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2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20화
40장 승리의 이름으로(2)
“어떤가?”
레이먼은 사령부 지휘관들을 돌려보내고 크레이어 후작, 그리고 되니츠 백작과 함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그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크레이어 후작을 보며 물었다.
“엄청난 금광이더군요. 황금 매장량이 상당할 것 같았습니다.”
관련 지식이 깊지 않은 크레이어 후작이 보기에도 엄청난 규모의 금광이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하나 있었으니…….
“헌데, 황제 폐하. 지금은 전쟁 중입니다. 따로 병력을 빼기 힘들다는 뜻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마물들로부터 중앙 요새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크레이어 후작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했지만 레이먼의 입가에 번진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걱정 말게, 후작. 대안이 있으니까 말이지.”
“혹,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다, 어차피 그걸 보여줄 생각으로 집무실에 부른 것이니까.”
레이먼이 손짓을 하자 되니츠 백작이 집무실을 나섰다. 이윽고 다시 그가 들어왔을 땐 적탑주 베레누스 카일 또한 함께였는데, 그는 작은 보관함을 들고 있었다.
저 작은 보관함에 해답이 있을 것이라, 크레이어 후작은 자신의 날카로운 직감이 그리 말해주는 걸 느꼈다.
“후작도 눈치챘겠지만 저 보관함 안에 해답이 있다네. 직접 열어보겠는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황제 폐하.”
“문제 될 게 뭐가 있겠는가?”
선명한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하는 레이먼의 모습에 크레이어 후작은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베레누스로부터 보관함을 받아 들었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는 그것을 집무실 책상 위에 올리고서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보라색의 영롱한 빛이 새어 나왔다. 마침내 보관함을 완전히 열었을 때, 크레이어 후작은 그 안에서 빛나는 보랏빛의 크리스탈을 볼 수 있었다.
“황제 폐하…… 이것은……?”
매료된 듯, 보관함 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크레이어 후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평생 검의 길을 걸어 왔다. 마법에 대한 식견은 깊지 않았지만 눈앞의 크리스탈이 범상치 않은 마도구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직감할 수 있었다.
“유령 부대에서 마물을 지배하던 마법사를 기억하는가?”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그녀가 가지고 있던 지배의 비전 마법서를 해석하여, 비전 마법의 정수를 일부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마물을 완전히 지배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크리스탈, 그러니까 억제기가 설치된 구역에는 마물들이 접근할 수 없을 것이야.”
“맙소사, 황제 폐하…… 정말 대단합니다.”
크레이어 후작은 크게 감탄했다. 그는 마법사가 아니었지만, 비전 마법을 추출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알고 있었다.
“적탑주와 청탑주가 고생이 많았다네.”
레이먼 역시 마법에 대한 식견이 깊은 고위 마검사였지만 그는 두 탑주에게 공로를 돌리면서 치하했다.
청탑주가 있었다면 또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다행히 이 자리에 있는 이는 화를 낼 때를 제외하면 차분한 성정의 베레누스뿐이었다.
“과찬이십니다, 황제 폐하.”
베레누스는 짧은 감사 인사와 함께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 요새의 건설이 끝나기 전에 필요한 만큼의 ‘억제기’를 대량 생산하는 게 목표라네.”
“요새 주위에만 설치하는 게 아닙니까?”
“안전한 보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전진 요새와 중앙 요새를 연결하는 도로를 만들고 그 길에 ‘억제기’를 설치할 생각이라네.”
“정말 훌륭한 계획입니다, 황제 폐하!”
크레이어 후작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야.”
중앙 요새의 건설은 무쇠망치의 드워프들이 진두지휘하고 있었으며, ‘억제기’의 생산은 적탑과 청탑의 우수한 마법사들이 맡았다.
무쇠망치 부대의 책임 지휘관 락클 브론즈의 보고에 의하면, 중앙 요새의 건설은 거의 마지막 단계를 향하고 있었다.
“하오나, 황제 폐하. 괜찮겠습니까?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경에 삼국 동맹의 군대가 집결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서두를 필요가 있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여쭙습니다.”
