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33)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33화
45장 거신병(3)
이시리아 왕실군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군대 중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정예들로 유명하다.
그들은 필리어스 제국군의 전열을 무너뜨리고 진영 깊숙이 침투했다.
처음에는 황제를 연호하며 끝까지 버티던 필리어스 제국군도, 계속되는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제2원수 아키모프 공작은 전군을 전진시켰지만, 지금까지 필리어스 제국군을 상대한 디레프 후작과 그의 원수부 지휘관들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부관. 뭔가 이상하지 않나?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했던 필리어스 제국군과는 다른 느낌이야.”
디레프 후작의 말에 부관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후작 각하. 마치 지금은 일부러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 같군요.”
“함정이라도 파놓은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6만의 군세를 상대로 승기를 바꿔놓을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건 맞지만 부관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디레프 후작 또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부관의 말대로 승기를 잡은 6만의 군대를 상대로 전황을 반전시킬 만한 거대한 함정을 파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전진하라!”
전령들이 상부의 명령을 목이 터져라 전파했고 기수들은 진격을 알리는 깃발을 흔들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이 매섭게 진격하자, 리스본 해상 왕국과 에드리거 왕국의 지휘관들 또한 공명심에 사로잡혀 자국의 군대를 무리하게 전진시켰다.
“적의 지휘부가 보인다!”
“황제의 깃발이다!”
“와아!”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진영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필리어스 제국군의 진형은 무너지고 병력은 와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 지휘부가 모습을 드러내고 황제의 깃발 또한 보이자, 삼국 동맹군의 기사들과 병사들의 사기가 더욱 높아졌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위하여! 전진하라!”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지휘관들의 외침에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군세가 가장 먼저 지휘부를 향해 전진했다.
하지만 그들은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가 있는 지휘부에 닿지 못했다.
땅에서 거대한 황금빛의 몸체를 가진 거신병이 솟구친 것이었다.
5m는 될 것 같은 거대한 거신병의 뒷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지배력의 한계를 가늠했다.
거신병은 지배력의 소모가 심하다. 그래서 지배력이 극의에 오른 상태에서만 소환하는 걸 권장하고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하니 어쩔 수 없이 무리해서 소환한 것이었다.
“기껏해야 30분 정도인가…….”
레이먼은 혼잣말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전장에서 30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되니츠 백작이 설치한 함정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아군이 제대로 활동한다면 적들에게 충분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행히 적의 최고 지휘관인 아키모프 공작은 필리어스 제국군이 함정을 판 것도 모르고 병력을 마구 전진시켰으니, 이미 그들은 필리어스 제국군의 진영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뒤였다.
거신병의 존재를 확인하고 후퇴를 명령하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거신병이다!”
“황제 폐하께서 거신병을 일으키셨다!”
“와아!”
고대 시대 이후로 처음 등장한 거대한 거신병의 모습에 필리어스 제국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거신병이라고?”
“말도 안 돼!”
반면에 삼국 동맹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거신병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졌다.
레이먼은 적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자 거신병이 행동을 시작했다. 육중한 몸을 움직여 삼국 동맹군을 향해 달려갔다.
“기, 기사들 앞으로!”
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은 거신병의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흠집도 나지 않았고 오히려 거신병의 하체에서 쏟아낸 마법의 화염에 휩쓸려 모두 목숨을 잃었다.
거신병은 본래 공성 목적으로 제작된 병기였지만 기사나 병사,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한 무장도 적절히 갖춰져 있었다.
내부에는 수십 종류의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마법진들이 갖춰져 있었으며, 적을 도륙할 수 있는 수십 가지의 무기 또한 내장되어 있다.
어느새 거신병의 손아귀에는 날카로운 장검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휘두를 때마다 검에 깃든 오러가 날카롭게 조각나 쏟아지면서 단번에 수십 명의 적을 도륙했다.
“크아아악!”
기사들과 병사들은 거신병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법사들의 마법도 거신병의 마법 방어를 뚫지 못했다.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삼국 동맹의 병력이 거신병에게 무력하게 당하는 동안, 되니츠 백작은 와해된 ‘척’을 하고 있던 필리어스 제국군에게 집결 명령을 내렸다.
흩어지고 있던 필리어스 제국군이 집결하여 삼국 동맹군의 퇴로를 차단했다. 삼국 동맹의 군대가 황제의 깃발에 눈이 멀어서 생각보다 훨씬 더 깊숙이 침투했기 때문에 퇴로를 차단하는 게 가능했다.
“퇴로를 차단당했다고?”
제2원수 아키모프 공작은 경악했다. 필리어스 제국군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어느 순간 거신병이 출현하더니 그와 함께 모든 군세가 재집결하여 퇴로를 차단해 버린 것이다.
“퇴로를 열어라!”
아키모프 공작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대로라면 위험했다. 필리어스 제국군이 후방을 점했으니, 그나마 거신병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마법사 부대가 위험에 노출되었다.
하지만 아키모프 공작은 라닌스 후작처럼 무능한 지휘관은 아니었기에, 그는 곧바로 진형의 변형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더냐! 아직도 진형이 변형되지 않았다고?”
그동안 쉐이드들에게 다수의 중간 지휘관이 목숨을 잃었고, 그로 인해 경험이 부족한 하급 지휘관들이 대거 진급하여 빈자리를 차지했다.
평소에는 티가 안 났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복잡한 지시가 전달되면 혼선이 빚어지는 게 당연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후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진형 변형이 늦어지는 바람에 필리어스 제국의 기사단이 삼국 동맹군 마법사 부대의 진형에 침투한 것이다. 기사들이 검을 휘둘러 마법사들을 도륙했다.
뒤이어 필리어스 제국의 기병대까지 깊숙이 침투하면서 혼란은 더욱 심해졌다.
