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52)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52화
52장 마도 왕국의 구원자(3)
신성 기도문. 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대가로 사제들이나 성기사들이 부여받는 ‘힘’이다.
《망자들의 제국》 소설 세계관에 존재하는 신이 한둘이 아닌 만큼 신성 기도문과 종교의 종류도 다양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별난 건 ‘황제교’였다.
그들이 믿는 건 ‘신격’에 오른 존재가 아닌 ‘황제’였으니까.
오직 황제만을 숭배하며 충성을 다한다.
황제를 향한 교단과 사제들의 믿음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고, 이는 황제가 ‘신격’에 오른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신성력을 부여받을 정도에 이르렀다.
신성력을 발현할 정도로 황제를 숭배하는 존재들, 그들이 바로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교다.
“여기 있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침실에 나타났다. 그는 레이먼에게 부탁받은 물건을 건넸다. 그것은 로열 가드의 순찰 배치도였다.
“고생했네, 포타스 백작.”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황제 폐하의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순찰 배치도는 로열 가드에서도 최고 극비로 취급하니까요.”
생색을 내는 포타스 백작을 앞에 두고서 레이먼은 순찰 배치도를 펼쳤다.
로열 가드의 순찰 배치도답게 다른 시설의 안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황제의 안위만 생각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허점이 없는 건 아니군.”
레이먼이 조용히 혼잣말을 흘렸다. 블리자드 후작은 이 순찰 배치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허점은 분명 존재했다.
“제가 검토했을 땐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내부에 조력자가 있으면 몰래 빠져나갈 수 있는 정도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레이먼은 가장 큰 내부 조력자가 된다. 로열 가드에게 모든 지시를 내릴 수 있으니, 순찰 배치를 어느 정도 변형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포타스 백작. 여기서 허점을 극대화하려면 순찰 배치의 어떤 부분을 변형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의견이 있으면 말해보게.”
레이먼은 혼자 나서는 것보다는 이 분야에 전문가인 포타스 백작의 의견을 구하는 걸 선택했다. 포타스 백작은 차분하게 순찰 배치도를 응시하며 눈알을 굴렸다.
“우선 여쭙겠습니다. 이번 계획에 실비아 경이 동행합니까?”
“물론 내 곁을 지킬 것이네.”
“그렇다면 의심을 살 정도의 무리한 변형은 필요 없어 보입니다. 정문과 제2번 구획을 지키는 로열 가드 다섯의 순찰 반경만 늘려도 무난하게 빠져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군.”
과연, 은밀 공작의 전문가는 남들과는 달랐다. 레이먼은 작게 감탄했고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윽고 포타스 백작이 돌아간 뒤, 레이먼은 로열 가드의 템페스트 후작을 호출했다.
오늘은 블리자드 후작 대신 템페스트 후작이 호위 책임자였다.
“템페스트 후작. 로열 가드의 호위 배치를 조금 바꿀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의 수정을 원하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템페스트 후작이 조심스럽게 물었고 레이먼은 포타스 백작에게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 정도의 수정은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템페스트 후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이 정도의 배치 변경은 황제의 안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즉각 시행하게나.”
“예, 황제 폐하.”
템페스트 후작이 대답과 함께 천천히 물러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원을 열고 등장한 포타스 백작이 로열 가드의 순찰 배치가 바뀌었다는 걸 보고했다.
“정말 가실 생각이십니까?”
“인제 와서 반대할 생각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신하 된 입장에서 황제 폐하의 안전이 염려되어 하는 말이옵니다.”
“싱겁기는.”
피식 웃으며 테라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테라스 아래 정원을 지키는 로열 가드들의 교대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제2번 구획의 순찰 경로를 보완하기 위해 정원의 로열 가드들의 순찰 범위가 늘어났으니, 지금이 적기였다.
“기척이 없습니다. 로열 가드들이 멀어졌습니다.”
실비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게슈타인이 먼저 테라스 너머로 몸을 던졌고 뒤이어 레이먼과 데시아, 그리고 실비아가 정원으로 착지했다.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테라스 난간에 붙어서 멀어지는 레이먼과 호위들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포타스 백작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레이먼은 포타스 백작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윽고 그들은 정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스타프 주교, 그리고 황제교의 성기사들과 합류했다.
“황제 폐하. 저희는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바로 이동한다.”
“예,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구스타프 주교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레이먼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로열 가드의 경계망을 벗어나 총독부 지하로 향하는 통로의 입구에 도착했다.
총독부가 있는 왕성 안에 있지만, 외곽 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근방을 지키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총독부 경비대의 순찰 경로에 있었지만, 레이먼의 지시를 받은 되니츠 백작이 임시로 순찰 경로를 수정했기 때문에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제가 앞장서도 되겠습니까?”
구스타프 주교가 천천히 다가와 양해를 구했다. 지금까지 레이먼이 선봉에 선 일이 잦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혹여나 자신이 앞에 나서는 것이 황제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일까 싶어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물론이다, 구스타프 주교.”
“황제 폐하께서 가시는 길을 열 수 있는 영광을 제게 허락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제스처와 함께 구스타프 주교가 황제교 성기사들과 함께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희도 갈까요?”
데시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은 구스타프 주교와 황제교 성기사들을 뒤따랐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빛이여, 오라!”
황제교 성기사 한 명이 날카로운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자 그의 머리 위로 찬란한 광휘가 모여들었다.
어둠이 물러가면서 길이 밝혀졌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거대한 문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은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재질의 광석이 사용되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생소한 봉인 마법입니다. 고대 시대에 만들어진 게 분명합니다.”
“제가 해결할게요.”
