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nd Duke’s Little Lady RAW novel - Chapter (268)
“앗, 루시안, 좀…… 나 무서워요.”
아리엘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루시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섭다니까요. 어지럽잖아요.”
그러자 멈춘 그가 아리엘을 다시금 숨막히게 안으며 오만하게 말했다.
“지금 내 기분도 그래. 무섭고 어지러워. 그러니까 대리 체험한다고 생각해.”
“뭐예요, 그게!”
루시안 나빠!
그녀를 안고 숨을 고르던 루시안이 농밀하게 속삭였다.
“세 번째 예물은 결혼식 날 줄게.”
아리엘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세 번째도 있어요?”
루시안이 나지막이 웃음을 터트렸다.
“놀라지 마. 예물은 원래 세 가지를 주고받거든. 널 위해선 한 가지도 빠뜨릴 생각 없어. 인간들이 하는 건 다 할 거야. 물론, 인간들이 안 하는 것도 할 거고.”
욕심쟁이 루시안. 난 괜찮은데…….
루시안이 그녀를 안은 팔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이제 대답해 줘. 왜 결혼을 미루려고 했는지. 응?”
아리엘은 그의 품에 파묻힌 채 눈만 깜박였다.
아니, 아직도 그게 궁금한 거였어?
그녀가 호다닥 몸을 빼고 그를 올려다보자, 루시안이 심각한 눈빛으로 아리엘을 마주 보았다.
“날 사랑한다며. 그런데 왜?”
아, 그러고 보니……!
아리엘은 자신이 결혼을 미루자고 했던 이유를 막 떠올렸다.
그리고 꼼지락꼼지락 소지품에서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그게…….”
준비할 때는 괜찮았는데 막상 말하려고 하니까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오늘 와서, 결혼하자고 하려고…….”
이미 아리엘이 상상했던 청혼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지만 말이다.
청혼 준비를 했다는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 루시안이 한참 만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발칙한 짓을 준비하고 있었단 말이야? 날 불안에 빠뜨려 놓고.”
그리고 그는 아리엘의 뺨을 아프게 꼬집었다.
아리엘은 또 애 취급을 받은 기분에 웅얼웅얼 투덜거렸다.
“싫으면 안 줄 거예요.”
그러자 루시안이 정색하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줘 봐.”
아리엘은 못 이기는 척 그에게 마정석 장신구가 든 상자를 내밀었다.
루시안의 손에 의해 상자가 부드러운 또각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붉은 마정석을 본 루시안의 눈이 커졌다가, 그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눈빛에는 푸른빛 열기가 일렁이며 지나갔다.
“…….”
루시안이 침묵하며 제 입술을 매만지고만 있자, 아리엘은 불안해졌다.
오늘 루시안이 준비한 엄청난 청혼 선물들을 떠올린 그녀는 얼른 말했다.
“루, 루시안이 준비한 예물에 비하면 별 거 아니지만…….”
“아니, 마음에 들어.”
루시안이 전에 없이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가 한 팔로 아리엘의 허리를 천천히 당겨 안았다.
그제야 아리엘은 루시안의 눈 속에 지독한 열기가 들끓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넌 이미 7년 전에 이 집에 들어올 때 가장 귀한 예물을 가져왔잖아. 드래곤의 심장. 너를.”
그에게서 느껴지는 열기에 아리엘의 몸이 잘게 떨렸다.
“내겐 너로 충분해.”
어느새 루시안의 고개가 기울어져 아리엘의 앞까지 닿았다.
그를 휩싸고 있는 열기에 압도되어버린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다음 순간, 붉고 뜨거운 입술이 아리엘의 작은 입술을 삼키며 들어왔다.
그리곤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구석구석 헤집고 스치며 얽어맸다.
‘꼭 잡아먹히는 것 같아.’
아리엘은 7년 전에 해야 했을 생각을 이제야 하며 루시안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 * *
수도로 돌아온 뒤, 루시안은 자신이 아리엘에게 정식으로 청혼했음을 모두에게 알렸다.
