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1)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1화
57장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3)
“데시아 경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군요, 황제 폐하.”
되니츠 백작이 물었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제국 함대에 승선할 군의 편성 문제로 황제의 집무실을 자주 왕래하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데시아의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원래 데시아는 레이먼의 근접 호위 중 한 명으로 평소에는 늘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으나, 얼마 전부터 뜸해지더니 최근 며칠 동안은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며칠 휴가를 주었다네.”
“그렇군요.”
레이먼의 대답에 되니츠 백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동안 여유가 없었으니, 황제가 데시아에게 휴식할 시간을 줘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날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일주일 뒤에 발생했다. 공식적인 휴가 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데시아가 복귀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이펠 제국으로의 원정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레이먼은 데시아의 행방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숙소로 찾아갔다.
“잠겨 있습니다.”
블리자드 후작이 차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물리적인 방법 외에도 마법 술식까지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먼은 블리자드 후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나를 일으켜 문고리를 훑었다.
수준 높은 잠금 마법이 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다행인 점은 낯선 이가 아닌 데시아의 마나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데시아가 스스로 문을 잠갔다는 의미였다.
“역시 데시아야…….”
문고리를 잠그고 있는 마법 술식의 수준이 높았다.
레이먼은 작게 감탄했다. 마검사라고는 하지만 드높은 경지에 오른 그가 단독으로 해제하지 못할 정도의 고등 술식이었다.
“블리자드 후작. 해제할 수 있겠나?”
“저로서도 조금은 힘들 것 같습니다, 황제 폐하.”
블리자드 후작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결국 레이먼은 리세필드 디올을 호출했다. 늙은 청탑주도 최근 데시아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이 걱정된 것인지 부름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해제할 수 있겠나?”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리세필드는 블리자드 후작과 달리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해제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데시아의 경지가 많이 높아졌군요. 벌써 이 정도의 고등 술식을 다룰 정도가 되다니…….”
리세필드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잠금 술식의 해제를 시작했다. 처음 그가 말했던 것과 달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잠금 술식이 해제되었다. 리세필드가 뒤로 물러나자 레이먼이 힘차게 문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레이먼은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내부를 훑었다.
정돈되어 있는 물품들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그녀의 흔적을 찾으려고 노력한 끝에, 레이먼은 어떤 책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물품들과 달리 정돈되지 않은 채 펼쳐져 있는 책을 덮고서 제목을 소리 내어 읽었다.
“‘고위 마법사 강제 각성 계획’……?”
제목부터 불길한 느낌 가득한 책의 저자는 레거시 남작이었다. 문득 불안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고, 레이먼은 서둘러 책을 덮고 데시아의 숙소를 나섰다.
“황제 폐하!”
갑작스러운 황제의 이변에 게슈타인이 황급히 따라나섰다. 그 뒤로 로열가드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어디로 가십니까?”
“레거시 남작의 마도학 연구실로 간다.”
레이먼이 차갑게 내뱉었다. 레거시 남작이라면 데시아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분주히 발걸음을 재촉한 끝에 레거시 남작의 마도학 연구실에 도착했다.
“황제 폐하 만세!”
마도학 실험실을 지키고 있는 황실 기사들이 짧은 발동작과 함께 경례했다. 레이먼은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실험실의 극비 구역으로 향했다.
앞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그 누가 필리어스 제국의 황성에서 황제의 앞을 막겠는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긴 끝에 레이먼은 마침내 최종 극비 구역에 도달했다.
최종 극비 구역에는 142번 부대의 마도학자들조차 보이지 않았고, 레거시 남작이 손수 만든 리빙아머 2기가 두꺼운 철문을 지키고 있었다.
“황명이다. 길을 열라.”
로열가드의 알폰스 백작이 앞으로 나섰다. 오른손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의 손잡이에 얹은 채 차갑게 내뱉었다.
리빙아머는 제작자나 계약자의 통제를 받으며 자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알폰스 백작의 말을 이해했고 묵직한 걸음으로 옆으로 비켜섰다.
철그럭!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로열가드 셋이 리빙아머 둘을 감시하는 동안, 알폰스 백작이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칠흑처럼 어두운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먼은 게슈타인과 함께 천천히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황제 폐하. 저를 찾아오셨는지요?”
어둠 속에서 금테 안경을 쓴 창백한 인상의 마도학자, 레거시 남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방금 전까지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손에는 마도학 장비로 보이는 길쭉한 막대를 들고 있었다.
“레거시 남작. 뭘 하고 있었는가?”
“보시다시피…… 마도학 실험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참관하시겠습니까?”
레거시 남작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어딘가로 안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의심이 든 레이먼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려는 찰나, 레거시 남작의 어깨너머에서 폭발적인 마나의 격류가 터져 나왔다.
“황제 폐하!”
로열가드들이 호들갑을 떨며 방패를 자처했다.
그들이 앞을 막아서는 동안에도 레이먼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레거시 남작의 뒤에서 폭발하는 마나의 향이 아주 친숙했기 때문이었다.
“비켜라!”
폭발하는 마나에서 적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로열가드들도 그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고, 레이먼의 명령에 황급히 옆으로 물러났다.
레이먼은 마나의 폭발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폭발적인 마나의 격류 끝에 데시아가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친숙한 마나의 향은 그녀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데시아…….!’
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 달렸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선명한 빛이 새어 나오는 철문 앞에 도달했다.
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숙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잠금 술식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완력으로는 열리지 않았고, 결국 레이먼은 게슈타인을 앞세웠다.
“게슈타인! 베어버리거라!”
검성의 오러 블레이드라면 저 두꺼운 철문 전체를 단번에 조각낼 수 있을 것이다.
