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73)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73화
58장 하이펠 제국으로(2)
하이펠 황성 파괴와 황제 암살 임무에 동원되었던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 하이네스는 작전이 끝나고 부하들과 함께 비밀스럽게 하이펠 제국 수도 중심도시를 빠져나왔다.
그는 조용한 마을에 몸을 숨긴 채 혼란스러운 하이펠 제국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와 절친한 사이이자 마찬가지로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인 사우스가 그를 찾아왔다.
“사우스인가?”
부하로부터 하이펠 제국의 상황을 보고 받고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던 하이네스는 익숙한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절친한 사이의 고위 간부, 사우스가 있었다.
사우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이네스의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최고 회의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최고 회의에?”
사우스의 말에 하이네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되물었다. 최고 회의는 은밀하게 움직이는 종말 협회에서도 철저하게 비밀스러운 이들이었다.
종말 협회에서도 고위 간부 밑의 일반 간부들은 최고 회의를 이루고 있는 이들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말인가?”
“최고 회의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것 같네.”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아는가?”
하이네스가 질문했다.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의 친우, 사우스는 종말 협회의 고위 간부들 중에서도 그 위치가 높은 편이었지만 최고 회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질문에 사우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최고 회의에서 나에게 따로 하달한 지령이 있었지. 그래서 직접 보고할 일이 있어서 얼마 전에 연결책을 통해 전갈을 보냈는데, 지금까지 답신이 없다네.”
“사정이 있어서 연락이 늦어지는 걸 수도 있지 않은가?”
“하이네스. 자네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최고 회의의 지령을 여러 번 완수한 적이 있었다네. 그들은 약속과 시간을 철저히 지켜. 이토록 답신이 늦어진 적은 없었다네.”
대답과 함께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서 사우스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최고 회의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네.”
“그럴 리가 없네. 최고 회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격당한 적이 없었어.”
하이네스는 부정했다. 그러나 사우스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일단은 당분간 나도 이 마을에 머물겠네, 하이네스. 만약 행동해야 한다면 나와 함께해 줄 수 있겠는가?”
“최고 회의에 거역하는 일만 아니라면 함께하겠네, 사우스.”
하이네스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사우스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최고 회의에서 사우스와 하이네스를 호출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서한이 도착한 것을 보고 하이네스는 최고 회의가 건재하다고 말했지만 사우스의 생각은 달랐다.
“우릴 호출하는 서한은 보냈으면서 저번 임무에 대한 답신은 도착하지 않았다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잔뜩 굳은 얼굴로 사우스가 말했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네.”
하이네스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우스는 달랐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거듭 이상한 점을 강조했고, 결국 하이네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이네스가 동의한다고 해도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고 회의는 워낙 비밀스러운 집단이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결국 둘은 무방비 상태로 호출에 응해야만 했다.
약속된 곳에 도착한 두 사람의 앞에 검은 가면을 쓴 리처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에는 간부 흉장을 달고 있는 남자가 깃발을 들고 있었다. 검은 바탕에 붉은 왕관이 그려진 깃발은 종말 협회 최고 회의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리처드 경……?”
하이네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최고 회의에 대해 잘 모르는 그가 알기로도 리처드는 최고 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의문이 고개를 들었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리처드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최고 회의는 전멸했다.”
“그, 그게 무슨!”
사우스가 날카롭게 반응했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들 기세였다. 하이네스 또한 절친한 친우의 격렬한 반응에 조용히 마나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 순간 리처드의 뒤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리처드가 최고 회의를 장악하고 난 뒤, 부족한 무력을 보충하기 위해 새롭게 편성한 무장친위대였다.
최고 회의의 비밀 무기고를 수탈하여 얻은 수준 높은 마도구들로 무장한 데다가 그 숫자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검성의 경지에 오른 사우스와 고위 마법사의 수준인 하이네스라고 해도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종말 협회가 가진 최강의 무력이라고 평가되는 리처드까지 있으니, 사우스와 하이네스는 저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최고 회의의 뜻에 따르겠나?”
리처드가 물었다. 사실상 질문이 아닌 강요였다.
따르지 않겠다고 대답한다면 리처드의 뒤를 지키고 있는 무장친위대가 무슨 짓을 벌일지 장담할 수 없었다.
“따르겠습니다.”
큰 변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리처드가 최고 회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처음부터 종말 협회와 최고 회의에 충성을 맹세했던 하이네스가 가장 먼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런 친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사우스 역시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최고 회의와 뜻을 함께하겠습니다.”
* * *
제국 함대 비공정들의 엄호를 받으며 로열하트가 착륙했다. 착륙지점은 이펠리아 산맥에서도 가장 험준한 지형을 가진 장소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우수한 마도 기술력을 가진 ‘로열하트’는 험준한 지형을 뚫고 무사히 착륙하는 것에 성공했다.
“연결교를 내리겠습니다.”
레거시 남작이 보고했다. 레이먼이 고개를 끄덕이자 묵직한 다리가 로열하트와 지상을 연결했다.
“황제 폐하. 황군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번에는 카시야스가 황군의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 레이먼이 명한다면 당장 로열하트에서 하선하여 주위를 경계하며 방진을 구축할 것이다. 하지만 황군을 상륙시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레이먼은 레거시 남작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레거시 남작. 마법 레이더로 이 지역 일대를 탐색하게나.”
“예, 황제 폐하.”
로열하트의 고성능 마법 레이더는 지하 깊숙한 곳만 아니면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 특히 마나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존재에 대한 탐색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
이윽고, 마법 레이더가 작동을 시작했다. 푸른빛이 선명한 마나가 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어떤가?”
