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4)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4화
6장 황실의 인정(1)
은둔 칼날이 아들놈에게 다가갔다. 로열가드에게 지원을 명했지만, 그들은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황가를 지키는 방패라는 구호를 말하고는 하지만 최우선 보호 대상은 황제다.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행히 막내 아들놈이 그동안 거둔 수하들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들 암황의 상대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외팔의 검사가 조금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부족했다.
“앱솔루트 실드!”
절대 방어라는 별명이 붙은 최상급의 방어 마법조차 뚫렸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백색의 섬광이 터져 나오더니 뭔가가 은둔 칼날의 가슴을 뚫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모두가 놀랐다.
“블리자드 후작,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았나?”
황제는 로열가드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블리자드 후작에게 질문했다.
고위 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그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봤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5황자 전하께서 백색의 창을 들어 올린 것까지는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블리자드는 말끝을 흐렸다. 고위 마법사인 그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황제는 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쿨럭!”
5황자가 전신에서 피를 내뿜으며 쓰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피를 토하는 레이먼을 향해 달려갔다.
하사신들이 부상을 입은 은둔 칼날과 함께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주변에 적지 않은 암살자들이 남아 있었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은 목숨에 대한 위협마저 뛰어넘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고 로열가드와 얼마 남지 않은 황실 기사들이 황제를 호위했다.
“레이먼!”
부상을 입은 몸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서슬 퍼런 기세를 풍기며 5황자의 곁을 지키고 있던 게슈타인과 친위대원들이 옆으로 물러나자 황제는 쓰러진 5황자를 안아 들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천천히 두 눈을 감는 5황자를 보며 황제는 체면도 잊고 울부짖었다.
모두가 도망쳤을 때 홀로 황실 기사들을 이끌고 온 아들놈이다. 가슴이 아파 왔다.
5황자의 몰골은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모두가 침묵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닫혀 있던 출입구와 창문들을 통해 황군이 몰려 들어왔다.
“황제 폐하! 지원군이 왔습니다!”
누군가 말했다. 기쁜 소식이었지만 황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암살자들은 황군에 의해 제압되었고,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황제가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황제 폐하!”
“느,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휘관들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금 황제에게 그들의 사죄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황제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한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드시 살려라.”
황제의 말에 지휘관들이 고개를 들었다.
“5황자가 잘못되면 그대들에게 늦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오늘 황제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그날의 일이 반복되는 걸, 황제는 바라지 않았다.
* * *
“큭…….”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의식을 되찾기 무섭게 몰려오는 마지막 기억에 급히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5황자 전하! 깨어나셨군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간신히 고개를 돌리자 알렉스의 모습이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여기 기사들이 왜 이렇게 많냐?”
알렉스의 물음을 가볍게 넘기며 오히려 질문을 던졌다.
“암황의 연회장 공격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저는 5황자 전하를 호위하기 위한 무장 명령을 전달받았습니다.”
알렉스의 어깨 너머로 친위대 제복을 입은 수하들 몇 명과 황실 기사들이 중무장한 채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전의 황궁 습격과는 전혀 다른 규모의 공격이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알렉스, 내가 며칠 동안 쓰러져 있었지?”
“일주일 동안 깨어나지 못하셨습니다.”
‘일주일이라……. 꽤 오래 쓰러져 있었군.’
“크윽.”
당장에라도 일어나고 싶은 마음에 몸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몸은 굳은 것처럼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대신 신음이 흘러나왔다.
“저는 우선 5황자 전하께서 깨어나셨다는 걸 알리고 오겠습니다.”
“누구한테?”
“5황자 전하께서 깨어나시면 즉각 보고하라는 황명을 전해 받았습니다.”
겨우 이런 일에 황명이라고?
“황제 폐하께서 다녀가셨나?”
“매일 같이 다녀가셨습니다. 조금 전에도 1시간 정도를 머무르다가 떠나셨나이다.”
이번 연회장 습격은 사실상 삼국 동맹의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이 일로 많이 바쁠 텐데, 매일 병문안을 온 걸 보면 황제가 레이먼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부디 편히 쉬셔야 합니다.”