레이먼의 지시에 외팔의 검성은 말없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빼 들었다.
뽑아 든 날카로운 칼날에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게슈타인이 힘차게 검을 휘두르자 두꺼운 철문이 단숨에 조각났다.
잠금 술식은 각인되어 있었지만 방어 마법진은 전무했다.
철문이 조각나자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는 마도학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중앙의 철로 만든 작업대 위에 푸른 로브를 입은 데시아가 앉아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서 마나 입자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망자들의 제국》 소설 속에서 서술된 대마법사 각성 장면과 동일했다.
“데시아…….”
레이먼이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데시아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그녀가 내뱉는 숨결에서는 고농축의 마나가 묻어 나왔다.
빛나는 마나 입자와 숨결에서 묻어 나오는 고농축의 마나. 이건 그녀가 대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증표였다.
“황제 폐하…….”
데시아가 힘없는 목소리로 레이먼을 불렀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칭찬보다 욕설이 먼저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내고서 간신히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그랬더냐.”
무거운 질책이다.
레이먼 또한 레거시 남작의 강제 각성 술식에 대한 설정을 알고 있었다.
레거시 남작이 데시아에게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제 각성 술식은 설정상 성공률이 높지도 않았으며 실패했을 시에 대한 위험 부담 또한 큰 술식이었다.
레이먼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데시아가 독단적으로 일을 벌인 것에 대해 화가 났다.
“왜 그랬더냐, 데시아 헬리.”
대답이 없자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그러자 짧은 침묵을 깨고 데시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이펠 원정이 시작되기 전에 황제 폐하께 큰 힘이 되고 싶었어요.”
그녀는 명확한 이유를 말했으나, 레이먼에게는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다.
“죽을 수도 있었다, 데시아. 근접 호위인 네가 목숨을 잃으면 나를 지키는 방패가 그만큼 약해진다는 것을 네가 몰랐다는 말이더냐?”
“이 시술에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가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도 나름대로 연구를 했고, 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단을 가지고 레거시 남작을 찾아간 것이었어요.”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데시아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예상대로 성공하여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랐으니, 크게 질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레이먼은 고개를 저으며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거라. 이런 중한 일이 있으면 나에게 보고를 먼저 하고 진행하도록 하여라.”
레이먼의 말에 데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납득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황제 폐하.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데시아. 그녀는 지쳐 있었지만 그 표정은 밝았고 눈빛은 맑았다. 그 모습을 보니 차마 더는 다그칠 수 없었다.
“대마법사의 경지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데시아.”
그저 축하 인사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 * *
“황제 폐하. 황제교의 구스타프 주교와 리시버 주교가 알현을 요청하였나이다!”
시종관, 알렉스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외침이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레이먼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알현실 문이 열리고, 황제교 특유의 화려한 사제복을 갖춰 입은 구스타프 주교와 리시버 주교가 걸어 들어와 예법에 맞춰 인사를 올렸다.
“구스타프 주교, 그리고 리시버 주교. 잘 와주었네.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레이먼이 말했다.
황제교에게는 필리어스 제국 수도 중심도시 내부의 이단자, 즉 종말 협회의 하수인들을 색출하라는 황명을 내렸었다.
오늘 구스타프 주교와 리시버 주교가 알현을 해온 것을 보면 필히 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황제 폐하 만세!”
두 주교는 황제, 레이먼을 향해 만세를 외쳤다. 그러고는 구스타프 주교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오며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 보고드리옵니다! 이단자 2천 명을 찾아내 중앙 감옥에 가뒀습니다!”
고대 황제교의 방식대로라면 이단자는 색출되는 즉시 처형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먼은 그 정도로 잔혹한 황제가 아니었고, 황제교에서 말하는 이단자의 기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이단자를 색출하여 투옥하라고만 지시해 두었다.
면밀한 조사를 거친 끝에 종말 협회와의 연관성이 증명된 자들만 처형될 것이다.
“잘하였네. 그들을 섣부르게 처형하는 것보다는 종말 협회와의 연관성을 면밀히 조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야.”
“황명을 받들겠습니다!”
“속히 진행하도록 하여라.”
“예! 황제 폐하!”
구스타프 주교가 힘차게 대답하고는 리시버 주교와 함께 알현실을 떠났다. 이어서 황성을 나온 그들은 곧장 중앙 감옥으로 향했다.
중앙정보국장 포타스 백작과 하이펠 특무국의 필리어스 지부장 랜서의 도움을 받아서, 황제교는 이단자라는 이름을 부여해 체포한 이들과 종말 협회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마침내 일주일 만에 2천 명 중 절반이 종말 협회와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첩자거나 직접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황제의 허가를 받아 그들을 처형했다.
“수도 중심도시에만 1천이라…….”
황제교에서 종말 협회와 연관된 이단자들을 처형했다는 보고를 받은 레이먼은 집무실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긴 생각에 잠겼다.
“전부 박멸했다고 생각하나?”
차분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둠 속에서 포타스 백작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고개를 숙였다.
“색출 작전을 은밀하게 진행하였고 종말 협회가 점조직 형태를 띠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밀리에 모습을 감춘 이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곳, 수도 중심도시도 마냥 안전하다고 여길 수는 없습니다.”
냉정한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레이먼은 씁쓸한 마음에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황제교와 조력하여, 더 잡아낼 수는 없겠는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제기랄.”
욕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좋은 소식은 없는 것이더냐…….”
“하나 있습니다. 30분 전에 하이펠 특무국으로부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정식으로 요청하는 서한이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하이펠 제국에서 지원을 요청했고, 이제 필리어스 제국은 공식적으로 저들을 도울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군.”
레이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