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03)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03화
35장 정령왕의 기록(3)
사신단에 소속된 어두운 귀족 두 명이 비밀리에 하사신을 움직이려 한다는 사실은 포타스 백작에 의해 곧장 레이먼에게 보고되었다.
“그렇다는 말이지?”
제국 중앙정보국장, 포타스 백작의 보고가 끝났을 때 레이먼은 입가에 소름 끼치도록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계획을 틀어버리는 수밖에 없나?”
본래 계획대로라면 사신단을 최대한 오래 살려둘 생각이었다.
그들이 필리어스 제국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전면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에 따라 크레이어 후작과 북동부의 귀족들은 잠시 휴식하면서 군을 재정비할 테고, 제국의 중앙 또한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사신단이 헛짓거리를 시작한 이상, 그들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면전이옵니까?”
황제의 의중을 짐작한 포타스 백작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들의 행태를 보게. 참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신단이 아직 필리어스 제국의 영토 안에 있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다. 사신단이 영토 안에 있는 동안 삼국 동맹에 대한 선전포고를 진행한 경우는 전례 없는 일이다.
“전례야 만들면 되는 것이다, 포타스 백작.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사신단이 필리어스 제국의 영토에서 수작을 부리는 걸 묵과할 생각이 없어.”
“저 또한 동의합니다, 황제 폐하.”
“그렇다면 진행하게나, 포타스 백작. 군부와 제국 전 지역의 귀족들에게 은밀히 무장 명령을 전달하게.”
“필리어스 제국 전역의 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현재 중앙정보국의 능력으로는 하사신의 정보 공작을 완전히 막아낼 수 없습니다.”
중앙정보국이 강화되면서 대대적인 정보망을 구축하고 첩자 색출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하사신들이 필리어스 제국에 침투해 있다.
일부 귀족들에게만 황명을 전하는 것이라면 은밀한 행동이 가능하겠지만, 전 지역에 무장 명령을 전하는 것이라면 굳이 전달 과정에 정보가 새지 않더라도 군대가 집결하는 과정에서 삼국 동맹의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삼국 동맹에서 우리의 군사 행동을 알아차리는 걸 최대한 지연시키기만 해도 충분하네. 어차피 대규모 병력의 움직임을 완전히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나도 잘 알아.”
“속히 실행하겠나이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수의 중앙정보국 요원들을 신속하게 소집하라. 사신단의 어두운 귀족 두 명이 정령왕의 기록을 노리고 움직일 테니, 우리가 먼저 함정을 파고 기다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실비아에게 정령왕의 기록을 바로 사용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각성은 최대한 안전한 장소에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유도해야만 했다.
‘가능하면 안전한 수도에서 진행하는 게 좋아.’
정령왕의 기록은 하이 엘프의 각성을 유도하지만, 그 과정이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걸 레이먼은 작가의 설정집을 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중앙정보국에 황명을 전달하겠습니다.”
레이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포타스 백작과 중앙정보국은 함정 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정령왕의 기록’을 지키는 기사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
눈에 띄게 엉망이 된 정도는 아니라서 펄트슨 준남작이나 라키스 준남작이 수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놈들이 언제 행동할 거라 생각하는가?”
“빠르면 오늘 밤에 움직이겠지요.”
포타스 백작이 레이먼의 물음에 답했다. 젊은 황제는 그 대답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무부 대신에게 선전 포고문의 작성을 시작하라 이르게. 놈들을 현장에서 처단하는 즉시 우리는 본격적으로 군을 움직여야 할 것이야.”
그리고 그날 밤, 포타스 백작의 예상대로 사신단의 어두운 귀족 두 명이 하사신들과 함께 행동에 나섰다.
정령왕의 기록이 보관된 천막으로 검은 그림자들이 모여들었다. 황군 기사들이 엄중히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림자들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다.
천막을 지키고 있는 황군 기사 다섯은 상급 기사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었지만 ‘완전 은신’을 감지할 정도로 예민하지는 않았다.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그들의 목을 노린 순간, 그들의 배후에서 또 다른 그림자들이 솟구쳤다.
“커, 커헉…….”
