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27)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27화
43장 황제교의 부활(1)
레이먼은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데시아의 안마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린 것 같았다.
그날 오전은 급한 보고도 없었기 때문에 황제의 단잠을 방해하는 요소도 전혀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가져 보는 사치스러운 늦잠의 행복으로 하루가 시작부터 상쾌하다고 느껴졌다.
기분 좋은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시종관 알렉스가 가져다준 샌드위치와 진한 차로 아침을 해결한 뒤에 산책에 나선 레이먼은, 산책이 끝나기 직전에 지배력이 회복되는 걸 느꼈다.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고작 산책을 나온 것으로 지배력이 회복되었을 리는 없다. 레이먼은 최근에 자신이 내린 지시 중에서 세계관에 영향력을 끼칠 만한 게 뭐가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하나를 떠올렸다.
‘금광인가……?’
금광 건설 지시를 내린 지 시간이 좀 지났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지배력이 회복되었다는 건?
‘금광의 활성화인가?’
아니나 다를까. 생각의 정리를 끝내고 산책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레이먼은, 검은 산맥에 남겨둔 무쇠망치의 지휘관 락클 브론즈의 마법 통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전령의 보고를 받았다.
“지금 바로 가겠다.”
차가운 냉수를 마시고는 곧장 마법 통신실로 향했다. 안에서는 통신 담당 마법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전에도 몇 번 본 적 있는 황군 소속의 최상급 마법사였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신호를 연결해 두었습니다.”
“수고가 많군.”
레이먼은 통신 마법사의 어깨를 두드려 그의 고생을 치하했다. 그리고는 연락용 수정구 앞에 앉아 고개를 들었다.
눈앞의 수정구에 무쇠망치의 책임 지휘관 락클 브론즈의 얼굴이 보였다.
호탕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누가 봐도 좋은 소식을 가져 왔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좋은 소식을 가져왔나 보군.”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락클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고,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어서 말해보게.”
-광산 요새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었습니다. 3일 전에 요새가 완공되었고, 오늘 아침에는 첫 생산이 이루어졌습니다. 요새가 건설되는 동안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마물들은 이곳에 접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황제 폐하의 은혜 덕분이옵니다!
락클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만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억제기가 훌륭하게 작동 중인가 보군.”
마물들의 접근을 막는 억제기. 그것은 엘피스의 비전 마법서를 연구한 결과였다.
레이먼이 도왔다고는 하지만 적탑과 적탑이 연구의 주력이었으니, 억제기의 개발에는 그들의 공로가 컸다.
-예, 황제 폐하. 억제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검은 산맥 중심부에 있는 저희의 안전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거듭 확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락클이 보고했다.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다. 앞으로도 광산 요새의 지휘는 경에게 맡길 테니, 잘 부탁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다. 이윽고, 레이먼은 수도로 마법 통신을 연결했다.
-수도입니다, 황제 폐하. 하명하시지요.
수도의 통신실을 지키고 있는 최상급 마법사의 얼굴이 드러났다.
“재무부 대신을 연결하라.”
-지금 바로 호출하겠나이다.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레이먼은 보고서를 검토하기 위해 이레이서 영주성의 임시 집무실로 이동했다.
막 보고서를 펼쳐 들려는 순간,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로열 가드가 천천히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통신실에서의 연락입니다. 재무부 대신이 호출에 응하였다고 합니다.”
“지금 가도록 하지.”
통신실에 가서 연락용 수정구 앞에 앉았다.
-황제 폐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곧 검은 산맥의 광산 요새에서 황금이 수송될 예정이다.”
-황금 말이옵니까?
“그래, 황금이지. 요새가 구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생산된 황금의 양은 얼마 되지 않을 테지만, 군비로 허덕이는 국고의 사정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정도는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재무부에서 용이하게 사용할 것이옵니다.
재무부 대신이 고개를 숙였다.
“적자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곧바로 사군부에 일러, 광산의 생산량 절반 이상을 군비로 충원하라고 전하게.”
-절반 이상을 말입니까?
