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96)
의선명가 천재막내 97화(97/138)
제97화
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
천하의 모든 무공이 소림에서 기원했다는 이야기다.
강호인들 대다수가 어느 정도 동의할 정도로 그만큼 소림의 위상은 어마어마했다.
‘최근 남존무당이 정파제일문이랍시고 거들먹거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근본은 소림이지.’
소림의 대단함은 위지천이 누구보다 잘 안다.
왜냐고?
싸워 봤으니까.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사대금강(四大金剛) 등등.
‘뒤지는 줄 알았지.’
뭐랄까.
개개 승려들의 무공은 무당파보다는 못하다.
그런데, 상대하기 훨씬 힘든 건 소림이었다.
겉만 요란하고 뭔가 매가리가 없는 느낌이던 무당 무공과는 다르게, 소림의 무공은 철옹성 같은 단단함이 있다. 마치 천년 거목과도 같은.
특히 소림의 무공에는 항마의 기운이 있어 마인에게 특히 강했다.
괜히 마교가 소림을 가장 경계하는 게 아니다. 위지천의 혈선마공이 선기를 품고 있지 않았다면, 더욱 상대하기 어려웠을 거다.
항적대사는 그런 소림 내에서도 손에 꼽는 위상의 인물이다.
“…제게 가르침을 구한다고요? 대사님께서요?”
위지천은 얼떨떨하게 되물었다.
항적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본승은 오랜 기간 사바세계의 미혹에 시달려온바. 소형제가 내게 올바른 길을 알려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러니까, 제가 대사님께요?”
“그래, 네가 내게.”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묻냐고, 이 땡중아?’
위지천은 불가의 가르침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항적은 맑은 눈의 광인처럼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열렬히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위지천이 진짜 무언가 대단한 가르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 눈치.
‘…하긴 정신 멀쩡한 놈이 저런 경지의 술사가 될 리가 없지.’
술법과 무공은 다르다.
경지에 오르려면 광기가 필수다.
물론, 소림의 항마술을 다른 사특한 주술과 동선에서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제정신으로는 경지에 도달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리라.
“부담 가지지 말아라. 네가 뭐라고 하든, 받아들이는 건 본 땡중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으니까. 그저 나는 뭐라도 네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제 이야기를 왜요?”
“너에게서 빛을 보았으니까.”
“…빛이요?”
‘이 땡중이 진짜 미쳤나?’
위지천은 식겁했다.
하지만, 항적은 진지했다.
“그날, 각자 자기 살길만 찾을 때, 너는 모두를 위하려고 했지. 심지어 그들은 너희 의선의가를 모함하고 해코지하려는 이들이었는데. 너는 그들이 밉지도 않았더냐?”
‘음. 그런 거 아닌데.’
소림의 명망 높은 대사도 보는 눈이 없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너희를 욕보이던 이들이 혼자 살고자 도망가려고 하니, 배를 기꺼이 양보해 주기까지 했다. 그것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넌 어찌 그럴 수 있었단 말이냐?”
항적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 소년은 정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배를 내주었다.
저 소년도 분명 살고 싶었을 텐데.
그런데, 기꺼이 양보했다.
“아니, 전 그런 게 아닌….”
“겸손하기까지 하구나. 네 검에 깃든 현기가 네 맑은 마음을 증명하거늘.”
“…….”
위지천은 어색하게 웃었다.
‘땡중 놈. 마음에 마구니가 가득한 상태구나.’
위지천은 항적이 왜 이러는지 눈치챘다.
항적은 이미 심마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회의감.
올곧은 길만 걸어온 이들이 쉽게 빠지는 심마였다.
실제 인간 세상은 그들이 쌓은 수양과 다르게 추악하기 그지없으니까.
‘어쩐담.’
사실 위지천은 항적이 심마에 빠져 파계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단, 이번 일로 은혜를 입히면 소림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문제는 내가 불가 쪽 가르침에 완전 문외한이라는 건데. 뭘 알아야 가르침을 주지.’
고민 끝에 위지천은 그냥 되는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항적에게 도움이 되면 다행이고, 뭐, 아니면 말고.
‘되레 심마가 악화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저 땡중 놈이 알아서 할 일이지.’
“음. 대사의 마음이 너무 약하신 것 아닐까요?”
“…뭐라고 했나?”
“아, 죄송해요. 말을 바꿀게요. 그러니까, 대사께서 너무 고고하고 순수하셔서 세상의 나쁜 모습을 참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해서요.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가 더러운 물에 가면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요.”
“…….”
위지천은 항적의 심마를 이해했다.
과거 그도 했던 고민이기 때문이다.
왜 세상은 이토록 끔찍한가?
왜 추악한 이들이 떵떵거리며 잘 사는가?
의선의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원래 세상은 더럽고 추악하거든요.”
“…넌 괜찮으냐? 그런 세상에 환멸이 들지 않느냐?”
“뭐.”
위지천은 어깨를 으쓱했다.
“세상이 그러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전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걷는 거지.”
지난 삶은 복수였다.
이번 삶은 가족들을 위하는 삶이었다.
“…세상이 어떻든, 본인의 길을 걷는다.”
항적이 중얼거렸다.
“네, 어쩔타불, 저쩔타불의 정신으로요.”
“!!”
참고로, 저 망측한 불경은 훗날 십마가 된 항적이 강호에 유행시켜 위지천도 알고 있었다.
각각 문파마다 응용하여 ‘어쩔수불, 저쩔수불.’ 등으로 바꿔 말하고는 했다.
