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25)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25화
42장 전격전(2)
알리피스 공작은 암황 중 한 명이며, 아주 오래전부터 에드리거 왕국의 밤을 수호해 온 그림자 중 하나다.
그의 정확한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3백 년 이상 밤의 수호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는 하나의 비보를 전해 듣고서, 이를 에드리거 왕국의 국왕에게 알리기 위하여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왕성을 찾았다. 달빛 아래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공작 각하!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야간 경계를 맡고 있는 어두운 귀족회 소속의 젊은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 알리피스 공작은 입고 있는 예복의 옷매무시를 가다듬고서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국왕 폐하께 급히 전해야 할 소식이 있다.”
“국왕 폐하께서는 조금 전에 침소에 드셨습니다.”
어두운 귀족회의 자작이 국왕의 행방을 보고했다.
보통 국왕이 침소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의 알리피스 공작은 달랐다. 그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급히 전해야 하는 내용이다. 아직 숙면을 취하시지는 않으셨겠지. 어서 가서 내가 왔다고 전하라.”
이는 엄청난 실례였지만, 에드리거 왕국에서 알리피스 공작의 위치는 절대 낮지 않았다. 자고 있는 국왕을 깨워야 할 정도로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 어두운 귀족회의 자작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전하기 위해 물러났다.
잠시 후, 어두운 귀족회의 자작이 알리피스 공작의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국왕 폐하께서 알현을 허락하셨습니다.”
“지금 가도록 하지.”
알리피스 공작은 어두운 귀족회의 자작이 안내하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곧 국왕의 침실이 있는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으나, 알리피스 공작은 어둠 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어두운 귀족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필리어스 제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왕성의 암살 대비책은 크게 강화되어서, 지금은 어두운 귀족들과 하사신 전원이 쉴 새 없이 운용되고 있었다.
“국왕 폐하! 알리피스 공작이 도착하였습니다!”
“들라 하라.”
침실의 문 너머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앞을 지키고 있던 근위기사가 문을 열기 무섭게 알리피스 공작이 빠른 걸음으로 침실 안에 들어섰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인가? 알리피스 공작.”
에드리거 왕국의 칼베른 국왕이 말했다. 조금 전까지 자다가 깼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분명했고 발음은 또렷했으며 눈동자는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국왕 폐하. 늦은 밤에 심려를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하오나, 급히 전해야 할 소식이 있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알현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알리피스 공작, 그대가 이리 호들갑을 떠는 걸 보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닌가 보군. 아마도 ‘비보’일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한 게 맞는가?”
“국왕 폐하. 안타깝게도 제가 가져온 소식은 비보가 맞습니다.”
“하아.”
칼베른은 두 눈을 감고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알리피스 공작이 가져온 비보가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리피스 공작. 나는 준비가 되었으니, 어서 그 소식을 전하게나.”
“암살 작전이 실패했습니다. 암황 유령걸음이 목숨을 잃었고, ‘보름달 꽃’ 길드는 전멸했으며, 지원을 위해 파견된 하사신들은 몰살당했습니다.”
비보를 언급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그 피해가 심각했다. 칼베른은 두 눈을 감고 침음을 삼켰다.
“‘보름달 꽃’의 지원을 위해 동원된 하사신들이 몰살당했다는 게 사실이더냐?”
‘보름달 꽃’은 삼국 동맹의 영토에서 가장 뛰어난 암살 길드였으며, 하이펠 제국을 포함한 서대륙 전역에서 그 위명이 높은 암황이 직접 지휘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암살 의뢰를 반드시 완수하기로도 유명한데, 이번 황제의 암살이라는 거대한 의뢰를 완수하기 위해 길드원 전원을 동원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전멸이라고?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작전에 동원된 하사신 511명이 전원 목숨을 잃은 걸 확인했습니다. 그중에는 어두운 귀족 7명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드리거 왕국은 삼국 동맹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암살자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왕국이다. ‘하사신’은 그들이 운용할 수 있는 암살자 중에서도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춘 이들은 말하는데 이들은 에드리거 왕국 내에서도 그 숫자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이번 작전의 실패가 가져온 여파는 절대 작지 않았다.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군.”
