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4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46화
51장 국왕 탈출 작전(1)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왕립 마법사단을 이끄는 대마법사, 인크리드 후작은 은밀하게 따라붙는 기척들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췄다.
“죽기 싫으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 것이다.”
인크리드 후작이 흰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마나를 일으켰다.
최근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적의가 보이면 자비 없이 강력한 고위 마법을 퍼부을 생각이었다.
“어둠 마법사, 인크리드 후작. 그렇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소. 우리는 후작과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니까.”
고요한 음성과 함께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무장한 상태였지만 포위하듯 공격을 위한 대형을 갖추지도 않고 적의나 살기를 흘리지도 않았다.
“일단은 믿어 보도록 하겠지만, 내가 마나를 거두는 일은 없을 걸세.”
“정체불명의 무장 병력이 10명 넘게 앞을 가로막았는데,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문제일 것이오.”
“본론부터 말해주겠나? 내가 시간이 많이 없어서 말이야.”
“이해하오. 간사한 어둠의 무리가 루델 국왕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겠지.”
“자네들,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구만?”
인크리드 후작의 시선이 차갑게 식었고 목소리는 날카롭게 벼려졌다. 제3의 세력이 제이스트 마도 왕국을 침식하고 있다는 건 국왕파 귀족 중에서도 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였다.
“자네들, 누구인가?”
인크리드 후작은 경계심을 더욱 높였다. 자신조차 대숙청 직전에 알게 된 사실을 저들이 알고 있으니, 경계심을 높일 수밖에.
“굳이 정체를 숨기지는 않겠소, 우리는 하이펠 특무국 소속이오.”
하이펠 특무국 소속의 조장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정체를 공개하고 조력을 제안하려고 현재 국왕파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인크리드 후작을 찾아온 것이었다.
“하이펠 특무국 소속이라고?”
하지만 인크리드 후작은 그들이 밝힌 정체를 쉽게 믿지 못했다. 하이펠 특무국이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도 활동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시기가 절묘했기 때문이다.
“그대들이 진정 하이펠 특무국 소속이라면 그 증표를 보여줄 수 있겠는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 보여주겠소.”
조장급 요원이 짧은 대답과 함께 품속에서 하이펠 특무국의 증표를 꺼내 보여주었다.
10m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인크리드 후작은 간단한 마법으로 증표가 위조된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경계를 조금 풀었다.
물론 손과 스태프에 맺힌 강대한 마나는 거두지 않았다.
“본론을 이야기하게나. 나를 왜 찾아온 것이지?”
“내 부하들이 교란을 펼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종말 협회의 눈과 귀가 언제 따라붙을지 모르니 간단하게 설명하겠소.”
하이펠 특무국의 조장은 현재 제이스트 마도 왕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요약하여 설명했다.
“지금 내게 말해준 모든 게 사실인가?”
“하이펠 특무국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소.”
“허허, 설마 마도 왕국이 이 지경까지 몰락할 줄이야.”
인크리드 후작은 어이없는 듯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걱정 마시오. 저희 쪽에서 얼마 전에 상부의 지령을 받았소.”
“상부의 지령? 그것이 혹시 본 왕국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것이라면 부디 말해주게.”
“애초에 그걸 말해주기 위해서 왔소.”
조장이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복면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분명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함께일 것이다.
“어서 말해주게.”
“필리어스 제국에서 제이스트 마도 왕국을 돕기로 결정했소.”
“정말 필리어스 제국이 우리 제이스트 마도 왕국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말인가?”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 역시 종말 협회를 위협적인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그래서 우리 하이펠 특무국에서 정보를 제공해주는 걸 조건으로 귀국을 돕기로 결정한 것이오.”
인크리드 후작의 말에 조장은 하이펠 특무국의 노고를 넌지시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헌데, 어떻게 도와준다는 말인가?”
“지금 귀국의 국왕은 왕성에 감금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들었소.”
“그렇다네. 영주들과 귀족들을 소집하면 왕성의 악당들을 모두 토벌할 수 있겠지만, 탈출은커녕 연락조차 차단된 상태라네.”
허무의 인형사, 베리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의 부하들은 루델 국왕이 지방의 영주들과 귀족들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렇다면 귀국의 국왕을 탈출하게 만들어서 필리어스 제국과 합류시키는 게 급선무겠군.”
“헌데,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인크리드 후작.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마시오.”
조장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격적인 국왕 탈출 계획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황제 폐하. 방금 중앙정보국의 에드리거 지부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하이펠 특무국에서 전달한 정보의 정리가 모두 끝났다고 하옵니다.”
언제나처럼 허공의 갈라진 틈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포타스 백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되니츠 백작과 함께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군사 지도를 보고 있던 레이먼이 고개를 들었다. 눈에 들어오는 포타스 백작의 얼굴에서 짙은 피로가 보였다.
“생각보다 정보의 정리가 빨리 끝났군요.”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되니츠 백작이 군사 지도를 접으며 말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되니츠 백작. 정리된 보고서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결과도 만족스러울 겁니다.”
포타스 백작이 가죽으로 된 서류가방에서 문서집 2개를 꺼내 레이먼과 되니츠 백작에게 건넸다. 꽤 두꺼운 편이었지만 하이펠 특무국에서 전달해 준 정보의 양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도 얇은 편이었다.
“검토하는 데 얼마나 걸릴 거라고 생각하나?”
“아무리 짧아도 하루는 걸릴 겁니다, 황제 폐하.”
레이먼의 물음에 포타스 백작이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레이먼이 중앙정보국의 보고서를 읽고 그 내용을 머릿속에 때려 박는 데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요약 정리되어 있는 보고서였지만 하이펠 특무국에서 전달해준 정보의 양이 워낙 방대했기 때문에 검토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보고서의 검토가 끝나고 레이먼은 집무실로 되니츠 백작과 포타스 백작을 호출했다.