“그래, 걱정 말고 다녀와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알렉스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남기면서도 침실을 떠났다.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인지, 알렉스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데시아가 찾아왔다.
“5황자 전하,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그래.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네요. 아직 저는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렇게 가시면 안 돼요.”
데시아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농담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그녀를 바라보는 레이먼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은둔 칼날이 접근해 올 때, 그녀는 레이먼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방어 마법을 펼쳤었다.
상급의 경지에서 최상급의 방어 마법을 펼쳤으니 몸에 무리가 갔을 것이다.
데시아에게 있어서 5황자는 길을 열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가 준 마법서들 덕분에 정체된 상황에서 희망을 보았고 단숨에 상급 마법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레이먼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상급의 경지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깊은 데시아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5황자 전하가 없으면 안 된다.’
처음에 대마법사의 경지를 언급했을 때는 반신반의했었다.
그런데 5황자가 준 마법서를 읽고 상급 마법사의 경지에 올랐고,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5황자에 대한 신뢰가 내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5황자 전하, 청탑주께서 오셨습니다.”
문밖을 지키고 있던 친위대원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서 청탑주, 리세필드의 방문을 알렸다.
“들어오라고 해.”
아파 죽겠는데 왜 이렇게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이 많은지, 속으로 기분 좋은 불평을 하며 방문을 허락했다.
“5황자 전하, 몸은 좀 어떻습니까?”
이 비슷한 질문도 벌써 3번째다. 슬슬 질릴 때가 되었지만 티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청탑주 노인장의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희미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아파 죽을 것 같다.”
“다행입니다.”
아파 죽겠다는 대답에도 리세필드는 피식 웃으며 데시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무심결에 품고 있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마탑의 벽을 뚫었을 때도 고통이 있었고 기절까지 했지만, 설마 생명력을 조금 더 사용했다고 해서 이 정도로 아플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생명력을 소모하지 않았다면 은둔 칼날이 착용하고 있는 유일 등급의 마도구, ‘그림자 장막’을 뚫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정도인 게 그나마 다행인 겁니다. 마탑에서 보여주셨던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생명력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림자 장막’을 뚫으려면 어쩔 수 없었어.”
“과연……. 제 눈에도 잔상만 보이다시피 하였기에 심상치 않은 마도구를 사용한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게 유일 등급의 ‘그림자 장막’이었군요.”
청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그림자 장막이 유일 등급의 마도구 중에서는 유명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다.
5황자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내 청탑주, 리세필드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대답해 주시지 않을 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5황자의 성격은 대충 알 것 같았다. 분명 물어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
“슬슬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고통은 남아 있지만, 마비가 풀렸다. 레이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았다.
“5황자 전하, 희생의 창을 사용하실 때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나도 알아.”
청탑주가 삼킨 뒷말을 알 것 같았다. 분명 그는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려고 했겠지. 그 마음을 알기에 레이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5황자 전하, 알렉스입니다.”
“들어 와.”
가벼운 목소리로 허락하자 문이 열리면서 시종, 알렉스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그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많이 편안해진 얼굴로 앉아 있는 레이먼의 모습을 보고서 짧게 안도했다.
“황제 폐하께서 따로 전령을 보내신다고 하셨습니다.”
군사 회의 중이십니다, 라고 알렉스가 설명을 보충했다.
삼국 동맹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군사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었으니, 황제가 바쁠 수밖에 없다.
“산책이나 할까?”
마비가 완전히 풀린 것 같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산책을 하다 보면 좋아질 것 같았다.
데시아와 청탑주가 의자에서 일어났고 대기하고 있던 게슈타인이 몇 걸음 다가와 차분한 표정으로.
“친위대를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10명이 넘는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게 생겼다.
바로 앞, 5황자궁 안의 정원에 가는 것인데, 게슈타인을 포함해 10명의 친위대가 호위로 붙었고 청탑주와 데시아, 그리고 알렉스도 따라나섰다.
“호위가 너무 많은 거 아냐?”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황제 폐하께서 5황자 전하의 호위에 특히 신경 쓰라고 하셨습니다.”
