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24)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24화
42장 전격전(1)
“왕실군이 출정했다고 합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제복을 갖춰 입은 지휘관이 차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의 앞에는 제5원수 라닌스 후작이 앉아 있었다.
여러 번의 큰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경질되지 않았다. 뒤에서 버티고 있는 거대한 연줄 때문은 아니었다.
뒤를 이을 원수급 지휘관이 아직 전선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닌스 후작이 아직 최전방군의 총지휘를 맡고 있던 것이었다.
“왕실군만 오는 건 아니겠지?”
“남부 영주들의 사병도 함께 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심이야, 이제 우리 군은 증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여기서 전선을 유지하면 되겠어.”
라닌스 후작의 입가이 선명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이대로 전선을 잘 유지하거나 큰 공을 세워서 군의 처벌을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장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여러 번의 패배로 인해 경질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 이후 부과될 책임과 처벌이라도 최대한 줄여보자는 심산이었다.
그 모습에 앞에 시립해 있던 지휘관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승기를 잡은 필리어스 제국군을 상대로 지금 이곳에 집결한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이 전선을 유지하는 건 힘들다고 라닌스 후작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지금 필리어스 제국군의 동태는 어떤가?”
한동안 실실대며 웃음을 흘리던 라닌스 후작이 지휘관을 보며 물었다. 라닌스 후작을 향해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던 지휘관은 서둘러 그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사흘째 특별한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고 있습니다.”
“좋아, 이대로 왕실군이 도착할 때까지 전선을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라닌스 후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으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다급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전령입니다!”
“들어오게.”
실실 웃고 있는 라닌스 후작을 대신해 지휘관이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전령이 황급히 달려 들어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었다.
“급전입니다! 필리어스 제국군 진영에서 출진한 1만의 기마 부대가 아군 진영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거친 목소리가 행복한 상념에 잠겨 있던 라닌스 후작을 깨웠다. 그는 갑작스러운 공격 소식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필리어스 제국군의 공격이라고?”
“예! 현재 아군의 진영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 중이라는 걸 전방의 척후 부대가 보고해왔습니다! 30분 안에 아군 진영에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기랄! 경종 울리고 신속히 병력 배치해!”
“예!”
전령과 지휘관이 제5원수 라닌스 후작의 집무실을 떠났다. 전령들을 통해 명령이 전파되고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군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책과 망루 위로 궁병들이 올라갔고 기사들은 철문이 뚫릴 경우를 대비하여 앞에 집결했다.
“전방에 필리어스 제국군입니다!”
“황제의 깃발이 보입니다!”
선두에서 매서운 바람에 펄럭이는 황제의 깃발을 본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병사들이 동요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전투에서 황제와 황군의 참전으로 쓴 패배를 맛본 탓이었다.
“두려워 말라! 놈들은 기병이고 여기에는 목책이 있다!”
“화살을 쏴라! 접근하지 못하게 해!”
기사들이 병사들을 격려하고 지휘관들이 지시를 내렸다. 곧 목책과 망루 위의 궁병들이 화살을 퍼부었지만, 필리어스 제국의 기마 부대에는 적탑과 청탑의 수준 높은 마법사들이 대거 함께하고 있었다.
머리 위로 펼쳐진 실드가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모두 막아냈다.
“마법사가 있습니다!”
“두려워 말라! 철문은 방어 마법진이 각인되어 있다!”
“계속 화살을 쏴라!”
악을 쓰듯 외치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며 레이먼은 씨익 웃으며 왼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서 고위 마법사, 데시아가 함께 말을 달리고 있었다.
“데시아. 저 철문을 날려버려.”
“예, 황제 폐하.”
말을 타고 있는 상태에서는 집중력이 분산되기 때문에 수준 높은 마법을 완성하는 게 쉽지 않고 마나도 더 많이 소모하지만, 데시아는 조금의 불평도 없이 눈앞에 보이는 철문을 향해 차분하게 왼손을 뻗었다.
“아이스 스톰.”
나지막하게 시동어를 흘리자 푸른빛의 마나가 울부짖었다. 청색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마나의 덩어리가 철문에 닿는 순간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다.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휘몰아치면서 방어 마법이 각인된 단단한 철문을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파이어 캐논!”
