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01)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01화
35장 정령왕의 기록(1)
필리어스 제국 황군의 깃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명을 받은 정예 무장병들이 황금초 일족의 도시를 공격하는 언데드 군세의 배후를 습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밤의 집행관, 로딘의 제4군단을 지휘하는 고위 마법사 리치, 델크리스가 있었다.
황군의 최상급 지휘관 카시야스는 언데드 군세를 괴멸시키라는 황명을 수행하기 위해 휘하의 군에 맹렬한 공세를 지시했지만, 적의 후방 방어를 뚫는 게 쉽지 않았다.
“어찌 적의 후방 방어를 뚫지 못하는 것이냐!”
카시야스가 답답한 마음에 휘하 지휘관들을 재촉했다. 저 넓은 도시 안에 먼저 도착한 황제가 있으니, 당장에라도 언데드 군세의 후방을 무너뜨리고 그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굴뚝같았다.
“후방의 리치를 지키는 무리의 무위가 생각보다 높습니다!”
“듀라한들입니다. 방어가 견고합니다.”
후방 방어를 맡은 이들은 언데드 종족 중에서도 정예로 이름난 듀라한들이었다.
그들은 비록 데스나이트에 비해서는 격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최소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이들의 사체로 제작된 언데드들이었기 때문에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제기랄! 어서 빨리 황제 폐하를 저 사악한 무리로부터 구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초조한 듯, 카시야스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조바심에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은 지휘관이 아니었다.
“황군은 뒤로 물러나라!”
카시야스의 지시가 전령들을 통해 전파되었다. 황군은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그들의 뒤로 일단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고위 기사 빌리앙이 지휘하는 기사 여단의 선봉이었다. 남부 중앙 숲에 흩어져 있던 기사 여단의 병력 1천 중에서 가장 먼저 소집된 5백 명이 빌리앙과 함께 황제를 구출하기 위하여 달려온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황군은 물론이고 기사 여단조차 이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리치 델크리스가 로딘이 준 스크롤로 황금초 일족의 도시를 지키는 결계를 파괴한 덕분에 이들은 길을 잃지 않고 단숨에 달려올 수 있었다.
“현 상황을 알려주시지요, 카시야스 경.”
기사 여단이 황군과 합류했다. 빌리앙은 가장 먼저 카시야스를 찾아갔다.
“황제 폐하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저 도시 안에 계십니다, 빌리앙 경.”
카시야스가 언데드 군세 너머의, 서서히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도시를 가리키며 대답하자 빌리앙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적진 한가운데에 계신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황군은 어서 빨리 황제 폐하를 구출하지 않고 뭐 하는 것입니까?”
빌리앙이 다그쳤다. 카시야스는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현재 황군만으로는 듀라한 기사단의 방어를 뚫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안심하시지요. 이제 기사 여단이 합류했으니, 경이 걱정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겁니다.”
검을 뽑아 들며 앞으로 나서는 빌리앙. 그 뒤를 여단의 상급 기사들이 따랐다. 그들의 검에 찬란한 마나 소드가 깃들었다.
“놈들이 다시 일어서기 전에 단숨에 돌파한다.”
빌리앙이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적은 리치가 포함된 언데드 군대였으니, 신속 돌파가 관건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듀라한들을 향해 마나를 흩뿌리며 돌진했다. 찬란한 빛의 기운이 흩뿌려질 때마다 듀라한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리치 델크리스가 듀라한들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마법진을 그렸을 땐 한발 늦은 시점이었다. 빌리앙은 물론이고 여단의 상급 기사들 또한 모두 후방 방어 대열을 돌파한 뒤였으니까.
“델크리스 경……. 어찌합니까?”
휘하 네크로맨서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델크리스라고 해서 해결 방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답 대신 조용히 마나를 끌어 올려 전투를 준비했다. 고위 마법사 리치의 손짓에 천지가 격동했다.
“놈은 고위 마법사 리치다. 모두 조심해라.”
빌리앙은 조용한 목소리로 부하 기사들에게 경고했다. 검술뿐만 아니라, 마나를 다루는 데에도 조예가 깊은 고위 기사 정도의 경지라면 마법사의 경지를 짐작하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법 주문을 영창할 시간을 주지 마라!”
