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화
7장 영혼검(2)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레이먼은 친위대에게 대기 명령을 내린 뒤, 두 탑주와 함께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다.
회의장에 먼저 나와 있던 이들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그들 중에는 3황자도 있었다.
그는 예전에 하던 것처럼 먼저 다가와서 서슬 퍼런 협박을 쏟아내지는 않았지만 희미한 살기를 머금은 시선으로 레이먼과 적탑주를 훑었다.
물론 레이먼은 그 적의 가득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탑주와 함께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형님께서 자네를 아꼈나 봐?”
시종이 가져다준 음료로 입술을 살짝 축이며 레이먼이 묻자 베레누스는 입꼬리가 뒤틀리려는 것을 애써 감추며 입을 열었다.
“암살자 몇 명을 붙여주실 정도로 아껴주셨지요.”
“호위 목적이 아니었나 보네.”
“2황자 전하의 성정을 잘 아실 텐데요.”
‘아주 잘 알고 있지.’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베레누스의 말에 긍정했다.
굳이 설정집을 봤던 기억이 아니더라도, 몇 달 동안의 행보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적탑주, 베레누스는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레이먼은 그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설정집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그의 표정을 보면 그 심정을 엿볼 수 있다.
베레누스 카일은 필리어스 제국에서도 그 수가 많지 않은 고위 마법사 중에서도 탑주에 오를 정도로 경지가 높다.
그런데, 겨우 암살자의 감시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저 알면서도 3황자와 손을 잡은 2황자 때문에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시로 붙은 암살자들은 어떻게 했나?”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아직도 감시가 계속 붙어 있다면 곤란하다.
“그건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베레누스가 대답했다.
그는 감시로 붙은 암살자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들을 토벌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2황자와 3황자 라인과의 불화를 피하기 위해 참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이제 5황자, 레이먼의 줄을 잡기로 했으니 그들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어졌다.
결단은 빨랐다.
그는 즉시 적탑에서도 정예로 손꼽히는 마법사들과 마탑 기사들을 선별하여 암살자들을 토벌했다. 일부는 적탑주인 그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기도 했다.
“황제 폐하께서 입실하십니다!”
문이 열리고 먼저 입장한 시종관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늙은 황제가 로열가드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했다.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이 여기서 반복되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로열가드들은 철저하게 주위를 경계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고대 시대를 호령했던 강대국이 이제는 자국의 황성에서 암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쇠락하다니, 마치 필리어스 제국의 모습이 지금의 늙은 황제와 같아서 안타까웠다.
“모두 자리에 앉게.”
황제가 먼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근엄한 목소리였지만 지금 황제는 많이 지쳐 있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몇몇 귀족들을 그걸 눈치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북부 중앙군 사령관은 일어나서 상황을 보고하라.”
황제의 명에 군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에 대한 설정을 알고 있다.
‘윌리앙 아콘 백작.’
북쪽 국경군의 상급 기사 출신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군부의 촉망 받는 인재였다.
영지가 있는 세습 귀족은 아니었지만, 백작이라는 작위도 있다.
“현재 1개 군단을 북쪽 국경과 가까운 곳에 배치했습니다. 국경군이 공격당하게 될 경우, 4일 안에 지원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1개 군단이면 6천 명 규모다. 현재 필리어스 제국의 국력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많은 병력을 전진시킨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전진시키지는 않을 거다.’
하이펠 제국은 결코 만만한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극북부의 척박한 땅에서 벗어나기 위해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제대로 된 명분만 생긴다면 마물 숲이라는 위험한 장애물을 뚫고 남하할 군대와 자금이 있었다.
‘하지만 필리어스 제국은 마물 숲을 통과할 정도의 국력이 없다.’
아직은 그렇다.
‘내가 황제가 되고 제국 재건 계획을 발동시키지 않는 이상은 하이펠 제국이나 삼국 동맹과 대적하기 힘들어.’
이 쇠락한 제국에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바로 대륙 전역에 잠들어 있는 ‘제국 재건 계획’의 유산이다.
초대 황제가 남겨둔 안배, 그것만 모두 모은다면 필리어스 제국은 다시 대륙의 강자로 우뚝 일어설 수 있다.
“북부 중앙군의 1개 군단을 빼서 전진 배치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겁니까?”