로열 가드들은 복도를 지키고 있었고 집무실 안의 호위는 게슈타인과 데시아였다.
“황제 폐하.”
집무실 문이 열리고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되니츠 백작이었다. 보고서를 정리하느라 피곤했던 것인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몇 시간 걸렸나?”
레이먼이 조금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보고서 검토에 걸린 시간을 묻는 것이었다. 되니츠 백작은 피곤해 보이는 와중에도 씨익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15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되니츠 백작의 대답에 레이먼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보고서 검토에 20시간이 넘게 걸렸다. 역시 이 분야에서 능숙한 되니츠 백작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포타스 백작은 아직인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최근 되니츠 백작은 포타스 백작과 같이 일할 기회가 많았고 둘 사이는 꽤 친밀해진 것 같았기에 그의 행방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조금 전에 보고서 문제로 확인할 게 있어서 전령을 보냈었는데, 이시리아 지부 쪽에 문제가 생겨서 다녀온다더군요.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전달 받았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늦을 것 같나?”
“포타스 백작은 그런 적이 없지 않습니까? 제 시간에 해결하고 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되니츠 백작이 말했다. 레이먼도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허공이 갈라지며 붉은 제복을 갖춰 입은 포타스 백작이 집무실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황제 폐하, 늦어서 죄송합니다.”
포타스 백작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약속된 시간에는 지각하지 않았다.
“어서 오게, 포타스 백작.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조금 전 되니츠 백작이 했던 말을 되짚어보면 이시리아 지부 혹은 점령지에서 무슨 일이 생겼던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정식 보고를 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사정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이시리아 점령지에서 반역을 도모하는 듯한 움직임이 잠시 보여서 제가 직접 확인하고 왔습니다.”
“해결되었는가?”
“황제교와 중앙정보국이 연계하여, 위협을 깨끗하게 제거하였나이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모아둔 지배력으로 주력 전투 부대가 아니라 점령지 관리에 특화된 황제교 부대를 먼저 깨운 건 후회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군.”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황제교와 중앙정보국이 점령지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나이다.”
포타스 백작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강한 확신은 레이먼은 안심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정식 보고서를 받아 보겠네.”
“중앙정보국에 조속한 보고서 작성과 제출을 일러두겠습니다.”
레이먼의 말에 포타스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은 제이스트 마도 왕국과 그곳에 침투한 종말 협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하이펠 특무국의 정보를 보면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는 사실상 종말 협회의 손에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고 루델 국왕은 유폐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포타스 백작의 간단한 브리핑에 레이먼과 되니츠 백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쉐이드들을 보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하이펠 특무국의 정보를 바탕으로 그들이 공작한다면 루델 국왕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되니츠 백작의 의견이었다. 그는 쉐이드와 소규모 특수 부대의 운용을 제안했지만, 레이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이미 마음속으로는 결단을 내렸으니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을 지경이었다.
레이먼은 되니츠 백작과 포타스 백작을 향해 번갈아 시선을 보내며 차분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로 가겠다.”
“황제 폐하!”
목소리를 높인 이는 집무실에 호위로 남아 있던 데시아 헬리였다.
게슈타인은 평소처럼 침묵을 지켰지만, 데시아는 제이스트 마도 왕국으로 가겠다는 레이먼의 말을 듣기 무섭게 즉각 반응했다.
호위치고는 무례할 수도 있는 모습에 충성심 높은 포타스 백작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지만 데시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레이먼도 그녀의 이런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다그칠 생각도 없었다.
“황제 폐하.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에 직접 가셔야 할 이유를 제가 알 수 있겠습니까?”
걱정 가득한 데시아와 달리 되니츠 백작은 차분하게 이유를 물어왔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왕성에는 선대 황제께서 남긴 유산이 잠들어 있다.”
레이먼이 말했다. 어차피 숨길 생각은 없었다.
“제국 재건 계획의 일환입니까?”
“그렇네.”
“혹, 어떤 이들이 잠들어 있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제국 재건 계획은 필리어스 황가에 전해지는 극비와도 같은 계획이기 때문에, 되니츠 백작은 질문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필리어스 제국 역사상 가장 유능한 마도학자와 142번 마도학 부대가 잠들어 있지.”
“142번 마도학 부대에 대해서는 들은 적 있습니다. 그들은 광인 여단 다음으로 손에 꼽히는 미치광이들이 아닙니까?”
포타스 백작은 정보를 관할하는 기관의 수장답게 142번 마도학 부대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반면에 되니츠 백작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는데, 142번 마도학 부대의 존재는 극비였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
“종말 협회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미치광이들도 필요한 법이지.”
“142번 마도학 부대의 유능함은 저 또한 기록을 봐서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정상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우려가 되는군요.”
“걱정할 필요 없다, 포타스 백작. 그들은 마도학에 미친 광인에 가깝지만 필리어스 제국과 황가에 대한 충심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정도니까.”
제국 재건 계획을 위해 선대 황제들이 남긴 유산에는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바로 황가와 제국에 대한 드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말 협회와의 전쟁에서 142번 마도학 부대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네, 포타스 백작. 부디 반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네.”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황제 폐하. 다만, 군부에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황제 폐하.”
포타스 백작의 말에 되니츠 백작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군부의 충성심은 높으나 고지식하고 꽉 막힌 이들이 많기 때문에, 레이먼이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로 침투한다고 말하면 필히 반대할 것이다.
“좋아. 준비하게.”
레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에서 비밀리에 비공정 한 척을 제공해주기로 했습니다. 로열 가드들과 소수의 병력을 태울 수 있으니, 부디 신중히 결정해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