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429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외전 58화
콰아아아앙!
교국에 한차례 폭발음이 울렸다. 땅이 거세게 뒤흔들리며, 흙먼지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조, 종말의 때……!’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 일대에 있던 교인들은 그런 단어를 떠올렸다.
종말의 때!
어디 묵시록에서나 볼 법한 그 순간이 정말로 온 것인가.
심지어 마신도 작살이 나고, 이제 슬슬 평화를 되찾았다 싶은 이 순간에 말이다!
“요, 용사님을 감히 여성으로 생각한 죄가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이 얼마나 잔혹한…….”
“죄송합니다, 용사님!”
신도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앞다투어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끝까지 그놈이 참 가지가지 한다 싶다. 안 그러냐, 에일렌.”
“내 말이…….”
귀신같이 이 모든 상황을 파악한 리안과 에일렌은 멍하니 그 꼴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보나마나 미하일이겠지, 뭐.
“청혼이니 나발이니 하던데, 또 삽질하고 난리를 피우는 건가.”
“내가 그럴 거 같더라!”
에일렌이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래, 그럴 거 같더라!
어쩐지 그 인간 딱 봐도 청혼이랍시고 막 내질렀다가 사고 칠 거 같았어!
나름대로 미하일의 그 어린 시절, 성대한 삽질에 연관되어 있던 그녀였기에 할 수 있는 말.
그런데 그때였다.
“아닙니다!”
옆에서 군중들의 소란을 잠재우고 있던 지크프리트가 갑자기 소리치는 게 아닌가.
“여러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요! 이건, 미하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지?”
둘은 의아한 얼굴로 지크프리트를 봤다.
방금 전 되게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긴 했는데…….
“이봐요, 지크 뭐 씨. 뭔가 알고 있는 겁니까?”
“뭔가 알고 있다기보다는…….”
지크프리트가 애매한 표정으로 둘에게 말했다.
“……성녀님을, 알고 있죠?”
“…….”
“제가 남녀 관계는 모릅니다만, 일단 서로 간에 모이면 그 효과가 몇 배는 증가하는 시너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조합 효과라고 할까.
지크프리트는 3년 간, 교국에서 부지런히 일하며 성녀, 아리안델을 옆에서 보아 왔다.
그리고 그 결과, 어떤 결론을 내렸는가.
‘아, 평소엔 얌전하게 계시지만 생각보다 광기를 좀 많이 품고 계신 분이구나.’
대충 그랬다.
“미하일이 대놓고 광기를 드러내며, 주변을 휘말리게 하는 스타일이라면 성녀님께서는…….”
지크프리트가 말을 하다 말고 얼굴을 찡그렸다.
“……한 번 터지면 대책이 없죠.”
“…….”
나름대로 미하일에 대해 알고 있을 지크프리트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정말로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는 뜻.
“아시겠습니까?”
지크프리트는 불쌍할 정도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세상에는…… 엮이면 안 되는 조합도 있다는 말입니다…….”
“…….”
“하지만 묵시록처럼 엮이면 안 됨에도 엮일 운명도 있는 법.”
지크프리트는 성기사답게 경건하기 짝이 없는 표정 그대로 눈을 감고는 두 팔을 넓게 벌렸다.
“그렇다면, 받아들입시다.”
“……예?”
지크프리트는 짧은 사이, 깨달음을 얻고 해탈한 표정이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는 뭔 수를 써도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일종의 자연재해랄까요.”
“으, 음.”
반박할 수 없다.
둘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까지 미하일과 엮이면서 뭔가 유의미하게 녀석의 행보를 막은 적이 있던가.
‘없지.’
그딴 거 없다.
그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닫자, 둘의 표정 역시 평화로워졌다.
하긴 막긴 뭘 막아.
그놈이 엮인 거면 알아서 잘 해결되길 바라면서 있어야지…….
하지만 그들의 그런 여유도 얼마 가지 못했다.
콰아아아앙!
재차 터져 나오는 굉음.
