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1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18화
39장 첫 번째 전면전(4)
《망자들의 제국》 소설 속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던’ 리처드 팔라어. 그는 지금 삼국 동맹의 영토에서 머나먼 동쪽에 위치한 제이스트 마도왕국의 수도에 있다.
그는 어두운 광장의 구석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연신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운 골목길 방향에서 검은 로브를 입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이가 나타나 천천히 다가왔다.
“베리스 경이 보냈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남성의 입에서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의 이름이 나왔다. 그러면서 그는 품속에서 종말 협회의 상징을 보여주었다.
리처드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안내하라.”
“예.”
검은 로브를 입은 종말 협회의 정보원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리처드를 안내한 곳은 놀랍게도 제이스트 마도왕국의 왕성이었다.
“왕성이라……. 이미 장악이 끝난 건가?”
뒷문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분명 왕성으로 들어왔다. 리처드는 정보원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거의 다 왔습니다.”
종말 협회의 정보원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그는 리처드를 어느 응접실의 앞으로 안내했다.
왕성은 왕국 내에서 가장 경계가 삼엄해야 할 곳이었지만, 리처드는 여기까지 오는 길에 경비병 하나 보지 못했다. 왕성에 침투한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가 힘을 썼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보원은 리처드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입구에서 물러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리처드와 마찬가지로 검은 로브를 입고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응접실 중앙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환영합니다, 종언의 전도사.”
“허무의 인형사, 베리스 경인가?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리처드가 자연스럽게 의자를 끌어다 앉자 베리스는 그를 보며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왕성의 장악은 끝났습니다. 제이스트 마도왕국의 중요 귀족들은 암살당했고 그 빈자리는 제 인형들이 차지했습니다. 지금 제이스트 마도왕국은 제 꼭두각시나 다름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베리스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내가 너무 늦게 온 건가?”
“아니요, 제가 너무 빨랐던 겁니다.”
“마법의 정상이라는 위명도 과거의 영광이었던 건가……. 아무튼 제이스트 마도왕국의 왕성을 장악했으니, 종말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리처드의 말에 베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성을 장악했다면 다른 지령은 완수했나?”
종말 협회에서 베리스에게 내린 지령은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가 왕성의 장악이었다.
“‘그들’을 말하는 것이라면 얼마 전에 검은 산맥을 향해 출진했습니다.”
“이로써, 지령이 완수되었군.”
“모든 것은 종말의 뜻대로…….”
말을 마치며 베리스는 씨익 웃었다. 그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리처드 또한, 가면을 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가득할 것이다.
* * *
“황제 폐하를 위하여!”
황군이 칼을 빼 들었다. 레이먼이 가장 선두에서 직접 지휘했고 황군의 사기를 하늘을 찌를 듯했다.
“황제 폐하께서 함께하신다!”
황제가 함께한다는 이름 아래, 두려움은 없었다. 그들은 삼국 동맹에서도 최정예로 명성 높은 중장돌격대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당연히 선두에는 레이먼이 함께하고 있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다!”
“저기 황제가 있다!”
찬란한 금빛을 머금은 황제의 깃발은 전장에서 당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황제의 깃발을 발견한 중장돌격병들이 창칼을 앞세우고 전진했다. 근처에 있던 기사들 또한 서슬 퍼런 기세를 일으키며 다가왔다.
“황군! 집결하라!”
“목숨을 걸고 황제 폐하를 지켜라!”
흩어져 싸우던 황군이 황제의 수호를 위해 재집결했다. 하지만 중장돌격대가 접근하기도 전에 황제의 강력한 호위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아이스 스톰!”
데시아가 마나를 모아 흩뿌리자 얼음의 폭풍이 중장돌격대를 휩쓸었다. 아이스 스톰은 블리자드보다 한 단계 낮은 최상급 마법이었지만, 마법사 부대의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전진한 중장돌격대를 쓸어버리는 데에는 문제없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강력한 마법에 중장돌격병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소수의 마법사들이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지만 데시아는 드높은 경지에 오른 마법사다. 그녀의 마법은 경지가 낮은 소수의 마법사들이 방어하기에는 너무 강력했다.
