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od of 21st Century Architecture RAW novel - Chapter (72)
월요일 아침.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한 장현우 과장.
복도에 켜진 조명이 사무실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보고 싱긋 웃으며 생각했다.
‘한 팀장 복귀 후 첫 단체 미팅이라 신경 쓰인 모양이네. 하여튼 안 그런 척하면서도 은근히 섬세한 사람이라니까.’
장 과장은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뭐야? 벌써 출근했어? 하여튼 부지런하다니까, 우리 하 대리.”
그러나 생각과 다른 풍경에 살짝 놀라 동그래진 눈.
테이블 가득 JJ엔터 기본도면을 펼쳐 놓은 예건이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양복과 머리칼이 조금 흐트러진 데다 테이블 위 아무렇게나 펼쳐진 수첩에 그림과 글씨가 빼곡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간밤을 사무실에서 지새운 모양이었다.
“어? 팀장님?”
“아! 장 과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잠시, 이것 좀.”
“예? 아, 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예건을 향해 홀린 듯 다가와 마주 앉은 장 과장.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도면을 보고 있으니, 어째 불안했다.
“혹시… 도면에 무슨 문제라도?”
“아, 그게.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공간적인 기능은 만족스러운데, 하나 우려되는 것이 있어서요.”
“우려라면?”
“소통.”
“…소통이요?”
장 과장이 상황 파악을 할 겨를도 없이 예건이 불쑥 물었다.
“공감은 주체가 대상의 감정을 자신에게 이입해 동일시하는 것이고, 소통은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뜻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맞죠?”
“네. 뭐, 그렇죠.”
장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질문. 만약 장 과장님께 공감해 주는 대상과 소통하는 대상이 있다고 칩시다. 둘 중 어떤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끼실 것 같습니까?”
“어… 아무래도.”
장현우 과장은 눈을 굴리며 잠시 생각하다 어렵지 않게 대답을 골랐다.
“당연히 친밀하게 소통하는 쪽이….”
“정답! 맞습니다.”
예건이 테이블을 ‘탁’ 치며 수긍했다.
“그렇다면 장 과장님. 과장님께서는 건축물에서 소통이 의미하는 바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그야 뜻이 서로 통하도록 이어 주는 역할 아니겠습니까?”
예건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는 아무래도 너무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습니다.”
“네?”
예건의 말에 장 과장이 눈을 크게 떴다.
“이재정 대표가 원하는 JJ엔터의 성장 목표를 대중과 공감하는 거로 생각해, 거기서 생각하는 것을 멈춰버렸습니다.”
“어…. 그건. 이재정 대표님도 컨셉에 만족하셨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요?”
“아뇨. 그럴 수는 없어요. 건축은 완성될 때까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예건은 씁쓸하게 웃으며 안타까운 눈길로 도면을 바라보았다.
“시대가 제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족한다면, 길게 봐도 20년, 짧게 보면 10년 안에 이 디자인은 사장될 겁니다.”
납품을 앞두고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장현우 과장은 당황한 나머지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만 같았다.
“네? 아니…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뭐라 더 반박하고 싶었지만, 좋은 의견이 떠오르지 않았다.
설계자가 자신의 디자인에 만족하지 못하겠다는데, 어쩐단 말인가.
“장 과장님!”
“네?”
“아무래도 보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완…. 하지만 수요일에는 납품해야 하는데요. 약속을 못 지키면…. 어, 그러니까. 회사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겨우 쥐어짜 낸 생각이 납기 일정에 못 맞춘다는 우려였다.
“물론입니다. 약속은 지켜야죠.”
예건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현우 과장은 안도했다.
일단 납품을 마치고, 차후 수정하는 방향으로 한 팀장을 회유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그때.
“곧장 JJ엔터로 가죠! 아무래도 납품 전에 이재정 대표를 다시 설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네? 설득을요? 아니, 그것보다, 지금 바로요? 대안은요? 대안 없이 가서 설계 납품을 미뤄달라고 하면, 이재정 대표 성격에 썩 좋아할 것 같지 않은데요, 팀장님.”
예건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장 과장님께서 제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네? 제가요? 아니, 제가 언제요?”
장현우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예건이 사무실 문을 가리켰다.
“아까, 사무실로 들어오시면서 장 과장님이 한 말 기억하십니까?”
기억을 더듬던 장현우가 머릿속에 좀전의 상황을 그리며 천천히 말했다.
“어… 벌써 출근했어?”
예건이 눈을 빛내며 장현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물었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죠?”
“아무도 출근한 사람이 없으면 복도나 사무실에 불이 꺼져 있었을 테니까요. 기획팀 직원 중에서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하는 건 하 대리고요.”
예건이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당연히. 제가 제일 먼저 출근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저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어서 반가웠죠. 늘 부지런한 게 대견하기도 했고.”
예건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을 ‘탁’ 쳤다.
“바로 그겁니다!”
“네?”
“기대감이요! 팬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겁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