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68)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68화
56장 수도 폭격(3)
“큭!”
고통에 찬 신음을 억누르는 이는 혈검, 아키덴이었다.
그는 잠시 시선을 돌린 틈에 배후를 기습한 리처드와, 1초가 되지 않는 짧은 순간 수십 번의 치명적인 검격을 교환했다. 결국에는 모든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고 피를 보고야 말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부상이 왼쪽 어깨를 살짝 스치는 정도의 가벼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혈검이 고작 이 정도였나?”
“그런 어린애 같은 도발은 통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놈!”
“아니, 진심으로 한 말이다.”
리처드가 고요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혈검 아키덴의 경지는 절대 낮지 않았는데, 그를 압도할 정도로 본인의 경지가 높아졌다는 게 리처드는 실감 되지 않는 것이었다.
“제기랄!”
오히려 아키덴은 조금 전에 리처드가 한 말을 더 강한 도발로 받아들인 것인지 거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붉게 물든 오러를 머금은 검을 회수하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기사단! 앞으로!”
고위 기사들로 구성된 기사단의 단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혈검 아키덴이 재정비할 찰나의 시간을 벌기 위해, 남은 고위 기사 10명이 리처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제 이 정도의 기사들은 내게 날파리에 불과하다.”
리처드가 차갑게 내뱉었다. 그가 휘두른 검이 오러를 흩뿌리자, 매섭게 달려들던 고위 기사들의 몸이 토막 났다.
그사이 암황 다크레인은 실버스와 마법전을 벌이고 있던 하이펠 제국 대마법사의 목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끄르르르륵!”
실버스의 경지도 낮지 않았다. 그를 상대하던 대마법사는 지쳐 있었고, 다시 어둠에 숨어든 다크레인의 비밀스러운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붉은 피가 솟구치고 대마법사의 몸이 힘없이 무너졌다. 초월의 경지에 오른 대마법사치고는 너무나 비참하고 초라한 최후였다.
“이, 이럴 수가…….”
순식간에 대마법사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졸지에 아키덴은 초월자 3명에게 포위된 형국이 되고 말았다.
“아키덴 경……. 저희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황성 안으로 물러나서 다른 검성 분들과 합류하시지요.”
고위 기사 중 한 명이 조용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적들은 수도 더 많았고 초월자도 3명이나 있다.
고위 기사 전력을 희생하더라도 검성 전력을 보전하기 위해 물러나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혈검 아키덴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키덴 경! 어서 가셔야 합니다!”
“제기랄! 내가 경들을 기억하겠다!”
“하이펠 제국 만세!”
고위 기사들이 일제히 적들을 향해 돌격했다. 리처드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고위 기사들의 몸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그들이 무력하게 쓰러지며 시간을 버는 동안 아키덴은 황성 안으로 몸을 피했다.
“잡아라! 놓쳐서는 안 된다!”
실버스가 아키덴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며 소리쳤다. 상급과 최상급이 섞인 강력한 마법들이 성문을 두들겼다.
“막아라!”
성벽 위로 하이펠 제국 최정예, 얼음탑의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력한 마법이 휘몰아쳤다.
황성의 성벽으로 달려들던 종말 협회의 전투원 수백 명이 한순간에 얼어붙을 정도로 치명적인 얼음 폭풍이었다.
“실버스.”
“안 그래도 나설 생각이었어.”
리처드의 조용한 부름에 종말 협회의 대마법사, 실버스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허공에 스태프를 대고 마법진을 완성하자 쿠웅! 하는 거대한 울림과 함께 얼음탑 마법사들이 크게 휘청였다.
“마, 마법이…….”
“마나 로드가 꼬였습니다!”
성벽 위의 얼음탑 마법사들은 모두 상급 이상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이었지만, 대마법사가 작정하고 사용한 방해 마법을 견뎌낼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적들이 몰려옵니다!”
“기사단 앞으로!”
성벽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무장한 전투원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와 기사들과 교전을 시작했다.
“기사단이 시간을 벌고 있겠습니다! 이 틈에 마법사들은 퇴각해서 수비대와 합류하십시오!”
