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nd Duke’s Little Lady RAW novel - Chapter (276)
“어라. 이번에도 익명의 선물이네요?”
커다란 상자 안에는 색색의 마법 비약과 마법 재료들이 특수한 병에 담겨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것 또한 판다면 수도 저택 몇 채는 그냥 살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재료들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귀한 물건이란 것만 알았지만 그중 마법사인 필리아 영애는 물건의 진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건…… 레전드 급 마법 비약이네요. 마법사의 기량을 늘려주고 몸을 보호해주는.”
필리아 영애는 손이 떨려 감히 병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손님들은 꺄르르 거리며 선물을 준 익명의 사람을 예측했다.
“이런 선물을 한 사람이 대체 누굴까요?”
“익명이니 대공자님이실지도요.”
아리엘도 이 선물을 보낸 사람이 누굴까 생각에 잠겼다.
선물을 준 사람은 마법에 조예가 깊은 게 분명했다.
그럼 마티어스님과 루시안은 아닐 텐데.
혹시 그녀의 마법 스승인 브루노어일까?
하지만 브루노어라면 익명으로 선물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설마.’
히스, 너야?
아리엘의 소꿉친구이자 마법 수업의 동기인 히스는 얼마 전 마탑으로 수련을 하러 떠났다.
‘마탑에는 이런 귀한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만큼 희귀한 재료를 구하려면 여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비약은 직접 제조해야 하니 훨씬 더 고생했을 것이고.
선물로 받은 비약들을 하나하나 만져보던 아리엘은 그 사이에 섞여 있는 작은 비약 하나를 발견하고 손을 멈췄다.
‘프라카티아 나무용 비약.’
역시, 히스 너구나.
함께 프라카티아 나무를 심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선물이었다.
‘고마워, 히스.’
아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히스가 잘 지내길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이제 커다란 상자에 담긴 선물은 딱 하나가 남아있었다.
선물 상자 중 가장 크기가 컸기에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아리엘은 낑낑대며 발돋움을 해서 상자의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
상자 안에는 눈부시게 흰 털을 가진 예쁜 말 인형이 들어있었다.
실제 말 크기보단 작지만 아리엘의 키만큼 큰 실물 인형이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인형을 꺼내자 손님들이 손을 모으고 외쳤다.
“이건 페어리 홀스 인형이잖아요!”
페어리 홀스는 유니콘의 후예라고 불리는 희귀한 품종의 말이었다.
연한 금빛의 갈기에 눈같이 흰 몸통, 영민한 검은 눈과 우아하고 긴 다리.
아리엘은 선물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말 인형에 붙은 종이 태그를 떼어냈다.
“이것도 익명인가요, 대공자비님?”
익명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리엘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선물을 준 사람이 바로…….
“[아빠]라고 적혀 있어요.”
순간 아리엘은 혼란스러워졌다.
친부인 루실리온 후작은 태후의 감독 아래 지하 감옥에 있었다.
그럼 아빠가 누구지?
당황하는 아리엘의 귀에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에, 옆방 문을 열어보라고 적혀 있어.”
아리엘은 긴장된 발걸음으로 다가가 옆 방문을 열었다.
그녀의 뒤에 있는 손님들이 깜짝 놀라 탄성을 뱉었다.
“저건……!”
아리엘의 눈앞에 있는 것은 황금빛 갈기에 새하얀 몸을 가진, 진짜 살아있는 암컷 페어리 홀스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번만큼은 네 ‘아빠’로서 주는 선물이다.”
말의 고삐를 쥔 마티어스가 서 있었다.
“마티어스님…….”
긴장이 풀린 아리엘이 겨우 중얼거리자, 마티어스가 다가와 아리엘에게 페어리 홀스의 고삐를 넘겨주었다.
“루시안 녀석 소유의 말은 괜찮은 놈이지만 네 소유의 말도 있어야지.”
아리엘이 루시안의 말인 반카를 타고 다니는 것을 염두에 둔 선물이었다.
유니콘이라고 해도 믿을 고귀한 외양의 말을 넘겨준 마티어스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군.”
아리엘은 정신을 차리고 페어리 홀스와 눈을 맞추며 갈기를 쓰다듬었다.
마음에 들고 말고가 있을까?
이 말은 그녀가 태어나서 본 말 중에 가장 아름답고 순해 보이는 말이었다.
게다가 마티어스가 준 선물이 아닌가.
“감사합니다. 마티어스님.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리엘이 수줍게 뺨을 붉히며 말하자 마티어스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음에 든다면 오늘은 나를 다르게 불러줬으면 하는데.”
마티어스님도 참…….
그의 말뜻을 해석한 아리엘은 부끄러워서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아버님.”
마티어스가 입꼬리를 늘어트리며 수려하게 미소짓다 말고 갑자기 헛기침을 했다.
“으음…… 이건 ‘아빠’로서 주는 선물인데…… 흐음.”
으응?
아리엘은 눈을 크게 떴다가 마티어스가 기대하듯이 흘끔거리는 걸 보고 방긋 웃었다.
“감사해요, 아, 아빠.”
결국 아빠란 호칭을 얻어낸 마티어스가 잠시 고개를 뒤로 돌렸다.
“크흠, 큼.”
고개를 돌린 탓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티어스의 귀가 발간 것은 확연히 보였다.
그러던 마티어스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이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네 결혼 선물이 부족한 것 같군. 네 말이 뛰어놀 목장 부지와 친구들과 모일 살롱 건물 몇 채를 더 주지.”
아리엘의 눈이 동그래졌다.
응?
“아뇨, 잠깐만!”
“그리고 보물고에 있는 다이아몬드 샹들리에와…….”
“마, 마티어스님……!”
그런 아리엘과 마티어스의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 손님들은 모두 황홀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이아나와 세실, 카디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리엘의 시집살이는 아무래도 꽃길일 듯했다.
* * *
마티어스가 하인들에게 말을 맡긴 뒤 돌아가고, 다시 여자들만 남자 아리엘은 겨우 한숨을 돌렸다.
‘마티어스님 말리는 거 힘들어…….’
브라이덜 파티가 끝난 뒤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대공가가 준비한 마차로 돌아갔다.
다이아나, 세실 두 친구만 남아 아리엘과 함께 잠들 예정이었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아리엘은 넓은 침대에 친구들과 함께 엎드려 수다를 떨었다.
처음 만났을 때 열 살에서 열다섯 남짓이었던 소녀들은 어느새 아가씨로 자랐지만, 여전히 철부지처럼 꺄르르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어머니가 어렸을 적엔 미래의 신랑 얼굴을 미리 보려면 이렇게 해야 했대.”
“어떻게?”
“초승달이 뜬 밤에 촛대와 손거울을 들고 계단을 거꾸로 오르는거야.”
아리엘은 긴장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
“그러면 손에 든 거울에 결혼할 남자의 얼굴이 비친대!”
세실이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거울에는 자기 모습이 비쳐야 정상 아닌가?”
“이 외통수 좀 봐. 그러니까 주술이라는 거지.”
세실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뜬 다이아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도 어릴 적에 해봤어. 그런데 아무리 해도 남자 얼굴은커녕 아무것도 안 비치는 거 있지?”
“아무것도?”
이번에는 아리엘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이아나 모습은 비쳤어야 하는 거 아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