‘의가 놈들은 살려야 한다(救命)를 붙여서 ‘어쩔구명, 저쩔구명’이라고 했던가? 항적이 심마에서 벗어나면, 이 이상한 불호가 유행하는 일도 안 일어날지도 모르겠네.’
물론, 항적이 심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다만,
“…고맙네. 많은 도움이 되었네.”
항적이 한층 깊어진 눈빛으로 감사의 말을 하였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한 눈치.
“귀한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마음이니 받아주어라.”
“아무런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가르침이라니요. 대사님께서는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되어요.”
“허허. 소형제는 이 항적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거짓말이다.
위지천은 과연 소림의 대사가 어떤 선물을 줄지 군침을 흘렸다.
“여기 소환단이네.”
“아니, 어찌 이런 귀한 것을?”
“허허. 이 항적의 목숨을 구해 주었는데, 이 정도 사례는 당연하지.”
‘음. 기대했던 것보다 약한데.’
위지천은 애매한 얼굴을 했다.
대단한 영약이긴 하다.
다만, 위지천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이미 영약의 기운을 여러 차례 흡수해서.’
과거 위지천은 화산의 자소단을 복용했을 뿐만 아니라, 무당의 송인 도장의 내상을 치료하며 천봉의가의 영약인 무허단의 기운을 일부 흡수했다.
대환단이면 모를까, 소환단 정도로는 큰 효과를 얻기 어려웠다.
‘뭐, 안 먹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생각이 난 것이다.
“소환단은 받을 수 없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너무 과해요.”
“과하긴. 부담 갖지 않아도….”
“대신, 소림의 설법을 나중에 청강해도 될까요?”
“본사의 설법을?”
소림은 절이다.
일반 시주들에게 설법을 전파했다.
단, 위지천이 말하는 건 그런 일반 시주들에게 하는 설법이 아니었다.
“소림 무승(武僧)분들께서 듣는 설법을 저도 들으면 의원으로서 마음 다짐에 도움이 될까 해서요.”
‘무승들이 듣는 설법에는 불가 무공의 묘리가 섞여 있을 거야.’
파죽지세로 강해지고 있는 위지천이다.
그는 이전 삶의 경지를 넘어서게 될 거다.
다만,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첫째는 당장 직면한 정기신 불균형.
괜찮다. 시간의 문제일 뿐 해결될 테니.
둘째 문제는 조금 더 심각했다.
‘나중에 정도 무공과 마공이 충돌하게 될 거야.’
지금은 천선신공의 공능으로 둘을 나누어 충돌하지 않는다.
단, 기운이 섞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
훗날 양측의 깨달음이 섞이며 무언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무림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어떤 종류의 문제일지, 그 여파가 어느 정도나 될지 모른다.
미리 마음공부에 깊은 수양을 쌓아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니 이런 요청을 하는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천하공부출소림이니, 소림의 마음공부를 배워놓으면 어떤 식으로든 무공에 도움이 될 거야.’
“허어. 넌 도대체….”
항적은 그런 위지천의 시커먼(?) 속내도 모른 채 거듭 감탄했다.
어찌 저렇게 티 하나 없이 깨끗(?)하단 말인가?
‘부끄럽구나. 세상에서 나 혼자 깨끗한 척 다 하고 살았는데. 반성하고 저 소형제를 보고 본받아라, 항적아!’
“소환단도 받게.”
“하지만….”
“어허! 쓰읍! 어쩔타불!”
“…….”
위지천은 적당히 내숭 떤 후 소환단도 챙겼고, 항적은 위지천보고 꼭 소림에 들러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한 후 돌아갔다.
언월운도 진주언가로 돌아가기 전 위지천을 찾아왔다.
“너 이번 일, 나한테 빚진 거다. 알지?”
“네, 알아요.”
“그러면 앞으로 날 형님으로 불러라.”
“……??”
언월운이 씨익 웃었다.
“너.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거든.”
위지천은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언월운은 절대 아무하고나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
위지천을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놈을 형님으로 모시기에는.’
이전 삶 악우로 지냈던 기억 때문에 내키지 않았다.
“형님 말고 친구는 어떤가요?”
“…친구? 너랑 내가 나이 차이가 몇인데?”
“교분을 나누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요? 남양 흑도의 영웅 장삼 대협께서는 저보다 나이가 몇 배는 많으신데 막역한 교분을 나누시는걸요.”
“뭐? 하하! 이 당돌한 놈 봐라?”
언월운은 피식 웃었다.
“네놈을 친구로 삼을지는 다음에 보고 판단하겠다. 아직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거든.”
“네, 알겠어요. 대신, 그 판단은 소가주께서만 하시는 게 아니란 걸 명심해 주세요.”
“!!”
언월운도 자격을 증명하라는 이야기.
‘이놈도 변태 놈이라 이런 거 좋아하지.’
언월운은 상대가 굽신거리는 것보다 건방진 걸 좋아하는 변태다.
예상대로.
“아하하. 너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다음에 만날 때가 기대되는군. 그때는 널 설복시켜 날 형님으로 모시게 해주겠다.”
언월운이 떠난 후, 위지천은 다른 사람을 만났다.
동선의가의 가주 유화였다.
“남양을 떠난다고요?”
유화는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 동선의가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가문을 모두 정리 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은거하도록 하겠다.”
위지천은 팔짱을 꼈다.
“누구 마음대로요? 은거라니. 너무 속 편한 결정 아닌가요?”
“!!”
‘어딜 도망가려고. 우리 의선의가에 폐를 끼쳤으면, 몸으로라도 갚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