“이거 진짜 위험한 거 아녀?”
알면서도,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재앙이란 존재하는 법이다.
바로 지금.
여전히 저 망할 흙먼지는 걷힐 기색이 없고, 땅은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다.
점차 심각해져 가는 상황에 셋은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저 흙먼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땅이 진동하고, 하늘이 떨어질듯 굉음이 나는 것인가!
‘피하자!’
셋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 * *
어쩌다가 이 꼴이 되었는가.
난 머리 바로 옆에 귀신같이 박히는 아리안델의 성정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콰아아앙!
그대로 땅에 박혀서는 일대를 박살 내 버리는 아리안델의 일격.
‘아, 그랬었지.’
과거 아리안델이 어디 원정대원들의 회복만 책임졌던가.
그럴 리가. 회귀 전의 전장은 그런 나약한 행동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마경이었다.
당연히 필요하면 당장이라도 기도를 관두고 성정으로 마물 머리를 부수거나 그래야지.
아리안델이 지닌 성정이 이상할 정도로 무언가를 때리는 것에 최적화된 형태인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는 것이다.
하여간 그렇다.
그런고로…….
콰득!
“돌겠네, 진짜.”
아리안델은 뛰어난 치료사인 동시에, 전사이기도 하다는 것. 심지어 그녀는 회귀 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일격, 일격이 무시할 수 없을 위력을 지니고 있다.
“진정하세요, 아리안델!”
“또, 또……!”
내 말에 아리안델이 울먹이며 성정을 높이 들었다.
분명 반쯤 취해서 말투는 애 같은데, 그 위력은 애 같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
콰아아아앙!
다시 날 향해 내리꽂히는 성정.
난 스태프로 그것을 쳐 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렇게 근접전으로 치고 박는 게 옳은지는 일단 제쳐두고, 이 상황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영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슬립?
써 봤다.
하지만 괜히 동료가 아니라고, 마법에 대한 파훼법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면역도 있는 상황.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예전에 내가 조치를 취해 뒀거든.
망할.
혹시라도 내 눈 먼 마법에 맞아서 문제가 되면 안 되잖아.
‘어떻게 한다?’
물론 억지로라도 마법으로 밀고가면 안 될 것도 없다.
아무리 대책이 있고, 면역이 있다 해도 그게 10서클까지 막아주지는 않거든.
분명 그게 맞기는 한데…….
‘어째, 이 상황에서는 그게 정답이 아닐 것 같단 말이지.’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리안델의 성정을 쳐 내며, 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좀 더…… 좋은 방법……!
뭔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뭘 그렇게 고민해?]또 귀신같이 내 어깨 위로 올라선 세트가 갑자기 말했다.
[네가 가장 잘 하는 거 있잖아. 뻔뻔하게 구는 거.]“…….”
[왜 가장 뻔뻔하게 굴어도 될 때 머뭇거리는 건지 모르겠네.]난 그 말에 답하지 않은 채, 아리안델을 살폈다.
그녀는 성정을 든 채,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평소의 그녀가 이렇게 내게 성정을 휘두를 리는 없으니, 이건 100% 술기운 때문이리라.
[알고 있잖아.]“……쯧.”
[그렇게 머뭇거리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세트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정말이지, 이럴 때는 꼭 어른처럼 구는 게 이 녀석의 나쁜 버릇이다.
“경험자처럼 구네.”
[설령 경험자가 아니라도, 보고 들은 게 네 몇 배는 된단다.]“…….”
하긴, 뭐, 그렇겠지.
세트는 여태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 왔으며, 그 관계를 지켜봐 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학습하고, 또 깨달았겠지.
알고 있다.
이렇게 머뭇거릴 필요가 없음을.
애초에 지금 아리안델의 표정과 반응이 전부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망할.”
다 좋은데, 어째 좀 그래도 이 상황은 신경 쓰인단 말이지.
다 보고 있잖아.
지크프리트나 리안, 에일렌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무휼하고 지하드는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건데.’