검을 든 기사들이 리치와 사악한 네크로맨서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리치, 델크리스가 소환한 본 스피어가 기사 다섯의 상체를 꿰뚫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과연, 필리어스 제국에서 가장 용맹한 기사 집단다운 모습이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기사들에 의해 네크로맨서들이 도륙당했다. 블링크 마법을 사용하여 뒤로 물러난 델크리스만이 살아남았고, 그의 최후마저도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그를 향해 고위 기사 빌리앙이 일순간에 거리를 좁혔으니까.
-감히! 필멸자 따위가!
빌리앙이 휘두른 검이 델크리스의 오른팔을 베었다. 잘린 오른팔이 스태프를 쥔 채로 차가운 땅에 떨어졌다. 그는 방어 마법을 펼치기 위해 하나 남은 왼손을 들어 올리며 마법진을 그렸지만 그건 실수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리치의 약점이자 마나를 운용하는 라이프 베슬의 위치가 마법진의 생성과 동시에 발각되고 말았다.
“거기냐!”
빌리앙의 검이 델크리스의 라이프 베슬이 있는 복부를 매섭게 찔렀다. 일격에 라이프 베슬이 파괴되었다.
델크리스는 턱을 쩌억 열더니 힘없이 비틀거리다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리치가 죽었다! 전군 돌격하라!”
리치와 네크로맨서들이 모두 죽었다. 재생과 회복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이들이 모두 죽었으니, 이제 언데드들은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카시야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자 황군이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며 맹렬한 공세를 펼쳤다.
어두운 밤에 부는 바람에 펄럭이는 황군의 깃발과 언데드들을 압박하는 무장한 군세의 출현에 황금초 일족 또한 반격을 개시했다.
“지원군이다!”
인간의 지원군이었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일족이 몰살당할 위기에서 구해준 저들은 지금 이 순간 수천 년간 배척해 온 인간들이 아니라, 은인들이었다.
기수들이 일족의 깃발을 다시 들었다. 흩어졌던 레인저들과 정령검사들이 다시 집결했다. 황군과 기사 여단이 그들이 모이는 것을 엄호했다. 재집결한 황금초 일족의 군대는 언데드들을 황군과 기사 여단과 합류하여 언데드 군대를 전멸시켰다.
“황금초 일족의 레인저 사령관, 셀레딘이라고 합니다. 필리어스 제국의 응원과 지원에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더 이상 필요 없다네. 황제 폐하께서는 어디에 계시나?”
일족의 도시를 구원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 레인저 사령관, 셀레딘이 직접 찾아왔으나, 카시야스는 단호하게 황제부터 찾았다.
“안내하겠습니다.”
다행히 셀레딘은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가 도시의 중심부에 쓰러져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현재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레인키오가 보낸 전령으로부터 구두로 전달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셀레딘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고, 카시야스와 빌리앙 등이 뒤따랐다. 그들은 황금초 일족의 도시 왕성으로 향했다.
대로에는 결사 항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언데드들의 썩은 육신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엘프들의 시신 또한 수습 중이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대체 어디에 계신가?”
카시야스가 급한 마음에 거듭 재촉했다.
“왕성에서도 가장 안전한 곳에 모셨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그래야 할 것이네.”
셀레딘의 대답에 카시야스는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필리어스 제국에서도 황군의 깊은 충심은 엘프들 사이에서도 유명할 정도였기 때문에 셀레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들은 엘프 정령검사대가 지키고 있는 왕성에 도달했다. 서슬 퍼런 기세를 풍기며 왕성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은 셀레딘의 얼굴을 알아보고서는 말없이 옆으로 물러났다.
셀레딘의 말대로 레이먼은 왕성 깊은 곳, 가장 안전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엘프들의 인도를 받아 왕성 중앙으로 들어선 카시야스는 그 누구보다 먼저 황제를 발견하고서 그의 앞에 달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폐하! 소신, 황명을 받들기 위해 황군을 이끌고 왔나이다!”
“수고했다, 카시야스 경.”
황제, 레이먼의 목소리가 기운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자세히 살피니 그의 붉은 제복 앞섶이 피에 젖어 있는 게 보였다.
당연하지만 그 모습을 본 카시야스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불같이 화를 냈다.
“네 이놈들! 대체 황제 폐하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더냐!”
눈앞에 있는 황제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검을 빼 들 기세였다. 보다 못한 블리자드 후작이 앞으로 나섰다.
