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1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16화
39장 첫 번째 전면전(2)
필리어스 제국군을 상대하기 위해 남하하고 있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최고 지휘관은 제5원수 라닌스 후작이었다.
“전방에 필리어스 제국군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원수 각하.”
지휘부에 소속된 고위 지휘관이 차분한 음성으로 보고했다. 그는 지휘봉으로 숲의 저편을 가리켰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고위 지휘관의 보고대로 저 너머의 어딘가에 필리어스 제국군이 있는 건 분명했다.
제5원수 라닌스 후작은 무성한 나무가 가득한 전방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않았다. 그가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리자 또 다른 고위 지휘관이 다가와 보고서를 제출했다.
봉인을 뜯고 보고서를 면밀하게 검토한 라닌스 후작은 굳은 얼굴로 침음을 삼켰다.
“왜 그러십니까? 원수 각하.”
“읽어봐라, 부관. 필리어스 제국군이 건설 중인 진지와 관련된 정찰 보고서다.”
“실례하겠습니다.”
라닌스 후작으로부터 보고서를 받아든 부관은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내용을 정독했다. 이윽고 그는 라닌스 후작이 침음을 삼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필리어스 제국군의 진지 구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군요.”
“그렇다, 부관. 마치 드워프라도 동원한 것처럼 비정상적인 속도야.”
《망자들의 제국》 소설 속 세계관에서는 건설 활동에 마법사가 동원되기 때문에 진지 구축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마법의 힘이라고 하기에도 설명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속도였으니, 건설의 귀재라고 평가받는 드워프의 가세를 의심해 볼 법한 상황이었다.
“드워프라면 이종족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부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원수 각하. 대전쟁으로 드워프 왕국이 몰락한 이후, 드워프들은 일족 단위로 나누어져서 산과 동굴로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그들의 그림자조차 찾는 게 힘듭니다.”
부관이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는 국경의 요새를 강화하기 위해 드워프들을 찾아 나선 적이 있었다. 하지만 끝내 그들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한 채 계획이 중단되었고, 물론 이 사실은 제5원수 라닌스 후작 또한 알고 있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부관.”
상관의 말이다. 부관은 라닌스 후작에게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물론 그걸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진군 명령을 내려야 할 것 같군.”
“원수 각하. 아직 군이 완전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혼잣말에 가까운 라닌스 후작의 중얼거림을 들은 부관이 화들짝 놀라서는 그를 만류했다. 이곳에 집결한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을 이루고 있는 용병들은 대부분 지쳐 있었다.
본래는 엘피스가 마물들을 지배하여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계획이 크게 어긋났다. 마물 무리의 습격이 이어졌고 이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전투 피로가 크게 누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2만 병력은 휴식이 필요했다. 그런데 제5원수 라닌스 후작은 진군을 명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원수 각하. 재고하여 주십시오.”
“군의 피로도가 높습니다. 지금은 휴식을 취해야 할 때입니다.”
다른 지휘관들도 조심스럽게 반대를 표했으나, 라닌스 후작은 여전히 단호했다.
“내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놈들이 요새를 완성하기 전에 공격하여 전열을 흩트려 놓아야 한다!”
그 모습에 부관은 절망 가득한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라닌스 후작이 인맥을 타고 들어온 낙하산 인사에다가 성질이 급하다는 건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원수 각하! 부디, 재고를!”
“감히 원수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것이더냐? 친위대는 이자를 포박하라!”
부관이 계속해서 만류하자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라닌스 후작이 원수부 친위대를 동원했다.
광이 나는 철제 흉갑을 입은 친위대원들이 나타나 부관을 포박했다.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반항했으나, 돌아온 것은 친위대원들의 무자비한 구타였다.
“커, 커흑!”
반죽음 상태가 되어 실려 나가는 부관의 모습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던 지휘관들은 입을 다물었다.
“제2부관!”
“예! 원수 각하!”
“지금부터 자네가 책임 부관이다. 지금부터 군의 전열을 재정비한 뒤, 필리어스 제국군을 향해 진군할 것이며, 반대 의견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
독재자가 따로 없었지만, 지휘관들은 친위대의 구타와 경질이 두려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전령들을 통해 각 군단에 원수 각하의 명을 전파하겠습니다.”
