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2)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2화
58장 하이펠 제국으로(1)
궁정 회의에서 하이펠 제국으로의 원정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중앙 황권이 매우 강력한 필리어스 제국에서 궁정 회의는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고, 사실상 황제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모든 게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귀족들의 의사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레이먼은 계속되는 전쟁으로 어느 정도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연이은 승전과 검은 산맥에서 생산되는 황금들로 인해 부유해진 덕분인지 귀족들은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다.
앞선 전쟁들에서 레이먼이 훌륭한 판단력과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이펠 제국 원정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레이먼은 정기 보고를 위해 집무실에 찾아온 되니츠 백작에게 질문을 던졌다.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삼국 동맹과의 전쟁으로 인해 피로도가 높은 부대를 제외하고 남은 이들 중에서 최정예 병력을 선별하여 원정대에 편성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나?”
“확답드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하도록.”
여전히 실종 상태인 황태자가 얼마나 버텨줄지도 모르고, 황제를 잃은 하이펠 제국의 지방 영주들이 언제까지 중앙의 영향력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하이펠 원정은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일주일 동안은 하이펠 제국으로의 원정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군.”
“예,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알겠네. 그동안은 다른 일에 집중하도록 하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필리어스 제국의 영토 안에서 암약하고 있는 종말 협회의 하수인들을 모조리 색출하여 처형해야 했고, 점령한 영지들의 상황도 살펴야 했다.
“우선 황제교를 더 깨워야 할 것 같군.”
제이스트 마도 왕국의 해방으로 인해 지배력이 추가로 회복되었다.
현재 보유한 지배력의 절반 정도를 소모하면 황제교 병력 5천을 추가로 긴 동면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황제교 병력을 충원할 생각이십니까?”
되니츠 백작의 물음에 레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상한 생각을 가진 놈들을 잡아내는 분야에 황제교만큼 특화된 부대는 없으니까.”
“동의합니다, 황제 폐하. 그들은 이단자를 색출하는 임무를 그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하니까요.”
되니츠 백작 또한 황제교의 귀신같은 이단자 색출에 대해 인정했다.
“호위를 준비할까요?”
입구 쪽에서 얌전히 대화를 듣고 있던 블리자드 후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레이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곧 로열가드가 준비되었다.
그는 곧장 황제교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그들을 깨웠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5천의 황제교 병력을 깨울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지휘관급이 깨어나지 않았고, 구스타프 주교가 그들을 맡아서 현 상황을 설명하고 교육시키기로 했다.
레거시 남작과 142번 부대의 마도학자들 또한 새롭게 합류한 황제교 병력이 동면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레거시 남작의 처벌을 주장하는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데시아의 의사로 시술이 진행되었고, 무엇보다 현재 마동포 재현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그는 필리어스 제국에 필요한 인재였기 때문에 경질할 수 없었다.
“레거시 남작.”
“예, 황제 폐하. 하명하시지요.”
조용한 부름에 레거시 남작은 광기를 숨긴 채 고개를 숙였다.
“이제 하이펠 원정까지 5일도 남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황제 폐하.”
“나는 하이펠 제국으로 원정을 떠날 때 최강의 전력을 동반하고 싶다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레거시 남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머리가 비상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레이먼의 말뜻을 단번에 파악했다.
“마동포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원정 전에 재현할 수 있겠는가?”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황제 폐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레거시 남작의 대답을 들은 레이먼은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는 마동포에 대한 설정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재현하기 쉽지 않은 병기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다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레거시 남작에게 확인하듯이 질문을 던져 본 것이었다.
큰 아쉬움은 없었다.
결국 제국 함대의 모든 비공정에 마동포를 장착하겠다는 장대한 계획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레이먼은 제국 함대의 전력을 증강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서 레거시 남작과 142번 부대의 마도학자들이 활약했다. 그들이 보유한 고대의 우수한 마도학 기술로 제이스트 마도 왕국에서 제공한 비공정들을 모두 강화한 것이었다.
각 비공정에 상급 기사 정도의 무위를 지닌 리빙아머들이 50기씩 배치되었고, 장갑에는 복잡한 마법 술식이 각인되었다.