“마법사들이 물러날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고성이 오고 갔다. 기사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마법사들은 황급히 황궁 쪽으로 퇴각했다.
“마법사 전력을 보전할 생각인 것 같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리처드의 말에 실버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기사보다 마법사가 귀중한 자원이라는 건 분명한 상식이었으니까.
저들의 행동이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처드는 저들의 뜻대로 되기를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무리해서라도 성문을 단숨에 파괴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이대로라면 아군의 피해가 늘어난다.”
리처드가 말했다. 황성의 성벽과 성문에는 강력한 방어 마법이 각인되어 있었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각종 함정 마법이 가득했다.
제대로 된 공성 장비 없이 성문과 성벽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면 결국에는 전투원들의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어 마법으로 도배되어 있는 하이펠 제국 황성의 성문을 파괴하려면, 나라고 해도 많이 무리해야 해.”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나? 고위 간부 2명을 호위로 붙여줄 테니, 성문의 파괴를 부탁하지.”
“내 친우가 아니었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거야.”
실버스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성문을 향해 앞으로 나섰다. 리처드는 말없이 고위 간부 2명을 지목한 뒤, 실버스의 호위를 맡으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 2명이 실버스를 호위하기 위해 움직였다. 호위가 따라붙은 걸 확인한 실버스는 스태프를 움직여 거대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마나가 요동쳤다. 압도적인 양의 마나를 움직이는 건 대마법사에게도 큰 부담이다. 실버스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마나 유동이 심상치 않습니다!”
“성문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요동치는 마나의 움직임을 감지한 마법사들이 황급히 보고했다. 성벽 위의 지휘관은 고심 끝에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얼음 살수들을 내보낸다.”
“알겠습니다!”
하이펠 제국에서 키운 정예 암살자를 ‘얼음 살수’라고 부른다. 그들은 하사신과 비슷한 실력이라고 평가받지만,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하이펠 제국답게 그 숫자가 에드리거 왕국의 하사신 전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얼마나 동원합니까?”
“지금 성벽에 집결한 모든 인원을 내보내! 그리고 우리는 마법과 화살로 그들을 엄호한다!”
얼음 살수들이 성벽을 넘었다. 그 숫자가 1천이 넘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성문을 파괴할 만한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실버스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하늘에서 시퍼런 냉기를 머금은 얼음 칼날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실버스의 주위를 지키고 있던 종말 협회의 전투원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그들이 흘린 피로 눈 덮인 하얀 대지가 붉게 물들었으나, 고위 간부 호위 2명은 방어 마법과 방패로 실버스를 완벽하게 지켜냈다.
“쳐라!”
“하이펠 제국을 위하여!”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얼음 살수들이 실버스를 노렸으나, 고위 간부 2명을 포함한 호위 병력의 장벽을 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얼음 살수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호위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종말 협회의 전투원들이 추가로 합류했고, 전황은 얼음 살수들에게 더욱 불리해졌다. 그들은 기사처럼 용맹하게 싸웠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후퇴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 갔지만, 종말 협회의 반격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았다.
“다크레인 경. 관전은 이쯤 하면 충분하지 않나?”
대마법사를 처리하고는 뒤로 물러나서 전장을 관전하고 있던 다크레인을 보며 리처드가 차갑게 내뱉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나서도록 하지요.”
다크레인이 손을 흔들자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마, 맙소사…….”
“저게 대체 뭔가!”
“마법은 아닙니다!”
성벽 위의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동요했다. 그들을 보며 다크레인은 씨익 웃어 보였다.
“리처드 경. 암황이 어째서 암황이라고 불리는지 알고 있습니까?”
“그림자의 힘을 다룰 수 있기 때문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림자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면 많은 것이 가능하지요.”
하늘을 물들인 칠흑이 더욱 진해졌다.
“예를 들면 이런 것도 가능합니다.”
말을 마치며, 다크레인이 검은 기운을 끌어 올리자 하늘에서 수백의 그림자 칼날이 쏟아졌다. 지상에서는 하얀 눈이 검게 물들더니 수백의 검은 창칼이 솟구쳤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순간에 얼음 살수들이 전멸했고 성벽도 큰 피해를 입었다.