겁을 집어먹은 상급 지휘관 한 명이 황급히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오며 말했다. 라닌스 후작은 흡족한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고, 상급 지휘관은 즉시 전령들을 불러들여서 명령을 전달했다.
이윽고 전령들이 라닌스 후작의 명령을 전파했다. 그들은 지쳐 있었으나, 곧 필리어스 제국군을 향해 천천히 진군하기 시작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은 대부분의 군대가 장기 계약된 용병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중앙에서 파견되는 지휘관들의 권한이 강력하기 때문에 용병 군단장들은 제5원수의 명령에 반발할 수 없었다.
“앞으로, 앞으로!”
용병들이 발맞춰 진군했다. 마물들의 괴롭힘으로 그들은 지쳐 있었지만, 발걸음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척후대 운용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합니까?”
상급 지휘관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거듭된 재촉에 황급히 움직이느라, 척후대를 먼저 보내지 않았다.
“시간이 없으니, 기존에 편성된 척후대만 보낸다.”
“괜찮을까요? 현재 편성되어 있는 척후대는 수도 적고, 긴 정찰 활동으로 지쳐 있습니다.”
“지금 놈들은 진지 구축에 모든 전력을 쏟아붓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척후대를 보낼 필요도 없을 것이야.”
필리어스 제국군의 진지 구축 속도는 비정상적이었다. 라닌스 후작은 그들이 모든 전력을 진지 구축에 동원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척후대를 최소한으로 운용하여 진군 속도를 올리는 걸 선택했다.
“알겠습니다. 진군 속도를 올리겠습니다.”
지휘부는 라닌스 후작의 계획을 받아들였다. 그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군부에서도 영향력이 큰 인물이었고, 이미 원수부 친위대를 통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에 반대가 있을 리 없었다.
또한 라닌스 후작의 계획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엉망은 아니었기 때문에 받아들여진 점도 있다. 몇몇 지휘관들도 라닌스 후작처럼 필리어스 제국의 방어 진지가 완성되는 걸 우려하고 있었다.
그렇게 소수의 척후대를 운용하며 나아가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을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었으니, 바로 엘프들이었다.
“셀레딘 사령관님. 레인저 부대가 준비되었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대기 명령을 전달해.”
가죽 갑옷을 입은 긴 금발의 남성 엘프이자 레인저 사령관, 셀레딘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휘하 레인저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른 이들에게 명령을 전파했다.
“놈들이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면 공격을 개시한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진군 속도는 빨랐고, 곧 셀레딘이 생각하고 있던 지점을 넘었다. 척후대를 운용 중이었지만 소수 인원에 불과했기에, 작정하고 몸을 숨긴 엘프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령관님. 놈들이 지표를 넘었습니다.”
“공격 개시.”
셀레딘이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엘프 레인저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용병들을 노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았다.
“크아아아악!”
“저, 적습이다!”
우수수 쏟아진 화살 세례에 용병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후열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반격하라!”
“적의 위치를 파악해!”
지휘관들이 악을 쓰듯 외쳤다. 용병 궁수들이 높은 나무 위를 향해 활을 쏘며 반격했다.
마법사들은 방어 마법을 시전하거나 마나로 엮어낸 화염을 소환하여 나무를 통째로 불태웠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용병들답게 신속한 반격이었지만 엘프 레인저들은 그들보다 더 빨랐다.
엘프 레인저들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에 화살 세례를 잔뜩 퍼붓고 성공적으로 이탈했다.
“추격하라!”
제5원수 라닌스 후작이 거칠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서 깊은 분노가 묻어 나왔다. 그는 스스로가 낙하산 인사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전투에서 공적을 세워야만 했다. 첫 전투부터 패전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은 추격을 시작했지만, 산과 숲을 제집 안방처럼 자유롭게 왕래하는 엘프 레인저들의 이동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적이 너무 빠릅니다!”
“전위대도 추격에 실패했다는 보고입니다!”
절망적인 보고가 잇따랐다.
“이런, 제기랄!”
