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65)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65화
55장 미친 마도학자(3)
레거시 남작과 142번 부대의 마도학자 50명이 고대로부터 시작된 긴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이 동면 중이던 유리관은 지금까지 레이먼이 목격한 제국 재건 계획의 시설 중에 가장 우수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레이먼은 당시 뛰어난 마도학 기술을 가지고 있던 미치광이 레거시 남작이 직접 자신들이 동면하게 될 시설을 중점적으로 점검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아주 우수한 시설에서 동면했기에, 레거시 남작과 휘하 142번 부대원들은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정신을 차리는 속도가 제국 재건 계획의 다른 동면자들과 비교했을 때 빠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동면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레거시 남작은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멀쩡한 모습으로 총독성의 황제 집무실을 방문했다.
“142번 부대의 책임 지휘관, 레거시 남작입니다. 황제 폐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레거시 남작은 황제의 집무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로열 가드들에게 자신의 신분과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그의 방문에 대해서는 언질을 받은 게 있기 때문에, 로열 가드들은 최소한의 검문을 진행한 후 길을 열어 주었다.
로열 가드 한 명이 집무실 문에 대고 짧은 노크와 함께 레거시 남작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안에 알렸다.
이윽고 문이 열렸고 레거시 남작은 다소 긴장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레거시 남작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했다.
정갈한 붉은 제복을 갖춰 입고 금테 안경까지 쓴 그의 모습은 미치광이 마도학자라기보다는 깔끔한 인상의 군인이나 학자 같았다.
“적당한 시간을 맞춰서 왔군.”
마침 간단하게 식사가 끝이 나고 있던 찰나였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까지 총 3개의 왕국을 점령하고 총독부를 설치했으며, 리스본 해상 왕국과 전쟁까지 터진 상황이라 레이먼에게 부담되는 업무의 양도 매우 많아져서 최근에는 집무실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레이먼은 분주하게 움직이던 포크와 나이프를 멈추고 냅킨으로 입술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레거시 남작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레거시 남작. 몸은 좀 어떤가?”
“문제없습니다, 황제 폐하. 지금 당장이라도 필리어스 제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마도학 연구 전선에 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레거시 남작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지금 그는 긴 동면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안색이 좋았고 눈동자도 맑았다.
처음 동면에서 깨어났을 때 보인 흐트러지고 광적인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지금은 일반적인 미치광이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고 성실한 학자처럼 차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망자들의 제국》 세계관 설정을 알고 있는 레이먼은, 레거시 남작이 평범한 모습 뒤에 숨기고 있는 광기를 알고 있다.
“당장 연구 전선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할 정도면 많이 회복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명만 내리신다면 무너진 마도공학부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레거시 남작. 자네가 먼저 해줘야 할 일이 있다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황제 폐하.”
“로열 하트가 잠들어 있는 위치와 그곳의 입구를 여는 방법을 알고 있지?”
로열 하트.
고대 시대에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 직속의 거대 비공정으로 실질적으로는 황군이 운용했었다.
레이먼은 로열하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 위치와 입구를 여는 술식은 알지 못했다.
《망자들의 제국》 세계관 설정 속에서는 그 위치와 봉인 해제 술식을 아는 이가 오직 미치광이 마도학자, 레거시 남작뿐이라고 서술되어 있었다.
레이먼의 물음에 레거시 남작이 유지하고 있던 가면이 깨졌다. 그는 광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로열하트……. 어디에 있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대답과 함께 씨익 웃어 보이는 레거시 남작. 그 모습에 레이먼은 자신이 짐작했던 장소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총독성 지하인가……?”
왕성의 지하에는 ‘뭔가’가 잠들어 있다는 건 판타지 소설의 전형적인 클리셰 중에 하나였다.
“예, 황제 폐하. 이곳 지하에 로열 하트가 잠들어 있습니다.”
《망자들의 제국》 또한 판타지 소설의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레거시 남작의 대답에 레이먼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
“안내하게나.”
