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2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28화
43장 황제교의 부활(2)
이레이서 영지의 경계에 위치한 필리어스 제국의 방어선에서는, 단치히 백작이 이끄는 병력이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제3원수 디레프 후작의 병력과 대치 중이었다.
쉐이드들이 디레프 후작의 휘하에 있는 중간 지휘관들과 하급 귀족들을 계속해서 암살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진군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제3원수 디레프 후작은 이레이서 방어선을 향해 병력을 남하시켰다.
암살이 계속되는 동안 디레프 후작 또한 가만히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꾸준히 주위에서 병력을 충원했고 결국 그 수가 3만에 이르렀다.
그에 비해 단치히 백작의 휘하에 있는 군세는 적은 수였다. 이 때문에 이레이서 영지에서 휴식하고 있던 크레이어 후작이 황급히 군대를 이끌고 합류하니, 그 숫자가 2만 5천이 되었다.
“우리는 황제 폐하를 위하여, 이 방어선을 사수한다.”
크레이어 후작이 굳은 얼굴로 말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앞에 보이는 언덕 너머로 무수히 많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깃발들이 보였다.
제3원수 디레프 후작은 전군을 이끌고 맹공을 퍼부었다. 중간 지휘관들의 대다수가 암살당한 현 상황에서 장기전 양상으로 가게 되면 자신들이 불리해질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크레이어 후작은 섣불리 군을 전진시키지 않고 방어선에서 버티기에 돌입했다.
그를 포함한 방어선의 필리어스 제국 군사들은 그들의 황제, 레이먼이 지원군을 보내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황제 폐하. 이레이서 전선에서의 보고입니다. 대규모 교전이 한 차례 벌어졌고, 승자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양측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되니츠 백작이 심각한 어조로 보고했다. 지휘부 회의를 위해 ‘영주의 홀’에 모인 귀족들과 지휘관들이 동요했다.
“디레프 후작이 군 내부의 혼란을 생각보다 빨리 수습한 모양이군요.”
북부 중앙군의 사령관, 윌리앙 아콘 백작이 말했다. 하지만 되니츠 백작의 생각은 달랐다.
“내부의 혼란을 완벽하게 수습한 건 아닐 겁니다, 아콘 백작. 아직 자유 이시리아 왕국 중앙에서 추가로 파견한 중간 지휘관들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3원수의 군대는 이미 움직였습니다, 대원수 각하. 방어선에서 아국의 군대와 교전을 하였다는 말이지요.”
“내부의 혼란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혹은 그 혼란이 심화되기 전에 방어선을 최대한 공략하려는 계획으로 보입니다.”
되니츠 백작의 설명에 아콘 백작은 물론이고 다른 지휘관들 또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황제 폐하. 지금 즉시, 이레이서 전선으로 병력을 보내야 합니다.”
어느 귀족 지휘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와 같은 파벌인 것으로 보이는 자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거나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동조했다.
“당장은 불가하다.”
레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 역시 군대를 이레이서 전선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당장 점령지에서 대규모 병력이 이탈했다가는 저항의 불꽃이 더욱 격렬하게 타오르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황제교의 동면 마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황제교의 인원들은 앞서 깨어난 이들에 비해 동면 후유증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고대 시대의 대마법이라고는 하지만,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인간’을 죽지 않고 멀쩡히 ‘보관’했던 것이다. 그러니 중간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서 후유증이 길어졌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방책이 없는 것 같으니, 오늘 회의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
“예, 황제 폐하.”
레이먼의 선언에 지휘관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게 뻔한 회의를 계속 이어가는 건 시간 낭비였다.
그럴 바에야 각자의 일에 충실히 하는 게 나았다.
지휘부 회의가 해산되고, 되니츠 백작도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위치로 돌아갔다.
레이먼은 호위들만 남아 있는 ‘영주의 홀’에서 피곤한 표정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게슈타인.”
“예, 황제 폐하.”
“지금 구스타프 주교는 어디에 있지?”
황제교, 이단심판 교구의 구스타프 주교를 만나서 사제들의 상태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의 몸 상태를 확인해야 앞으로의 계획을 준비할 수 있다.
