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6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60화
54장 수도 공방전(3)
레이먼의 계획은 간단했다. 본인이 로열 가드, 그리고 쉐이드들을 이끌고 가장 먼저 비밀통로를 통해 왕성에 침투한다.
그리고 주위를 장악하고 방진을 구축한 다음, 이단 추살군 집행관들과 황군 기사들로 구성된 정예 후속 병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물론 이 계획이 블리자드 후작의 귀에 들어갔을 때 로열 가드는 난리가 났다.
당연히 블리자드 후작은 템페스트 후작과 합심하여 레이먼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1차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어찌 해야 합니까? 블리자드 후작.”
템페스트 후작이 물었다. 사실상 로열가드를 이끄는 둘이 합심하여 설득을 시도했지만 통하지 않았으니, 이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였다.
블리자드 후작은 짧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청탑주께 설득을 부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은 황제 폐하와 가까운 사이니까요.”
여러 사정이 있기는 했지만, 레이먼이 5황자였던 시절에 가장 먼저 지지를 선언했던 이가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레이먼과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고집 센 황제에게 그나마 설득을 시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기도 했다.
결국 로열 가드의 블리자드 후작과 템페스트 후작은 청탑주 리세필드 디올을 찾아가 황제의 설득을 부탁했다.
“알겠네. 내가 한번 힘써보겠네.”
리세필드가 나섰다. 하지만 그 또한 황제를 찾아가 설득을 시도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진정 레이먼이 단호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그의 결단을 번복하게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리세필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황제 폐하…….”
천막의 문이 열리고 리세필드가 레이먼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노인장까지 나를 설득하러 온 건가? 그렇다면 배후는 로열 가드가 분명하겠군.”
“화, 황제 폐하……. 그것은…….”
레이먼의 말에 리세필드가 크게 당황했다. 황제에게 거짓을 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리자드 후작과 템페스트 후작의 요청을 쉽게 발설하기도 곤란했기 때문에 그저 땀을 뻘뻘 흘리며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블리자드 후작이나 템페스트 후작이 비밀리에 부탁한 게 분명하군.”
사실은 두 후작이 한꺼번에 찾아와 부탁한 거였지만 리세필드는 말을 아꼈다.
감히 황제에게 거짓을 고해서는 안 되겠지만, 나서서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분명히 말해두겠네, 노인장. 나는 이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네.”
“아이고, 황제 폐하…….”
단호한 확언에 리세필드는 혼이 빠진 얼굴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레이먼이 5황자였던 시절부터 그를 곁에서 보좌해 온 이가 리세필드다. 그로 인해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고, 레이먼의 성격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저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마음을 돌리기에는 너무 늦었군.’
리세필드는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레이먼이 저리 단호하게 말할 정도면 설득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봐야 한다.
황제를 설득해 달라, 블리자드 후작과 템페스트 후작으로부터 그렇게 부탁받았지만, 리세필드는 더 이상은 헛수고라고 판단하고 일찍이 포기했다.
“더 이상 만류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무사히 돌아오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말게나.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레이먼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통로를 이용한다고는 하지만 적진의 중심부로 침투하는 것이다.
위험이 부담될 수밖에 없는 작전이었고 변수가 작용할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레이먼은 그 모든 위험을 박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포타스 백작이 가져온 정보에 의하면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 중심도시에 체류 중인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는 2명이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인 허무의 인형사는 전투 능력이 거의 없는 비전투 계열이라고 하였으니, 실질적으로 상대해야 할 고위 간부는 그의 호위인 아브가드가 전부였다.
레이먼은 본인 스스로의 경지도 낮지 않았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호위들이 곁에 있으니 수도 중심도시에서의 위협은 모조리 분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술이나 한잔하고 있게나. 전장에서의 음주는 자제해야 하지만 내 특별히 이번만은 눈감아주도록 하지.”
“거참, 감사합니다.”
투덜거리는 리세필드를 보며 레이먼은 씨익 웃어 보였다. 가벼운 투정 정도는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였다.