크레이어 후작의 우려도 틀린 건 아니었다. 건설 중인 중앙 요새의 방어 목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의 주력이 집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진군하지 않고 있으니, 우려를 표하는 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레이먼은 크레이어 후작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도 몇 명의 고위 지휘관의 우려를 들어야만 했었다.
“서두를 필요 없다, 크레이어 후작. 저들이 ‘만전’의 준비를 갖춘 만큼 필리어스 제국군 또한 최대한의 임전 태세를 갖춘 채 적들과 맞설 것이니까.”
굳이 길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전투가 끝난 직후 필리어스 제국군에게는 휴식이 필요했었다. 만약 무리하여 검은 산맥을 횡단, 전투를 치렀다면 다시 승전을 취하더라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크레이어 후작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서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제가 그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나이다!”
“지금이라도 알면 되었다.”
레이먼은 씨익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후작과 충성스러운 기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니, 큰 걱정은 할 필요 없을 걸세.”
필리어스 제국의 얼마 남지 않은 최정예 전투 집단, 기사 여단이 얼마 전에 국경을 넘어 검은 산맥에 진입했다고 했으니, 이제 정말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경을 향해 진군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레이먼은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씨익,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첫 목표는 이레이서 후작령이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경에 닿아 있는 거대한 후작령의 중심도시, 한때 필리어스 제국의 영토였던 그곳에, 제국 재건 계획의 일부가 잠들어 있다.
* * *
“국왕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시종관의 엄숙한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마도 왕국의 젊은 국왕 루델 제이스트가 알현실에 들어섰다. 그는 곧장 왕좌까지 걸어가 앉았다.
“제9함대가 전멸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루델은 차분하게 지적했지만 목소리에서 군주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지나친 긴장으로 인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귀족들 또한 그것을 아는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국왕의 나약한 모습에 하나같이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국왕 폐하께서 보고 받으신 대로입니다. 아국의 제9함대가 리스본 해상 왕국의 해병대와 검은 산맥에 상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필리어스 제국군의 맹공을 받아 전멸했습니다.”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앞으로 한 걸음 나선 이는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창공군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사이드 후작이었다.
“경들은 분명 삼국 동맹의 군대가 승리할 것이라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은 패퇴하였고, 아국은 제9함대를 잃었다.”
국왕 루델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질책보다는 떼를 쓰는 것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전선의 상황은 변함이 잦습니다. 어찌 쉽게 승전과 패전의 결과를 논하겠나이까.”
“그렇습니다, 국왕 폐하.”
“사이드 후작 각하의 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알현실에 모인 귀족들이 앞다투어 사이드 후작의 편을 들었다. 기존에 후작의 반대편에 섰던 귀족들조차 그의 편을 들고 일어났으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젊은 국왕 루델은 힘없이 한숨을 내뱉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그는 본래 힘없는 국왕이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귀족들의 세력이 거대하다고는 하지만 국왕파 귀족들의 숫자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국왕파 귀족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전 회의에서 국왕을 지지하는 귀족들은 대부분 사라진 뒤였다.
“지금 저희를 탓할 때가 아닙니다, 국왕 폐하. 아국의 비공정 함대가 참전한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필리어스 제국에서는 저희 왕국이 삼국 동맹의 편에 섰다는 걸 인지했을 겁니다.”
백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어느 귀족이 말했다. 루델은 답답한 마음에 또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피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면 경들에게 다시 한번 묻겠다. 이 혼란한 상황을 해결하려면 아국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확실한 입장을 정하셔야 합니다.”
사이드 후작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하는 확실한 입장이 무엇일까? 루델은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확실한 입장?”
“예, 국왕 폐하. 이미 필리어스 제국과는 척을 진 상황이옵니다. 그러니 비공정 함대와 마법사들을 더 보내서 삼국 동맹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후작은 그 말이 참전을 뜻하는 걸 알고 있나?”
“이미 제9함대가 움직인 시점에서 저희는 이 거대한 전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익을 위해서 단호한 결정을 내리셔야 할 때입니다.”
사이드 후작이 재촉했다.
“단호한 결정이라…….”