“지금 로열 하트를 깨우실 예정이십니까?”
레거시 남작의 물음에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북부 중앙군이 국경을 넘었지만, 리스본 해상 왕국의 군대가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어서 아군의 피해가 적지 않아. 최대한 빨리 로열 하트를 깨워야 한다.”
“로열 하트와 비공정 함대로 단숨에 수도 중심도시를 공격할 계획이시군요.”
“물론이다, 레거시 남작. 비공정 함대만으로는 어림없겠지만 로열 하트가 합류한다면 달라지겠지. 로열 하트에는 마동포도 남아있을 테니까.”
마동포.
마도 문명이 가장 찬란했던 고대 시대의 최종 병기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마법 술식이 각인된 대포로 강력한 화력의 마법을 발사할 수 있으나, 제작과 보수에 높은 수준의 마도 기술력을 요구했다. 그 때문에 고대 시대 이후로는 제이스트 마도 왕국조차 재현하지 못했다.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블리자드 후작에게 로열 가드를 준비하라 이르겠네.”
“알겠습니다. 로열 가드가 준비될 동안 저는 봉인 해제를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한 마도학 장비를 준비해도 되겠습니까?”
레이먼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레거시 남작은 특유의 광기 어린 웃음을 슬며시 흘리며 집무실을 떠났다.
“알폰스 백작.”
“예, 황제 폐하.”
“블리자드 후작을 호출하게나. 위험한 곳에 가는 건 아니니, 로열 가드 스무 명 정도만 준비하면 될 것 같다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이윽고 호출을 받은 블리자드 후작과 로열 가드들이 집결했다. 그 직후, 레거시 남작 또한 준비를 끝내고 달려왔다.
“장비는 제대로 챙겼나?”
“예, 황제 폐하. 다행히 동면 동안 마도학 장비들의 보존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겠더군요. 이걸로 봉인 술식을 해제하는 시간이 많이 단축될 것입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레이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바로 출발하지.”
“예, 황제 폐하.”
레거시 남작이 대답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고, 레이먼과 그의 수행원들이 뒤따랐다.
지하로 향하는 길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복잡한 비밀 통로에 각종 은폐 술식으로 숨겨져 있었지만, 레거시 남작은 길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폐 술식의 해제에도 능했기에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특이하게도 계단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공동이었다. 레거시 남작은 이게 술식을 주입하면 공동이 있는 공간이 통째로 지하를 향해 내려가는 마도공학적 기계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술식을 주입하자 공동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이내 작은 충격과 함께 이동이 끝나고 공동의 끝에 위치한 철문이 좌우로 열렸다.
“황제 폐하……. 로열 하트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다소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뜨고 흥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대 시대를 호령했던 필리어스 제국이 자랑하는 거대 비공정을 깨울 순간이 코앞이었으니까.
“앞장서게, 레거시 남작.”
“예, 황제 폐하.”
레이먼의 말에 레거시 남작이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공간의 중앙에 거인이나 쓸 법한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 안에 ‘로열 하트’가 잠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금 예상하셨겠지만, 저 ‘함’ 안에 ‘로열 하트’가 잠들어 있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설명했다. 예상대로였기에 레이먼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해제를 시작하게나.”
“예, 황제 폐하.”
레이먼의 지시에 레거시 남작이 즉각 마도학 장비들을 준비하고 봉인 술식 해제 작업에 돌입했다.
마법진이 그려진 스크롤이 여럿 펼쳐졌다. 레거시 남작은 스크롤에 마나를 주입하는 것과 동시에, 허공에 해제 술식이 그려진 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진들을 통해 정제된 마나가 ‘함’에 각인된 봉인 술식에 스며들었다.
“얼마나 걸릴 것 같나?”
“확답하기는 힘들지만, 최소 3시간은 걸릴 것 같습니다.”
