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3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36화
47장 음험한 연회(1)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셀리온 국왕은 필리어스 제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항복 선언 이후, 술 없이 하루를 보내는 날이 없었다.
리스본 해상 왕국의 리디우스와 에드리거 왕국의 칼베른은 셀리온이 무조건적인 항복선언을 하기 무섭게 보란 듯이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제외하고 제이스트 마도 왕국을 끌여 들여 새로운 삼국 동맹을 결성했다.
국왕들 간의 순수한 우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동맹과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믿었던 두 왕국에게 배신당한 셀리온의 심정은 처참했다.
마음이 날카로운 칼날에 갈기갈기 찢긴 듯한 기분이었다.
홧김에 무조건적인 항복이라는 일국의 국왕답지 못한 선택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 와서는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필리어스 제국에서는 되니츠 백작이라는 이가 협상의 전면에 나섰는데, 그는 자유 이시리아 왕국으로부터 뜯어갈 수 있는 건 전부 뜯어갈 기세였다.
아직 항복 협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이다. 우선 마법 통신으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되니츠 백작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외무부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경지에 오른 협상의 달인이었다.
“후우.”
셀리온은 빈 술잔을 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술잔을 비우고 손을 들어 올리자 집무실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호위가 그림자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는 언제쯤 도착한다고 하더냐?”
“이미 수도 인근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호위의 대답에 셀리온은 술병의 마개를 닫았다.
제국의 황제가 근처에 도착했으니, 그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음주는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오늘 그는 평소와는 달리 만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외무부에게 전하라. 외교적 결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환영 인사를 준비하라고.”
말을 끝마친 뒤에서야 셀리온은 자신이 단어 선택을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조건적인 항복을 했다고는 하지만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집어삼키려고 오는 행렬이다. 그런데 환영 인사라니, 그의 말을 전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서는 호위의 뒷모습을 보며 셀리온은 답답한 마음에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 * *
레이먼이 이끄는 1개 군단, 6천의 황군과 기사 여단 병력 1천이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수도의 앞에 도달했다.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외교적인 결례가 되지 않는 선의 간단한 의장대 사열이 있었다.
정돈된 제복과 가벼운 갑옷을 입은 의장대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게 보였다.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무조건적인 항복 탓인지, 그들의 무미건조한 표정 너머로 깊은 슬픔이 엿보이는 듯 했다.
국왕이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이라 그런지, 큰 적의를 보이는 이들은 없었다. 그저 무표정의 가면 뒤에 슬픈 표정을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레이먼과 황군은 의장대 사열을 지나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도시 안의 시민들은 문과 창문을 걸어 잠갔다.
넓은 대로에는 경비를 위해 나와 있는 병사들을 제외하면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조건적인 항복 선언을 받고 온 것인 만큼 애초에 환영 인사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냉담한 반응에도 레이먼은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왕성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수도 경비대에서도 직책이 높아 보이는 지휘관이 일단의 무리와 함께 다가와 안내를 자처했다.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왕성으로의 안내를 시작했다.
카시야스가 지휘하는 황군 또한 레이먼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가장 가까운 왕성과 내성이 분산하여 주둔하기로 했기 때문에 동행했다.
대로는 통제되는 중이었고 내성의 성문도 열려 있었다. 왕성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왕성에 도착했습니다.”
내성에 진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왕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내를 맡은 지휘관이 딱딱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왕성의 열린 성문 앞에는 아직은 국왕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셀리온과 10여 명의 귀족이 레이먼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왕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영에 감사한다.”
“오랜 여행에 지치셨을 겁니다. 왕성 내부에 편안한 숙소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우선 여독을 해소하시지요.”
셀리온의 말에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행한 귀족들에게 편안히 쉴 것을 지시했다. 대기하고 있던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시녀들이 다가와 안내를 맡았다.
필리어스 제국의 인사들을 위한 숙소는 되니츠 백작의 요청대로 별궁 하나가 통째로 사용되었다.
이제 며칠 동안 숙소로 사용될 제2별궁에 도착하기 무섭게 황군 기사들과 병사들이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안전 점검을 시작했다. 황제가 머무를 공간은 로열 가드가 맡았다.
모두 긴 여정으로 피곤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절차였기 때문에 별말 없이 황군의 인도에 따랐다.
“안전이 확인되었습니다. 입실하셔도 됩니다.”
부하 지휘관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카시야스가 대표로 말을 전했다.
조금은 지친 듯한 표정의 귀족들이 각자 배정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모를 암살 위협에 대비하여 소수의 황군 기사들이 따라붙었다.
“우리도 가지.”
“예, 황제 폐하.”
레이먼 또한 되니츠 백작과 함께 임시 거처로 이동했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무것도 없던 허공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붉은 제복을 입고 콧수염을 길게 기른 포타스 백작이 나타났다.
“황제 폐하.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잘 와주었다, 포타스 백작.”
“황제 폐하의 부름에 응답하는 건 신하 된 자로서의 도리입니다.”
진중한 목소리로 답하는 포타스 백작의 모습에 레이먼은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정보국의 추가 강화 작업은 어떻게 되었나?”