익숙한 두 기운이 성벽 근처에서 확실하게 느껴졌다.
딱히 숨길 생각도 없는 모양.
그뿐만이 아니라, 카산드라를 비롯한 다른 이들도 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뭐냐고.
요즘 나도 모르는 새에 공개 처형 같은 게 유행하기라도 했나.
그럼 너무 슬픈데, 진짜.
어쨌건 간에.
“……뭐, 해 봐야지.”
사실 뭘 해야 할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냥…… 애써 모르는 척했을 뿐이지.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알면서도 막상 하려니 좀 머뭇거려지는 상황들…….
살면서 수도 없이 겪을 순간들.
하지만 그런 일들은 공통적으로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하게 된다’는 것에 있다.
바로 지금처럼.
‘어떻게 했더라.’
회귀 전, 아리안델과 전장을 걸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친우를 잃은 고통을 나누며 슬픔을 공유하기도 했고.
서로 간의 기쁨을 털어놓으며 소소하게 웃던 적도 있고.
물론 원정대 모두가 그랬다.
조금씩 삐걱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각자가 소중한 동료였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저벅.
아리안델을 향하며, 그랬던 과거를 떠올렸다.
이래저래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곧은 방향으로 나아갔던 과거를…….
발버둥 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여기까지 와 있었다.
마침표.
어떻게 보면 한 이야기의 끝이 이제 내 앞에 있는 걸지도 모른다.
몇 걸음만 더 걷게 된다면, 도달할지도 모를 마침표.
“……미, 미하일?”
그사이, 어느새 좀 술기운이 날아간 건지 붉은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는 아리안델.
뭐, 이렇게 되겠지.
애초에 성녀로서 막대한 신성력을 품고 있는 것이 그녀다. 당연히 취기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터.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는가.
어차피 취한 김에 난리를 친 거니, 어쩔 수 없다 치고 넘긴다?
그럴 수도 있겠지.
당장 용기가 없다면 차일피일 미룰 수도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렇게 머뭇거려 봤자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녀가 정신을 차렸건, 아니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왜, 왜 이렇게 됐지? 아, 아…… 그, 그때 술을 마셔서……!”
아리안델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난리통.
그녀가 만든 흔적이 명백했기에 아리안델은 적잖게 동요한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 제, 제가 뭔가 실수했죠?! 원래 제가 이러는 사람이 아닌데 이게 참…… 그, 제, 제가 이러고 싶어서 이런 거는 아니고……!”
“…….”
일단 계속 걸었다.
내가 다가갈 때마다 아리안델이 흠칫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이건 멈추는 순간, 진짜 영영 멈추게 된다.
‘테이에스를 죽인다.’
일단 상황을 전부 마무리 지은 후에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이나 다름이 없을 마법사 놈을 족치도록 하자.
그래, 그게 옳아.
사람이란 응당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받는 법이 아니던가.
테이에스에 한해서는 아예 영구적인 성별 반전을 건다거나 하는 형벌을 내리도록 하자.
내 존엄성이 산산조각이 날 뻔했는데 그쯤은 해도 되잖아, 솔직히.
마침내,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
“히, 엑……?!”
나와 마주하자 아리안델이 새빨갛게 변한 얼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녀답지 않지만 괜찮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간에, 일단 부담 없이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오래 걸렸군.’
난 어버버 거리며 날 쳐다보는 아리안델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참, 오래 걸렸다.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이야기 같았는데, 어느새 내가 그 끝에 서 있다.
그래, 다 그런 거겠지.
“아리안델.”
“예, 예……?”
한껏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내 말에 대답하는 그녀.
난 잠시 숨을 참고, 할 말을 골랐다. 어떤 식으로 시작을 해야 할지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그렇게 질질 끈 고민이 그러하듯, 나오는 결론은 무척이나 뻔한 것이기 마련.
난 쓴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잘못 말했으면 우리 집 아누비스가 했다고 하면 될 테니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