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nd Duke’s Little Lady RAW novel - Chapter (310)
루시안이 아리엘을 침대에 가볍게 던져놓고 그 위를 유연하게 타고 올랐다.
아리엘은 새빨개졌고, 긴장때문에 입술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루시안이 말했다.
“계속 물어보고 싶었어.”
그가 한 손으로 아리엘의 어깨선을 쓸며 물었다.
“내가 없는 시간동안, 어땠어?”
이미 주니어를 통해 다 지켜본 루시안으로서는 상당히 짓궂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리엘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잠시 발간 입술을 잘근거리며 그때를 회상하던 아리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외로웠어요. 보고 싶고, 그립고.”
그녀는 루시안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속삭였다.
“내 절반이 잘려나간 것 같았어요.”
감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눈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있던 루시안은 작게 ‘미치겠네’하고 중얼거린 뒤 아리엘의 입술을 여러번 훔쳐갔다.
자세를 바꿔 그녀를 끌어안고 누운 그가 말했다.
“뭐가 그리웠어? 다 말해봐.”
아리엘은 열심히 손을 꼽으며 말했다.
그녀도 이참에 못 부린 어리광을 다 부릴 생각이었다.
“뽀뽀해주는 거랑, 이렇게 안아주는 거랑, 가만히 심장 소리 듣는 거랑…….”
수십 가지나 늘어놓다가 아리엘은 문득 루시안에게 물었다.
“루시안은요?”
그녀를 빤히 응시하던 그가 아리엘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대답했다.
“난 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어.”
“…….”
아리엘은 말없이 그를 꼭 안아주었다.
떨어져 있던 지난 시간이 둘 모두에게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다는 걸, 이제 그녀도 이해했다.
아리엘의 포옹에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쉰 루시안이 그녀를 빙글 돌려 자신의 위에 앉혔다.
“그러니까, 예뻐해 줘.”
자세 때문인지 분위기가 야릇하게 반전되었다.
아리엘은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떨궜다.
상체를 일으켜 아리엘의 목선을 따라 키스한 루시안이 유혹적으로 말했다.
“내 얼굴이나 몸은 그립지 않았던 거야?”
정말, 루시안!
아리엘이 그를 흘겨주자 루시안이 애틋하게 속삭였다.
“네가 내 한 조각만이라도 그리워했다면 난 그걸 제물로 삼을 수도 있어.”
그 말을 들은 아리엘의 심장이 마구 콩닥거렸다.
루시안은 저렇게 위험한 말을 멋대로 한다니까.
하지만 그 말과 말을 하는 표정 속에 담긴 감정은 너무나 진심 그대로여서.
속절없이 그에게 당겨지고 마는 것이다.
루시안이 그녀의 등을 느리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말해줘. 날 원해?”
아리엘은 눈을 꼭 감고 대답했다.
“네.”
루시안이 말하고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럼 가져가.”
두 사람의 숨이 얽히고, 둘은 상대가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되는 듯이 간절하게 서로를 들이마셨다.
아무리 원해도 부족한 것만 같았다.
긴 긴 밤, 아리엘과 루시안은 지나버린 시간을 보충하듯 서로를 탐하고 또 탐했다.
상대의 귓가에 밤새도록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이며.
* * *
1년 뒤.
라이오넬 테오 라카트옐은 라카트옐답게, 튼튼하고 빨리 자라났다.
겨우 한 살이지만 벌써 아장아장 걷고 짧은 단어 정도는 말도 할 수 있었다.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여전히 아리엘 껌딱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어리다는 것과 사랑스러운 외모를 아주 잘 이용하는 영악한 아기였다.
라이는 자신을 돌봐주던 하녀에게 애교를 떨어 정신을 쏙 빼놓은 뒤 열심히 졸랐다.
“엄마. 엄마항테 가.”
평소 그를 돌봐주던 하녀장 수잔은 이런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
울거나 떼를 써도, 천진난만하고 귀엽게 졸라도 절대 봐주지 않았다.
그러니 수잔이 자리를 비운 지금이 기회였다.
“하지만, 소공자님…… 아기 마님께선 대공님과 티타임 중이세요. 대공님은 방해받는 걸 싫어하셔요.”
애교에 거의 넘어간 하녀가 마지막 양심을 지키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라이에게는 아직 필살기가 남아있었다.
일명 울먹울먹 기술.
“히잉, 라이 엄마 보구시퍼요. 앙대?”
“아,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천사같이 예쁜 아기가 무해하게 조르는데 넘어가지 않을 어른은 드물었다.
결국 라이는 마티어스와 아리엘의 티타임에 침투하는 것에 성공했다.
아리엘은 라이의 통통한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엄마랑 할아버지랑 이야기 나눌 동안 얌전히 있어야 해?”
“녜.”
