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nd Duke’s Little Lady RAW novel - Chapter (254)
영원히 그만둘 수 없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흙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 사람과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밖에 없었던 라키엘처럼.
드래곤에게는 처음 사랑이 유일한 사랑인 것이다.
루시안에게는 그게 아리엘이었다.
어느새 마티어스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아리엘은 가녀린 팔을 뻗어 마티어스와 루시안을 동시에 끌어안았다.
지금만큼은 마티어스와 루시안도 망설이지 않고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한 덩어리가 된 세 사람은 한참동안 그렇게, 서로를 안고 있었다.
* * *
루시안과 마티어스는 폐허가 된 라카트옐 영지를 황실 마법사들이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지금 그들에게는 더욱 우선으로 할 것이 있었으니까.
“이제 가장 중요한 게 남아있지.”
루시안에게 새끼 토끼마냥 달랑 안겨있던 아리엘은 마티어스의 말에 가물거리는 눈을 깜박였다.
“중요한 일요?”
어리둥절한 아리엘의 얼굴에 두 남자가 낮게 소리 내 웃었다.
마티어스가 손가락으로 아리엘의 뺨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말했다.
“오늘은 네 생일이 아니냐.”
생일……?
아리엘은 그제야 완전히 동이 튼 아침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귀하기 전, 과거의 그녀는 보지 못했던 열일곱 살 생일의 아침이었다.
주홍빛, 보랏빛, 하늘빛과 분홍빛이 뒤섞인 아름다운 일출이 아리엘을 비추었다.
‘……아.’
그녀는 울컥 치미는 감정을 느끼며 숨을 멈추었다.
열 살에 처음 되돌아와서 바꾸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버지에게 맞아서 다리를 못 쓰게 되는 그날 밤의 운명을 바꾸고 맞이했던 그 아침이.
그날처럼 벅찬 감격이 아리엘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바뀌었어.’
처음에 발버둥치며 운명을 바꾸려 했던 것은 아리엘 혼자였지만, 그 후로는 루시안과 마티어스가 함께 해주었다.
‘우리가…… 바꿨어.’
이제부터의 미래는 아리엘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간일 것이다.
드디어 기나긴 과거의 책장이 덮이고,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된 것이다.
루시안이 아리엘의 이마에 입술을 누르며 뇌쇄적인 어조로 속삭였다.
“하루가 통째로 남아있으니 생일 파티를 하러 가야지.”
그렇게 마티어스와 루시안은 아리엘을 데리고 수도로 돌아갔다.
푸른 사자 기사단과 라카트옐 본가 사람들도 모조리 함께 데리고 갔다.
그들이 수도에 도착하자, 지난밤 아리엘의 안녕만을 기도하며 밤을 지새운 태후와 수잔, 다이아나와 카디나는 드디어 아리엘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 귀염둥이가 무사히 돌아왔대요!”
“아아……!”
태후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수잔을 부둥켜안고 마구 뛰며 기쁨을 나누었다.
가장 정보에 빠른 카디나가 나잇워커에서 들어온 소식을 전했다.
“라카트옐 가에서 오늘 아리엘님 생일 파티를 연다고 합니다!”
생일 파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들은 미리 준비해 둔 어마어마한 양의 선물을 마차에 닥치는 대로 싣기 시작했다.
선물 준비를 마친 태후가 사뭇 비장하게 앞장섰다.
“당장 대공가로 출발하자.”
모두의 눈에 아리엘의 이번 생일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결의가 번뜩였다.
* * *
아리엘은 수도의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전날부터 내내 전투를 치러서인지 감기는 눈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그녀의 눈앞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수잔? 할마마마……?”
고개를 돌려보니 친구들도 모두 아리엘의 침대맡에 앉아있었다.
“다이아나, 세실, 카디나…….”
아리엘이 그들을 둘러보며 포스스 미소를 짓자 친구들이 아리엘에게 갑자기 달려들었다.
