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nd Duke’s Little Lady RAW novel - Chapter (166)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자기 아들을 외면해서까지 이 고통의 굴레를 끊고 싶었을까?
그리고 무력할 때 버림받아 죽어가고 있던 루시안은 또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까.
눈물이 고인 눈으로 마티어스를 바라보자 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리엘라.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와 루시안에게 실망했니?”
아리엘은 입술을 꼭 깨물고 도리질을 쳤다.
“아뇨, 그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 아픔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제가 어떻게 실망할 수 있겠어요.”
마티어스가 조용히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와 루시안 녀석도 마찬가지다.”
아리엘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네?”
마티어스가 유리 도자기를 만지듯 그녀의 뺨을 조심히 어루만졌다.
“우리도 네 가족에 대해 그렇다는 거다.”
아리엘은 짧게 숨을 멈췄다.
“루실리온 후작가의 사정에 대해 알게 된다고 해도 네가 달라지는 건 아니야. 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는 것도 아니지. 너는 조금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어.”
“…….”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라카트옐의 어마어마한 비밀을 날 것 그대로 듣고 난 직후라서 더욱 마티어스의 말이 와 닿았다.
“네가 가족 일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숨기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그래도 나와 루시안을 불안해하지는 말아라.”
아리엘은 결국 고개를 푹 떨구었다.
날 위해 이 얘기를 해주시려고 비밀까지 꺼내신 건가?
‘불안할 때 그렇게 말해주는 건…… 반칙인데.’
조그만 가슴 안이 뜨뜻해졌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그녀는 손을 꼭 말아 쥐고 참으려 애썼다.
그런데 그 때, 묵묵히 아리엘을 보고 있던 마티어스가 불쑥 몸을 움직였다.
곁에 있던 아리엘은 마티어스가 굳은 것을 느끼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리엘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웬 일로 베르토가 기척도 내지 않고 뛰어 들어왔다.
“대공님, 큰일 났습니다! 밖에……!”
그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마수가, 가고일 떼가 습격을!”
마티어스가 놀라운 반응 속도로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깥 멀리에서 사람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가고일이라고?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가고일은 날개가 달린 네발 마수로, 용 계열 마수 중 하나다.
와이번처럼 독이 있지는 않지만 무리 지어 다니며 공격해 파괴력이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었다.
‘말도 안 돼.’
아리엘이 배운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용 마수가 인간의 영토까지 내려온 건 까마득한 몇천 년 전.
과거 그녀가 겪었던 삶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뭔가 잘못됐어.’
미래가 바뀌었다.
곧장 나가려던 마티어스가 아리엘을 돌아본 뒤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리엘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 꼼짝 말고 있어라.”
그리고는 밖의 기사들에게 냉기 서린 음성을 냈다.
“아리엘을 목숨처럼 지켜라.”
그 말을 마친 마티어스는 베르토와 함께 천막 밖으로 뛰어나갔다.
사람의 힘으로는 용 계열 마수를 공격하는게 불가능했기에, 마티어스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용 마수는 마법, 무력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오직 라카트옐의 힘으로만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아리엘은 두 손을 모아쥐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 * *
가장 먼저 출발한 루시안은 누구보다 먼저 숲 깊숙이에 도착했다.
그는 이 숲에서 가장 큰 사냥감을 찾을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었다.
루시안은 흑마를 난폭하게 몰며 포식자의 기세를 내보냈다.
이 숲에서 가장 큰 맹수도 그에게는 생쥐 한 마리보다 못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가장 큰 것. 아리엘을 올해의 레이디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그녀의 곁을 맴도는 수컷들 중 그가 가장 우월하다는 걸 증명해줄 만한 것.
힘에 굴복하는 인간 남자들에게 두려움과 경고를 확실히 줄 수 있는 것을 잡아갈 것이다.
그들이 감히 아리엘 옆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한참 숲 안쪽으로, 안쪽으로만 계속 내리달리던 루시안은 문득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예민한 그의 감각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마수?”
보통의 짐승에게선 타락의 더러운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지금 느껴지는 건 분명 음침하고 더러운 마수의 기운이었다.
루시안은 오만함이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얼굴을 성마르게 쓸며 씹어뱉었다.
“그럴 리가.”
라카트옐이 마수 사냥을 하는 고대 숲과 북쪽 바위산은 지금 사냥대회가 열린 영지 숲과 한참 떨어져 있었다.
겨울도 아닌 여름에 마수가 내려올 리 없었다.
아니, 나와 마티어스가 이곳에 있는 한 마수가 감히…….
그 때 숲 바깥 멀리서 희미한 사람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루시안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
‘아리엘!’
그의 손이 흑마 반카의 고삐를 세게 내리쳤다.
반카는 주인의 뜻에 따라 날듯이 그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4권 끝. 5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