위해서였어?’
혼을 강제로 흡수해 상대의 능력을 자신의 것처럼 쓰는 극악한 대법이었다.
‘강기라니. 초절정 고수의 혼을 흡수했나 보군. 혈교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봐서 혈교 사도의 혼이라도 흡수한 건가?’
유평의 몸은 지금 반강시였다.
의원의 몸으로는 혈교 사도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으니, 스스로의 몸을 강시로 개조한 듯했다.
‘흡혼강신대법은 원체 후유증이 극심한 역천의 대법이라 거의 쓰는 이가 없었는데. 그만큼 복수가 절박했다는 거겠지.’
흡혼강신대법을 펼치면 며칠 살지 못한다. 길어야 일주일?
‘어리석군.’
위지천은 유평을 보며 혀를 찼다.
사련의가의 제자가 된 것부터, 동선의가를 차려 강시술을 연구하고, 기어이 혈교와 손을 잡고, 목숨을 불태우는 대법을 사용하기까지.
그야말로 일평생 전부를 복수에 바친 셈이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해와도 같은 삶이었지만, 위지천은 유평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지천 또한 비슷한 삶을 살았던 적 있으니까.
‘이제 슬슬 나서야겠군.’
유평을 이대로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애초에 소림승들을 제압한 건, 지금 사태를 본인의 뜻대로 제어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뭐, 나름대로 복수할 수 있게는 도와줄 테니까. 성에 차지 않아도 만족하라고.’
“모두 뒤로 물러나 주세요!”
“!!”
위지천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복잡한 진언이 적혀 있는 방울이었다.
따릉.
위지천이 방울을 흔들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뚝!
강시들의 움직임이 멈춘 거다!
그리고 위지천이 든 방울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스르륵 뒤로 물러나 사라졌다!
“무, 무슨? 어떻게?”
“사련의가에 부탁해서 구해온 강시를 제어하는 주술 도구예요! 통제가 완벽하지 않으니 함부로 강시들을 공격하면 안 돼요!”
-크르르르!
유평이 방울에 저항하듯 거칠게 위지천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어딜 감히.’
위지천이 서늘하게 마주 유평을 노려보았다.
속에 숨기고 있던 흉포함을 거리낌 없이 내비치자 유평이 덜컥 시선을 돌렸다.
위지천에게 공포를 느낀 거다!
‘이지가 마비된 만큼 본능에 그만큼 더 예민하니까. 내 기세를 받아내기 힘들겠지. 애초에 혈교 사도를 흡수했을 뿐, 유평은 무인도 아니니까.’
따릉!
다시 방울을 흔들자, 유평도 버티지 못하고 등을 돌려 사라졌다.
강시의 신체에 작용하는 방식의 통제라 반강시인 유평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간신히 한숨 돌리게 되자 모두 황망한 얼굴을 했다.
대낮에 강시의 습격이라니.
협객 소설에나 일어날 법한 일이 닥친 거다.
“소의원은 그런 물건을 어떻게 준비해온 것이오?”
“유평 전 가주가 이곳을 습격할 수도 있을 거라고 염려해서 챙겨오게 되었어요.”
“…그걸 어떻게?”
“서협단가.”
“??”
“유평 전 가주의 원래 이름은 단평. 서협단가의 생존자예요. 과거의 일에 앙심을 품고 복수를 위해 강시술에 손을 대었다고 해요.”
“!!”
뜻밖의 사실에 모두가 웅성거렸다.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당시 일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니까.’
시간이 적잖이 지난 탓에 문파의 무인들도 많이 교체되었다.
당시의 일을 아예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단, 각 문파의 수장이나 핵심 수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당시에도 각 문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서협단가의 멸문에도 직접 손을 보태었다.
“역시 핏줄이 어딜 가지 않는군. 당시에도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 멸문당했으면서, 또다시 이런 짓이라니.”
“그때 제대로 박멸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들은 불편한 어조로 서협단가와 유평을 욕했다.
“선배님들, 그러시고 있을 게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해요.”
“무슨 말이냐?”
“이건 일회성 도구예요. 오래지 않아 다시 강시들이 들이닥칠 거예요.”
“!!”
모두의 안색이 하얘졌다.
“어, 어떻게 하면 되는?”
“도망가야 합니다! 우리만으로는 저 강시들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어디로 도망간다는 말이오?! 나가는 길은 강시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우리 의원들은 힘이 없소이다! 무림회에서 강시들을 막는 사이, 우리 의원들이라도…!!”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을 때였다.
위지천이 불쑥 말했다.
“선배님들, 싸우지 마세요.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 해요. 우리 의선의가도 배를 타고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아 힘을 합칠게요.”
“…배?”
모두 잠시 침묵했다.
위지천의 이야기에서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오른 거다.
강시들에게서 도망칠 방법이 있었다.
의선의가 일행이 타고 온 유람선이었다.
지금도 강가에 떠 있는.
저 배를 타면 안전하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곳에 모인 이는 수백 명.
반면 유람선에 탈 수 있는 이는 많아봐야 서른 명이 안 될 것 같았다.
“…….”
“…….”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위지천이 기획한 ‘놀이’가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