“앗……!”
달려든 친구들은 아리엘의 말랑한 뺨을 마구 조물거리며 아리엘의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요 말썽쟁이! 아주 혼나야 돼!”
“다이아나 말이 맞다, 아리엘. 혼자 우리랑 헤어질 준비를 하다니.”
카디나가 단호하게 말했다.
“뺨 잡아 늘이기 100년 형입니다, 아리엘님.”
“으우…….”
친구들에게 혼쭐이 난 뒤에 아리엘은 기어드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그런 아리엘이 너무 귀여웠던 나머지 그들은 더 이상 혼내지 못하고 와락 끌어안았다.
태후와 수잔도 눈물을 훔치며 아리엘을 안아주었다.
눈물 바람이 지나간 후에, 다이아나가 세실을 쿡쿡 찔렀다.
“언제 말할 거야?”
“이, 이제 말하려고 했다. 안 그래도.”
아리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지?
쭈뼛거리며 부끄러워하던 세실이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밝힐 게 있어.”
세실이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풀어서 제 손에 쥐고는 아리엘과 눈을 맞췄다.
“지켜봐 줘.”
아리엘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세실이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자, 희미한 하늘빛이 검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이 떨리는 듯한 미세한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아리엘의 눈이 동그래졌다.
“검기……?”
아리엘은 세실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세실, 소드 마스터가 된 거야?”
세실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검기를 거두었다.
세실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최근에 수련이 막혀서 한참 답답했었다. 그런데 너와 함께한 전투에서 마수를 상대하다가…… 검기를 각성하게 됐어.”
아리엘은 세실의 품에 와락 안기며 웃음을 터트렸다.
“축하해, 세실! 너무너무 축하해!”
이로서 세실은 제국 최초의 여기사일 뿐 아니라 최초의 여성 소드 마스터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세실의 어깨에 V모양을 교차해놓은 소드 마스터의 증표가 달려있었다.
“아리엘 네 덕분이야.”
아리엘은 세실이 노력한 덕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세실을 꼭 안고 축하와 기쁨을 나누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낸 뒤, 태후가 아리엘에게 말했다.
“또 손님이 있단다.”
“손님…… 이요?”
누가 찾아온 걸까?
“들어오게.”
태후가 허락하자 문이 열리고 회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걸어들어와 아리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대공자비님. 오델른의 베로니카입니다.”
“아…….”
아리엘은 베로니카를 알아보았다.
숱많은 진회색 머리카락 위에 왕관을 쓴 늠름한 모습의 베로니카는 여전히 아리엘의 이상향 모습 그대로였다.
타락의 납치에서 깨어난 뒤, 안드레 왕자가 한 짓과 베로니카가 그것을 막으려 했다는 걸 들었던 아리엘은 그녀가 반가웠다.
“베로니카님.”
베로니카는 이제 오델른의 국왕이었지만, 아리엘이 무사히 생일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로서 방문한 참이었다.
베로니카가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꽃다발을 건네며 말했다.
“생일, 정말 축하드립니다.”
베로니카는 공식적으로 가져온 마차 몇 대 분량의 선물뿐 아니라 개인적인 선물도 주었다.
“오델른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있는 해변입니다. 아리엘님의 소유이니 언제든 방문하셔서 놀다 가셔도 됩니다. 그곳의 지명은…… 흠, 크흠. 아리엘님의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말을 맺으며 베로니카가 헛기침을 했다. 베로니카의 얼굴이 왠지 붉었다.
뜻밖의 선물에 아리엘은 어쩔 줄 몰라하며 눈을 깜박였다.
한참 머뭇거리던 그녀는 결국 뺨을 발그레하게 밝히며 대답했다.
“꼭…… 놀러갈게요.”
그렇게, 보호 본능에 약한 베로니카와 훤칠한 여성을 동경하는 아리엘은 금세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다.
모인 여자들은 이제 아리엘이 생일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를 고르며 전투력을 불태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