“황제 폐하! 이번 원정 또한 저희 기사 여단이 선봉에 설 것입니다!”
기사 여단의 수장, 아이반 로우스가 선언했다. 필리어스 제국 군부의 최정예로 이름 높은 기사 여단이 이번 원정에서도 선봉에 서기로 맹세했으니, 제국 함대에 승선할 군사들의 사기가 드높아졌다.
시간은 흘러 이제 하이펠 원정까지 하루를 남겨두고 있었다. 로열하트를 비롯한 제국 함대는 준비되었고, 승선할 군대 역시 편성이 끝난 상황이었다.
레이먼은 측근들과 함께 승전을 기원하는 작은 연회를 가졌다. 연회가 끝나고 침실로 돌아온 그는 잠들기 전 테라스로 나와 찬바람을 쐬며 도수가 낮은 술을 잔에 따랐다.
“과음하시는 거 아니에요?”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은 데시아였다. 그녀는 조금 전의 연회에서도 거침없이 술잔을 비우던 황제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조심스럽게 걱정을 표했다.
또 다른 근접 호위, 게슈타인은 늘 그렇듯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아.”
레이먼은 씨익 웃어 보이고는 술잔을 비웠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세 잔째 술을 비워냈을 때였다. 네 잔째를 채우고서 술잔을 들어 올린 레이먼은 고개를 돌려 데시아와 게슈타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갑작스럽게 시선을 받아낸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데시아는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게슈타인은 충직한 눈빛을 보내왔다.
“고맙다.”
5황자 시절부터 언제나 옆을 지켜준 두 명의 근접 호위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레이먼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테라스의 안락의자에 앉아 잠에 빠져들었지만 침대 위에서 잔 것처럼 달콤한 단잠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하이펠 제국을 목적지로 한 원정대가 출발하기로 한 날의 아침이었다.
레이먼은 필리어스 제국군을 상징하는 붉은 제복을 갖춰 입고서 내성의 비행장으로 향했다.
비행장에는 제국 함대의 비공정으로 승선할 준비를 끝마친 1만 6천 명의 병력이 도열한 채 레이먼을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먼은 그들이 잘 보이는 탑의 꼭대기에서 짧은 연설을 마치고는 먼저 로열하트에 승선했다. 그리고는 황성의 되니츠 백작에게 마법 통신을 연결했다.
-황제 폐하. 찾으셨나이까?
연락용 수정구에 되니츠 백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먼은 그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필리어스 제국에서 암약하는 종말 협회의 하수인들을 모두 색출해 줄 것이라 믿네.”
-황제교와 협력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 자네만 믿겠네.”
마법 통신이 종료되었다.
“출항할까요?”
제복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자 레거시 남작이 다가와 질문했다. 레이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레거시 남작은 함교를 지휘하여 동력로를 가동했다.
로열하트가 먼저 출항하자 제국 함대의 다른 비공정들도 뒤따랐다. 필리어스 제국의 수도 중심도시에서 출발한 제국 함대는 만년설산보다는 마물 숲의 상공을 통과할 예정이었다.
“항로는 어떻게 설정할까요?”
레거시 남작이 물었다. 레이먼의 시선에 하이펠 특무국 소속 필리어스 지부장, 랜서에게 향했다.
그는 제국 함대가 하이펠 제국령에서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락책 역할로 이번 원정에 동행하게 되었다.
“랜서 경.”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재촉했다.
그는 단순한 연락책이 아니었다. 하이펠 특무국에서 수집한 정보를 레이먼에게 전달하는 역할 또한 겸하고 있다.
지금 레이먼은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하이펠 제국령에서 황태자가 있을 만한 곳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았는지 묻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랜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가 하이펠 특무국에서 전달받은 정보를 미리 분석해 둬야 제국 함대가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었다.
랜서는 하이펠인이었지만 현재 제국 함대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현재 하이펠 특무국에서 확인한 결과, 황태자 전하께서는 하이펠 제국의 남부 지방에 계실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남부 지방으로 가야겠군. 정확한 항로 설정에 조금 더 도움을 줄 수 있겠나?”