재무부 대신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검은 산맥의 광산 요새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보고서를 제출받은 탓에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생산량의 절반을 군비로 쓰라는 명을 들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장기화할 수도 있으니,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이름으로 칙명을 내릴 테니, 국내 생산량이 부족하면 서부 제도의 국가들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사들이게나.”
바다 너머 세상은 넓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서쪽 바다에는 서부 제도가 있었는데, 그곳을 이루고 있는 크고 작은 섬의 숫자가 50개가 넘고 5개가 넘는 국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행히 그들은 철저한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천 년간 무역의 흐름이 끊이지 않았다.
-서부 제도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
재무부 대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외무부 대신과 상의해서 일을 처리했으면 하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최상의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믿고 맡기겠네.”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다. 레이먼은 가볍게 몸을 풀고는 통신실을 나섰다. 대기하고 있던 게슈타인과 데시아가 가장 먼저 따라붙었고, 뒤이어 로열 가드가 뒤따랐다.
마법 통신으로 여러 대신과 소통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했지만, 아직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레이먼은 망설임 없이 지휘부로 향했다.
지휘부로 향하는 넓은 복도에 들어서자 다른 모퉁이에서 되니츠 백작이 튀어나왔다. 그는 레이먼을 향해 다가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마침 찾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지휘부 회의실에 보고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는 길에 구두 보고를 들으시겠습니까?”
되니츠 백작의 물음에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간단하게 보고하겠습니다.”
“듣고 있다.”
“누군가 점령지의 저항 세력에게 물자를 공급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군 보급 부대 등이 비정규 무장 병력에 의해 습격받았다는 보고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 움직인 건가?”
필리어스 제국군에게 점령되기 전, 이곳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영토였다. 그러니, 그들이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건 당연했다.
“이시리아 첩보부가 움직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그들은 황제 폐하께서 보낸 쉐이드들의 암살 시도를 저지하는 것만 해도 감당이 안 되니까요.”
“그들이 아니라면 누가 움직였다는 거지? 리스본 해상 왕국이나 에드리거 왕국 쪽인가?”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보안 마법사단이 움직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처음에는 중립을 지킬 생각이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결국 제9함대를 움직였고, 이로 인해 필리어스 제국과 삼국 동맹 간의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으니, 지금 와서 적극적으로 움직여도 이상할 바 없었다.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저항군에게 지원된 물자의 양이 엄청나다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아는가? 되니츠 백작.”
“조금 전 중앙정보국의 정보를 바탕으로 저항군 거점의 토벌이 있었고 그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지휘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거점 안에 보유하고 있는 물자가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왕실군 보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왕실군은 용병들을 주력으로 운용하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 얼마 안 되는 중앙군이기 때문에 그 보급 사정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그들과 비슷할 정도의 물자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결코 가볍게 볼 내용이 아니었다.
“저항군의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두면 보급선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되니츠 백작이 말했다. 이 저항 세력의 존재가 거슬리는 모양이다.
그는 전술의 전문가였지만 점령지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식견이 깊지 않았다.
물론 전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지휘관들에 비해서는 훨씬 많이 알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되니츠 백작.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를 알고 있거든.”
* * *
황제교.
필리어스 제국이 대륙을 호령했던 고대 시대에 활약했던, 가장 비밀스러우면서도 잔혹한 조직 중 하나다.
‘황명’이라는 이름하에 모든 잔혹한 수단이 묵인되었던 시대였고, 그렇게 황제교는 세를 불릴 수 있었다.
‘황제교’라는 이름은 종교 단체를 연상시켰지만, 사실 그들은 황제라는 절대적인 종교를 만들어서 점령지의 치안을 확실히 하고 저항 세력을 추격하는 일종의 정치 경찰에 가까운 집단이었다.
“필리어스 제국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부대’지만 지금은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
레이먼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황제교’가 잠들어 있는 영주성 지하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게슈타인과 데시아, 그리고 로열 가드가 언제나처럼 말없이 뒤따랐다.
“이쯤인가?”