칼베른이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전쟁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무리를 해서 다수의 하사신들을 동원한 것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이제 삼국 동맹의 중요 인물들에 대한 필리어스 제국의 암살 공작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알리피스 공작이 보고했다. 기존에 삼국 동맹은 에드리거 왕국 덕분에 적국인 필리어스 제국의 암살 공작으로부터 완전한 면역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에드리거 왕국이 상당한 숫자의 하사신을 잃은 지금에 와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이제는 필리어스 제국의 쉐이드와 중앙정보국의 암살 공작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본국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암살 요격은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겠나?”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럼 본국에 대한 암살 공작을 최우선으로 요격하게. 자유 이시리아 왕국과 리스본 해상 왕국에 대한 암살 요격은 차선으로 생각하게나.”
같은 동맹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언젠가는 적으로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사이다. 그들을 위해 에드리거 왕국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칼베른은 생각했다.
“국왕 폐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알리피스 공작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 * *
에드리거 왕국이 보유한 다수의 하사신 덕분에 삼국 동맹이 유지하고 있던 강력한 암살 저지가 무력화되었다. 이는 필리어스 제국 중앙정보국의 포타스 백작을 통해 레이먼에게 보고되었다.
“암살 저지가 무력화되었다는 게 어느 정도 수준이지?”
“왕족이나 원수급 지휘관, 혹은 대영주들에 대한 암살 방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호위 우선도가 떨어지는 몇몇 인물들에 대한 암살 시도는 가능해졌습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포타스 백작이 답했다. 에드리거 왕국이 호위 목적으로 삼국 동맹에 제공한 하사신 전력 대부분을 본국으로 불러들였다고는 하지만, 자유 이시리아 왕국이나 리스본 해상 왕국 또한 가장 중요한 인사들을 호위할 병력을 늘려서 암살 시도에 대한 대비책을 세웠다.
암살 분야에서는 전문가인 하사신의 이탈은 큰 전력 손실이었지만, 에드리거 왕국이 본국의 안전을 신경 쓰겠다는데 두 왕국이 막을 권한은 없었다.
“원정 암살도 가능하겠나?”
“힘듭니다. 하지만 전방의 중간급 지휘관들이나 귀족들의 암살은 가능합니다. 실행한다면 전방에 배치된 삼국 동맹군의 혼란과 사기 저하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쉐이드들을 보내는 게 좋겠군.”
그날 밤, 쉐이드 20명이 삼국 동맹의 요인 암살을 위해 필리어스 제국군 진영을 벗어났다. 그들은 별동대를 치기 위해 남하한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진영에 도착하기 무섭게 활동을 개시했다.
실력 좋은 다수의 호위가 지키고 있는 제3원수 디레프 후작과 같은 고위 지휘관들이나 고위 귀족들은 안전했으나, 중간 지휘관들과 하급 귀족들이 표적이 되었다.
쉐이드의 표적이 된 이들은 모두 아침 해를 보지 못했다. 그날 밤에 쉐이드들로부터 목숨을 잃은 중간 지휘관의 수만 해도 11명이었고, 하급 귀족의 수는 4명이었다.
암살 작전의 성과가 좋자 레이먼은 근접 호위를 맡고 있는 쉐이드 10명을 더 적진으로 보냈다. 그들 또한 훌륭한 성과를 냈고, 결론적으로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공격을 늦추는 데 일조했다.
좋은 소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쉐이드들을 적진으로 보내고 사흘째 되는 날, 레이먼은 되니츠 백작으로부터 마법 통신 요청을 받았는데, 수정구에 비친 그의 얼굴이 많이 밝아 보였다.
“희소식인가?”
-그러하옵니다, 황제 폐하.
“어서 말해주게.”
