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0)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0화
57장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2)
“성공했다는 건 고위 마법사를 강제로 각성시켜서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말이죠?”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데시아 경.”
레거시 남작의 미소에서 광기가 조금씩 흘러나왔으나, 실험 결과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데시아의 눈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모호하게 대답하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실험은 성공했고 자원했던 고위 마법사는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기다리던 대답을 들었다. 레거시 남작은 차분한 목소리로 실험의 결과를 말해주었고 데시아의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왜 그러십니까? 데시아 경.”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레거시 남작은 데시아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터질 듯한 광기를 집어삼킨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에요, 레거시 남작. 내가 왜 왔는지 남작께서는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해요.”
데시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기 때문에 레거시 남작은 한순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잠시 짧은 침묵이 이어진 끝에 데시아가 다시 말을 이어가기 위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레거시 남작. 나는 바보가 아니에요. 남작이 고대 문헌들 사이에 실험 일지를 고의로 섞어 넣은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불쾌했다면 사과드리지요.”
데시아는 황제의 총애와 신뢰를 한 몸에 받는 근접 호위였다. 그녀와 척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레거시 남작은 그녀를 이용하려던 계획을 빠르게 포기하고 사과했다.
광기로 가득한 그가 고대 시대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게 해준 행동들 중 하나가 안 된다 싶은 일은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신의 사과를 받으려고 온 게 아닙니다, 레거시 남작.”
“그렇다면…….”
“레거시 남작. 당신이 강제 각성 술식이라고 이름 붙인 이걸 저한테 각인해 주세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이미 한 차례, 기선을 제압당한 뒤였기 때문에 데시아를 대하는 레거시 남작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레거시 남작의 질문에 데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죽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읽은 실험 일지에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기록되어 있었는데, 혹시 조작된 일지였어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겠군요. 저는 레거시 남작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곤란해졌다. 데시아를 상대로 술식 각인을 재실험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를 유도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찾아오니까 뒷감당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데시아 경. 마도학 술식 각인과 관련한 모든 상황에서 ‘반드시’라는 단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데시아는 오히려 소파에서 일어나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아니요. 레거시 남작,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제국 재건 계획의 일환이라도 후환을 감당하지 못할 거에요.”
데시아의 말에 레거시 남작은 마른침을 삼켰다.
“데시아 경이야 말로 견딜 수 있겠습니까? 이 시술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극심한 고통을 동반합니다.”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면 고통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시술을 원하시는 것 같군요.”
“잘 알고 계시네요.”
데시아가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레거시 남작은 결의를 다지는 그녀를 보며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시술을 위한 마도학 장비는 준비되어 있지만 그 수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한 번에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레거시 남작 또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잔머리를 굴려서 데시아에게 정보를 흘린 건 레거시 남작, 본인이었지만 설마 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데시아 경. 다만, 시술 동의서는 확실하게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동의서를 작성한다고 해도 시술에 실패할 경우, 황제의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강제적인 절차가 없었다는 것 정도는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작성을 부탁하는 건 필요했다.
“좋아요.”
데시아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레거시 남작이 시술 동의서를 가지고 왔고 데시아는 망설임 없이 서명을 끝냈다.
“각인 절차는 언제 진행하나요?”
“데시아 경께서는 하이펠 제국 원정 전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르고 싶으신 것이지요?”
“잘 알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안정화 과정을 생각해 볼 때, 늦어도 내일 아침 전까지는 술식의 각인이 완전히 끝난 상태여야 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조차 없었지만 데시아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할게요, 레거시 남작.”
* * *
짙은 어둠이 내린 어느 숲속.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 리처드 팔라어가 자신의 부하들을 다그치고 있었다.
“황태자의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리처드 경.”
날카로운 질문에 휘하의 고위 간부가 고개를 숙였다. 리처드는 최고 간부에 가까운 직위였기 때문에 종말 협회 내에서도 고위 간부를 휘하에 부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검은 가면의 틈으로 섬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옆을 지키고 있는 실버스는 리처드가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닫고는 짧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리처드. 잠시 나 좀 볼 수 있을까?”
실버스가 말했다. 말없이 부하들을 노려보고 있던 리처드가 고개를 들었다.
“황태자 추적은 계속 하도록. 필요하다면 증원을 요청해도 좋다.”
“알겠습니다, 리처드 경.”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은 아니었지만, 리처드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실버스를 뒤따라갔다.
“리처드.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어차피 황성은 파괴되었고 황제는 죽었어. 최고 회의와 대면할 수 있는 성과로는 충분해.”
“처음 목표는 황제와 황태자를 죽이는 거였어.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성과는 절반의 성공밖에 되지 않는 거야.”
“일단 기다려보자고. 내 생각에는 오늘 안에 최고 회의에서 사람을 보낼 것 같으니까.”
실버스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그날, 자정을 넘기기 직전에 검은 깃발을 든 전령이 리처드와 실버스를 찾아왔다.
그는 종말 협회에서도 최고 회의의 전갈을 전하는 전령이었다.
“최고 회의에서 두 분을 호출하셨습니다.”
예상대로 최고 회의의 호출이었다. 마법 통신이 가능한 대마법사, 실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전령을 보낸 걸 보면 리처드가 기대하고 있던 직접적인 ‘대면’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분들은 어디 계시지?”
리처드가 질문하자 전령이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가까운 곳에 계십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수행원의 동행은 허락되지 않았으니 두 분만 따라오셔야 합니다.”
“알겠다.”
리처드가 대답했다. 그러자 전령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딘가에 도착한 그는 검은 깃발을 바닥에 꽂아 넣은 뒤,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두 사람에게 알렸다.