레이먼의 물음에 레거시 남작은 마법 레이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남쪽에서 마나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하이펠 레인저들로 보이는데, 다수의 마법사들을 동반하고 있군요.”
《망자들의 제국》 세계관 설정상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 군단에는 다수의 마법사들도 소속되어 있다.
이들의 경지는 높지 않지만 강도 높은 산악전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게릴라전에서 가히 두려울 정도의 전력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평화적으로 마중 나와야 할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 군단이 어째서 이렇게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냐는 것이다. 마법사들까지 대동한 걸 보면, 여차하면 전투를 벌일 각오가 되어 있다는 걸 의미했다.
“랜서 경. 제국 함대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남부 레인저 군단에게 제대로 설명되었겠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설명해야 할 것이야.”
“다시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통신 시설을 빌려줄 테니, 신속하게 처리하게. 만약 저들이 먼저 공격한다면 우리도 반격할 것이야.”
레이먼이 단호하게 말했다. 하이펠 제국을 돕기 위해 왔다고는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공격해 온다면 반격할 수밖에 없다.
만약 반격하지 않고 당하기만 한다면 레이먼은 그동안 쌓아온 군부의 지지를 상당수 잃게 될 것이다.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함교의 통신실을 향해 황급히 달려가는 랜서의 뒷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하이펠 제국을 돕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중앙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레인저 군단의 날 선 태도를 보니, 이곳에서 황태자를 찾고 종말 협회의 세력을 토벌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30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통신실에서 랜서가 달려 나왔다.
“황제 폐하. 레인저 지휘관으로부터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걸 재확인받았습니다. 안심하고 하선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랜서의 말에 레이먼은 황군의 지휘관, 카시야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시야스 경. 산맥에 황군을 상륙시키도록. 레인저들이 도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니까 경계를 늦추지 말게.”
“예! 황제 폐하!”
카시야스가 힘찬 대답과 함께 황군의 상륙을 지휘했다. 로열하트를 지키기 위한 병력을 제외한 4천의 황군이 일제히 하선하여 상륙했다.
상륙한 황군 병력은 그 즉시 황명에 따라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안전을 확인한 뒤에서야 레이먼은 호위들과 함께 천천히 하선했다.
하지만 그들이 완전 하선을 끝낼 때까지도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레이먼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모습을 드러내라! 하이펠 제국의 레인저들이여!”
마나를 담아 외치자 그제서야 울창한 나무의 숲에서 레인저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코 환영하는 듯한 모양새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화살을 시위에 걸고 있었으며, 모두가 모습을 드러낸 것 또한 아니었으니까.
그런 행동은 레이먼과 황군을 더욱 자극했다.
“황제 폐하의 앞에서 무기를 겨누는 것이냐! 무엄하다!”
카시야스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우리의 황제가 아닙니다. 황군의 이름 모를 지휘관이여. 하이펠인에게 필리어스 제국의 예법을 강요하지 마시길.”
레인저들의 틈에서 금빛 장발의 여성 지휘관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남부 레인저 군단의 사령관, 레일린 자작입니다.”
황급히 다가온 랜서가 레이먼에게 귀띔했다. 레이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말을 도발로 받아들인 카시야스가 검에 오른손을 얹으며 앞으로 나섰다.
“감히! 황제 폐하를 능멸하려는 것이더냐!”
레일린 자작을 노려보는 카시야스의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들 기세였지만 레이먼은 상황을 관망할 뿐 나서지 않았다.
마침 그의 주위에는 카시야스를 말릴 만한 이가 없었다. 되니츠 백작이나 포타스 백작은 수도 중심도시에 있었고 현명한 고위 기사, 크레이어 후작 또한 영지로 돌아갔으니 옆에 없었다.
그나마 있는 참모역의 인물은 레거시 남작이었는데, 그는 광기 가득한 마도학자였으니 오히려 지금 이 대치를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얌전히 지켜보고 있던 데시아가 레이먼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아니. 오늘 여기서 하이펠 제국의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어.”
“저도 동의합니다.”
레이먼의 대답에 게슈타인이 무거운 침묵을 깨고 동조했다. 돕기 위해 왔지만 하이펠 제국에 끌려다닐 생각은 없었다. 레이먼은 강한 태도를 고수하기로 결심했고,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카시야스를 말리지 않았다.
“이놈들!”
결국 말싸움 끝에 화를 참지 못한 카이야스가 검을 뽑아 들었다. 황군 기사들 또한 일제히 검을 빼 들었고 마법사들은 마나를 끌어모았다.
“이런……. 전투인가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레거시 남작은 광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로열하트의 포문이 열리고 마동포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해볼 생각입니까?”
레일린 자작이 입술을 씰룩이며 수신호를 보내자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수천의 레인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이먼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저들 역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레일린 자작! 필리어스 제국은 하이펠 제국을 도우러 온 겁니다!”
“도우러 온 이들이 저런 초거대 비공정을 타고 옵니까?”
레일린 자작이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며 말했다. 레이먼은 말없이 데시아와 게슈타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뜻을 이해한 두 호위는 각자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대마법사의 마나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검성의 살기가 어두운 대지를 휩쓸었다.
“크, 크으윽!”
전신을 휩쓸고 지나가는 살기의 파도에 일부 레인저들이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대마법사의 마나는 넓은 하늘을 파랗게 물들였다.
“싸울 생각인가, 사령관?”
레이먼이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외팔의 검성 게슈타인의 존재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얼마 전 경지를 초월한 대마법사 데시아에 대한 정보는 남부 레인저 군단에 넘어가기 전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전력의 등장에 레일린 자작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입술에 바느질을 한 것처럼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