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5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58화
54장 수도 공방전(1)
“우리는 지휘부 좌익을 노린다!”
“황제 폐하 만세!”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함성과 함께 이단 추살군이 언데드 지휘부 좌측을 노렸다.
좌측을 지키는 언데드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실질적인 최종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데스나이트들과 듀라한 부대가 모두 레이먼과 그의 수하들을 상대로 교전 중인 상황이었다.
남은 언데드 병력은 강철로 무장했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스켈레톤 나이트 정도가 끝이었다.
그에 비해 이단 추살군은 황제교에서도 최정예로 평가받는 전투 부대였다.
특히나 언데드에게 치명적인 신성력까지 사용하는 이들이니, 그들이 작정하고서 좌익을 공격하자 스켈레톤 나이트 부대는 허무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스켈레톤 나이트 부대 전멸!”
“좌익이 무너졌습니다!”
로딘의 휘하 네크로맨서들이 외쳤다. 절망에 물든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로딘은 물러서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
“로딘 경!”
“더는 버틸 수 없습니다!”
네크로맨서들이 황급히 악령들을 불러 시간을 벌었지만, 그마저도 신성력을 사용하는 황제교 이단 추살군을 상대로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로딘 경! 제발!”
로딘의 옆을 지키고 있던 수하 네크로맨서가 발악하듯 외쳤다. 그 순간 날카로운 섬광이 번쩍였고, 수하 네크로맨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어서 머리를 잃은 몸뚱이도 힘없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옆에서 시끄럽게 재촉하던 네크로맨서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었다. 눈앞에서 즉결 처형하는 모습을 봤으니, 목숨이 아까운 줄 안다면 감히 퇴각을 재촉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는다.”
로딘이 차갑게 내뱉는 동안에서 리시버 주교의 이단 추살군은 좌익을 뚫고 코앞까지 접근했고, 레이먼의 앞을 막아섰던 검성급 데스나이트는 오른팔마저 잃고서 전신에 검과 창에 의해 도륙당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물러나자는 재촉을 할 수 없었다.
“저, 적이 지휘부에 진입했다!”
누군가 외쳤다. 네크로맨서들이 황급히 무기를 들어 올렸다. 몇몇은 스태프로 녹색의 마법진을 그렸고 일부는 사악한 저주가 깃든 검을 빼 들었다.
“사악한 악의 무리여. 정의로운 황권의 심판을 받을 지어다.”
리시버 주교가 섬뜩한 외형의 낫을 들어 올린 채 서서히 거리를 좁혔다. 어느새 이단 추살군의 집행관들이 로딘과 네크로맨서들을 포위했다.
“제, 제기랄!”
“로딘 경……. 이놈들 복장이 고대에 모습을 감췄다는 황제교의 이단 추살군과 동일합니다.”
“대체 어디서…….”
사방에 이단 추살군의 집행관들이 쫙 깔렸다.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였고 네크로맨서들이 동요했다. 오직 로딘 만이 침착한 호흡을 지키며 과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감히 지엄한 황권에 도전한 사악한 자들이다, 집행관들은 서둘러 저들의 목을 쳐라.”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만세!”
리시버 주교의 지시에 이단추살군의 집행관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행동에 나섰다. 광신의 칼날에 네크로맨서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크큭, 크하하하! 어서 오거라, 황제의 광신도들이여!”
로딘이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네크로맨서. 마법의 길을 걷게 되면서 마나 소드를 연성하지 못하는 몸이 되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수련해 온 검술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집행관들이 한 명씩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그들은 신성력이 깃든 검을 사용하는 숙련자들이었지만 로딘의 검술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으니, 결국 지켜보고 있던 리시버 주교가 앞으로 나섰다.
오른손에 거대한 낫을 든 채.
“황제 폐하 만세.”
리시버 주교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드는 순간, 그의 인영이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로딘이 기척을 느꼈을 땐 이미 뒤를 빼앗긴 직후였다.
“황권의 심판을 받으라!”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리시버 주교가 거대한 낫을 휘둘렀다. 로딘은 황급히 검을 회수하며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과 동시에 왼손의 스태프를 휘둘러 뼈의 장벽을 일으켰지만, 낫에 깃든 폭발적인 신성력이 휘몰아치면서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처참하게 분쇄했다.