구스타프 주교는 문을 면밀하게 살핀 끝에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결국,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데시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청탑주의 도움을 받아서 고대 마법과 관련된 서적을 읽고 공부를 해 왔다. 오직 레이먼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
“이건 이렇게 하면 되려나…….”
데시아의 마나가 문을 한 차례 훑었다. 분석을 끝낸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허공에 대고 스태프를 흔들었다. 그러자 푸른 마나가 흘러나와 문을 뒤덮었다.
마나를 받아들인 문은 두꺼운 먼지가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짙은 청색의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딸각! 하는 자물쇠 풀리는 소리와 함께 좌우로 천천히 열렸다.
“고대 마법의 전문가가 있었군요.”
구스타프 주교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데시아는 어깨를 으쓱였고 황제교 성기사들 중 한 명이 검과 방패를 든 채 앞장섰다.
“지금부터는 원령들의 영역입니다. 모두 각별히 주의하시길!”
황제를 향한 믿음으로 무장한 신성력을 끌어 올리며 구스타프 주교가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넓은 지하 통로에 불길하게 울려 퍼졌다.
긴장을 놓지 않은 채 얼마나 걸었을까? 적어도 1시간 이상 걸었고 계단은 끝났지만, 지하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옵니다!”
긴장의 끈은 놓지 않았지만 나름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실비아가 적대적인 존재의 출현을 경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황제교 성기사들이 일제히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 철갑옷으로 무장한 성기사들의 주위로 황금빛 신성력이 모여들었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빛이여, 오라!”
그들의 입에서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선명한 황금색의 광휘를 향해 매섭게 돌진해 오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이단 심판장에서 죽임을 당한 원령들이었다.
살아있는 자들에 대한 강한 원념으로 무장한 그들은 신성력의 폭풍을 뚫고 들어와 날카로운 창과 검을 겨눴다.
“감히 어딜!”
“여기는 황제 폐하의 영역이다!”
“당장 물러갈지어다!”
황제교 성기사들이 진노했다. 그들이 황금빛 신성력을 머금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원령들이 찢겨 나갔다.
“더 옵니다!”
실비아가 다시 한번 경고했다. 그녀는 거대한 장궁을 들고서 화살을 뽑아 들었다.
“허허! 원령들이 참으로 많구나!”
구스타프 주교의 목소리와 함께 신성력이 폭발했다. 황금빛 파도가 원령들을 덮쳤다. 수백의 원령이 강력한 신성력을 버티지 못하고 소멸했다.
“끝난 걸까요?”
“고대 시대의 황제교를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데시아. 이곳에 잠든 원령들의 수는 수천을 족히 넘을 테니까, 긴장을 풀지 말거라.”
요란스럽던 습격이 끝나자 데시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에게 던지는 질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레이먼은 그녀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이곳이 어디인지 상기시켜 주었다.
“예, 황제 페하.”
데시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령들을 해치운 구스타프 주교와 황제교의 성기사들은 다시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원령들과의 전투를 거듭하기를 여러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단 심판장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원념의 기운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도대체 황제교는 고대에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은 것일까?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으나, 지금 황제교는 든든한 아군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실비아. 원령들은 어디에 있나?”
어둠을 길게 관통하는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였다. 레이먼이 실비아를 보며 물었다. 폭풍처럼 공격이 몰아쳤던 처음과는 달리 지하에 들어오고 3시간이 지난 지금은 원령들의 습격이 귀신같이 줄어들었다.
어쩌면 기회를 엿보고 있는 걸 수도 있겠지만, 레이먼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차오르는 걸 외면할 수 없었다.
“저희와 거리를 두고 맴돌고 있어요.”
실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 또한 불안한 건 마찬가지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문득 든 생각이었다. 레이먼은 눈살을 찌푸린 채 주변으로 탐색 마법을 전개했으나, 수상한 기색은 전혀 읽지 못했다. 그래서 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든 정황이 경고를 해오고 있었으나,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굳게 입을 다문 채 전진할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품고 있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 * *
“황제 폐하께서 사라지셨다고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블리자드 후작은 난데없는 템페스트 후작의 보고에 경악했다.
에드리거 총독부에서 황제가 행방불명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라는 말인가?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템페스트 후작. 제대로 확인한 게 맞습니까?”
“로열 가드들을 동원하여 총독부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황제 폐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게슈타인 경과 데시아 경, 그리고 실비아 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지만……. 도대체 직속 호위들만 대동하시고 어디로 가신 건지…….”
템페스트 후작의 말에 블리자드 후작은 입술을 씹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전투의 흔적은 없었습니까? 사소한 거라도 상관없으니, 말해주시죠.”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전투의 흔적이나 마나의 잔재는 없었습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블리자드 후작.”
“그게 사실이라면 황제 폐하께서 공격을 받으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검성과 고위 마법사가 언제나 레이먼의 곁을 지키는 직속 호위로 있다.
그들을 상대하고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의 적이 서대륙에 존재할 리가 없다. 적어도 블리자드 후작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황제 폐하께서 독단으로 움직이신 것 같습니다.”
마침내 블리자드 후작이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블리자드 후작.”
“어떻게 하기는요……. 황제 폐하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공격받으신 건 아니라고 하지만 소수 인원으로 움직이다가 큰 화를 입으실 수도 있습니다.”
“로열 가드들을 소집하겠습니다.”
“황군의 카시야스 경에게도 소식을 전하세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수색에 나서야 합니다.”
블리자드 후작의 말에 템페스트 후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군의 카시야스에게 전령을 보내 황제의 행방불명 소식을 전했다.
“뭐라? 황제 폐하께서 실종되셨다고?”
블리자드 후작과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카시야스는 전령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받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지금 당장 에드리거 중심도시에 주둔 중인 모든 황군 병력을 소집하라! 비상사태다!”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