방해가 사라지자 실버스는 마법진을 그리는 데 더욱 집중했고 이내 완성되었다. 하늘에서 성문보다 더 큰 크기의 화염구가 떨어졌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폭발이 지면을 휩쓸었다. 실버스는 마나를 움직여 폭발의 여파가 아군에게 닿지 않게 했다.
성문은 파괴되었고 전방 성벽 또한 절반 이상 무너졌다. 병력 피해는 당연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얼음탑의 마법사들은 일찍이 물러났지만, 황성 수비대 소속의 마법사 30여 명이 전사했고 2개 기사단 2백, 그리고 2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다크레인과 실버스의 연격에 당해 목숨을 잃었다. 워낙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증발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진격하라.”
“성문이 파괴되었다! 돌진!”
리처드가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자 종말 협회의 간부들이 그 명령을 복창하면서 부하들을 이끌었다.
“깃발을 꽂아라.”
“예! 리처드 경!”
간부 하나가 다 무너진 성문의 탑에 종말 협회의 깃발을 꽂았다. 아무런 문장도 없는 칠흑의 깃발이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외성의 수도 방위군 병력이 뒤늦게 황성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종말 협회의 또 다른 간부가 지휘하는 병력이었다.
그 수는 2천에 불과했지만, 전투원들의 수준이 최소 기사급이었다.
수도 방위군은 그들을 향해 매서운 공세를 퍼부었지만, 종말 협회에서도 후퇴를 모르는 정예 전투원들은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들이 교전을 벌이는 동안 리처드가 지휘하는 병력은 황궁으로 진격했다.
황궁은 하이펠 제국에서도 최정예로 이름 높은 황실 친위군이 지키고 있었다. 그 외에도 3명의 검성과 2명의 대마법사가 지키고 있었다.
황실 친위군의 숫자만 해도 1만에 달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지만 리처드는 증원을 기다리지 않고 부하들에게 황궁을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최고 회의에 접근하려면 확실한 성과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리처드. 황실 친위군의 저항이 예상보다 거센 것 같은데?”
실버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방어 마법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황성의 성문을 파괴하느라 대부분의 마나를 소진하여 후방에서 회복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저항은 예상했다, 실버스.”
“그렇다면 다행이군.”
리처드의 대답에 실버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종말 협회에서는 1만에 달하는 황실 친위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충분한 숫자의 전투원을 준비했지만, 문제는 리처드가 다른 고위 간부들과 협력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황실 친위군의 저항이 거세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묻고 싶은데…….”
실버스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성문을 파괴하느라 대부분의 마나를 소진하여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 직접적인 전투 참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걸 쓴다.”
“협회의 허가는 받은 건가?”
리처드의 대답에 실버스가 다시 한번 질문했다. 실버스는 리처드가 말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허가는 받았다.”
“그런데 그건 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닐 텐데? 네 몸이 견딜 수 있을까?”
“견뎌야지.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군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하이펠 제국의 황궁을 파괴하고 황제의 목숨을 취해야만 했다. 그래야 단독 혹은 실버스와 둘이서 종말 협회, 최고 회의와 실제로 접견할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더 이상 말리지 않겠어.”
실버스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리처드는 씨익 웃어 보였으나, 가면에 가려져서 그의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다.
* * *
다급한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필리어스 중앙정보국의 수장인 포타스 백작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황제 폐하께서는 침소에 드셨습니다.”
황제의 침실 앞에 도달하자 블리자드 후작이 차갑게 맞았다. 지금은 늦은 시간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포타스 백작은 지금 급박한 정보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아침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시급한 보고가 있다네. 황제 폐하를 깨워주게나.”
“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로열 가드들은 물론이고 블리자드 후작 또한 충성심에 사로잡힌 멍청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에도 융통성이라는 게 존재했기 때문에, 블리자드 후작은 고민하는가 싶더니 침실 안으로 들어가 황제를 깨웠다.
“들어와도 좋다.”
조금 열린 문의 틈새로 레이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포타스 백작은 황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하이펠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가 파괴되고 듀론 황제가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포타스 백작의 보고에 레이먼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