“크, 크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잘린 팔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로딘이 왼팔을 잃은 것이다. 하필이면 스태프를 들고 있던 손이었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스태프는 기사의 검과 같은 존재였으니, 이제 그는 마법력의 일부를 잃었다.
“네노오오오옴!”
“황제 폐하 만세.”
“컥!”
냉정한 목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거대한 낫이 로딘의 목을 쳤다.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로, 밤의 집행관이라고 불리며 암약하는 이들 사이에서 공포로 군림했던 로딘의 최후치고는 허무했다.
* * *
“적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돌격하여 섬멸하라!”
크레이어 후작의 외침에 기사단이 적진을 향해 매서운 기세로 돌진했다. 국경 지역에서 로딘을 죽이고 그의 불사 군단을 전멸시켰다.
그 이후, 필리어스 제국군은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영토 깊숙이 전진하였고 펠킨스 백작령로 넘어가는 경계에서 헬링스 후작의 국경군과 교전을 시작했다.
헬링스 후작은 펠킨스 백작에서 지원군을 부탁했으나, 요청은 묵살되었다.
펠킨스 백작은 바보가 아니었으니, 루델 국왕이 필리어스 제국군과 함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었다.
결국 헬링스 후작의 군대는 지원군 없이 싸워야만 했고, 압도적인 수적 열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패전했다.
“항복하는 이들에게는 자비를 베풀도록.”
레이먼이 선언했고 전령들이 황명을 전파했다. 황제의 명령을 최우선적로 생각하는 필리어스 제국군답게 황명은 철저하게 지켜졌다.
검은 산맥의 금광에서 생산되는 황금 덕분에 물자는 풍요로웠으니, 포로의 수가 적지 않다고는 하지만 진군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필리어스 제국군은 영지 경계를 넘어 펠킨스 백작령에 진입했다. 하지만 펠킨스 백작의 영지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심도시로 이동하는 동안 그 어디에서도 펠킨스 백작가의 깃발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황제 폐하. 곧 펠킨스 백작령의 중심도시에 도착합니다.”
영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도시가 코앞이었다. 크레이어 후작의 보고에 레이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용병군에서 기병 일백을 뽑아 척후대를 추가 편성하여, 정찰 행동에 나서게.”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방심할 수는 없다. 펠킨스 백작령의 중심도시 근처에는 숲이 많은 지형인 만큼 매복의 존재를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레이먼은 용병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크레이어 후작에게 직접 척후대 운용에 신경 쓸 것을 지시했다.
기병 일백이 뽑혀 추가 척후대를 편성했다. 그들은 기존의 척후대와 합류하여 광범위한 정찰을 펼쳤다.
그리고 다음 날, 척후대는 의외의 소식을 가져왔다.
“중심도시에 하얀 깃발이 꽂혀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지휘부에 척후대의 책임 지휘관이 찾아와 차분한 음성으로 보고했다.
《망자들의 제국》 세계관에서 백기는 종교적인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항복’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함정이나 매복은?”
크레이어 후작의 물음에 척후대 책임 지휘관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7개 척후조를 운용하여 일대를 철저하게 수색했지만, 전혀 없었습니다. 매복이나 함정은 전무합니다.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그것도 그럴 게 단순히 7개 척후조를 운용했을 뿐만 아니라, 정말 철저하게 이중삼중으로 재확인 작업까지 거쳤기 때문에 그만큼 결과에 강한 확신을 드러낸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우선은 중심도시까지 진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휘관들이 서로의 의견을 내놓았다. 논의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침묵을 지키고 있던 레이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무 어렵게들 생각할 필요 없네. 우리가 루델 국왕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을 국경군으로부터 전해 듣고 앞서 행동하는 게 분명하네. 그리고 매복과 함정이 없는 것 또한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건 백기를 꽂은 중심도시까지 진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레이먼의 말에 지휘관들은 납득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필리어스 제국군은 태세를 정비한 뒤, 곧바로 펠킨스 백작령 중심도시로 향했다.
“정말 백기가 올라와 있어요!”