어떤 귀족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자리에 산악 공작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황제가 답했다.
북부의 대영주, 산악 공작. 최근 기반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영지보다 수도에 오래 머무르고 있는 그가 북부로 돌아간 것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군의 사기는 어떠한가?”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 부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아군 순찰대를 공격하고 있는 탓에 피해가 누적되면서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은 산맥 쪽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 수준 높은 용병들을 고용하여 국경으로 보낸 것 같습니다.”
아콘 후작의 보고에 황제는 고민했다.
국경으로 황자들을 보내면 국경군의 사기가 많이 회복되겠지만, 사지가 될지도 모르는 곳으로 아들들을 보낸다는 게 쉽지 않았다.
“황제 폐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하이펠 제국, 그리고 자유 이시리아 왕국과의 국경에 황족을 보내셔야 합니다!”
누군가 말했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연회 때 3황자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귀족이라는 건 분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동의합니다! 황자 전하들께서 국경으로 가시면 하이펠 제국이나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서도 함부로 도발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얼씨구? 이번에는 2황자 쪽의 귀족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누가 가는 게 좋겠나?”
황제가 귀족들에게 물었다. 2황자와 3황자의 귀족 세력이 함께 입을 모으니, 마냥 무시하기도 곤란했다.
“황제 폐하, 저는 이번 일에 하이펠 제국 측에 세라크 형님을, 그리고 자유 이시리아 왕국 측의 국경에 레이먼을 추천합니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3황자, 알로켄이 앞으로 한 걸음 나오며 말했다.
호전적인 성향의 1황자는 불쾌한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먼은 복잡한 표정으로 3황자를 응시했다.
‘귀족들이 내 편을 들어줄 것이다. 어디 발악해 보거라.’
알로켄은 속으로 레이먼이 발악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비웃어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레이먼의 속내는 달랐다.
‘이게 웬 떡이냐?’
잠시 황성을 떠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더군다나, 영혼검이 잠들어 있는 검은 산맥 쪽이라니……. 이건 정말 금상첨화다.
‘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말이 없는 레이먼을 보며 3황자, 알로켄은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속으로는 레이먼이 살라달라고 빌기를 바랐다. 그가 추한 모습을 보여서 귀족들이 등을 돌리기를 바랐다.
“알로켄 형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제가 자유 이시리아 왕국과의 국경으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레이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국경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 용기 있는 모습에 군부의 귀족들은 호의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망나니였던 과거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5황자는 제국을 위해서 전쟁터가 될지도 모르는 국경으로 가겠다고 했다.
군부의 인사들이 호감을 사기에는 충분했다.
“호오?”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1황자, 세라크 또한 레이먼의 선언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레이먼, 네가 가겠다는 말이냐?”
“예, 황제 폐하. 아직 필리어스 제국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자유 이시리아 왕국이 깨닫게 해주고 오겠습니다.”
“황군을 붙여주겠지만 그 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필리어스 제국, 중앙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지방군은 영주들이 그나마 유지하고 있지만, 황군과 중앙군의 수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레이먼이 위험한 국경으로 간다고 해도 붙여 줄 수 있는 황군의 수는 고작 100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황제 폐하, 이번 국경행에 적탑의 뛰어난 마법사들과 마탑 기사들 또한 5황자 전하와 함께할 것입니다.”
“그대는 적탑주가 아닌가?”
황제는 놀란 얼굴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3황자의 사람이었던 적탑주가 레이먼의 곁을 지키고 있으니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적탑주가 5황자 전하의 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귀족들도 황제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5황자가 입장할 때 곁을 지키고 있는 적탑주를 먼저 본 몇몇 만이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 청탑 또한 5황자 전하와 함께할 것입니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레이먼으로부터 가볍게 언질을 받은 적탑주뿐만 아니라, 리세필드도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조력을 약속했다.
“이, 이게 아닌데…….”
오히려 당황한 쪽은 3황자, 알로켄이었다.
레이먼과 그의 세력의 반응이 예상과는 달랐다. 청탑과 적탑이 조력을 약속했고 일백의 황군이 함께한다고는 하지만, 국경과 검은 산맥은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저놈이 드디어 사리 분별을 못하는 것이더냐…….”
적탑과 청탑의 조력 약속에 황제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5황자의 국경행은 거의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알로켄의 표정은 냉담했다.