마법사들은 뛰어난 화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정 수준 이하의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근접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실력 있는 기사가 붙으면 허무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뭣들 하느냐! 호위 부대를 움직여서 마법사 부대를 구원하라!”
아키모프 공작이 외쳤다. 근처에 있던 호위 부대가 뒤늦게 마법사 부대를 구원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땐 마법사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이쯤 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필리어스 제국의 기사단과 기병대는 말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다른 퇴로를 물색한다!”
아키모프 공작의 명령에 삼국 동맹군은 다른 퇴로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새로운 퇴로를 찾아냈다.
“퇴, 퇴로를 찾아냈습니다!”
“즉시 그곳으로 모든 병력을 집중한다!”
부관의 보고에 아키모프 공작은 전군에 후퇴를 명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들이 찾아낸 퇴로는 되니츠 백작이 일부러 열어둔 퇴로였고, 진입하기 무섭게 무수히 많은 함정이 삼국 동맹군을 반겼다.
“공작 각하! 함정입니다!”
“이대로 돌파한다! 어차피 다른 방법은 없어!”
거신병의 기동 가능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지 못하는 아키모프 공작은 함정 가득한 퇴로로 후퇴할 것을 몰아붙였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은 제2원수의 명령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에 함정 가득한 퇴로를 돌파할 수밖에 없었고, 리스본 해상 왕국과 에드리거 왕국의 병력은 명령에 불복하여 다른 퇴로를 뚫어 보려고 시도하다가 몰살당했다.
30분이 지나 거신병의 기동이 끝났지만 이미 삼국 동맹군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뒤였다.
거신병과 함정, 그리고 포위섬멸진의 계략으로 많은 병력을 잃었다.
더군다나 아키모프 공작이 이끄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은 필리어스 제국군의 포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니,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거신병이 사라졌습니다!”
“전군에 재집결 명령을 내려라! 아직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
거신병이 사라졌다는 부관의 보고를 들은 아키모프 공작은 퇴각하는 병력을 재집결시켰다. 리스본 해상 왕국과 에드리거 왕국의 군대가 전멸하기는 했지만, 자유 이시리아 왕국은 여전히 적지 않은 병력이 남아 있었고 거신병이 없다면 필리어스 제국군과 한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이대로 물러나서 패장이 되기는 싫었다. 그의 명령은 곧바로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전군에 전파되었고 후퇴하던 병력은 재집결하여 진형을 갖췄다.
이 모든 광경을 지휘부에서 보고 받고 있던 황제 레이먼은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장이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되니츠 백작이 말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황제 폐하, 괜찮으시겠습니까? 거신병의 운용은…… 기운을 많이 소모한다고 들었습니다.”
“걱정받을 정도로 많은 양을 소모하지는 않았으니, 괜찮다.”
레이먼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지휘부 천막 밖으로 나오며 황군의 카시야스를 찾았다.
“카시야스 경!”
“예! 황제 폐하!”
“황군을 준비하게! 내가 직접 나서겠다!”
“알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1개 군단, 6천의 황군이 준비되었다. 레이먼은 그들을 이끌고 적장으로 향했다.
“적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도록! 황제의 깃발을 높이 들어라!”
레이먼이 지시했다. 기수들이 황제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리자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황제의 깃발은 이 전쟁을 단숨에 끝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달콤한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필리어스 제국군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황제 폐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황제의 출현에 용기를 얻은 필리어스 제국군이 거침없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과 교전이 시작되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은 거신병과 함정 등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군이었다.
그들은 맹호처럼 싸웠고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전투 초반에 거신병이 활약하지 않았다면 필리어스 제국군의 패배가 분명했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황제 폐하! 아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속히 피하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안전한 후방으로 물러나셔야 합니다!”
영혼검을 빼 들고 앞으로 나서려는 레이먼을 황군의 지휘관들이 앞다투어 말렸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의 기세가 등등하니 이곳에서 황제를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으나, 레이먼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아군이 어려울수록 황제로서 물러날 수 없다.”
레이먼이 단호하게 말했다. 곁을 지키고 있던 황군의 고위 지휘관 카시야스 또한 황제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황군은 황제 폐하를 수행할 준비를 하라!”
그의 지시가 전파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군은 돌격 대형을 갖췄다. 그들의 선봉에는 황제와 로열 가드들이 있었고 그들의 시선 끝에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이 보였다.
“돌격!”
황군이 적진을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에서는 기사단이 대응에 나섰다.
중무장한 기사단이 진영에서 떨어져 나와 황군 기마대를 향해 마주 보고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조금 전의 포위전에서 마법사 부대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찬란한 마법의 빛무리가 레이먼의 머리 위를 가로질러 적의 기사단을 타격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진영에는 남아 있는 마법사가 거의 없어서 방어 마법을 펼치거나 반격을 전개할 여우가 없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거센 마법 공격의 물결에 기사단 진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레이먼과 황군 기마대는 단숨에 적 기사단을 돌파하여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보병대를 쳤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수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군 보병대가 많았지만, 필리어스 제국의 황군은 정예였다.
더군다나 검성의 경지에 오른 게슈타인과 하나하나가 최정예 수준의 무력을 자랑하는 로열 가드까지 있으니, 일반 보병들은 그들을 감당하지 못했다.
필리어스 제국군도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적진 한가운데에서 펄럭이는 황제의 깃발의 모습에 앞다투어 돌격을 감행했다.
“아키모프 공작 각하! 이대로는 안 됩니다!”
“퇴각해야 합니다!”
제2원수부의 지휘관들이 퇴각을 부르짖었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키모프 공작은 완전 후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삼국 동맹군은 거신병과 함정, 그리고 계획된 포위섬멸진에 의해 4만의 병력을 잃었다. 이는 전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뼈아픈 패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