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59)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59화
54장 수도 공방전(2)
최상급 이상의 직위를 가진 지휘관들이 수도방위군 사령부로 집결했다.
희의장으로 들어서는 지휘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방위군의 숫자는 3만이었다.
황급히 징집한 시민병들을 포함해도 4만 명에 불과했는데, 중심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필리어스 제국의 군세는 10만을 가볍게 넘기는 숫자였다.
본래 이 정도로 많은 숫자는 아니었는데, 증원군이 합류하면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너무 많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적들의 수가 얼마나 많다는 겁니까?”
“최소 15만 명입니다!”
“뭐라고? 대체 필리어스 제국군의 전력이 10만 명이라고 보고한 정찰대 책임 지휘관은 누구인가?”
“아무래도 국경 후방에서 대기 중이던 제국군 병력이 추가로 합류한 모양입니다.”
회의장에 모인 지휘관들이 굳은 얼굴로 어두운 말들을 쏟아냈다. 수도방위군 사령관이 아직 도착하기 전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한창 그런 부정적인 말들이 오가고 있을 때였다.
“수도방위 사령관이십니다!”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수도방위 사령관, 레이켈란 백작이 휘하의 참모들과 함께 회의장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며 패전을 이야기하고 있던 지휘관들이 일시에 입을 다물고 긴장한 표정으로 레이켈란 백작의 눈치를 살폈다.
수도방위군 사령관, 레이켈란 백작은 회의장에 모인 지휘관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었다. 조금 전까지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대충 다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 시선을 받은 지휘관들은 좀처럼 경직된 근육을 풀지 못했다.
“어찌 귀관들은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패전부터 이야기하는가?”
레이켈란 백작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날카로운 질책에 회의장에 집결한 지휘관들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아니, 반드시 이길 것이다.”
레이켈란 백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지휘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하지만 사령관님. 필리어스 제국의 군세가 너무 강대합니다. 그 수가 저희의 4배를 넘고 있으니, 승전을 장담할 수 없는 걸 넘어서 패전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 않겠습니까?”
중년의 고위 지휘관 한 명이 레이켈란 백작의 긍정론을 견디지 못하고 직설했다.
그 순간, 레이켈란 백작의 시선이 직설적인 발언을 한 고위 지휘관에게 닿았다. 그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눈빛과 마주한 중년의 고위 지휘관은 흠칫 몸을 떨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는 황급히 사죄했지만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레이켈란 백작의 옆을 지키고 있던 검은 의복의 남자가 나섰으니까.
검은 의복의 남자는 중년의 고위 지휘관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고는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크아악!”
날카로운 칼날이 빛난 순간,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고위 지휘관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힘없이 쓰러졌다.
“뭐, 뭐야!”
“이게 대체…….”
회의장에 모인 지휘관들은 갑작스러운 살생에 동요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레이켈란 백작이 입을 열었다.
“전시에 이적 행위는 즉결 처형이다.”
“옳소!”
“정의로운 심판이었습니다!”
레이켈란 백작에게 동조하는 이들은 모두 베리스의 휘하였다. 베리스의 뜻대로 모든 행동을 취하는 ‘인형’은 아니었지만, 간접적인 세뇌의 영향을 받은 자들이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종말 협회와 ‘인형’들을 지원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동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조금 전 잔혹한 처형이 있었음에도 적지 않은 고위 지휘관들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니, 다른 이들은 불만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패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령관님……. 전력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또 다른 고위 지휘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레이켈란 백작은 그를 쓰윽 훑어보더니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병력이 부족하면 추가로 징집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시민병을 2만 명 정도 더 징집하도록 하게.”
레이켈란 백작의 말에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던 고위 지휘관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성벽 너머에서 수도 중심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필리어스 제국군은 대부분이 훈련받은 정예들이다.
시민병 2만을 추가 징집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을 조금 더 벌 수는 있겠지만 그마저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대체 수도방위사령관께서는 무슨 생각이라는 말인가?’
‘무언가가 사령관께서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시는 걸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
회의장에 모인 지휘관들이 공통된 생각이었다. 레이켈란 백작 또한 회의장 안에 흐르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었으나, 외면하고서 벽에 붙어 있는 군사 지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부터 각 부대는 내가 지시하는 배치에 따른다. 이의는 받지 않을 테니, 무조건 지시받은 위치를 사수하라.”
배치가 시작되었다. 간접적으로라도 베리스의 세뇌 영향을 받은 지휘관의 부대는 무조건 왕성과 내성 쪽에 배치되었고, 세뇌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지 않은 이들은 무조건 외성의 성벽 등의 최전방으로 부대를 이끌고 나가야만 했다.
* * *
“성벽 위의 움직임이 활발하군요. 항복할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크레이어 후작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하며 눈에 대고 있던 망원경을 거두었다.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중앙정보국과 하이펠 특무국에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수도 중심도시는 그야말로 종말 협회의 손아귀에 넘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항복의 가능성은 배제하는 게 좋을 것이야.”
“황제 폐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크레이어 후작이 동조했다. 이윽고, 레이먼의 시선은 복잡한 얼굴로 옆에 서 있는 루델 국왕에게 향했다.
“저들이 강력하게 저항한다면 수도 중심도시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이네.”
“그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황제 폐하. 해방을 위해서라면 제이스트 마도 왕국은 그 어떤 희생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피가 새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씹으며 대답하는 루델 국왕이었다. 그의 눈동자에 인크리드 후작의 최후가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으니, 증오의 불꽃이 세차게 타오르고 있을 시기였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델 국왕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 그의 깊은 증오로 인해 수도 공방전을 치를 때에 있어서 귀찮은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으니, 필리어스 제국군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종말 협회에 대한 깊은 증오가 각인되어 있으니, 적어도 공방전으로 인해 수도 중심도시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루델 국왕이 먼저 손해를 청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필리어스 제국군 입장에서는 마음 편히 싸울 수 있는 전장을 확보한 셈이다.