게슈타인이 대답했다. 다 좋은데, 가끔 이럴 때 보면 꽉 막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개를 저으며 친위대와 함께 침실을 나서자 순찰 돌고 있던 황실 기사들이 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5황자를 향해 존경심 가득한 시선을 보내며 군례를 취했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라서 레이먼은 서둘러 정원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정원에 가는 길에 마주치는 황실 기사마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쟤들 왜 여기 있냐?”
저들은 황실 기사 중에서도 황제 직속의 흉장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궁금하십니까?”
알렉스에게 물었지만 청탑주가 대신 대답했다.
“궁금해.”
“연회장이 공격당한 뒤, 5황자궁을 지키는 황실 기사들이 황제 폐하의 직속 기사들로 교체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일주일 동안 기절한 상태여서 전혀 몰랐다.
“그리고 5황자 전하께서는 몸을 바쳐서 황제 폐하를 지키셨죠. 필리어스 제국의 기사들이 황제 폐하께 가지는 충성심은 5황자 전하께서 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듣고 보니 황실 기사들이 마주칠 때마다 경의를 표하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필리어스 제국 기사들의 황제에 대한 충성심은 유명할 정도다.
이 비정상적인 충성심은 쇠락하고 있는 필리어스 제국의 유일한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고대 시대부터 거신병을 다룰 수 있는 황족에 대한 경외가 충성으로 변한 케이스라고 설정집에 적혀 있었다.
“그래, 잘 알고 있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청탑주와 대화를 하며 걷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원에 도착했다.
정원을 산책하다 보니 몸의 마비가 상당히 많이 풀렸다.
“이제 돌아가자.”
“예, 5황자 전하.”
게슈타인이 친위대원들과 함께 앞장서서 걸었다.
연회장 공격 이후, 경비에 신경을 쓴 것인지 5황자궁 곳곳에서 황실 기사들이나 황성 경비대 소속 병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시간 만에 침실로 돌아왔다.
“아픈 척 좀 해야겠다.”
엄살을 피울 생각이었지만 그 모습을 본 청탑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황실 기사들이 5황자 전하께서 산책하는 모습을 봤으니까요.”
“아, 그러네…….”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번 재편성으로 3황자의 수하들이 상당히 많이 방출된 것 같아서 마음은 편했다.
“황제 폐하께서 오고 계십니다.”
알렉스가 보고했다. 레이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요양 중이라고는 하지만 황제가 직접 오는데, 누워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문이 열리고 로열가드들이 먼저 들어와 안전을 확인했다. 이윽고 황제가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황제 폐하, 5황자 레이…….”
“뭘 하고 있느냐! 당장 눕거라!”
호통에서 걱정이 묻어 나왔다.
“예, 황제 폐하.”
안 그래도 쉬고 싶었다. 로열가드들의 호의 섞인 시선을 받으며 침대에 눕자 황제가 가까이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몸은 괜찮으냐?”
“걱정해 주신 덕분에 멀쩡합니다.”
산책하러 나가기 전만 해도 아파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멀쩡하다.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특별한 내용의 대화는 없었다. 황제는 바쁜 일이 있어서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가 먼저 나가고 동행했던 황성 경비대장이 남았다.
‘이름이 아이반 로우스였던가?’
설정집에서 본 기억이 있다. 고위급 경지에 오른 기사로, 1황자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그가 왜,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남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의문을 담은 시선이 닿는 게 느껴진 것일까? 아이반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도망칠 때, 황제 폐하를 위해 싸운 5황자 전하께 경의를 표합니다.”
“아이반 경은 세라크 형님의 뒤에 서지 않았는가?”
“1황자 전하를 모시는 사람이기 전에 저는 황제 폐하의 신하입니다.”
아이반이 말했다. 현명한 대답이다.
“그리고 이번에 5황자 전하 덕분에 저와 제 가족들의 목숨과 직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황제가 암살당했다면 황성 경비대장인 아이반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죽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레이먼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나서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아이반도 떠났다.
“이제 쉴 수 있는 건가?”
좀 자고 싶었다. 하지만 질문을 받은 청탑주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뭔가 불길하다.
“수면은 조금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적탑주가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까요.”
“적탑주가 왜?”
“5황자 전하께서 연회장에서 보여주신 희생의 창에 대한 소문이 적탑주를 움직인 모양입니다.”
조금 귀찮게 되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