당연한 수순으로 제국은 발칵 뒤집혔다.
“라카트옐 대공자와 대공자비가 다시 서약을 맺고 공식적으로 결혼한다고?”
어린 시절에 한 혼인이기에 성인이 된 후 둘의 결혼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한 귀족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여태까지 귀족들 사이에는 마티어스와 루시안이 대공가의 체면을 위해서 아리엘에게 잘해준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청혼으로 그런 소문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처음의 서약이 무효로 돌아갔으니 헤어질 수도 있는데, 다시 결혼한다니. 정말로 사랑하나 봐요.”
루시안이 시에나 땅 전체를 바치며 무자비한 스케일로 청혼한 사실도 어느새 제국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들었어요? 시에나 땅 전체를 마법등으로 밝혔대요!”
“밤이었는데도 불을 모두 켜니 낮 같이 환했다죠? 어쩜, 로맨틱해라.”
그렇게 제국의 모든 여자들이 라카트옐 대공자의 프러포즈를 상상하며 황홀해 하고 있는 그때.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 이가 있었다.
“허락할 수 없다.”
바로 라카트옐 가의 가주, 마티어스 대공이었다.
소식을 들은 마티어스는 가주의 권한으로 둘의 결혼을 막아섰다.
제국법상 가족의 결혼이나 입양 등은 모두 가주에게 결정권이 있었다.
“라카트옐 대공님이 결혼을 막고 있대요!”
“엥? 정말로?”
소문이 퍼지자 제국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역시 후작가와 집안 차이가 나서일까요?”
“대공자비의 신분이 황족인 걸로 밝혀졌는데도 대공님 눈에는 차지 않나 봐요.”
사람들은 대공이 며느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서 결혼을 반대한다고 추측했다.
“하나뿐인 아들이니 그럴 수도 있지요. 후손이 귀한 라카트옐가잖아요.”
“사실 대공자가 여러 면에서 잘나긴 했고…….”
“그럼, 대공자와 대공자비는 금단의 사랑을 하고 있는 건가?”
어느새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아리엘은 시아버지에게 핍박받는 가련한 소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마티어스가 이유를 밝혔다.
“아리엘라에 비해 대공자가 너무 부족해서 결혼시킬 수 없다.”
그 팔불출 같은 말을 들은 제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
“마티어스 대공님이 루시안 대공자의 친부 맞지? 대공자비의 아버지가 아니라?”
아무튼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마티어스 덕분에, 아리엘과 루시안의 약혼은 인정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과연 두 사람의 결혼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튀긴 옥수수를 씹으며 주목했다.
한편, 결혼 반대를 받은 루시안은 곧장 마티어스를 찾아갔다.
“가주의, 권한이라고?”
루시안이 한 글자씩 씹어뱉듯 말하자 마티어스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7년 전, 첫 결혼 때 내 허락을 받았던 것은 잊었나 보구나.”
루시안이 싸늘하게 받아쳤다.
“그건 아리엘을 위해 서류상 구색을 갖춘 거지. 지금은 달라.”
“어찌 됐든 안 돼. 허락 안 한다. 아직은 네 녀석에게 맡길 수 없어.”
“대체 무슨 권리로?”
마티어스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리엘의 보호자 된 권리로.”
“…….”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인내한 루시안이 섬뜩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없애줄 명분을 만드는 건가? 죽음으로 가주 자리를 내놓고 싶은가 보지?”
대공인 마티어스가 죽게 되면 다음 대공은 자연스럽게 루시안이 된다.
그러면 라카트옐 가의 가주도 루시안이 될 것이고, 본인의 결혼쯤이야 얼마든지 승인할 수 있는 위치가 되는 것이다.
두 남자의 대립을 밖에서 듣게 된 아리엘은 놀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루시안!”
뛰어 들어온 아리엘을 본 루시안이 제 붉은 입술을 비틀었다.
“알 텐데. 너와 나 사이를 방해하는 건 뭐든 없앨 각오가 돼 있어.”
루시안의 어조는 완연한 진심을 담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아리엘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