“라이트닝 스피어!”
적탑과 청탑의 마법사들이 뒤이어 난사한 마법이 엉망으로 망가진 철문에 적중했다. 너덜너덜해져 있던 철문은 후속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졌다.
“돌진하라! 이대로 방어선을 돌파한다!”
레이먼이 외쳤다. 그는 선두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도 쉬지 않고 마법을 난사하여 목책 위의 궁병들을 요격했다. 마검사의 고유 마법, 서포터가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밤하늘을 어지럽혔다.
“으아아악!”
“귀, 귀신이다!”
둥근 마법구 형상을 한 서포터들이 목책 위의 궁병들을 마구 요격했다. 기사들이나 마법사들과 달리 마법을 방어할 수단이 없는 궁병들은 서포터의 공격에 맥없이 당했다.
“교전을 최소화하라! 이대로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진영을 돌파한다!”
레이먼이 다시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막아라!”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기사단이 집결했다. 그 모습을 본 카시야스가 레이먼의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이 앞은 적의 지휘부입니다. 이대로 타격할까요?”
바로 앞에 기사단이 집결하여 방어선을 형성하였다고는 하지만, 현재 레이먼이 지휘하고 있는 기마 부대의 전력으로는 저들을 돌파하여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휘부를 공격하지 않는다.”
“괜찮겠습니까?”
“그래, 그리고 내 생각에는 제5원수를 살려두는 게 우리한테는 더 좋을 것 같군.”
레이먼은 말을 마치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눈앞의 무능한 지휘관을 살려두는 건 국경에 남은 되니츠 백작을 위한 작은 선물이었다.
“이대로 돌파한다.”
“깃발을 올려라!”
레이먼의 지시에 카시야스가 기수에게 명을 전했다. 돌파를 뜻하는 깃발이 올라갔고 적진을 양단하기 위한 별동대는 더욱 속도를 높였다.
기사단이 지휘부 방어를 위해 집결한 탓에 더 이상 앞을 막아서는 병력은 없었고, 덕분에 레이먼과 별동대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진영을 돌파할 수 있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방어선을 돌파한 뒤에도, 그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다. 그들이 잠시 멈췄을 때는 이른 아침의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황제 폐하. 잠시 휴식을 취하시지요.”
카시야스가 휴식을 권했다. 자정을 갓 넘은 시각부터 이른 아침의 해가 뜰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고 레이먼은 숙련된 기병이 아니었으니,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게, 카시야스 경. 지금 우리 군은 휴식이 필요한가?”
“냉정하게 말하면 당장 휴식은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이동한다. 우리 군의 피로가 더 누적되었을 때,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
되니츠 백작이 전격전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번 작전의 성과는 레이먼이 지휘하는 기마 부대의 기동력이 생명이었다.
최대한 빨리 적의 방어선을 돌파하여 적진을 양단, 고립시켜야 한다. 그러니 휴식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카시야스가 대답했다. 레이먼의 자발적인 모습에 그는 크게 감동한 것인지 두 눈을 반짝였다.
황제의 뜻은 곧 카시야스를 통해 황군에 전파되었다. 뒤이어 따라오던 빌리앙과 기사 여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황제의 의지를 전달받았고, 필리어스 제국과 황실에 다시 한번 충성을 맹세하면서 강행군을 재촉했다.
“황제 폐하. 인제 그만 휴식을 취하시지요. 군의 피로도 많이 누적되었습니다.”
밤을 새운 상태로 쉬지 않고 3시간을 더 이동했다. 그러자 카시야스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휴식을 권했다.
여기는 적진이었다. 예상치 못한 적의 공격을 생각한다면 맞서 싸울 최소한의 체력 정도는 남겨 둬야 했기 때문에 지금 휴식을 취하는 게 옳았다.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다, 전군에 휴식을 명하라.”
“예, 황제 폐하.”
카시야스는 전령들에게 레이먼의 지시를 전달했다. 황군과 기사 여단, 그리고 필리어스 제국군 기마 부대로 구성된 별동대가 휴식을 위한 진형을 갖췄다.