“적의 진형이 흔들리고 있다! 황군은 공세를 취하라!”
카시야스가 검에 마나를 피어 올리며 돌격을 감행했다. 황군이 그의 뒤를 따랐다. 황군의 맹공에 중장돌격대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병력이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앞을 막아선 필리어스 제국의 기마 부대와 경보병대를 돌파하지 못했다.
“대장님! 적의 수가 1만이 넘습니다!”
“당장 퇴각해야 합니다!”
중장돌격대의 지휘관들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으나, 책임 지휘관은 후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앞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검으로 베어 넘기며 외쳤다.
“뒤에도 제국군이 있다! 어디로 도망치느냐는 말이냐!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다!”
단호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놈들이 퇴각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카시야스가 말했다. 제10중장돌격대와 제11중장돌격대는 현재 황군과 필리어스 제국군에게 포위된 상태였지만 조금도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결의를 다지며 방진을 유지했다.
“항복 권고도 소용없겠지?”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저들은 자유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중장돌격대입니다. 절대 항복할 리 없습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카시야스는 강한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렇다면 모두 죽일 수밖에 없겠어.”
왼손을 뻗어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이 완성되자 중장돌격대의 방진 중앙에 천둥벼락이 떨어졌다.
콰아앙!
폭음이 터져 나왔다. 흙먼지와 함께 중장돌격병들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뒤이어 데시아가 최상급 마법을 한 번 더 내질렀다.
“방진이 무너졌다! 황군은 적을 섬멸하라!”
카시야스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중장돌격대의 방진은 완전히 무너졌다. 지독한 훈련을 받은 최정예들답게 그들은 곧바로 전열을 재정비하려고 했지만 황군이 조금 더 빨랐다.
수천의 황군이 달려들어 그들을 도륙했다. 중장돌격병들은 하나같이 최정예였지만 압도적인 수적 열세 앞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마침내 제10중장돌격대와 제11중장돌격대가 완전히 무너졌다. 최후까지 저항하던 중장돌격병이 황군 기사에 의해 목이 떨어졌고 2개의 선봉기는 황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황제 폐하! 전령입니다!”
중장돌격대를 정리한 황군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을 때였다. 블리자드 후작의 목소리에 레이먼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안장에 지휘부의 깃발을 꽂은 전령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휘부에서 황제 폐하께 전합니다!”
전령이 말에서 내려 한쪽 무릎을 꿇었다.
“보고하라.”
“대원수 각하께서 전군 전진을 명하셨습니다! 지금 주력군을 필두로 후방 부대까지 전원 전진 중에 있습니다!”
“대원수에게 전하라. 황군은 재정비를 위해 지휘부와 합류한다.”
중장돌격대는 강적이었고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제5원수는 퇴각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투에 계속해서 참전하려면 황군에게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했다.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전령이 먼저 달려가고 레이먼은 황군과 함께 지휘부와 합류하기 위해 움직였다.
“결국 그걸 쓸 일은 없었나……?”
지휘부와의 합류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레이먼은 막연한 혼잣말을 흘렸다. 무쇠망치 부대의 책임 지휘관 락클 브론즈에게 제작을 부탁했던 그걸 사용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레이먼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에서야 사용하게 될 물건이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동한 끝에 그들은 지휘부와 합류했다.
지휘부에서는 전술 백작 에르빈 되니츠가 레이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승전을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황제 폐하.”
“무슨 일인가?”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되니츠 백작이 말문을 열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고, 레이먼은 그가 말을 이어가기를 재촉했다.
“황제 폐하께서 우려하셨던 일이 터진 것 같습니다.”
되니츠 백작의 말에 레이먼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고? 그것은 필리어스 제국군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설마……?”