“아무 것도 없는데…….”
주변에는 울창한 나무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버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흘리자 전령이 한걸음 다가와 입을 열었다.
“곧 가장 높으신 분들이 오실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전령이 모습을 감췄고 실버스는 긴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그를 보며 리처드가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불안해하지 마라, 실버스. 최고 간부들의 무력은 전무하다. 호위들만 제거하면 돼.”
“알겠어.”
“너는 내가 신호하면 차원 관문을 열 준비나 해. 잘 할 수 있지?”
“걱정하지 마라. 반드시 성공할 테니까.”
짧은 대화가 오가던 중, 별안간 리처드가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접근해 오는 다수의 기척을 느낀 것이었다.
“왔다.”
리처드는 실버스를 향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숫자가 다섯이었다. 그들의 뒤로 날카로운 기세를 머금은 호위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최고 간부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리처드 경, 그리고 실버스 경.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어 반갑네.”
차분한 음성의 주인은 종말 협회의 최고 회의를 이끌고 있는 의장이었다.
“최고 회의를 뵙습니다.”
“영광입니다.”
리처드와 실버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들을 향해 의장이 지루한 연설을 쏟아내는 동안 리처드는 호위들의 숫자를 파악했고 실버스는 최고 간부들의 모습이 ‘본체’인지 확인했다.
그 작업은 금세 끝났고 실버스는 리처드에게 이곳에 모인 최고 간부들이 환영이나 분신 같은 술수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신호로 알려 주었다.
그 순간 리처드가 검을 빼 들었다. 칠흑의 오러가 의장을 향해 빗발쳤고 짧은 혼란의 순간, 실버스는 준비하고 있던 스크롤을 찢어서 차원 관문을 열었다.
리처드가 비밀리에 키운 직속 수하들이 열린 차원 관문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그 숫자가 50명에 달했고 모두 종말 협회의 간부급 이상의 무력을 가진 전투원들이었다.
“네 이놈! 리처드! 이게 무슨 짓이더냐!”
의장이 피투성이가 된 채 분노를 담아 외쳤다. 호위들이 황급히 앞으로 나섰지만 리처드의 기습이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든 검격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내가 받아가야 할 것을 가져가는 것 뿐이다.”
어느새 리처드의 수하들이 포위망을 형성했다. 실버스가 스태프를 흔들 때마다 최고 간부들을 지키고 있던 호위들이 한 명씩 쓰러졌다.
“반격하라!”
어느 최고 간부가 외쳤다. 검은 의복을 입은 호위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섰다.
우습게도 종말 협회는 일반 간부와 고위 간부를 뽑을 때 무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최고 간부들은 종말 협회를 창시한 이들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력이 전무한, 그저 오래 살았을 뿐인 노괴들에 불과했다.
물론 그들이 부리는 호위들의 기세가 매서웠지만, 처음부터 수적으로 너무 차이가 났다.
리처드의 수하들만 해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숫자도 50명이 넘었지만, 최고 회의의 호위들은 20명 정도에 불과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리처드가 비밀리에 훈련시킨 수하들이 무력하게 쓰러지고 있었다.
최고 회의의 호위들은 역시 만만한 상대들이 아니었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서 30명이 넘는 비밀 수하들을 죽였다.
물론 호위들의 피해도 심각했다. 리처드와 실버스의 활약으로 이제 남은 호위는 여섯 명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그들은 모두가 고위 간부급의 실력자들이었고, 지금부터는 한순간의 방심이 목숨을 빼앗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리처드! 대체 이게 무슨 짓이더냐!”
의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최정예 호위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의장과 최고 간부들의 뇌리를 스쳤고 그들은 협상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어림도 없었다.
리처드는 대화를 시도하는 그들의 의사를 짓밟고 검을 휘둘렀다. 뒤에서는 실버스가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강력한 고위 마법을 난사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호위 2명이 쓰러졌다. 이제 남은 호위는 4명이다. 4명은 리처드를 향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일순간에 수십 번의 검격이 오고 가고 리처드의 몸에서도 핏줄기가 솟구쳤다.
“리처드!”
실버스가 황급히 스태프를 흔들어 최상급 마법을 완성했다. 전격을 머금은 화살 수십 개가 어지럽게 교차하며 호위들을 노렸다.
“크아아악!”
치열한 검격의 공방을 주고받느라 지쳐 있던 호위 한 명이 전격에 당했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다음 순간이 문제였다. 일순간 전신이 경직된 탓에 리처드가 휘두른 검격을 방어하지 못했고 결국 목이 날아갔다.
이제 남은 호위는 3명이다.
“리처드 경! 우리 말을 들어보게나!”
최고 회의의 노괴들은 도주로를 물색했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 리처드의 수하들이 퇴로를 모두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호위 셋은 리처드를 막는 것만 해도 벅찼으니, 최고 간부들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들이 불안해하는 동안 리처드와 실버스는 호위를 차례대로 쓰러뜨렸고 마침내 최후까지 버티던 호위가 동귀어진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실버스의 마법에 폭사했다.
이제는 최고 간부들을 노릴 차례였다. 리처드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최고 회의의 늙은이들이 무력하게 목숨을 잃었다.
마침내 의장 홀로 남았다.
“사, 살려주는 것이냐…….”
의장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희망을 찾았지만 헛된 바람이었다.
“정보 다 빼내.”
리처드가 차갑게 내뱉자 실버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장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뇌에 저장된 모든 기억을 빼내는 ‘대마법’이 시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