하사신들이 배후의 존재를 눈치채고 몸을 돌렸을 땐 이미 단검이 그들의 목을 그은 뒤였다. 짧은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솟구치면서 ‘완전 은신’이 풀린 하사신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나자, 천막을 지키고 있던 황군 기사들이 날렵하게 검을 뽑아 들었다.
하늘에서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비처럼 쏟아졌다. 정령왕의 기록을 빼앗기 위해 움직인 하사신들 전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하, 함정인가?”
“제기랄! 반격하라!”
하사신들을 통솔하는 ‘어두운 귀족회’ 소속의 라키스 준남작은 부하들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반격의 기세를 일으켰다.
그들과 맞서기 위해 쉐이드들과 중앙정보국의 요원들 또한 밤의 장막을 뚫고 나타났다.
그 수가 쉐이드만 열아홉이었고, 중앙정보국의 요원들은 서른 명이 넘었다. 그에 비해 라키스 준남작이 이끄는 하사신들은 스물다섯 명에 불과했다. 황급히 인근의 하사신들을 소집하여 행동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그 수가 절대 많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순순히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는 약속하지 못하겠군. 네놈들은 황제 폐하의 물품을 노렸다. 결과가 어찌 됐든, 그것은 죽음으로 갚아야 할지어다.”
쉐이드 조장이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에 대한 광적인 충심을 가진 신하로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의 칼날에 자비가 없을 수밖에.
스물다섯 명의 하사신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몰살당했다. 홀로 살아남은 라키스 준남작 또한 성한 모습은 아니었다. 왼팔을 잃었고 전신에 상처가 없는 곳이 없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암살 전력이 이 정도였나…….”
라키스 준남작이 핏물 섞인 거친 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저 본국에 필리어스 제국이 숨겨둔 날카로운 발톱에 대해 보고하지 못하고 목숨이 끊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오늘 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집행 권한을 대행하는 가장 깊은 곳의 그림자로서, 대역죄인의 목을 베겠다.”
쉐이드 조장이 다가왔다. 라키스 준남작은 단검을 들고 있었지만, 저항을 포기했다. 마나는 당연히 바닥을 보였고, 팔을 휘두를 체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동귀어진의 기세로 달려들 최소한의 미약한 기운마저 없으니, 이대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윽고, 쉐이드 조장의 단검이 리카스 준남작의 목을 쳤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힘없이 쓰러지고 쉐이드 조장은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쉐이드는 사신단의 남은 인원을 모두 구속한다.”
“모든 것은 황제 폐하의 뜻대로…….”
쉐이드들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숙영지 내부의 사신단 구역이었다.
남은 인원은 비전투 수행원들과 호위로 위장한 소수의 하사신 정도였다.
잠시 후, 그들의 천막 앞에 쉐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신단 구역을 지키고 있던 여단의 기사들 또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쉐이드들과 합류했다.
그들은 기사 여단의 장로인 빌리앙으로부터 작전 개요를 미리 전달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쉐이드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혼란은 없었다.
지휘권은 쉐이드 조장이 자연스레 이어받았고, 그들은 곧장 사신단 구역을 빈틈없이 포위했다.
펄트슨 준남작이 바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천막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검은 옷을 입은 쉐이드들을 필두로 여단의 기사들이 날카로운 검을 겨눈 채 다가오고 있었다.
“실패한 것인가…….”
라키스 준남작이 실패한 게 분명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다른 천막에서는 비전투 수행원들에 대한 제압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직 호위로 동행한 하사신들 만이 무기를 든 채 기사들과 대치 중이었다.
“준남작 각하, 저희는 어찌해야 합니까?”
마침 옆에 있던 부하 하사신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펄트슨 준남작은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레이먼 황제의 성정상 우리를 생포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적들을 최대한 많이 길동무로 삼아야겠군요.”
“지옥에서 보자.”
펄트슨 준남작이 먼저 단검을 부렸다. 공중으로 떠오른 다섯 개의 단검이 분열하여 수십 개가 되었다. 단검들은 마치 의지를 지닌 것처럼 회전하더니, 천천히 다가오는 기사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커헉!”