루델은 눈살을 찌푸리며 알현실 안을 빠르게 훑었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그를 향해 결정을 재촉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 넓은 알현실 안에 수십 명의 귀족들이 있었으나, 지금 이 순간 루델에게 힘을 더해주는 이는 없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나.’
루델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만약 내가 군을 움직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루델이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국왕 폐하꼐서 군을 움직이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실 일은 없을 테니까요.”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사이드 후작이었다. 그의 얼굴은 고저 없는 무표정이었으나, 루델은 사이드 후작이 그 방패와도 같은 무표정 뒤에서 히죽, 비웃음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국왕 폐하. 어서 결정을 내리시지요.”
“전선의 상황이 위급합니다. 속히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부디 비공정 함대를 움직이소서.”
다른 귀족들이 사이드 후작을 위시하여 국왕의 결단을 재촉했다. 그들의 언행을 볼 때 ‘재촉’도 좋은 표현이었다. 사실상 ‘압박’에 가까웠으니, 이제 갓 20대를 넘긴 젊은 국왕이 감당하기에는 과할 정도였다.
“자아, 어서 결정을 내리시지요, 국왕 폐하.”
알현실에 모인 모든 귀족들이 시선이 국왕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이드 후작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압박했다. 이는 루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압박이었다. 결국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함대의 추가 출진을 명할 수밖에 없었다.
* * *
검은 산맥에서 숨죽이고 있던 필리어스 제국군이 일제히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경 지대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휴식 시간까지 줄여가며 국경 지대로 향했다. 황제의 깃발과 함께 ‘억제기’를 앞세운 덕분에 마물들의 공격은 없었다. 검은 산맥에서 이동 속도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인 마물들의 공격이 없어지자, 필리어스 제국군은 금세,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경 지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황제 폐하. 국경 지대에 도착했습니다.”
카시야스가 도착을 알렸다. 마차 안에서 쉬고 있던 레이먼은 알렉스의 도움을 받아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미 되니츠 백작의 지휘하에 진지가 구축되고 있었고, 전방의 평원에서는 적들의 깃발이 펄럭이는 게 보였다.
“에드리거 왕국 귀족들의 깃발도 보이는군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되니츠 백작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에드리거 왕국 소속 귀족들의 깃발도 적지 않게 보였다.
“다행히 칠흑군의 깃발은 보이지 않는군.”
칠흑군은 에드리거 왕국의 주력군이다. 레이먼은 그들의 깃발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했지만, 되니츠 백작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매복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열어두는 게 좋겠지요.”
“틀린 말은 아니군.”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게슈타인과 데시아, 그리고 로열가드들이 그를 수행했다.
“오늘은 일찍 쉴 생각이야.”
황제의 막사 앞, 따라 들어오려는 게슈타인과 데시아를 보며 레이먼이 말했다. 두 충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막사 앞을 지켰고 레이먼은 짧게 하품을 하고는 침대 위에 누웠다.
“이레이서 후작령에도 제국 재건 계획의 유물이 남아 있다…….”
편안한 곳에 누워 있다 보니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그들을 깨우려면 지배력이 필요하지만 그 문제는 걱정 없었다.
얼마 전 전투의 승전으로 지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있었으니까. 다만, 산악 공작을 처단한 것보다 적은 양이 회복되었다. 이쯤 되면 지배력 회복에 대해 ‘세계관’이 가지는 기준이 어떤지 확실하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잠이나 자자.”
밖은 분명 누군가 지키고 있지만 아무도 없는 침실 안은 황제의 권위를 집어던지고 편히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들 중 하나였다.
편히 누워 눈을 감은 순간이었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져서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막사 문이 열리고 다급한 표정의 포타스 백작이 뛰어 들어왔다.
“황제 폐하! 지금 즉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에드리거 왕국의 암황, 유령걸음이 오고 있습니다!”
다짜고짜 몸을 피하라고 하는 포타스 백작의 언행에 레이먼은 눈살을 찌푸렸다.
“고작해야 암황 따위에게 겁을 집어먹는가! 나는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다! 그 어떤 위협에도 도망치지 않는다! 나는 이곳에서 암황과 맞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