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nd Duke’s Little Lady RAW novel - Chapter (36)
드레스의 세계는 정말 복잡하고도 방대했다.
첫날 후작가에 갈 때 입었던 베이지색 레이스 드레스를 제외하면 아리엘은 정식 드레스를 입은 적이 없었다.
항상 한 벌로 된 원피스 형식의 어린 소녀용 옷만 입었다.
코르셋, 패티코트, 파니에, 겉드레스를 겹겹이 껴입는 정식 드레스를 입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헬렌이 가져다주는 색깔의 천들은 다 마음에 들어.’
헬렌은 아리엘의 깨끗하고 흰 피부와 예쁜 붉은 머리카락이 돋보일 수 있는 여러 색의 천들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헬렌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아리엘은 자신에게 꽃무늬나 꽃장식이 어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교하고 화려한 레이스 장식도 아리엘에게는 맞춤같이 어울렸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는 아무 장식 없이 머리만 땋아도 주변 사람들을 모두 압도해버릴 만큼 예쁜 아우라가 있었다.
헬렌은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이 어린 뮤즈를 놓칠 수 없었다.
“나들이 드레스 몇 벌과 손님을 초대했을 때 입으실만한 실내 파티 드레스 몇 벌이면 충분하실 것 같습니다.”
헬렌은 조심스럽게 권했다.
아리엘은 아직 사교계에 데뷔할 일정이 잡히지 않아서 무도회나 연회용 드레스는 맞추지 않은 상태였다.
마티어스는 그 말에 따라 아리엘의 치수를 재게 하고 몇 개의 옷을 주문했다.
“저, 대공자비님의 장신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원래 있는 걸 쓰시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어린 분이 쓰기에 마땅한 장신구는 없으실 듯한데.”
반듯한 자세로 앉아서 아리엘이 옷을 결정하는 것을 보고 있던 마티어스가 짧게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대공저로 출장을 올 테니 그때 가문에 있는 보석을 맡기지. 괜찮은 세공사도 붙여주겠다. 그걸로 아리엘에게 맞는 걸 디자인해서 제작해라.”
“예, 대공님.”
“우리 아이가 남들과 똑같은 걸 하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해.”
“명심하겠습니다.”
아리엘은 조금 지친 채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랐다.
“옷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무심한 어조로 마티어스가 말했다.
“사실 네가 연회장에 아무것이나 입고 가도 널 감히 욕할 사람은 없을 거다. 있다면 없애버리면 되고.”
없애다니. 이 집 남자들 사고방식은 어떤 모양인 거야?
그래도 자신은 루시안의 아내니까, 대공자비로서 사는 동안은 루시안을 창피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즐겁기도 했고.
아리엘은 마차 등받이에 몸을 폭 기댔다.
바깥나들이는 재미있었지만…….
‘이제 편안한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까 기분 좋다.’
사고는 그때 일어났다.
* * *
아리엘은 창밖으로 바깥을 구경하고 있었다.
돌아갈 때는 거리 구경보다 풍경 구경이 더 좋았다.
거리에 덤불지어 핀 꽃들,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 멀리 피는 아지랑이.
‘좋다…….’
과거의 삶에서 그녀는 봄을 즐겨본 적이 없었다.
다락에 살 때 봄은 겨울이 지났다는 안도감과 꽃샘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뿐이었고, ‘그’에게 팔려간 후에는 마법 때문에 피를 토하느라 계절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열 살에 지금 라카트옐 대공저에서 맞은 봄이 아리엘 인생의 첫봄이었다.
아리엘은 따스한 봄 기온을 만끽하며 창에 말랑한 뺨을 눌렀다.
그때였다.
‘어?’
저거 왜 저러지?
창밖을 보는 아리엘의 눈에 이상한 것이 잡혔다.
맞은편 길로 달리고 있는 마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겉으로는 그냥 속도가 조금 빠른 마차 같아 보였지만 과거 고위 클래스 마법사였던 아리엘에게는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마치 뭔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듯한…….
그 마차는 꽤나 높은 귀족이 타고 있는 듯 고급스러웠다.
아리엘은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여자애가 있잖아!’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의 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구해달라는 듯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마차가 폭주하듯 강이 흐르는 다리 바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안 돼!’
마티어스를 부를 시간조차 없었다.
아리엘은 자기도 모르게 마나를 방출해버렸다.
파앗.
눈앞에 빛이 번쩍 지나갔다.
공기의 흐름이 거세게 역류하는 것이 느껴졌다.
“흐윽……!”
아리엘은 온몸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마나가 그녀의 작은 육체를 쥐어짜는 것 같았다.
아파. 아파. 죽을 것 같아.
아리엘은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마차가 있는 방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행히 보라색 머리의 소녀가 타고 있는 마차는 추락하지 않은 것 같았다.
긴장이 풀리자 아리엘은 그제야 루시안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아. 루시안이 마법…… 쓰지 말라고 했는데.’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뚝. 의식이 끊기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는.
“아리엘라!”
마티어스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