* * *
청탑주까지 동원했지만 로열 가드는 결국 레이먼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들은 황제의 최측근 호위를 맡고 있는 게슈타인과 데시아에게도 레이먼의 설득을 부탁했으나, 통할 리가 없었다.
두 사람 역시 이번 작전에 우려를 표하고 있기는 했지만, 레이먼이 직접 내린 결정이었으니 자신들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황제 폐하. 때가 되었습니다.”
자정을 넘은 시각. 포타스 백작이 찾아왔다. 은밀하게 행동하기 위해 검은 가죽 갑옷을 갖춰 입은 레이먼이 개인 천막에서 나왔다.
대기하고 있던 로열 가드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블리자드 후작이 대열에서 나와 한 걸음 다가왔다.
“로열 가드, 전원이 출진 준비를 끝냈습니다.”
“좋아, 바로 이동한다.”
“예, 황제 폐하.”
로열 가드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은 곧바로 비밀통로가 있는 곳으로 은밀하게 이동했다.
선발대는 레이먼과 근접 호위 둘, 그리고 로열 가드들과 쉐이드들이었다. 그리고 광역 은신 마법의 사용을 위해서 리시버 주교가 동행했다.
비밀통로는 생각보다 넓었다. 로열 가드와 쉐이드의 수가 적지 않음에도 대열을 이뤄서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곧 비밀통로가 끝날 겁니다.”
안내를 위해 동행한 포타스 백작이 굳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레이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포타스 백작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밀통로의 끝이 보였다.
비밀통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기척이 여럿 느껴졌다. 아무래도 순찰하는 무장 병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쉐이드. 가서 적들을 제압하라.”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레이먼은 바깥을 은밀하게 장악하기 위해 암살에 특화된 쉐이드들을 먼저 내보냈다. 20여 명의 쉐이드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비밀통로에서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은 순간, 그들의 시선은 이미 근처의 무장 병력의 숫자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순찰병들의 머리 위에서 꺼내든 날카로운 암기를 사방에 흩뿌렸다.
여기저기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숙련된 이들의 암살에는 작은 비명조차 새어 나오지 않았다.
순찰병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쉐이드들 중 한 명이 비밀통로를 향해 손짓했다.
수신호를 마냥 기다리고 있던 레이먼과 그 호위들이 어두운 공터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을 장악했나?”
“예, 황제 폐하. 하지만 교대 시간이 되면 순찰대가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겁니다.”
레이먼의 물음에 쉐이드 조장이 대답했다. 교대를 위한 다음 순찰대가 이곳에 도착할 때가지 1시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최대한 많은 병력이 비밀 통로를 이용하여 이곳으로 넘어와야 한다.
“1시간 동안 얼마나 넘어올 수 있을 것 같나?”
“비밀통로가 넓다고는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군 병력이 이동하기에 용이할 정도는 아닙니다. 1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이백에서 삼백 정도가 넘어올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기도나 해야겠군.”
포타스 백작의 대답에 레이먼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술을 씹었다. 1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포타스 백작의 예상대로 300명에 가까운 수의 병력이 비밀통로를 통해 왕성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1시간이 채워진 순간 경종이 울렸다.
교대를 해야 하는데 순찰대와 연락이 닿지 않자 황급히 경종을 울린 모양이었다. 평시였다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이 전시라는 게 문제였다.
조금만 수상한 낌새가 있어도 경종이 울릴 만한 시기였다.
“황제 폐하. 곧 적들이 몰려올 겁니다.”
차원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포타스 백작이 조용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는 조금 전에 잠시 황제의 곁을 떠나 주변을 정찰하고 온 직후였다.
“왕성 주둔 기병대가 가장 먼저 행동했습니다. 후열에는 왕실 기사단과 왕립 마법사단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결국, 왕립 마법사단도 잡아 먹혔나 보군.”
레이먼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포타스 백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본래 종말 협회의 장악이 진행 중이던 집단이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인크리드 후작이 전사하는 것으로 인해서 그 속도에 가속이 붙어 결국 지금에서는 완전히 넘어간 듯합니다.”
대화가 길어지지는 않았다.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절도 있거나 규칙적인 말발굽 소리가 아니다. 전력을 다해 이곳으로 달려오는 소리다.