“남부 지방의 이펠리아 산맥에 위치한 남부 레인저 군단 사령부로 가서 그들의 조력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레인저 군단은 하이펠 제국 중앙의 지휘를 받으며,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군부 집단이다. 황제가 목숨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중앙은 아직까지 그들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펠리아 산맥이라……. 비공정을 착륙시킬 만한 공간이 있을지 모르겠군.”
“공간이 부족하다면 만들면 됩니다! 제국군에 황명을 전달하소서!”
레이먼의 혼잣말을 들은 카시야스가 반응했다. 그는 지금 숲의 나무를 베어서 비공정 11척이 착륙할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확언하고 있는 것이었다.
제국의 황제를 모시는 황군의 지휘관답게 스케일부터가 남달랐다.
“레거시 남작. 하이펠 제국령의 이펠리아 산맥으로 간다.”
“예, 황제 폐하.”
레거시 남작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는 승무원들을 지휘했다. 로열하트를 시작으로 제국 함대의 비공정들이 북쪽을 향해 선수를 틀었다. 그들은 곧장 하이펠 제국의 이펠리아 산맥을 향해 비행을 시작했다.
제국 함대가 이펠리아 산맥을 향해 나아갈 동안, 레이먼은 랜서로부터 하이펠 제국의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았다.
대륙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3곳 중 하나인 마물 숲의 높은 상공에 진입했을 때였다. 함교에 있는 레이먼에게 랜서가 찾아왔다.
하이펠 제국의 상황에 대해 보고하려고 찾아온 것 같았는데,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인가?”
불길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레이먼은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황제 폐하. 저희가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랜서가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레이먼은 그가 말한 우려하던 일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방 영주들이 군사를 일으켰군.”
“그렇습니다. 일부 지방 영주들이 거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악화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절반 이상의 지방 영주가 거병하여 독립을 자처할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황태자를 찾아야겠군.”
필리어스 제국에 비해 중앙 집권이 약한 하이펠 제국의 황제가 죽었으니 지방 영주들의 거병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레거시 남작!”
“예, 황제 폐하.”
“속력을 올려라.”
“알겠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대답과 함께 술식을 조정했다. 로열하트를 비롯한 제국 함대의 비공정들이 일제히 속력을 높였고, 그들은 이내 마물 숲을 통과하여 이펠리아 산맥에 도달했다.
“랜서 경. 남부 레인저 군단 사령부는 어디쯤 있나?”
이펠리아 산맥의 상공에서 레이먼이 질문을 던졌다.
이펠리아 산맥에 남부 레인저 군단의 사령부가 있다는 것은 레이먼도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위치는 설정집에 나와 있지 않았다.
랜서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상황이 위급하다고는 하지만 남부 레인저 군단 사령부의 위치는 극비였기 때문이었다.
“랜서 경. 지금 하이펠 제국의 상황을 생각하게나.”
망설이는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낀 레이먼은 랜서에게 현재 하이펠 제국의 상황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고, 그는 이내 결심을 세운 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지도를 주시겠습니까?”
랜서가 말했다. 레이먼은 말없이 손짓을 했고 대기하고 있던 카시야스가 이펠리아 산맥의 지도를 가지고 왔다.
“여기입니다.”
지도의 한 부분을 랜서가 지목했다.
이펠리아 산맥에서도 가장 험준한 지형을 가진 곳이었다. 카시야스의 주장대로 병사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도저히 제국 함대의 비공정들이 착륙할 공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이펠리아 산맥에서도 가장 험준한 곳이라……. 역시 하이펠 레인저들은 다르군.”
레이먼은 작게 감탄했다. 도저히 사령부가 있을 만한 지형이 아니었다.
“황제 폐하. 하명하시면 제가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리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착륙지점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야. 우선은 사령부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로열하트를 착륙시킨다. 다른 비공정들은 상공에서 착륙지점을 엄호한다.”
“예, 알겠습니다.”
함교에 모인 지휘관들이 레이먼의 지시에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