이제 검은 산맥에서 본격적으로 황금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대량의 황금을 바탕으로 제국의 내정과 군사력, 그리고 중앙정보국의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한 지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조금은 조급하다고 느껴질 법도 하지만 슬슬 결과가 나타날 때도 되었다. 레이먼의 물음에 포타스 백작은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빠른 속도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 달 전에 비해 1.5배는 역량이 강화되었다는 분석 보고서가 있습니다.”
황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포타스 백작은 그걸 몸소 보여주기 위해 행동으로 보이고 있었다.
막대한 양의 황금을 먹어치우고 있는 만큼 중앙정보국은 빠르게 강화되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성과군.”
레이먼이 혼잣말에 가까운 작은 목소리를 흘렸다. 기존의 중앙정보국도 결코 작은 덩치를 가진 기관은 아니었기 때문에, 한 달 만에 50% 정도를 강화했다는 성과를 올린 건 놀라울 만했다.
“왕성의 움직임은 어떤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귀족들은 국왕에게 순종적인 편입니다. 반면, 갑작스러운 항복 선언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포타스 백작이 대답했다. 중앙정보국은 얼마 전부터 자유 이시리아 왕국 귀족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국왕이 무조건적인 항복을 했다고는 하지만 귀족들마저 같은 마음일 리는 없었다. 불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을 확률이 높았고, 레이먼은 중앙정보국에 그들에 대한 감시를 지시했던 것이었다.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행동에 나선다,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게 암살 행동이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이들이 소수 있습니다. 은밀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했겠지만, 저희의 눈은 피하지 못했습니다.”
“요원을 붙여 두었나?”
“물론입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그들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침묵’시킬 수 있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검은 산맥에서 나온 황금을 바탕으로 한 레이먼과 필리어스 제국 재무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최근 중앙정보국은 역량이 많이 강화되어 있었으니, 당장이라도 황명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어필하는 듯했다.
“되니츠 백작. 자네의 의견은 어떠한가?”
레이먼의 시선이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되니츠 백작에게 향했다. 시선을 받은 그는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토벌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행동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는가?”
“행동에 나서기 전의 그들을 처리한다면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도 조작된 증거로 행해진 ‘숙청’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그들이 행동에 나선 뒤에 ‘처벌’을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되니츠 백작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레이먼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행동에 나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적대 세력을 일거에 토벌하기에도 좋습니다. 단 이 경우에는 반역 세력에 대한 지속적이고 확실한 감시가 필요합니다.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차라리 조작된 증거로 숙청한다는 말을 듣더라도 지금 그들을 치는 게 좋습니다.”
그 말에 레이먼의 시선이 포타스 백작에게 향했다.
“중앙정보국은 저들을 완벽하게 감시하고 정보를 통제할 자신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저들은 저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포타스 백작이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과신이라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레이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또한 여러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받아왔기 때문에 중앙정보국이 많이 강화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좋아. 이왕 감시하는 거 확실하게 하도록. 반역 세력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확인하고 분석하도록 해라.”
“예, 황제 폐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은 이쯤 하도록 하지. 모두 물러들 가게.”
레이먼의 말에 두 백작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황제의 거처를 떠났다.
그리고 3일의 시간이 흘렀다. 중앙정보국의 포타스 백작이 레이먼을 다시 찾아왔다.
차원을 가르고서 모습을 드러낸 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보고하라.”
“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며칠 뒤의 승전 연회에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나쁘지 않군.”
레이먼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 승전 연회는 우습게도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
“그들이 행동에 나서는 순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저들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앙정보국의 요원들을 소집하라. 연회 당일까지 은밀하게 저들의 뒤를 칠 준비를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정확히 5일 뒤에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 진행하는 승전 연회가 있다. 그곳에 필리어스 제국과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귀족들이 많이 모이게 된다.
종말 협회와 직접적이든 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이들은 그날,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셀리온 국왕과 필리어스 제국의 레이먼 황제를 암살하고 최대한 많은 귀족을 죽여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장악하고 필리어스 제국에 큰 피해를 입히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앙정보국은 그들의 계획을 모두 알고 있었고, 그에 따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밀리에 중앙정보국의 특수 요원들이 소집되었고 쉐이드들 또한 행동에 나설 준비를 끝낸 가운데, 마침내 승전 연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레이먼은 왕성의 대연회장으로 향하기 전에 중앙정보국의 포타스 백작과 조장급 쉐이드를 불렀다.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자국 귀족들의 목숨이 담보로 잡힌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레이먼은 중앙정보국과 쉐이드의 준비 상태를 거듭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모든 것은 황제 폐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포타스 백작과 조장급 쉐이드가 대답했다.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연회장으로 이동했다.
중요한 연회가 열리는 만큼 대연회장의 주위에는 적지 않은 수의 병력이 배치되었는데, 대부분 필리어스 제국의 황군 소속이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왕성 경비대와 왕실 기사단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무조건적인 항복 직후라 그런지 그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이것 또한 되니츠 백작이 요구한 내용이었다.
포타스 백작의 중앙정보국에서 반란에 가담한 귀족들의 명단을 완벽하게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불안 요소인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병력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고 레이먼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카시야스 경. 전달받은 걸 기억하고 있겠지?”
대연회장에 입장하기 직전, 총 경비를 맡은 카시야스를 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문제가 생기는 즉시 황군 전체가 대연회장을 포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