“내성 3번 구역에 있습니다.”
“안내하라.”
“예, 황제 폐하. 모시겠습니다.”
내성 3번 구역은 이곳에서 멀지 않았다.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내성 3번 구역에 도착한 레이먼은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벽마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와 황실을 상징하는 문장이 벽화로 그려지고 있었고, 레이먼의 초상이 그려지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이미 황제교는 준비가 끝나 있었던 것이었다.
“황제 폐하 만세!”
3번 구역을 지키고 있던 황제교의 이단심판관들이 뒤늦게 레이먼을 발견하고는 만세를 외쳤다.
레이먼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고는 구스타프 주교가 머무르고 있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스타프 주교는 황제가 3번 구역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레이먼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과 같이 모시는 황제를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하는 것은 극심한 불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황제 폐하! 아직은 임시지만, 황제교의 부활을 알리는 위대한 거점으로 방문해주셔서 영광이옵니다!”
구스타프 주교가 호들갑을 떨었다. 정말이지, 이놈의 필리어스 제국의 신하들은 황제만 보면 호들갑을 떠는 게 종족 특성인 것 같았다.
“이단심판교구는 준비되어 있나?”
“물론입니다. 지금 당장 실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좋아, 훌륭해.”
다행이었다. 황제교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저항 세력의 진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수의 병력을 이레이서 영지에 남겨 둬야 했을 것이다.
“오늘부터 경에게 하나의 임무를 맡기려고 하네.”
“황제 폐하. 무엇이든 말씀만 하시옵소서.”
“현재 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대강 전해 들었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구스타프 주교와 황제교의 교육은 대원수부가 담당했다. 총책임자가 되니츠 백작인 만큼 일 처리는 꼼꼼했을 것이다.
“감히 황제 폐하께서 점령한 영지에 간악한 저항의 무리가 도사린다고 들었습니다.”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단번에 대답하는 구스타프 주교의 모습에 레이먼은 흡족한 듯 선명한 미소를 입가에 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히 황제 폐하의 영지에서 반기를 들고 일어선 저항의 무리는 황제교가 정리하겠습니다.”
구스타프 주교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서 레이먼은 사소한 불안을 느꼈다. 고대 시대의 황제교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고쳤다.
지금은 수단을 가릴 때가 아니다.
“경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네. 전력을 다해 저항군을 토벌하게나.”
“예, 반드시 반역자들의 머리를 황제 폐하께 바치겠나이다.”
구스타프 주교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 * *
늦은 밤.
이레이서 영지의 작은 도시 한쪽에 있는 빈민가로 날카로운 기세를 숨긴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빈민가 중앙의 낡은 종교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종교 건물 안에 모인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후드를 벗었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 그들의 입가에 선명한 미소가 번졌다.
“다들 살아 있었군.”
“다행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그런데 케이 경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토마스랑 함께 오고 있을 거야. 조금 늦는다고 했어.”
“그렇다면 다행이군.”
똑똑.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문을 노크했다. 모여 있는 이들 중 한 명이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댄 상태로 문 쪽으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저 토마스예요. 케이 경이랑 함께 왔습니다.”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저항군 검사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문을 살짝 열어서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뒤에서야 뒤로 물러나 길을 열었다.
“어서 오시지요. 다들 모였습니다.”
밝은 얼굴로 인사하는 검사와 달리, 케이라는 이름의 기사와 토마스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들이 예배당 중앙으로 들어서자 다른 이들 또한 두 사람의 표정을 뒤늦게 읽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마법사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경지는 중급에 불과했지만, 저항 세력에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이가 희귀하다는 이유로 간부가 되었다.
“4번 거점과 6번 거점이 당했습니다. 이걸로 한동안 물자 보급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케이가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배당에 모인 저항군 간부들은 깜짝 놀랐다. 4번과 6번 거점은 저항 세력의 물자 보급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불과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의문의 세력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식량 등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제기랄! 대체 누가!”
덩치 큰 간부가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었다.
“4번과 6번 거점의 보안은 철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모두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마법사는 차분하게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한숨을 내뱉으며 나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케이를 대신해 토마스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저희도 그걸 모르겠어요. 어디서 새어 나갔는지……. 그것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에요.”
