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97)
의선명가 천재막내 98화(98/138)
제98화
동선의가는 생각보다 큰 책임을 지지 않게 되었다.
일단, 철저히 유평 개인이 저지른 잘못이고, 동선의가는 연루된 게 전혀 없었다.
연좌제로 책임을 묻기도 애매했다.
유평이 연구한 건 강시술이었다.
언월운이 이전 말한 대로 시체에 수작을 부린 거지, 살아 있는 환자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건 없었다.
물론, 시체를 모독한 것도 크나큰 잘못이긴 한데, 유평은 치밀하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이들의 시체만 활용했다.
즉, 연고가 없는 부랑자 환자들의 시체에게만 수작을 부린 거다. 당연했다. 아니었으면, 누군가 진즉 눈치챘을 테니까.
따라서 딱히 동선의가에 연좌제로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었다.
‘거기에 소문도 최대한 호의적으로 퍼졌고.’
유평 개인의 잘못일 뿐, 동선의가는 잘못한 게 없다!
유평도 희생자다! 피의 복수를 한 거다!
동선의가가 욕을 먹으면 연루된 의선의가도 같이 곤란해진다. 최대한 동선의가 쪽에 화살이 돌아가지 않게 소문을 퍼트렸다.
덕분에 동선의가는 이전 삶과 다르게 멸문의 위기를 피할 수 있었는데.
“소협이 이리저리 많은 신경을 써준 것 아네. 소협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우리 동선의가는 크게 경을 쳤을 거네. 거기에 아버지가 더욱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는 걸 막는 데 힘써 주기까지. 소협에게는 정말 감사하네.”
“그런데, 떠나겠다고요?”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을 책임지긴 해야 하니까.”
유화가 어두운 얼굴을 하였다.
“동선의가를 정리하고 은거하여 평생 속죄토록 하겠네.”
‘누구 마음대로?’
위지천이 동선의가가 연루되지 않게 배려한 건, 따로 더 사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빌려 동선의가를 꿀꺽 집어삼켜야 해.’
의선의가는 어마어마하게 확장할 거다.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시작되었다.
이번 일로 단강의계의 다른 지(地)급 의가들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었고, 의선의가가 단강 일대의 의업계를 장악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숫자의 환자들이 몰리게 될 것이다.
문제는 너무 빠른 속도란 거다.
현재 의선의가의 체급으로는 그만한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만든 게 의선회(醫仙會)인데, 동선의가가 빠지면 돼지고기 없이 야채만 달랑 있는 동파육이 될 뿐이다.
‘특히 유화 가주는 동선의가 의원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어. 반드시 노예로 부려 먹어야 해.’
전 가주 유평의 이름값에 가려져 있지만, 유화도 명의라 불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다.
어느 정도냐면, 한때 위지강이 유화를 향해 경쟁의식을 불태운 적이 있을 정도다.
‘유화 가주는 딱히 형님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형님 혼자서 삐치고, 시비 걸고, 타오르고 그랬다나? 그러다가 연모하게 되고.’
어쨌든, 천하의 위지강이 경쟁의식을 느꼈을 만큼 유화도 괴물 같은 재능을 지닌 이였다.
“은거하는 건, 회피 아닌가요?”
“…하지만, 사람들은 더는 우리 동선의가의 치료를 원하지 않을 거네.”
“그래서 도망가려고요?”
“…….”
위지천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투를 바꾸었다.
“가주님은 솔직히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우리 가문이 저지른 죄가 있으니 억울할 이유가….”
“야망이 있으셨던 것 알아요. 선친과는 다르게 동선의가를 더욱 크게 번창시키고 싶으셨잖아요.”
“!!”
유화는 흠칫했다.
그렇다.
유화는 아버지 유평과 달랐다.
유평이 의가를 차린 건 복수를 위해서였다. 당연히 가세 확장에도 소극적이었다.
유화는 동선의가를 최대한 번창시키고 있었다.
탐욕 때문이 아니었다.
“의원이 의술을 배움은 천하 만민을 구제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의원이라면, 손이 닿는 한 최대한 환자를 구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소협이 어떻게 그걸?”
유화가 평소 속으로 하던 생각이었다.
환자 진료에 소극적이던 아버지와 다르게 동선의가를 번창시켜 최대한 많은 환자를 구하고 싶었다.
‘어떻게 알긴. 형님이 하도 떠드니 알게 되었지.’
위지강이 자신의 연애 사정을 위지천한테 털어놓은 건 아니다.
엿들었다.
아니, 이걸 엿들었다고 해야 하나?
‘형님, 제발 제 방 근처에서 궁상떨지 말아주세요. 저도 형님의 은밀한 뒷이야기 같은 거 듣기 싫다고요.’
월하미남 위지강.
달밤 아래에서 눈망울을 적시며 우수에 젖는 게 취미다.
하필 위지강이 종종 찾는, 달빛이 잘 드는 마당 뒤편 특등 자리가 위지천의 처소 근처였다.
-유 매. 밝은 달빛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그대가 내게 하던 이야기가 떠오르는구려.
…남들 들으라고 떠든 건 아니지만, 하필 위지천이 무공이 깊어지며 청각이 예민해진 게 문제다.
뭐라고 궁상떠는지 다 들렸다.
듣기 괴로웠지만, 유화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환자들에게 제대로 속죄하고, 꿈을 이루세요. 우리 의선의가가 도와줄 테니까요.”
“…도와준다고?”
“우리 의선의가의 분가(分家)가 되세요. 의선의가는 천하제일의가가 될 터. 옆에서 함께하면 동선의가도 천하에 우뚝 설 수 있을 거예요.”
“!!”
분가.
일반적으로 본가에서 독립한 방계 가문을 뜻하지만, 의업계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였다.
