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3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38화
47장 음험한 연회(3)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왕, 셀리온이 반역 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레이먼은 반역 세력에 붙은 귀족들의 명단과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중앙정보국을 동원하여 그들을 모두 잡아 들였다.
명단과 증거가 확실했기 때문에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다른 귀족들은 감히 조작을 입에 담지도 못했다.
반역 세력에 가담한 이들은 전원 교수형에 처했다. 그들은 모두 필리어스 제국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자비는 없었다.
필리어스 제국에 적대하는 이들이 모두 이번 반역에 가담했다가 전원 교수형에 처하면서 이제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 남은 귀족들은 그나마 필리어스 제국에 우호적인 이들이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레이먼은 이제는 점령지가 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관리를 위해 구스타프 주교를 이제는 총독부가 된 왕성으로 불러들였다.
“황제 폐하. 구스타프 주교가 찾아왔습니다.”
“들라 하라.”
로열 가드의 블리자드 후작이 보고하자 레이먼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곧 문이 열리고 정돈된 옷차림의 구스타프 주교가 경건한 표정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 만세!”
“잘 와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충직한 목소리로 만세를 외치는 구스타프 주교의 모습에 레이먼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황제 폐하.”
“그래. 이곳 이시리아 점령지에서 황제교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레이먼이 말했다. 그는 이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칭할 때 왕국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그 부분을 대체한 단어는 ‘점령지’였다.
“무엇이든 하명하시옵소서.”
“얼마 전에 이곳에서 반역 세력이 봉기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물론이옵니다. 황제 폐하의 은덕을 알지 못한 어리석은 이들이 감히 날붙이를 들고 일어섰으니, 참으로 안타까우면서도 분노할 만한 일이옵니다.”
구스타프 주교가 이를 바득 갈며 말했다. 그의 표정에서 진심 어린 분노가 느껴졌다.
오직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를 위해 살아가는 그의 시선에서는 이시리아 점령지의 귀족들이 반역을 도모한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연회장에서 반역 세력을 대부분 토벌했지만, 중앙정보국에서는 이시리아 점령지 내에서 반역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 않고 있다네. 그래서 자네와 황제교의 도움이 필요해.”
“황제 폐하께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저와 황제교는 기쁜 마음으로 목숨을 바칠 것이옵니다.”
구스타프 주교가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수단과 방법에 제안을 두지 않겠다. 감히 필리어스 제국에 반감을 품은 이들이 있다면 색출하여 척살하도록 하여라.”
살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와 황제교는 황제 폐하의 안녕과 필리어스 제국의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옵니다.”
그날 이후, 황제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연회장에서 반역 세력들을 일거에 토벌했다고는 하지만 불만을 품은 이들이 여전히 없지는 않았다.
모아든 증거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셀리온 국왕의 죽음에 의심을 품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류들은 황제교의 표적이 되었다.
“크아아악!”
“사, 살려줘!”
“황명이다! 모두 잡아 들여라!”
비밀스러운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김없이 황제교가 출현했다. 그들은 거듭 강화된 중앙정보국의 조력을 받아서 거침없이 행동했다.
황제교는 자비가 없었다. 그들이 걷는 길은 피로 물들었다. 감히 황제를 음해하거나 필리어스 제국에 반감을 품은 이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보통 이 정도로 단호하게 진압하면 공포 정치에 대한 반발이 있겠지만 황제교는 이런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반역 세력을 강력하게 진압하면서도 그 과정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행동했다.
이시리아 점령지의 어둠 속에서는 하루도 끊임없이 피가 흩뿌려지고 있었지만, 양지에서는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는 거로 보였다.
황제교의 공작으로 레이먼의 위명이 높아지고 외부에 성군으로 비추어지는 동안 음지에서 흩뿌려지는 피를 누가 알 것이란 말인가?
몇몇 눈치 빠른 이들이 황제교의 잔혹한 토벌 작전을 알아챘을 땐 이미 반역 세력이 뿌리까지 뽑힌 뒤였다.
“반역 세력들이 모두 토벌되었습니다.”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가 찾아와 보고했다.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정보국의 일 처리 능력도 뛰어나지만, 반역 세력의 토벌과 관련해서는 황제교를 따라올 능력자들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수고했다.”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망자들의 제국’ 세계관 설정대로라면 황제교에 의해 잔혹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이 수백 명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레이먼, 본인이 목숨을 위협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붉게 물든 길을 걸어야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걷겠다.’
의미 없이 천장을 향하는 레이먼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만 물러가도 좋다.”
“황제 폐하 만세!”
물러가도 좋다는 말에 구스타프 주교는 만세를 외치며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레이먼은 짧은 한숨을 푹 쉬고는 황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옆에 시립해 있던 게슈타인 또한 천천히 다가왔다.
“알렉스. 슬슬 시간이 되었지 않나?”
“예, 황제 폐하. 이제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시종관, 알렉스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대답했다.
두 사람이 말한 것은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국왕이었던 셀리온의 장례식이었다.
이시리아 지방이 완전한 점령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왕국 시절의 국왕이었던 셀리온의 장례식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되니츠 백작은 입전 장례식의 규모를 키워서 적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선전 효과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었고 그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의복은 준비되어 있나?”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집무실로 가겠다.”
“수행하겠습니다.”
먼저 발걸음을 옮기자 호위들이 따라붙었다. 레이먼은 집무실에서 환복을 끝낸 후, 셀리온 국왕의 장례 행렬이 준비된 내성의 대광장으로 이동했다.
대광장에는 이시리아 중심도시의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특출나게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게 무능하지도 않았던 셀리온 국왕을 기억하는 이들이었다. 위압적인 분위기를 피하기 위해 대광장에는 최소한의 경비 병력만 배치되어 있었다.