“크아악!”
목과 가슴팍에 단검이 꽂힌 기사들이 짧은 비명과 함께 힘없이 쓰러졌고, 하사신들이 일제히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치열한 교전이 시작되었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하사신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그나마 ‘어두운 귀족회’ 소속인 펄트슨 준남작이 오래 버티는 듯했지만, 열 명이 넘는 쉐이드들이 달라붙어서 집중 공세를 퍼붓자 곧 전신에서 피를 쏟아내며 죽음에 이르렀다.
“감히 위대한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 폐하께 반기를 들다니, 그 죄는 목숨으로 갚아도 부족할지어다.”
쉐이드 조장은 차갑게 식어가는 펄트슨 준남작의 시신을 가볍게 밟고서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 * *
늦은 밤, 숙영지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레이먼을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그는 중앙정보국의 포타스 백작이었다.
“전멸입니다. 모두 죽였습니다.”
“아군의 피해는?”
“있습니다. 여기 기록해 두었습니다.”
레이먼은 포타스 백작이 건넨 보고서를 읽었다. 피해가 있다고는 하지만 적은 수였다.
“수고했다.”
“중앙정보국은 언제나 황제 폐하의 명을 기다립니다.”
포타스 백작이 물러났고, 레이먼은 데시아를 불러 크레이어 후작과의 마법 통신 연결을 요청했다. 탁자 위에 연락용 수정구를 올려놓고 그녀가 마나를 불어 넣었다.
맑은 빛이 반짝이면서 수정구에 크레이어 후작령의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크레이어 후작을 불러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마침 크레이어 후작이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연락용 수정구에 얼굴을 비추는 데까지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황제 폐하, 강녕하셨나이까?
크레이어 후작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안부를 물어 왔다. 사신단이 필리어스 제국에 도착하면서 검은 산맥에서의 전투는 눈에 띄게 줄었으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크레이어 영지군과 국경군은 크진 않지만 지속적인 소모가 있었고, 그로 인해 크레이어 후작은 물론이고 국경군 지휘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전쟁입니까?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젊은 황제의 모습에, 크레이어 후작은 그 속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서 먼저 말했다.
레이먼은 대답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얼마나 있습니까?
크레이어 후작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국경 도발이 심화하고 검은 산맥에서 교전 상황이 악화할 때부터 그와 후작령, 그리고 국경군은 전쟁을 각오하고 있었다.
“외무부 대신이 선전 포고문을 작성하고 있다. 아마 사흘 안에 작성이 끝날 테고, 검수 과정을 거쳐서 일주일 안에 삼국 동맹에 전달될 것이야.”
-그렇다면 약 일주일 안에 군의 전투 준비를 최대한 갖춰야겠군요.
“가능하겠나?”
전투와 전쟁은 준비해야 할 보급품의 규모부터 달랐다. 일전에 전쟁의 가능성을 언급해 두긴 했지만, 크레이어 후작은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검은 산맥을 누벼왔으니 제대로 된 전쟁 준비가 갖춰져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크레이어 후작은 웬일로 씨익 웃어 보였다.
-이미 임전의 태세를 갖췄습니다.
북동부 귀족들의 영지군과 국경군은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검은 산맥에서의 지속적인 소모전이 있었지만, 꾸준히 준비해 온 모양이다.
“보급품은 충분한가?”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크레이어 후작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문제가 없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깃든 옅은 그림자를 레이먼은 단번에 알아보았다. 아무래도 물자가 부족한 모양이다.
“물자를 최대한 지원해 주겠네.”
발렌시아 황실 직할령과 벨피앙 황실 직할령의 비밀 금고에서 대량의 황금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중앙정보국의 강화와 북부 중앙군 재무장을 포함해 여러 군데에 사용하느라 대부분을 사용한 상태였다.
현재 필리어스 제국의 재정 상태는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검은 산맥을 완전히 점령하여 그곳에 있는 금광을 손에 넣으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다.
‘검은 산맥에 대규모 금광이 있다는 건 나만 알고 있지.’
그 누구도 모른다. 오직 레이먼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정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