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94)
의선명가 천재막내 95화(95/138)
제95화
항적대사의 생뚱맞은 이야기에 위지천을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육경과 천지상응?’
육경(六經).
후한 시대 상한론에서 기술한 질병의 진단법으로 인체를 여섯 개의 경맥으로 나누어 질병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현 의술의 기초 중 하나였다.
‘강시랑 싸우는데 갑자기 웬? 아. 혹시?’
위지천은 이전 삶, 언월운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위가야. 강시의 약점이 무엇인지 아냐?
-멍청하다는 것 아니냐?
-…그것도 약점이지만, 항마 술법에 취약하다는 거다. 괜히 재수 없게 정파의 공덕 높은 고인이라도 만나면, 허수아비처럼 무력화될 수 있으니까. 강시가 그렇게 강력함에도 각 세력의 주력이 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물론, 그런 항마 술법이 가능한 이는 온 강호를 통틀어도 드물다.
항적대사는 그 드문 몇 명 중 하나였다.
-우리 진주언가는 강시의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긴 시간 동안 부단히 노력했다. 전부 실패로 돌아갔지만.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왜 하냐?
-네놈이 본인 몸에 한 미친 짓거리를 보니 그냥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위지천은 단순히 천선신공의 공능만으로 흉마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아무리 천선신공이 대단해도 그걸 익히는 건 결국 위지천의 몫이니까.
불행히도 위지천의 무재는 평범했고, 나이도 무공을 익히기에 지나치게 많았다.
절망에 빠져 있던 위지천에게 스승이 알려준 비법이 있다.
-중요한 건 의지와 마음. 십중팔구 죽게 되겠지만, 살아남으면 그럭저럭 사람 구실 할 만큼은 될 것이다.
마극파혈비법(魔極破穴秘法).
인간의 몸은 자연 회복력이란 게 있다.
스스로를 망가뜨린 후 회복하는 성질을 이용해 빠른 성취를 얻는 걸 반복하는 비법이다.
스승의 말처럼 시도한 이 중 구 할이 죽는 비법.
남은 일 할도 성공하는 게 아닌, 대부분 중간에 포기해서 살아남는 거다.
아마 그의 스승도 그냥 대충 죽든지 포기하든지, 라는 마음으로 비법을 알려준 게 아닐까?
어쨌든, 당시에 언월운이 그 이야기를 꺼냈던 이유는,
-육경이 무엇인지 알지? 네놈도 의가 출신이니.
-…명칭만 안다.
-어쨌든, 육경의 병증을 강시를 강화하는 데 응용하려고 한 놈이 있다.
언월운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인간이 죽을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지? 살려고 하겠지? 그 의지에 천지가 대답한다. 그게 바로 천지상응의 이치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익힌 마극파혈비법도 비슷한 이치를 담은 비법이었다.
-하지만, 강시는 의지가 없지 않은가?
-의지는 없어도 본능은 남아 있어. 생전의 혼이 남긴 찌꺼기 같은 거지. 애초에 강시술이라는 게 주술로 사체에 남은 본능을 자극해 움직이게 하는 것이니까.
언월운은 흥미롭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강시들에게는 생존 본능이 없다는 거야. 항마 술법에 취약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 생존 본능이 없어서 항마 술법에 저항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강시에게 육경의 병증을 심어 생존 본능을 가지게 한다면? 강시의 생존 본능은 항마 술법에도 저항하게 되겠지.
‘그 시도를 해본 게 유평이었군. 결국, 실패한 시도라고 들었는데.’
당시 언월운에게 듣기로 강시에게 생존 본능을 가지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한다.
다만, 억지로 유도한 것이었기에 강시의 생존 본능이 오래가지 않았다고.
-고작 일이각? 그 정도는 항마 술법에 저항할 수 있을 거야. 대신, 그 시간만 지나면 강시는 완전히 망가지게 되었다. 육경의 병증이란 게 결국 강시의 몸을 망가뜨리는 거니까. 나름대로 재밌는 발상이었다만, 고작 일회성 수법이 한계인 거지.