레이먼이 두 눈을 반짝이며 재촉했다. 그런 황제의 반응에 되니츠 백작은 씨익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별동대 남쪽의 적 영토의 절반 이상을 점령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이레이서 후작령밖에 없습니다.
별동대 남쪽에 버티고 있는 2개 백작령을 점령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완전한 승전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기뻐하기는 일렀다. 이레이서 후작령이 버티고 있었다.
그들을 완전히 점령해야 두 개의 전선이 하나가 되고 별동대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레이서 후작령을 점령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재정비를 끝낸 북부 중앙군 병력이 추가로 도착했습니다. 그에 비해 이레이서 후작령은 증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되니츠 백작은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강한 확신이 묻어났기 때문에, 레이먼은 이레이서 후작령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되니츠 백작과의 마법 통신이 끝나고 이틀의 시간이 더 흘렀다. 레이먼은 포타스 백작으로부터 후방에서 별동대를 견제하던 이레이서 영지군 기병대가 회군했다는 정보를 보고 받았다.
“이레이서 후작도 슬슬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별동대 지휘부 회의에서 카시야스가 말했다. 다른 지휘관들도 동의하는 것인지,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레이서 후작은 전방과 후방에 형성된 전선으로 인해 영지가 고립된 탓에 심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고, 결국 별동대를 견제하던 영지군 기병대를 회군시키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레이서 후작은 별동대를 향해 남하 중인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을 믿었다. 그들은 이제 남부의 귀족 사병들과 합류하여 그 숫자가 3만에 달했다. 이레이서 후작이 그들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승리의 여신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편에 서지 않았다.
레이먼이 남겨두었던 쉐이드 전원을 적진으로 보내버린 것이었다. 에드리거 왕국의 하사신 전력이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음으로 인해서 암살 작전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저들의 눈을 찌르고 귀를 자르라 명하셨으니, 이는 최우선으로 수행되어야 할 임무다.”
제3원수 디레프 후작이 총지휘하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진영에 새롭게 침투한 쉐이드들의 조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약 50명 이상의 쉐이드들이 침투했지만, 누구도 이들을 견제하지 못했다.
하사신의 전력이 부재중인 지금 그들을 막을 암살자 전력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매일 아침 중간 지휘관들과 하급 귀족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디레프 후작 각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제3원수부의 부관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적발의 디레프 후작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안경을 고쳐 썼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부관에게 향했다.
“오늘은 몇 명이 죽었지?”
“중간 지휘관 9명, 그리고 남작위의 귀족이 1명……. 암살당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디레프 후작은 입술을 깨물었다. 전투가 발생할 시 전장을 지켜야 하는 중간 지휘관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니, 이는 지금 당장 공백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전투가 발생하면 분명히 그들의 빈자리는 표가 날 수밖에 없다.
“암살당한 하급 귀족들의 휘하에 있던 사병들 또한 문제입니다. 몇몇은 벌써 주군을 잃었다는 걸 핑계로 영지로 돌아가거나, 소집이 해제되어 흩어지고 있습니다.”
“하급 지휘관 중에 능력 있는 이들을 뽑아서 중간 지휘관으로 진급시키고, 암살당한 귀족 휘하에 있던 사병들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이름으로 최대한 고용을 추진해보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작 각하.”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하급 지휘관들을 진급시킨다고 해도 중간 지휘관들 특유의 숙련도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주군을 잃은 사병들에게 용병을 제안한다고 해도 몇 명이나 받아들일까?
디레프 후작은 스스로가 생각해 낸 방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부관이 떠나고 난 직후 홀로 남은 막사 안에서 몇 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막사는 중무장한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엄중히 지키고 있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결국 다음 날 아침까지 수면하지 못했다.
진한 다크 서클을 품고 막사 밖으로 나온 그는 제2부관과 마주치게 되었다. 다급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디레프 후작은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정기 보고는 수석 부관이 맡기로 하지 않았나?”
“수석 부관께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암살당한 것 같습니다.”
“필리어스 제국 놈들…….”
이쯤 되면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
“정말 무서운 놈이다…….”
디레프 후작은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