고분고분 대답한 그는 티테이블 근처 작은 매트 위에서 노는 것을 허락받았다.
하지만 절대 얌전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라이는 아리엘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긴 흑발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
엄마가 할아버지라고 부른 남자. 마티어스 대공.
라이는 에고(ego) 속을 뒤져서 ‘할아버지’라는 단어를 찾았지만 마티어스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에고 속 할아버지란, 노집사 알렌이나 마법사 브루노어처럼 쪼글쪼글하고 흰 머리를 가진 늙은 개체였다.
찬란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가진 마티어스는 할아버지란 말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만큼은 아니지만, 자신을 거슬린다는 듯 서늘하게 볼 때가 종종 있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라이는 살금살금 다가가 테이블보를 당길 준비를 했다.
테이블보를 당기면 차가 쏟아질 거고, 그럼 마티어스의 옷이 젖어서 티타임이 끝나버리겠지?
‘내가 엄마를 차지하는 거야.’
조그만 머리로 계산을 마친 계략 라카트옐은 샐쭉 웃으며 테이블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휙-
라이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앗, 들켰다!
라이가 다급하게 제 소드 마나를 흘렸지만 이내 달콤한 붉은색의 마나에 의해 소드 마나가 꽁꽁 묶여버렸다.
“라이오넬 테오 라카트옐.”
라이는 얼른 목을 움츠렸다.
부드러운 어조지만 아리엘이 자신의 풀 네임을 부를 때면 혼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착하게 있어야지.”
아기를 다시 매트 위에 올려둔 아리엘이 가만히 혼내는 눈빛을 보내자 라이는 서둘러 실수인 척을 했다.
“후웅, 몰라쪄…… 잘모해써요.”
아리엘은 라이의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은 뒤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마티어스가 흐뭇하게 말했다.
“이제 능력이 완전히 개화했구나.”
아리엘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기를 낳은 뒤 그녀의 마법 능력엔 큰 변화가 있었다.
원래도 원소 마법에 특화되어있던 아리엘은 원소 마법의 최고 경지, ‘정령 마법’을 개방하게 되었다.
이제 불, 물, 흙, 바람의 원소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정령을 불러내 수족처럼 부릴 수 있었다.
‘마력도 무한하게 늘어서 마나 소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이전에는 마나 소모가 큰 마법을 썼을 때 몸에 무리가 가곤 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아무리 마나를 사용해도 정령들에 의해 다시 채워지니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정령 마법사가 된 아리엘은 라카트옐에 필적하는 힘을 갖게 되었다.
라카트옐인 라이보다 자신이 약해서 걱정했던 아리엘은 이제 라이를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닌 수준이 되었다.
그녀의 마법이 개화하는 걸 지켜본 브루노어는 이렇게 말했다.
‘명실공히 대륙 최강자가 되셨군요.’
뿐만이 아니었다.
아리엘이 개발한 기억 마나 마도구는 이제 상용화 단계였다.
기억 마나를 캡슐로 만들고, 캡슐을 마도구에 끼워 작동하면 원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남길 수 있었다.
또한, 남긴 장면은 종이나 천에 옮겨서 보관할 수도 있었다.
아리엘은 이것을 ‘사진 마법’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것이 상용화되면 아리엘의 모습을 남겨놓겠다고, 마티어스와 루시안은 이미 몇백 개 단위의 주문을 넣은 상태였다.
“티타임에 날 부르지 않다니, 아리엘라.”
그때, 언제 나타났는지 루시안이 아리엘의 뺨에 입을 맞추며 옆자리를 차지했다.
‘아이고…….’
아리엘은 다 모여버린 라카트옐 세 남자를 보며 탄식했다.
‘같은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라카트옐은 최대 두 명까지인데.’
자기들도 같이 있는 거 불편해하면서 왜 이러는 건가요……?
루시안은 차갑게 식은 눈을 한 마티어스와 앙칼진 고양이처럼 그를 경계하는 라이오넬을 차례로 바라본 뒤 아리엘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앞으론 날 빼먹지 마.”
아리엘만 모를 뿐, 지금 대공가 저택 안은 치열하고 피튀기는 전쟁 중이었다.
내용은 말할 것 없이 세 남자의 ‘아리엘 차지 전쟁’.
아리엘의 총애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그들은 밤낮 물밑에서 서로에게 발길질을 해댔다.
그 사실을 알 길이 없는 아리엘은 재잘재잘 이야기를 꺼냈다.
“브루노어가 샘플이 필요하다니 아카데미에 한 번 다녀오려고 해요. 그래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티어스가 나섰다.
“나와 함께 가지. 내가 가서 쓸만한 연구용 건물을 세워주마.”
루시안도 지지 않았다.
“내가 같이 가야지. 검술학부에 마땅한 시범 스승이 없다며. 검술 시범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는데.”
내세울 것 없는 아기는 귀여움을 방패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