레이먼이 발걸음을 멈추고 두 눈을 반짝였다. 바로 눈앞에서 평범한 영주성의 지하가 끝나고 황제교의 영역이 시작되는 증표가 보였다.
황제교의 존재 의의는 황제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과 보필이다. 그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바로 앞에서 시작된 황제교의 영역에는 필리어스 제국의 절대자를 찬양하는 벽화가 가득했다.
“이번에는 시험 같은 건 없나요?”
벽화를 슬쩍 보고서는 다시 걷기 시작하는 레이먼의 뒤를 따르며 데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황제교는 감히 황제를 시험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지.”
“그럼 도굴꾼 같은 건 어떻게 막았을까요?”
“물론 황제의 혈통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인증 절차는 통과했다. 네가 모르는 사이에 말이지.”
“세상에.”
레이먼의 말에 데시아는 입가를 손으로 슬쩍 가리고서 경악했다.
고대 시대의 마법이 심오하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드높은 고위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다. 최소한 결계를 지나칠 때는 그 특유의 마나 기척이라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고대 시대의 마법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며 수준이 높았다.
특히 황제교의 마법 수준은 고대 시대에서도 꽤 경지가 높은 거로 유명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제국 재건 계획의 유적들과는 달리 마나 기척조차 알아차리는 게 힘들 정도였다.
“안심해라, 데시아. 황제교가 우리에게 해악을 끼칠 일은 없을 테니까.”
레이먼은 차분한 목소리로 데시아를 다독였다. 뒤에서 긴장하고 있던 로열 가드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들 또한 ‘황제교’에 대해서는 익히 들은 바 있었다.
황제교는 절대 황제와 제국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충성심은 극히 높아서 광신에 가까웠으니, 황권에 대한 충심이 높은 필리어스 제국 내에서도 절대 배반하지 않는 집단으로 유명했다.
“슬슬 끝이 보이네.”
레이먼이 혼잣말을 흘렸다. 복도의 끝에 거대한 황금 문이 보였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필리어스 제국의 상징인 황금은 쇠락한 제국과 달리 그 빛을 잃지 않았다.
황금의 문에 다가가 섰다. 거대한 문에 각인된 필리어스 제국 황실의 문장에 손을 가져다 대고 마나를 주입하자 묵직한 소음과 함께 황금 문이 좌우로 열리면서 넓은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가지.”
레이먼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내부에 설치된 마법등이 수천 년 만의 방문에 반응하여 희미한 빛을 뿌렸다.
어둠이 물러가면서 내부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위로 뻗어 있는 원통형의 공간이었고, 벽면에는 고대 시대의 지엄한 대마법의 힘으로 동면을 유지 중인 황제교의 일원들이 보였다. 레이먼은 간단한 마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숫자를 헤아렸다.
“대략 4천 명 정도인가……?”
지배력이 많이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전부 깨울 수는 없다. 몇 명이나 깨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성과를 볼 때 결코 적은 수는 아닐 것이고, 이레이서 영지에서 암약하는 저항 세력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라는 건 확실했다.
“저들을 깨우겠다.”
“호위하겠습니다.”
블리자드 후작이 말했다. 로열 가드들이 호위 대형을 갖췄고 레이먼은 손을 뻗으며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황금빛 기운이 퍼져 나가면서 동면 상태에 있던 황제교의 사제들을 깨웠다.
수천 년간의 동면 상태에서 깨어나 혼란스럽기도 하고 얼어붙었던 신체가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가장 먼저 필리어스 제국 황제의 존재를 알아보고 대열을 갖춰 시립했다. 그 숫자가 1천에 달했고 그들 중 가장 직급이 높은 이가 앞으로 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만세! 이단심판교구를 담당하는 주교, 구스타프라고 합니다.”
그는 흰 수염을 기른 60대의 노인이었다. 동면의 후유증으로 공허한 눈동자에서 황실에 대한 강한 충심이 새어 나왔다.
‘다행히 이단심판교구 쪽을 깨운 것 같군.’
레이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들이라면 필리어스 제국이 점령지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