“카시야스 경. 어전이라네, 진정하게나.”
“큭, 하지만 블리자드 후작 각하……. 황제 폐하께서 피를 흘리셨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 로열 가드에게도 실책이 있을 터, 그러니 경은 어전에서 난동을 자제하게.”
“알겠습니다, 블리자드 후작 각하.”
결국, 카시야스는 뜻을 굽히며 물러섰다. 날카로웠던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다.
아무래도 레이먼이 피를 흘린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레인키오는 긴장감을 풀어내면서 깊은 한숨을 털어놓았다.
이윽고, 레이먼은 피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냥제는 안전하게 멈췄겠지?”
“예, 황제 폐하. 갑작스러운 군사 이동에 대하여 질문하는 귀족들의 수가 적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반발은 없었습니다.”
기세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 있는 카시야스를 대신해 대답한 이는 기사 여단의 빌리앙이었다.
황군 3천과 사냥제에 동원된 기사 여단의 병력 절반 이상이 갑작스럽게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으니, 반발은 없더라도 호기심 많은 귀족들의 질문을 받는 것은 당연히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군사 이동에 대한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했는가?”
부디, 알아서 잘 대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황명을 수행하기 위한 군사 이동이라고 답변하였습니다.”
들려온 대답에 레이먼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빌리앙도 영락없는 기사였다.
차라리 북쪽에 대규모 오크 무리가 나타나서 소탕을 위해 움직인다고 대답해줬다면 더 좋았을 것을, 황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대답해버렸으니, 뭔가 숨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호기심 많은 귀족들의 입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동행한 사신단의 귀에도 들어갔을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따로 지시를 내려둔 것도 없었으니 빌리앙이나 카시야스를 탓할 수는 없다.
“사신단은?”
“남부 중앙 숲 초입의 숙영지에서 귀족들과 함께 있습니다.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여단의 기사 20명을 붙여 두었습니다.”
쉐이드와 중앙정보국의 보고에 의하면 사신단에는 어두운 귀족이 2명이나 있으며, 동행 중인 하사신의 숫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여단의 기사들이 정예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동태를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을 터. 그래서 레이먼은 이미 쉐이드 중에서 감시에 특화된 소수를 그들의 주변에 배치해 두었다.
“수고했다, 빌리앙 경.”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빌리앙이 대답과 함께 뒤로 한 걸음 물러났고,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일 처리는 나쁘지 않았다. 별도의 상세한 지시 없이 기사에게 일을 맡겼을 때 볼 수 있는 사소한 경우의 수 중 하나였다.
“이만 쉬고 싶군.”
지친 목소리로 쉬고 싶다는 뜻을 내보이자 블리자드 후작이 눈치를 보냈고, 소수 인원을 제외한 이들이 응접실을 떠났다.
레인키오 또한 할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은인이 쉬고 싶다고 했으니 그저 말없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자리를 비켜 주었다.
“나는 분명 쉬고 싶다고 말했네, 블리자드 후작.”
블리자드 후작과 템페스트 후작, 그리고 4명의 로열 가드가 남아 있었다. 레이먼은 다시 한번 축객령을 내렸다.
남은 로열 가드들은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충직한 검성과 고위 마법사 2명이 황제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났다.
하지만 언데드 군세의 공격을 받은 엘프들의 왕성에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응접실 주위에 수십 명의 로열 가드가 빈틈없이 배치되었다.
“황제 폐하.”
로열 가드들이 물러나고 게슈타인과 데시아와 실비아, 그리고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 곁에 남았다. 그들 중 리세필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전해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보여주게나.”
“여기 있사옵니다.”
리세필드가 아공간을 열고 뭔가를 꺼냈다. 검은 마나를 품은 칠흑빛의 반지였다.
“데스 나이트가 착용하고 있던 마도구인가?”
“예, 황제 폐하. 서적에서 기록을 찾아본 결과, 하이펠 제국의 검은 마법 학회가 5백 년 전에 잃어버린 ‘불온한 장막’으로 판명할 수 있었습니다.”
리세필드의 말에 레이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설정집에서 ‘불온한 장막’에 대한 설명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고위 마법조차 막아내는 오러 아머를 생성하는 반지라…….’
불온한 장막의 기능을 떠올린 레이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