암살자를 보내서 죽이기 전에 5황자의 기세를 꺾어놓고 싶었는데, 뜻대로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암살에 성공하여 5황자, 레이먼이 목숨을 잃더라도 황실과 귀족들은 그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먼저 기억할 것이다.
3황자, 알로켄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레이먼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가 파멸하기를 원했다. 그것이 자신을 지지했던 적탑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이는 수밖에 없다. 데네브 형님께서 고문 기술자를 보내주실 거야, 크흐흐.’
고통받는 레이먼의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 희열이 차올랐다.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몸을 떠는 알로켄을 뒤에서 주시하고 있던 2황자, 데네브는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총명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서 급속도로 그 빛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질투와 시기심이 극악으로 치닫고 있는 게 보기 흉할 정도였다.
“황제 폐하! 적탑과 청탑의 우수한 마법사들과 마탑 기사들이 함께한다면 5황자 전하께서는 국경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부디 마음을 놓으시고 두 분 황자 전하들을 국경으로 보내서 군의 사기를 증대시키옵소서!”
짧은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높인 이는 2황자의 편에 선 귀족이었다. 그는 3황자가 혼자서 부들거리는 동안 기민하게 생각을 정리하고서 앞으로 나섰다. 2황자의 계책대로, 그리고 3황자의 욕심대로 5황자를 국경으로 보내기 위해 쐐기를 박은 것이다.
“황제 폐하!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대로 본 제국에서는 국가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황족을 최전선으로 보내왔습니다!”
또 다른 귀족이 말했다. 3황자의 편에 선 귀족이다. 그는 제국의 전통까지 언급했다.
실제로 필리어스 제국은 고대 시대부터 국가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황제와 황족들이 최전선에 나서서 군대와 함께한 거로 유명하다.
이러한 점들 덕분에 굳이 거신병으로 인한 신격화가 아니더라도 필리어스 제국의 황가에 대한 군부의 충성심은 깊었다.
같은 이후로 필리어스 제국에서는 적장자 황위 계승 방식이 아니었다.
막내아들이라도 실력이 뛰어나면 황태자에 책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말 나를 국경으로 보내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만.’
레이먼은 티 나지 않게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필리어스 제국의 전통까지 언급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국경으로 보내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이렇게 치사하게 나온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
차갑게 식은 시선을 거두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귀족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모두가 주목한 가운데, 레이먼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허락해 주신다면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선봉기를 가져오겠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에 회의장 안은 난리가 났다.
“선봉기를 가져오겠다고?”
“조금 변했다 싶었는데, 역시나 망나니 성질 못 버렸군.”
“그러게 말이네! 일단 내뱉고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으니…….”
수군거리는 이들이 있었으며,
“5황자 전하!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선봉기를 가져온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신 겁니까?”
대놓고 질문을 던지는 귀족도 있었다.
“물론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었다. 애초에 그 의미를 알고서 선봉기를 가져온다고 말한 것이다.
필리어스 제국에서 황족이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면 자유 이시리아 왕국에는 선봉기가 있었다.
“알고 계신다는 말입니까……?”
“대대로 자유 이시리아 왕국을 지킨 중장 돌격대의 상징 아닌가?”
“다른 의미도 알고 계시옵니까?”
늙은 귀족이 계속해서 물었다. 레이먼은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자유 이시리아 왕국의 초대 국왕이 중장 돌격대장 21명에게 하나씩 하사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네.”
“그렇다면 그 21개가 역사상 단 한 번도 적에게 빼앗긴 적 없다는 것 또한 알고 계시겠군요.”
“물론 알고 있다.”
“그걸 빼앗는 순간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
늙은 귀족이 말을 마치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인제 보니 그는 3황자의 편에 선 귀족이다. 날카로운 질문이었지만 레이먼은 여유로웠다.
“이미 적들이 먼저 본 제국의 ‘선봉기’를 꺾은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였는데, 어찌 타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가!”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목소리를 높이자 입을 다물고 있던 군부의 귀족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5황자 전하의 말씀이 옳습니다!”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갚아줘야 할 때입니다!”
“필리어스 제국 만세! 황제 폐하 만세! 5황자 전하 만세!”
그들은 피의 복수를 부르짖으며 황제와 5황자를 연호했다.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군부의 인사들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