“우리 중에 배반자가 있다는 말이냐?”
덩치 큰 간부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저는 배반자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과민 반응하지 마세요!”
기분이 나빴던 것인지 토마스도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덩치 큰 간부는 잔뜩 흥분한 것인지 오히려 날카로운 기세를 일으켰다.
“6번 거점에는 내 동생이 있었다는 말이다!”
기세가 폭발했다. 토마스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지만, 그의 앞을 막아선 케이가 날카로운 기세를 거둬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네. 아무래도 미행이 붙은 것 같군.”
“미행이요?”
마법사가 반문했다. 케이는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레이서 후작가에서도 드높은 고위의 경지에 가까웠던 상급 기사였다.
그동안 마물들과 쌓아온 실전 경험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본능이, 바깥을 맴돌고 있는 의문의 기척을 경고하고 있었다.
“창문으로!”
케이의 지시에 검사들이 황급히 창문으로 이동했다. 어둠 속을 주시했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사들의 보고에 케이는 입술을 씹으며 자신 또한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에도 짙은 어둠만 보일 뿐이었다.
“분명 기척이 느껴졌는데…….”
의미 없는 혼잣말을 흘린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뭔가가 날아왔다.
쨍그랑!
창문이 깨고 날아 들어온 손도끼가 케이의 옆을 지키고 있던 검사의 목에 꽂혔다.
“응사하라!”
케이가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앞으로 내세우며 외치자 검사들이 석궁을 꺼내 반격했다. 그들이 계속해서 석궁을 쏘는 동안 케이는 손도끼에 당한 검사의 상태를 살폈다.
“즉사인가…….”
손도끼에 목을 당했으니, 일격에 즉사였다. 검사의 목에 꽂힌 손도끼에는 필리어스 황실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황실의 문장이라고……? 로열 가드가 움직인 것인가?”
케이는 경악했다. 그가 알기로 황실의 문장을 무기에 그려 넣을 수 있는 집단은 몇 없었고, 로열 가드는 그중 하나였다.
“로열 가드라고요?”
“그들이 움직였다면 우린 다 죽은 목숨 아닙니까?”
간부들이 동요하는 동안, 쉬지 않고 석궁을 발사하며 반격하고 있던 검사들이 하나둘씩 비명을 내지르며 고꾸라졌다.
쓰러진 그들의 몸에는 마찬가지로 황실의 문장이 그려진 손도끼가 꽂혀 있었다.
“제기랄!”
간부들도 검을 뽑아 들었다. 케이와 토마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창문을 지키고 있던 검사들이 쓰러지고 은빛 갑옷과 찬란하게 빛나는 망토를 입은 성기사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필리어스 제국에 성기사단이 있었나?”
누군가 중얼거렸지만 케이의 귓가에는 들리지 않았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폭발하고, 성기사들이 철그럭거리는 쇠 마찰음을 내며 걸어 들어왔다.
“감히 황제 폐하의 영토에서 검을 들고 봉기한 저들에게 황권의 심판이 있으리라!”
“황제 폐하를 위하여!”
성기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치자 지붕을 뚫고 전격이 쏟아졌다.
“크아아아악!”
“꺄아아아악!”
간부들이 일격에 ‘전소’했다. 가장자리에 있던 케이와 토마스, 그리고 마법사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방금 그거…… 마법이 아니었어……. 당신들 정체가 뭐야?”
마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성기사들 중 직급이 높아 보이는 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씨익 웃었다.
“신성 마법이다.”
“필리어스 제국에는 종교가 없는 거로 아는데…….”
“신성 모독이다! 엄연히 황제 폐하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계시거늘! 그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이렇게 신성 마법으로 발현되는 걸 보고도 못 믿겠느냐!”
“말도 안 돼…….”
신성 마법은 존재하는 신으로부터 신성력을 허락받아 쓰는 것. 그렇다면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는 신이라는 말인가?
“황제 폐하 만세. 우리는 황명을 따른다.”
성기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어 올렸다. 케이는 두 눈을 감고 저항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