“황제 폐하의 명을 받고 검은 산맥 인근의 상공을 감시하던 중앙정보국의 요원들이, 이곳을 향해 접근 중인 비공정 함대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대륙에서 비공정 함대를 보유한 국가은 제이스트 마도왕국이 유일하다. 포타스 백작으로부터 이변을 보고 받았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설마 제이스트 마도 왕국이 삼국 동맹의 편에 설 줄이야…….”
레이먼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은 마도왕 선서 이후 천 년 동안 중립을 지켰다. 그런데 이제 와서 중립을 깼다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직면하게 되었으니,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다른 내용은 없나?”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참전이 확실해진 지금,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해야 했다. 레이먼의 물음에 되니츠 백작은 눈알을 한 바퀴 굴리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리스본 해상 왕국의 해병대가 탑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의 깃발이 확인되었다고 하더군요.”
“숫자는?”
“현재 중앙정보국에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비공정의 숫자로 볼 때 대략 1만 명 이상의 해병들이 탑승한 상태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되니츠 백작이 보고했다. 1만 명의 추가 병력, 그리고 비공정 함대의 마법 포격까지 더해진다면 필리어스 제국군은 다 잡은 승기를 놓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지금 당장 무쇠망치 부대의 락클 브론즈 경을 호출하게!”
“예! 황제 폐하!”
대기하고 있던 전령이 뛰쳐나갔다. 이윽고 락클이 짧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여 달려왔다. 그는 주력 전투부대가 아니라 후방에 있었고, 덕분에 금방 호출에 응할 수 있었다.
“황제 폐하! 부름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지금 당장 ‘그걸’ 사용할 준비하게.”
“비공정 함대가 출현했습니까?”
락클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레이먼의 비밀 병기를 제작하면서 그에게서 대강의 계획과 용도를 들었다. 그래서 비공정 함대가 출현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중요 지점에 연발 발리스타를 배치하라!”
레이먼이 준비한 무기, 그것은 연발 발리스타였다. 일반적인 발리스타와 달리 연속 발사가 가능한 발리스타로 기계 장치의 구조가 복잡하여 현재 필리어스 제국의 기술자들은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고대의 기술을 알고 있는 드워프들에게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즉각 배치하겠나이다.”
“황제 폐하. 전진 중인 아군에 회군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되니츠 백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의 의견에 지지를 표했다. 지금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을 추격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회군하라!”
지휘부의 기수가 회군을 알리는 깃발을 들었다. 이윽고 필리어스 제국군의 진영에서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천히 전진하던 주력군이 다시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이었다. 검은 산맥의 상공에 12척의 비공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이 자랑하는 비공정 함대였다. 중앙정보국 요원의 보고대로 비공정에는 그들의 깃발 외에 리스본 해상 왕국의 해병대 군기도 꽂혀 있었다.
“놈들이 상륙하기 전에 비공정을 모두 격추시켜야 한다.”
“연발 발리스타 31대, 전원 배치를 끝냈습니다!”
전령이 달려와 보고했다. 이제 비공정 함대가 연발 발리스타의 사정권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비공정 함대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필리어스 제국군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패주하던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또한 반전하여 대열을 정비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진영에서 ‘전진’을 뜻하는 깃발을 들어 올렸습니다!”
적진을 관측하고 있던 젊은 중급 지휘관이 보고했다. 되니츠 백작은 불안한지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지만 레이먼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망자들의 제국》 소설 속에서 리처드가 고안한 연발 발리스타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시간이 부족하여 31대밖에 제작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 숫자면 12척 규모의 비공정 함대를 격추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적 비공정 함대! 하강합니다!”
“연발 발리스타 준비!”
락클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연발 발리스타의 사격은 그의 무쇠망치 부대가 맡게 되었다.
리스본 해상 왕국의 해병대를 상륙시키기 위해 서서히 하강하는 비공정 함대를 향해 31대의 연발 발리스타가 사격 준비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