꼭 혈연관계로 얽히지 않아도, 종가 아래 소속된 가문을 분가라고 불렀다.
보통 소속 제자가 독립해 분가를 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이런저런 이유로 분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충성을 맹세한 가신 가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 의원들끼리 가신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분가라고 말하지만.’
“…의선의가의 분가가 되라고?”
“싫으세요?”
“아니, 싫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지금 우리 동선의가를 품는 건 의선의가에도 부담일 텐데. 다만, 그렇게 해도 될지….”
위지천은 한숨이 나왔다.
대충 유화의 성격을 알 것 같았다.
고지식하고 답답했다!
“환자 진료로 갚으시면 되죠. 지금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보내주기 아까워서 그래요. 우리 의선의가에 미안하면, 그만큼 열심히 일해서 갚으세요.”
유화는 그제야 웃음을 지었다.
‘고맙구나.’
저 소년에게 참으로 많은 은혜를 입었다.
지금도 보아라.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저렇게 노력하는 것을.
다 안다.
위지천이 지금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다 그녀를 생각해서임을.
사실, 유화는 마음이 꺾인 상태였다.
존경하던 아버지가 뒤에서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게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충격을 딛고 억지로라도 일어나기로 했다.
위지천 때문이었다.
저 소년의 마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다. 의선의가가 다시금 천하제일의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동선의가가 함께하겠다.”
‘유능한 노예 확보!’
위지천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혹시 위지강 형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위지강 공자?”
“두 분이 연이 깊었다고 들었어요. 혹시 마음이 남아 계신지….”
‘제발 우리 형 궁상 좀 멈추어줘!’
사실 위지강과 유화 사이가 어떻게 되든 위지천이 관여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꾸 위지강이 방 근처로 와서 ‘유 매, 어쩌고저쩌고.’ 궁상을 떠니 듣기 힘들었다.
“음. 좋은 친구지.”
“…좋은 친구요?”
“그래, 의술 실력도 뛰어나고, 환자를 위하는 마음도 훌륭하고, 성품도 바르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어째 좋은 느낌의 답이 아니었다.
“…혹시 남자로서는?”
“하하? 무리다.”
“…무리라고요?”
“과거 잠깐 얼굴에 혹해서 그런 사이가 될 뻔하긴 했지만, 깊은 마음으로 발전하지는 않더구나. 그래서 헤어지자고 했다.”
“…혹시 이유가 있나요?”
“음.”
유화가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게… 말이 너무 많아서.”
“…….”
“아니, 뭐, 사람이 말이 많을 수도 있지. 이해한다. 다만, 잔소리가 조금 심한 게, 예전에 유모가 했던 잔소리가 떠올라서…. 생긴 것만 보면 딱 과묵 냉철해 보이는 게 내 취향인 줄 알았는데.”
“…그렇군요.”
“크흠. 내가 별 이야기를 다 했구나. 위지강 공자에게는 비밀로 해다오. 내 취향이 아닐 뿐, 위지강 공자는 좋은 사람이니, 상처 입히고 싶지 않구나.”
위지천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달이 떠올라 있었다.
위지강은 오늘도 마루 뒤편에서 달밤을 올려다보고 있을까?
‘힘내십시오, 형님.’
월하미남 위지강의 궁상은 당분간 쭈욱 이어질 것 같았다.
* * *
이번 사태가 얼추 정리되고, 의선의가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환자가 몰려든 거다.
행복의 비명이 아니었다.
정도가 너무 심했다.
“서협에서 왔는데, 얼마나 기다려야 한다고?!”
“난 등주에서 왔소이다! 허어?! 어디 새치기요?!”
“내가 몇 시진이나 기다렸는지 알아?!”
의선의가 담장을 둘러 쭈욱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기다리는 환자들끼리 툭하면 싸움이 벌어졌다.
몰려든 환자들도 힘들고, 의선의가의 제자들도 지쳤다.
‘이대로라면 우린 다 죽어!’
‘때려치울까? 때려치울까?’
그때,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쯧, 어쩔 수 없군. 우리가 나서야겠어.”
“수저 올리려고 군침만 흘리고 있었으면서 무슨 허세를 그렇게 부리시오?”
“허어, 그게 무슨 말이오, 탁 가주?! 우리 화중의가는 의선회의 일원으로 의선의가의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것일 뿐인데!”
화중의가와 철마의가였다!
덕분에 다행히 한숨 쉴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살겠구나. 단 가주, 탁 가주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
“뭘, 둘 모두 입이 턱까지 찢어졌더구먼요. 간만에 대박이 났으니.”
“에구구. 오늘은 조금 쉬자꾸나. 더는 못 하겠다. 다들 수고했다!”
다들 지친 얼굴로 돌아가려는데, 위지천이 우두커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천아?”
위지무가 불안한 눈으로 위지천을 보았다.
이제 척 하면 척인 둘이다.
위지천의 저 얼굴, 무언가 사고(?)를 치려고 고민할 때 짓는 표정이었다!
“그만!”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그래, 그대로 그냥 입 다물고 있어라! 당분간 제발 조용히 좀 지내자!”
위지천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그냥 허전해서요.”
“허전?”
“다른 의가는 툭하면 이런저런 잔치를 여는데, 우리 의선의가는 그런 적이 없잖아요. 이만하면 잔치 한 번쯤은 열어도 되지 않나 싶어서요.”
위지천은 내심 감개무량하고 있었다.
의선의가가 이렇게까지 번창하게 되었다니.
한 번쯤은 다 같이 축하하고 싶었다.
지금껏 잘했다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고.
앞으로도 힘내자고.
…물론.
잔치에 누가 올지.
어떤 잔치가 될지 알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 * *
“의선의가가 잔치를 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