레거시 남작은 3시간을 말했지만 ‘함’의 봉인을 해제하는 데 정확히 2시간이 걸렸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그가 다시 한번 마나를 주입하자 ‘함’이 열리면서 지독한 냉기를 토해냈다.
로열 가드들이 앞으로 나서서 완성한 실드가 냉기로부터 황제를 보호했다. 냉기가 다 빠져나오자 ‘함’의 내부가 드러났다.
“이게…… ‘로열 하트’…….”
로열 가드 중 한 명이 넋이 나간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열린 ‘함’ 안에 잠들어 있던 ‘로열 하트’의 모습은 웅장하고 위대했으니까.
거대한 선체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망자들의 제국》 세계관 설정대로라면 선체를 이루고 있는 건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특수황금이다.
“이게 로열 하트…….”
레이먼 또한 설정집에서나 봤던 ‘로열 하트’를 실제로 목도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레거시 남작의 옆으로 다가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승선할 수 있나?”
“정밀 점검이 필요하겠지만 승선과 이륙 정도는 가능합니다.”
“좋아, 로열 하트를 타고 나가도록 하지.”
다소 들뜬 듯한 목소리로 레이먼이 말했다. 레거시 남작이 술식을 조작하자 로열 하트에서 다리가 내려왔다.
레이먼과 레거시 남작, 그리고 로열 가드를 포함한 수행원들이 로열하트에 승선했다.
“함교로 안내하겠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로열 하트’의 설계 작업에 참여한 마도학자였기 때문에 내부 구조를 잘 알았다.
황제가 ‘친정’할 때 탑승했다는 비공정답게 함교도 화려했다. 모두가 승선을 완료하자 로열 하트 위의 천장이 열렸다.
열린 천장으로 어두운 밤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로열 하트’가 이륙했다.
밤은 깊었고 어둠이 지배하고 있는 하늘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황금색의 로열 하트는 더 찬란하게 빛났다.
* * *
그날 밤, 굳이 로열 하트를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수도 중심도시 상공에 띄운 것은 순수한 과시를 위해서였다.
필리어스 제국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서대륙 전체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건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 내에서도 필리어스 제국의 속국이 되는 것에 반대했던 귀족들조차 얌전해졌고, 황제교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점령지에서 간혹 벌어지던 무력 분쟁이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다.
“레거시 남작. 로열 하트의 보수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레이먼은 미치광이 마도학자, 레거시 남작을 호출하여 질문했다.
‘로열 하트’ 역시 긴 세월을 정비 없이 보냈기 때문에 약간의 수리가 필요했다.
“드워프 공병 부대의 지원 덕분에 수리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안에 모든 작업이 끝날 것이라 예상됩니다.”
레거시 남작이 보고했다.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마동포는 어떤가? 사용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문제였다. 로열 하트를 깨운 이유 중 가장 큰 하나가 고대 시대를 호령했던 병기, 마동포의 존재였다.
만약 마동포를 사용할 수 없다면 로열 하트는 단순히 조금 크고 성능 좋은 비공정에 불과했다.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결과이니 안심하고 믿으셔도 됩니다.”
성격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레거시 남작의 실력만은 확실하다는 설정이다. 그가 확언했으니 안심하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기술력으로 마동포 양산이 가능하겠나?”
“양산은 확답드리기 힘듭니다. 제가 있던 시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의 마도 문명은 많이 추락한 상태입니다. 연구를 거듭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 역시 확실하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군요.”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뜻이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쉬운 길은 아닐 것입니다.”
레거시 남작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고대 시대의 병기를 재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가장 발달한 마도 문명을 가지고 있는 제이스트 마도 왕국 또한 실패하지 않았던가?
“레거시 남작. 자네와 142번 부대에 마동포 재현 계획에 대한 모든 권한을 맡기겠네. 자네는 지금부터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모든 물적, 그리고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네.”
이 정도면 마동포 재현 작업에 속도가 날 것이다. 제이스트 마도 왕국에는 마법 자원이 많았으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
레거시 남작 또한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