라닌스 후작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대로라면 원수부에 패전보를 전달하게 된다. 필리어스 제국과의 전쟁, 그리고 첫 전투에서부터 패전보를 전하게 되면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평생 벗을 수 없게 된다. 그 마음가짐이 라닌스 후작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기사단과 기병대를 먼저 보내라! 기마 전력이라면 필시 추격에 성공할 것이다!”
“하오나, 원수 각하! 기마 부대가 본대와 떨어진 상태로 고립된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친위대! 저자를 포박하라!”
라닌스 후작의 외침에 원수부 친위대가 행동했다. 또 한 명의 지휘관이 구속되어 끌려갔다.
낙하산으로 원수가 된 라닌스 후작이 인맥을 총동원하여 영광스러운 선봉장이 되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반대 의견 또한 많았다.
상부는 현명한 중간 지휘관들을 지휘부에 다수 배치하는 것으로 그 목소리를 잠재웠으나,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바로 원수 직속 친위대의 존재였다.
제5원수 친위대는 철저하게 제5원수의 명령에만 행동하는 이들이다. 그들로 하여금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니까 현명한 지휘관들을 중간에 배치한 건 무의미해졌다.
“기마대…… 출진하겠습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선봉 2만의 4천 기마 부대 중, 2천이 추격을 위해 출진했다.
* * *
“적의 기마대 2천이 엘프 레인저 부대 추격을 위해 본대에서 이탈했다고 합니다.”
“과연……. 대원수 각하의 말씀대로군요.”
전령의 보고에 황군의 고위 지휘관 카시야스는 크게 감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이먼 또한 흡족한 듯 선명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기마대를 분쇄한다!”
필리어스 제국군이 출진했다. 전령을 통해 본대의 출진 소식을 전달받은 엘프 레인저 부대 또한 후퇴를 멈추고 반전하여 기마대를 향해 화살을 쏟아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기사들과 기병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반격하라!”
“기사단장님! 포위당했습니다!”
“뭐라고?”
포위당했다는 걸 깨달았을 땐 대응하기에는 늦은 뒤였다. 하늘에서는 쉴 새 없이 화살이 쏟아졌고, 멀리서 들려오던 말발굽 소리는 점차 가까워져 천둥처럼 천지를 뒤흔들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기사단입니다!”
먼저 나타난 건 기사단이었다. 화살 세례는 중단되었지만 중무장한 기사들이 랜스와 방패를 앞세운 채 돌진해 왔다.
“전열을 재정비하라!”
조금 전까지 집중 공격을 받고 있었다. 말 한마디로 전열이 재정비될 리가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용병 마법사들이 마법을 흩뿌렸으나, 그들은 소수에 불과했고 화력도 집중되지 않아서 필리어스 제국 기사단의 돌격을 저지하지 못했다.
“필리어스 제국 만세!”
“황제 폐하께 승리의 영광을!”
지쳐 있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과 달리 필리어스 제국군의 사기는 극상이었다. 그들은 제국과 황제를 연호하며 휩쓸었다.
“크아아악!”
정비되지 않은 전열은 무너지고 불완전한 방진은 파괴되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기사단이 진형 깊숙이 침투하여 지휘관들을 유린했고, 기마대는 단숨에 괴멸 위기에 처했다.
“후퇴! 물러나라!”
기사단을 잃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지휘관은 황급히 퇴각 명령을 내렸지만, 물러나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필리어스 제국의 보병들이었다.
“황제 폐하 만세!”
“필리어스 제국 만세!”
천지를 뒤흔들 것 같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앞에 보이는 수백의 창칼이,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걸 말해줬다. 완전히 포위된 것이다.
“지휘관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완전히 포위당했습니다!”
어찌해야 하는가? 지휘관은 고민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았고, 그들을 향해 필리어스 제국 마법사들의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의 장소에서 살아남은 5백의 기병들은 필리어스 제국군의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30분 만에 전멸했고, 이 작은 승전보는 황제, 레이먼에게 즉각 보고되었다.
“황제 폐하. 저희가 이겼습니다.”
전령의 보고에 지휘부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으나, 레이먼은 여전히 차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딱딱한 목제 의자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