레이먼은 그들의 앞에서 되니츠 백작이 건네준 짧은 연설문을 낭독하고는 자리를 비켰다.
되니츠 백작의 연설문은 효과가 좋았다. 그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구사하는 선동의 전문가였다.
연설문은 레이먼이 이시리아 주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 같은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고 연설이 끝났을 때, 많은 주민은 감동한 표정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황제 폐하.”
연설대에서 내려오자 되니츠 백작이 다가왔다.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의 시야에 셀리온 국왕의 장례 행렬이 출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레이먼은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여기서 상념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무너뜨리고 영토를 점령했다고는 하지만 에드리거 왕국과 리스본 해상 왕국, 그리고 제이스트 마도 왕국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삼국 동맹이 확장된 필리어스 제국의 국경을 노리고 있었으니,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주요 귀족들은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이자 허무의 인형사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는 베리스에 의해 대부분 자기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는 ‘인형’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귀족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루델 국왕의 최측근들과 일부 귀족들은 베리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고 여전히 강렬하게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도 왕국 귀족들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고 배후에 숨어 있는 존재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위기감을 느낀 베리스는 지원을 요청하였고 종말 협회에서는 고위 간부이자 섬멸의 창기사라는 이명을 가진 아브가드를 지원군으로 보내기에 이르렀다.
남자지만 길게 기른 은발을 뒤로 묶은 섬멸의 창기사, 아브가드는 제이스트 마도 왕국에 도착하기 무섭게 베리스를 찾아갔다.
“베리스 경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베리스는 왕성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부하를 보내 아브가드를 안내하게 했다. 이윽고 왕성 응접실 중 한 곳에 도착한 아브가드의 앞에 베리스가 나타났다.
“베리스 경?”
“와줘서 고맙습니다, 아브가드 경.”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아브가드의 말에 베리스가 힘없이 웃었다. 서글서글했던 인상은 그동안 위협에 시달려 많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구두 보고를 받았지만, 자세한 상황은 모릅니다. 설명해줄 수 있겠습니까?”
전령으로부터 구두로 간략하게 상황을 전달받고 제이스트 마도 왕국에 도착한 게 불과 며칠 전이었다.
“꼬리를 밟힌 것 같습니다.”
“베리스 경의 신변이 제이스트 마도 왕국에 노출되었다는 뜻입니까?”
아브가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허무의 인형사, 베리스는 암중에서 인형들을 조종하며 활동하는 이다. 신변이 노출되었다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는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전투 능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위를 위해 또 다른 고위 간부를 협회에 지원 요청을 한 것이었다.
아브가드의 경우에는 공작 능력보다는 전투 능력이 매우 뛰어난 고위 간부였기 때문에 베리스는 그의 지원 소식을 들었을 때 크게 안심했었다.
“신변이 노출된 것은 아닙니다만, 존재가 드러난 것은 확실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여전히 치명적이군요.”
아브가드가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베리스는 암약하는 자다. 배후에서 활동하고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긴다. 그의 ‘존재’가 드러났다면 적들은 배후의 그림자에 대해 대비를 하게 되고 추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신변이 노출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래서 협회에 호위를 요청한 겁니다.”
“그렇군요. 인형들로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까?”
“단순히, 몇 가지 지령을 내리는 것과는 달리 완전 통제는 생각보다 힘들답니다, 아브가드 경.”
“어쨌든 내가 왔으니,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길. 그나저나, 상황은 어떻습니까? 경의 존재를 추격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전쟁 반대파입니다.”
현재 제이스트 마도 왕국에는 전쟁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누어져 있다.
찬성파는 베리스가 공작한 귀족들이 필두에 섰으며 반대파는 그가 미처 공작을 펼치지 못한 귀족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들은 대부분 국왕에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이들로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세뇌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제가 세뇌한 세력이 전쟁 반대파를 훨씬 압도하기도 하지만 세뇌할 수 있는 인형들의 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손 놓고 있었더니, 이 정도로 반격을 가해올 줄은 몰랐습니다.”
“리처드 경이 언제나 말씀하셨죠. 적이 있다면 뿌리까지 뽑으라고.”
“저도 동의합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행동하시려는 겁니까?”
아브가드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고 베리스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인형들의 소모가 있더라도 숙청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숙청이라……. 좋은 단어지요. 좋습니다. 협력하겠습니다.”
대화가 끝났고 베리스는 망설임 없이 행동에 나섰다. 그는 인형들에게 몇 가지 지령을 내렸고 그들은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지령을 받은 인형들이 집무실을 떠난 직후, 아브가드는 베리스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숙청입니까? 아니면 반란입니까?”
“둘 다……. 라고 할까요? 당장 귀족들이 혈전을 벌이더라도 루델 국왕은 그걸 막을 힘이 없습니다. 왕성 안에서만 일을 벌이지 않으면 됩니다.”
베리스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날 왕성으로 향하는 내성의 모든 길목에는 베리스의 수하들이 배치되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전쟁 반대파를 모두 죽였다.
왕성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내성 안에서 수십 명의 귀족이 목숨을 잃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그들의 의견은 베리스의 인형이 되어버린 전쟁 찬성파 귀족들에 의해 묵살되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영지에 숨는 이들도 생겼으나, 그들은 종말 협회가 보낸 암살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일주일. 종말 협회의 베리스에 의해 전쟁 찬성파 귀족들 절반이 목숨을 잃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이 거대한 숙청으로 베리스의 존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전쟁 반대파는 그를 추격할 기세를 잃었고 세력도 무너졌으니, 존재가 드러나도 오히려 안전해진 상황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