“위치가 간파당한 것 같다! 총원 전투태세!”
카시야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자 황군 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리시버 주교 또한 이단 추살군의 집행관들을 통솔하여 전투태세를 갖췄다.
“황제 폐하.”
“왜 그러나, 데시아?”
“이미 들켰는데 광역 마법 써도 되겠죠?”
“큰 거로 한 방 부탁하지.”
레이먼의 말에 데시아는 씨익 웃으며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허공에 대고 크게 원을 그리자 커다란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마법진이 푸른빛을 내뿜자 하늘에서 선명한 청색의 번개가 왕국군 기병대를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앙!
폭음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기병들이 무너지듯 쓰러졌다. 고위 마법이 적중한 중심부는 육신이 터진 시체가 한가득하였다.
“대, 대체 무슨……!”
“이 정도 위력의 마법은……! 고위 마법사가 분명하다!”
“적진에 고위 마법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격에 오백 기가 넘는 기병 중 절반이 목숨을 잃었다. 의기양양하게 돌진해 오던 왕국군 기병대는 그 기세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속력을 유지하라! 이대로 단숨에 돌파한다!”
왕국군 기병대 지휘관이 외쳤다. 본래의 기세를 잃었다고는 하지만 왕성에 주둔하는 정예들답게 금세 수습하고서 돌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건 필리어스 제국에서도 가장 정예로 이름 높은 황군의 기사들과, 황제의 적에게 역사상 가장 잔혹했던 황제교 이단 추살군의 집행관들이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예상대로의 결과였다. 왕국군 기병대는 황군 기사들의 방진을 뚫지 못하고 나자빠졌다.
선두 전열이 무너지자 황군 기사들의 머리 위로 이단 추살군의 집행관들이 날아올랐다. 그들이 팔을 휘두르자 날카로운 암기가 비처럼 쏟아졌다.
“커헉!”
피분수가 솟구쳤다. 레이먼이 두 눈을 감았다가 뜨니, 어느새 멀쩡하게 군용마를 타고 있는 기병들의 숫자는 서른이 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퇴, 퇴각…… 퇴각하라!”
서른으로 수백의 군세를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 전사한 책임 지휘관을 대신하여, 기병대의 상급 지휘관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
그 명령은 하사관들을 통해 순식간에 서른 명에게 전파되었고, 기병대는 말 머리를 돌렸다.
“추격합니까?”
“곧 2차 공격이 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여기서 전열을 가다듬는다.”
부관의 물음에 카시야스가 대답했다. 지금 저들을 추격하는 것보다 여기서 방진을 더욱 튼튼하게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2차 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후발 공격대가 도착했다. 실비아가 그들의 접근을 목소리 높여 알리며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커헉!”
바람의 정령이 깃든 화살이 왕립 마법사단 간부의 목을 꿰뚫자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고꾸라졌다.
그는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였지만 방어 마법을 펼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저격이다!”
“방어 마법을 펼쳐라!”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영창했다. 그들의 앞에 거대한 실드가 만들어졌고, 전진하는 보병들의 머리 위에도 커다란 실드가 생성되어 그들을 보호했다.
“전진하라!”
하사관들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기사들이 앞에서 검을 든 채 서슬 퍼런 기세를 풍기며 전진했고 바로 뒤에서 창을 든 보병들이 뒤따랐다.
“적들이 몰려온다! 충격에 대비하라!”
처음 교전을 벌였던 기병대와는 숫자부터 남달랐다. 왕성 수비대와 왕실 기사단, 그리고 왕립 마법사단까지 더해진 저들의 숫자는 이천을 우습게 넘기고 있었고, 모두 상대하기 쉽지 않은 정예 병력이었다.
“내가 앞으로 가겠다! 로열 가드는 나를 따르라!”
레이먼이 순백의 광휘를 흩뿌리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로열 가드들이 황급히 뒤따라 나섰다.
“황제 폐하를 호위하라!”
“황가의 방패는 전진하라!”
로열 가드들이 황금빛 제복을 감추고 있던 검은 망토를 벗어 던졌다. 전장에 황가의 방패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