‘실패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위지천은 혀를 찼다.
일회성이라지만, 무려 항적대사의 항마 술법에 대항하고 있다.
“크윽!”
“조심하십시오, 사숙!”
강시들이 항적대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나한들이 필사적으로 강시들에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소림의 무승들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유평을 막는 게 고작이야.’
강시들을 무력화해야 했다.
항적이 외쳤다.
“강시들에게 새겨진 육경(六經)의 대법을 파훼해야 한다! 도움을 줄 의원이 없는가?! 누가 강시들의 육경의 병증을 파악해 주시오!”
육경이란 태양(太陽), 양명(陽明), 소양(少陽), 태음(太陰), 소음(少陰), 궐음(厥陰)의 여섯 병증을 말한다.
제대로 된 진찰도 없이 이 육경의 병증을 구별해내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저, 저 강시는 소음인 것 같은데?”
“뭘 그렇게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합니까, 아버지? 소음이면 소음인 거지.”
“아니, 소림의 스님들을 뵈니, 갑자기 긴장되어서.”
“쯧, 오른쪽부터 태양, 소양, 태음, 태양, 궐음, 소음 아닙니까? 일곱 번째 놈은 헷갈리는군요. 소음인지, 궐음인지.”
“저놈은 기가 약한 게 소음처럼 보이지만, 팔강의 다른 면에서 보면, 음양의 균형이 무너진 게 궐음이다.”
“아, 지금 대사님께 달려든 놈은 소양입니다! 그 옆에 있는 놈은….”
장내가 잠시 정적에 잠겼다.
힐끗 본 것만으로도 육경의 병증을 구별하다니?
저게 가능하다고?
위지선과 위지강은 으쓱 콧대를 높였다.
“흥, 이 정도도 못 해서야 의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껏 구별한 육경의 병증이 최소 몇만 례는 될 텐데.”
“나는 몇십만 례는 되겠구나. 쯧, 그러니까 의원이란 작자들이 환자를 많이 봐야 실력이 늘지.”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단순히 위지선과 위지강의 의술 지식이 깊어서가 아니었다.
의선의가는 다른 지급 의가들이 부유층만 상대하는 것과 다르게 일반 백성을 주로 치료한다.
진료 횟수가 비교도 되지 않게 차이 난다.
상한론의 육경쯤이야 진료 경험이 너무 많아서 딱 보면 척이었다.
“고맙소! 각각의 병증에 상응하는 혈을 알려주실 수 있겠소?! 무림의 다른 시주들은 그 혈들을 공략해 주시오!”
지금 저 강시들은 진짜 육경의 병에 걸린 게 아니다.
모종의 특수한 비법으로 육경의 병증처럼 기맥을 조종하여 강시의 생존 본능을 자극해 항마 주술에 저항하게 만든 거다.
그러니, 각각에 상응하는 혈을 공략하면 된다.
“저 강시는 소음 중 소해가 두드러지니, 통리(通里)를 공략하면 될 것이오.”
“옆의 강시는 견정(肩井)을….”
위지선과 위지강이 즉각 답을 말해주었고, 다른 무림인들이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크윽, 강시들의 움직임이?!”
“우리로는 무리인…!”
단강무림회에서 손꼽는 고수들은 대다수 아까 유람선에 탔다가 몰살당했다.
지금 남은 이들 중에 진짜배기 고수는 몇 되지 않았다.
‘내가 나서야.’
위지천이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천이, 동작 그만.”
“…누님?”
“이 누님이 다 해결할게. 단 동생?”
“네, 언니.”
“원격 침술 치료 준비.”
“준비!”
위지상아와 단여가 양 손가락 사이에 침을 고슴도치처럼 꽂고 나섰다.
그러더니.
“침술 치료 실시!”