여기는 안전한 후방이 아니라 최전방을 돌파한 적진이다. 적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언제나 열어 둬야 했고, 쉬고 있을 때도 최선의 방진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휴식은 길지 않았다. 이곳은 지금 당장에 귀족들의 사병으로 구성된 추격대가 따라붙어도 이상하지 않은 적국의 영토 안이었다. 긴 휴식은 사치였다.
“바로 이동한다.”
지휘관들이 지친 병사들을 다독였고 다시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별동대는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며 진격하여, 마침내 이레이서 후작령을 완전히 돌파했다.
“여기서 새롭게 전선을 만든다. 우리는 크레이어 후작이 1만의 병력을 이끌고 이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최전방 전선의 후방을 농락한다.”
그날부터 별동대의 후방 교란이 시작되었다. 1만의 기마 부대로 편성된 별동대는 잘게 나누어져서 이레이서 후작령의 보급 부대를 공격하고 주요 정찰 거점을 전멸시키는 등, 교란 작전을 전개했다.
결국, 그걸 견디지 못한 이레이서 영지군 지휘부는 최전방에 배치한 병력 일부를 영지 방어를 위해 뒤로 뺐다.
그 덕분에 크레이어 후작와 북동부 귀족들이 지휘하는 1만의 병력이 이레이서 후작령을 통과하여 기스필 백작령과의 경계에서 대기 중인 레이먼의 병력과 합류할 수 있었다.
레이먼은 크레이어 후작이 이끌고 온 1만 병력을 이레이서 후작령의 후방, 기스필 백작령과의 경계에 배치하여 전선을 구축했다. 이제 이걸로 이레이서 후작령과 2개의 백작령은 후방을 봉쇄당했다.
“되니츠 백작과의 마법 통신 연결을 준비하라.”
“예, 황제 폐하.”
레이먼의 지시에 데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마법 통신 준비를 서둘렀다.
곧 준비가 끝났고 레이먼은 연락용 수정구 앞에 앉았다. 이레이서 후작령의 후방을 봉쇄했다는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은 들뜬 마음에 몸이 가볍게 들썩이는 것 같았다.
“마법 통신을 연결하겠습니다.”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지 데시아는 그를 보며 싱긋 웃어 보이고는 연락용 수정구에 마나를 주입했다. 마나를 머금은 수정구가 선명한 빛을 뿜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청탑주의 환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대원수부의 통신실을 지키고 있는 이는 청탑주, 리세필드였던 모양이었다.
-아이고! 황제 폐하!
리세필드는 수척해진 레이먼의 얼굴을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그 모습에 레이먼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다행히 크레이어 후작의 1만 병력과 합류하여 전선을 재구축한 덕분에 충신의 호들갑 정도는 받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호들갑은 다 떨었나?”
-죄, 죄송합니다…….
“괜찮네, 되니츠 백작이나 불러주게나.”
-예, 황제 폐하.
짧은 대화 끝에 리세필드가 자리를 비웠다. 이윽고 되니츠 백작이 수정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먼은 그에게 현재 별동대의 상황과 배치를 말해주었다.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군요. 하지만 이레이서 후작이 영지군 일부를 회군시켰습니다. 그들은 고스란히 황제 폐하와 별동대를 추격하는 병력에 합류할 겁니다.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되니츠 백작을 보며 레이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왕실군과 중부 귀족들의 사병 조직까지 감당하셔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군.”
-황제 폐하……. 이는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특별히 걱정하지는 않는다네. 별동대가 무너지기 전에 자네가 군을 이끌고 와줄 것이 아닌가?”
무한에 가까운 신뢰의 표현에 수정구 너머의 되니츠 백작은 괜스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그 후, 두 사람은 약 30분간 추가적인 작전 내용을 의논하고는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별동대가 구축한 방어 진지 주위는 조용했지만, 사흘째 되는 날, 근처에 보낸 척후대가 적의 존재를 보고했다.
“북쪽에서 남하 중인 적의 군세는 약 2만 정도입니다!”
“깃발은?”
전령의 다급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레이먼은 적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차분하게 질문을 던졌다.
“이시리아 왕실군의 깃발과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중부 귀족들의 것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중장 돌격대의 깃발은 보이지 않았나?”
“예! 확실합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남쪽에서 이레이서 후작이 5천의 군세를 이끌고 나타났으니까.
이제 되니츠 백작이 최대한 빨리 와줄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