실비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적지 않게 놀란 것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녀의 말대로 펠킨스 중심도시의 높은 탑의 꼭대기마다 백작가와 영지를 상징하는 깃발 대신 새하얀 백기가 꽂혀 있다.
“중심도시 성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선두! 대응 준비!”
게슈타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지휘관들이 마나를 담아 외치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백기를 올려두고 기마 돌격을 감행하는 미친놈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두 진영의 병력은 긴장한 채 중심도시 성문을 응시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성문 밖으로 나온 이들은 백기를 든 사절단이었다.
펠킨스 백작의 깃발도 보였다. 호위라고는 가볍게 무장한 소수의 기사밖에 없었다.
그들은 백기를 흔들며 싸울 의사가 없다는 걸 몇 번이나 강조한 뒤에서야 말을 타고 천천히 거리를 좁혀 왔다.
“어찌할까요?”
어느 지휘관이 레이먼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군에 지시하여 길을 열라고 하게. 내가 직접 만나봐야 할 것 같군.”
방진이 열렸다. 사절단이 필리어스 제국군 진영 깊숙이 들어왔다. 레이먼은 직접 그들과 만났다.
“펠킨스 백작인가?”
“예,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사절단 중앙에 서 있던 금발의 중년 남성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대답했다. 펠킨스 백작이었다.
“국왕 폐하께서 무사하시다는 것만 확인시켜주신다면 저희는 항복할 것입니다.”
예상대로였다. 아무래도 펠킨스 백작은 국경에서 루델 국왕이 잠시 출현했었다는 것을 어떤 정보망을 이용해 들은 모양이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기 때문에 레이먼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열 가드에게 일러 루델 국왕을 불러오도록 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펠킨스 백작과 그의 휘하 사절단만이 긴장한 표정으로 루델 국왕을 기다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루델 국왕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국왕 폐하!”
긴장하고 있던 펠킨스 백작이 활기를 찾았다. 사절단을 이루고 있는 이들의 표정 역시도 밝아졌다.
“괜찮으신 겁니까?”
“나는 아무 문제 없네, 펠킨스 백작.”
펠킨스 백작의 물음에 루델 국왕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국왕 폐하.”
조금 지쳐 보이기는 하지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루델 국왕의 모습에 펠킨스 백작은 안도했다.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할 차례지? 펠킨스 백작.”
레이먼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자 펠킨스 백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펠킨스 백작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공식적으로 항복을 선언했고, 필리어스 제국군은 펠킨스 백작령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사실 펠킨스 백작은 루델 국왕을 직접 보호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나, 레이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부분은 펠킨스 백작으로서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펠킨스 백작의 공식적인 항복 선언 이후로,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영주들이 앞다투어 항복하기 시작했다.
로악 백작이 두 번째를 시작하고 난 직후, 그 과정은 가속화되었다.
종말 협회가 수도를 장악했다고는 하지만 인근 영주들한테까지 마수를 뻗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항복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황제 폐하. 이제 곧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 중심도시입니다.”
수도에 진입하고 얼마나 쉬지 않고 달렸을까? 카시야스가 수도 중심도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그 보고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멀리 수도 중심도시의 윤곽이 보였다.
날씨 탓에 희미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수도 중심도시의 모습에 레이먼은 작게 감탄했다. 마법 문명이 발달한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중심부다운 모습이었다.
“바로 포위하고 공격합니까?”
“아니, 우선은 루델 국왕을 앞에 내보내서 항복 권고를 할 생각이다.”
크레이어 후작의 물음에 레이먼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종말 협회가 장악하고 있는 곳입니다. 항복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국경에서 그랬던 것처럼 병사들의 사기를 뒤흔들 수는 있을 것이다.”
“황명에 따르겠습니다.”
짧은 상의 끝에 필리어스 제국군의 행보가 결정되었다. 수도 중심도시에 대한 포위가 시작되었다.
포위망이 완성된 직후, 루델 국왕이 앞으로 나서서 항복을 권고했다. 크레이어 후작의 예상대로 큰 효과는 없었지만, 레이먼이 보기에 수도를 지키고 있는 방벽에 미약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분명했다.
“계획대로야.”
성벽 위의 병사들의 복잡한 표정을 보며 레이먼은 조용히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