“투척!”
파앗!
침들이 비도처럼 강시들에게 날아가더니 혈에 꽂혔다. 정확히.
“…누님은 그렇다고 쳐도 단여 사매는 언제 저런 암기술을.”
“암기술이 아니라, 치료술이거든요?”
“…치료술이라고요?”
“대량 재난이나 싸움 등 갑자기 환자가 많이 생기면 일일이 환자들에게 가서 점혈하기 어려우니, 비침술(飛鍼術)로 빠르게 조치하려고 익힌 거예요.”
“…아, 네.”
사천당가가 무릎을 딱 치며 감탄할 그 발상에 위지천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위지상와 단여 둘의 활약에 강시들의 육경은 빠르게 처리되었고.
“하압! 불선심자개래회궤(不善心者皆來胡跪)이니, 부정한 것들아, 너희의 원래 있을 곳으로 돌아가라!”
항적대사가 다시 항마진언을 외우자, 강시들이 힘을 잃고 자리에 쓰러졌다.
처리한 거다!
‘이제 유평만 처리하면 끝이군.’
유평은 주술로 움직이는 강시가 아니다.
따라서 강시를 제압하는 항마진언이 통하지 않는다.
상관없다.
“그만 포기하시오, 시주! 더 이상의 살육은 이 소림이 허용하지 않겠소!”
콰앙!
유평은 강하다.
진천강시에 버금가는 반강시의 육신.
거기에 흡혼강신대법(吸魂降神大法)으로 혈교 사도의 혼을 흡수하기까지.
초절정 고수에 버금가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림이다.
무림의 뿌리. 태산북두.
다섯의 나한들은 모두 절정의 경지다. 절정 극(極)인 것은 아니다.
둘은 절정 극, 셋은 절정 상의 경지.
그럼에도 유평을 단단한 벽처럼 막아서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정화심령(淨化心靈), 참단사마(斬斷邪魔)이니! 일체사마(一切邪魔), 소산무적(消散無跡)이라!”
강시를 모두 제압한 항적이 유평을 향해 진언을 외웠다.
-크으으윽!!
강시들처럼 단번에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타격을 입었다.
유평이 괴로운 신음을 내었고, 나한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파앗! 퍼억!
소림의 절예들이 유평의 몸에 파고들었다.
‘곧 끝나겠군.’
위지천은 여상하게 생각했다.
나쁘지 않은 마무리였다.
유평은 이쯤 퇴장해주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유평이 일으킨 일 덕분에 많은 이득을 보았어.’
단강의가회의 수뇌들을 유평의 손을 빌려 깔끔하게 정리한 게 컸다.
더구나 이번 위기를 이용해 의선회(醫仙會)를 발족해 남양 의가들을 품 안의 그늘로 거두기까지.
의선의가는 명실상부 이 근방 최고의 의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토록 많은 이가 죽었는데, 가문의 이득이나 생각하고 있다니.
다른 이가 위지천의 이런 생각을 알면 끔찍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위지천은 원래 괴물이었다.
‘나는 더욱더 끔찍한 괴물이 될 거야. 누구도 의선의가를 넘보지 못하게 될 때까지.’
위지천은 가만히 소림승들을 보았다.
정확히는 항적대사를 보았다.
‘항적대사와 연을 터놓으면 좋을 텐데.’
항적이 이대로 소림사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이전 삶처럼 파계하여 마인이 될지는 모른다.
어느 쪽이든 의선의가의 편으로 만들어두면 든든하리라.
그때였다.
갑자기 상황이 돌변하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자폭?’
혈교의 비법 중 하나였다.
진기를 폭사시켜 상대와 동귀어진 하는.
유평이 노린 상대는.
“막아야!!”
“피하십시오, 사숙!!”
항적대사였다.
혈인으로 변한 유평이 항적에게 쇄도했다.
그 순간, 위지천도 움직였다.
위지천이 검을 출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