“그 말, 나중에도 잊지 않기를 바라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황제 폐하.”
루델 국왕이 다시 한번 확언했고 레이먼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며칠 안에 공격이 시작될 것이네. 그전에 충분히 마음을 정리하고 있게나.”
“황제 폐하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종말 협회에 대한 증오가 깊다고는 하지만 루델 국왕은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국왕이었고, 지금 필리어스 제국군은 수도 중심도시를 공격할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해방을 위한 토벌전이라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의 백성들이 희생당하는 건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루델 국왕의 심경도 많이 복잡할 것이다.
루델 국왕과 크레이어 후작 등이 물러나고 레이먼 또한 지휘부에서 본인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곧 있을 전투를 앞두고 심신을 정돈하고 있을 때였다. 필리어스 중앙정보국의 수장, 포타스 백작이 레이먼의 천막에 방문했다.
“황제 폐하. 현재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에 체류 중인 종말 협회 고위 간부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확실한 정보인가?”
포타스 백작의 말에 레이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필리어스 중앙정보국이나 하이펠 특무국을 무시해서 이런 반응을 보인 게 아니었다.
종말 협회에서도 고위 간부들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다뤄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보를 입수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 우리 중앙정보국에서 처음 입수를 하고 하이펠 특무국을 통해서 진위를 거듭 확인한 정보입니다. 적어도 저는 이게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포타스 백작의 목소리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말해보게.”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촉하자 포타스 백작은 중앙정보국이 입수하고 하이펠 특무국이 진위를 확인해 준,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 중심도시에 체류 중인 고위 간부들에 대한 정보를 보고했다.
5분간의 짧은 보고가 끝났을 때 레이먼의 두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나쁘지 않군. 생각보다 세부적인 정보라서 놀랐다네.”
“이번에 저희가 조사한 베리스와 아브가드 같은 경우에는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 중심도시를 장악하느라 무리하게 움직였던 시기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다른 종말 협회 고위 간부들과는 달리 신변이 많이 노출되어서 정보를 입수하기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온갖 겸손의 이유를 다 갖다 붙였지만, 그동안 종말 협회와 싸워왔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정보를 흘리지 않는지 알고 있는 레이먼은 이번에 중앙정보국의 성과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수고했다, 포타스 백작. 중앙정보국에는 내 따로 말해서 충분한 포상을 내리겠다.”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포타스 백작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레이먼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저들에 대한 정보를 이 정도 알고 있으면 배후를 치거나 함정을 파는 것 또한 가능하겠군.”
“쉽지는 않겠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습니다.”
“정보가 사실이라면 외성보다 내성 안쪽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을 것이야. 아군의 피해를 줄이려면 저들의 머리를 먼저 칠 필요가 있다네.”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 중심도시는 종말 협회가 장악하고 있다. 다만, 베리스의 세뇌 능력 또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도방위군 병력 전체를 ‘인형’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내성의 귀족들과 수도방위사령부의 고위층 인사들을 ‘인형’으로 만들고 중간급 정도의 지휘관들에게 간접적인 세뇌, 즉 암시를 걸어두는 것이었다.
애초에 하급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세뇌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그러니 수뇌부를 쳐서 베리스를 척살하고 내성의 귀족들과 수도방위사령부의 고위층 인사들을 제압한다면, 주 병력을 이루는 하급 지휘관들과 병사들은 망설임 없이 항복할 확률이 높았다.
“제게 이틀의 시간만 주시지요. 확실한 작전을 계획해 오겠습니다.”
공성전 준비는 늦어도 내일 아침이면 끝난다. 그 사실을 정보기관의 수장인 포타스 백작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 말하는 것은 공성전을 하루 정도 미뤄 달라는 것과 동일했다.
“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작전을 구상해 올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타스 백작이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필리어스 제국군이 공성전 준비를 끝내고 대기하고 있을 때, 포타스 백작이 찾아왔다.
이틀이 걸릴 것이라 말했지만 하루 만에 찾아온 것이었다. 혹여, 계획의 불확실성을 설명하거나 포기하겠단 말을 하러 온 게 아닐까 싶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포타스 백작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본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예상보다 빨리 왔군.”
레이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단편적인 부분조차 듣지 못했지만, 꽤 그럴싸한 계획을 가져왔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 포타스 백작의 몸에서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계획이 예상보다 빨리 완성된 덕분이지요.”
“들어볼 수 있겠나?”
“우선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어제 루델 국왕을 통해 비밀통로의 존재에 대해 들었습니다. 그분은 비밀통로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제가 중앙정보국의 요원을 보내 조사해 본 결과, 비밀통로는 실존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왕실에서는 지금까지 그걸 몰랐다는 말인가?”
비밀통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탈출 작전 당시에 인크리드 후작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희도 하이펠 특무국에서 추가로 제공한 정보와 루델 국왕의 증언이 없었더라면 찾지 못했을 겁니다.”
포타스 백작 또한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비밀통로의 넓이는 어느 정도인가?”
“대군의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들키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소모한다면 적지 않은 인원을 왕성 안으로 침투시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쁘지 않군. 최정예 병력을 먼저 투입해서 주변을 장악하고 진지를 확보한 다음, 점차 후속 병력을 불러들이면 되겠어.”
“설마 그 최정예 병력에 황제 폐하께서도 포함되어 계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포타스 백작의 날카로운 질문에 레이먼은 대답 대신 씨익 웃었다. 뒤에 시립해 있던 데시아는 짧은 한숨을 내뱉었고 게슈타인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포타스 백작 또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고집 센 황제를 막을 여력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 그저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